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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6] 성스러운 파편
창작의 샘터/잠본이 환상극장 | 2010. 7. 4. 23:54
 





<< 성스러운 파편 >>

The Holy Fragment







“신이 보내신 것일까요, 아니면 악마가 보낸 걸까요?”

“보기만 해서는 모르겠는걸.”

갈리에르 신부는 당돌한 질문을 던진 젊은 사제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눈 앞의 땅바닥에 박혀 있는 장롱만한 물체를 살펴보았다.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지고 까맣게 그을린 그 물체는, 그 자체가 완전한 물건이라기보다는 본디 뭔가 더 큰 물체의 일부분이었다가 억지로 떨어져 나온 듯한 인상을 주었다. 갈리에르는 종군사제로서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었기에, 화약이나 포탄이 건물을 어떤 식으로 부숴놓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숲은 민가와 상당히 떨어져 있고, 근처에 파괴된 건물도 없는데요? 게다가 분명히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피에르도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젊은 사제가 물체 바로 옆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서는 그 ‘파편’이 떨어지는 순간을 목격한 순박한 농부가 손짓발짓을 다 해가며 지난 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이 네 번째 되풀이하는 것일 테지.

“아 글쎄 낮에 베어둔 짚단을 갈무리하려고 밭에 다시 나왔다가, 뭔가 번쩍 하길래 하늘을 쳐다봤더니, 우리 누렁이 대갈통만한 불덩어리가 이쪽으로 떨어져내리지 뭐여! 활활 타오르는 꼴이 어찌나 끔찍하던지, 심판의 날이라도 왔나 하고 가슴이 철렁하더라니깐! 그 길로 곧장 마을로 뛰어가서...”

모여든 구경꾼들은 공포와 호기심이 반반씩 섞인 얼굴로 그의 허풍섞인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확실히 그 물체를 둘러싼 반경 오십보의 공간에는 나무는커녕 풀포기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오십보 바깥에 서 있던 나무들도 대부분 폭풍우를 만난 것처럼 가지런하게 쓰러져 있었다.

갈리에르는 다시 물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젊은 사제에게 말했다.

“확실히 자네 말대로일세. 게다가 더 이상한 점은 이게 건물이나 뭐 그런 것의 파편같지도 않다는 거야.”

“무슨 말씀이시죠?”

신부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들고 조심스럽게 물체의 그을린 표면을 긁었다.

까만 재[灰]가 벗겨지면서 빛을 받은 부분이 은은한 녹색이 감도는 은빛으로 반짝였다. 젊은 사제는 깜짝 놀라서 숨을 삼켰다.

“회반죽이나 벽돌같은게 아니야. 이건 금속일세. 게다가 겉이 아주 매끈해.”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군요. 금속으로 이렇게 큰 무언가를 만든다면, 성당의 종[鍾]이나 왕궁의 도금 장식 말고는 없습니다. 이런 외딴 시골에 어째서..”

“나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네. 아무래도 자크에게 살펴봐달라고 해야겠어. 그 친구라면 은인지 뭔지 금방 알 수 있을테지.”

백발이 성성한 노신부는 나뭇가지를 내려놓고, 뒤통수를 긁으며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분 탓인지 재가 떨어져나간 부분이 아까보다 약간 더 짙은 녹색으로 번득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밖에는 별다른 이상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오히려 실망스러웠다.

“이래서야...”

“응?”

“주교님께 뭐라고 보고하실 겁니까? 제가 감히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젊은 사제는 의외로 평범한 일이라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최근에 불성실한 행실을 보여준 자가 없는지 알아보고 그런 자가 있으면 뒤집어씌워야지 뭐 어쩌겠나? 지루한 고해성사가 반복되고 재판도 몇 건...”

신부의 냉소 섞인 대답에 사제가 어물거리며 반박하려 했다.

“혹시 단순한 자연의 변덕이라면 어떡합니까? 그... 기록에 있는...”

“나도 운석이란 현상이 있다는 건 알지. 하지만 그런 경우, 십중팔구 가공되지 않은 조잡한 돌덩어리가 떨어지네. 그런데 저건 분명 누군가의 손이 가해진 물건이야. 인간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니까, 신이 아니라면 악마가 아니겠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이 사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네. 균형이 깨졌다면 우리가 바로잡아야 해.”

“예.”

사제는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그때 숲 저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비단옷을 차려입은 관리 몇 명이 흑마를 타고 달려왔다.

신부는 성호를 긋더니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마에도 고랑이 깊게 패였다.

“영주가 사람을 보냈군. 저 쇳조각에 볼일이 있는건 우리만이 아닌 모양일세.”

젊은 사제가 돌아서면서 말했다.

“그럼 저는 일단 먼저 돌아가서 동료들에게 설명을...”

“그러게. 그런데 자네 왜 그렇게 휘청거리나?”

청년은 창백한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더니 힘없이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아까부터 갑자기 어지러워서...”

“필사[筆寫] 때문에 무리를 했나 보군. 오늘 일을 마치면 좀 쉬라고.”

“예, 그럼 있다가 저녁 미사 때...”

“주님의 은총을.”

신부는 걱정스런 눈길로 멀어지는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특출나게 건강하지는 않아도 그렇게 허약한 편도 아닐텐데... 갑자기 현기증이라니? 하긴 신부 자신도, 이 파편 근처에 서 있으려니까 어째서인지 몸에 오한이 도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사람을 기분나쁘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건가?

“예, 맞구만입쇼 나으리. 바로 여기에 콰쾅 소리를 내며 떨어졌습죠. 그때 불빛이 어찌나 밝던지 밤인지 낮인지도 구분을 못할 정도였다니까요. 눈이 머는 줄로만 알았습죠. 예에? 어느 쪽에서 날아왔는지는 못 봤냐고요? 그게 말입죠, 제가 하늘을 쳐다봤을 때는 이미...”

아까의 농부는 지치지도 않는지 관리들을 상대로 또 다시 경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창백해진 것을 보고 신부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모여들었던 구경꾼들이 머리를 싸쥐거나 두 팔로 몸을 감싸며 흩어져가는 것을 보자 그러한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농번기라서 다들 지쳐있는 것일 테지...’

노신부는 애써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주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문 들으셨어요? 그애가 다시 걷게 되었대요. 마치 나사로처럼”

“누구 얘길 하는 게요?”

사제관의 관리를 맡고 있는 쾌활한 중년부인인 모니크가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늘어놓자 어안이 벙벙해진 갈리에르 신부가 반문[反問]했다. 그는 탁자 위에 흑빵과 달걀과 물만으로 이루어진 간소한 식사를 차려놓고, 어느 것부터 먼저 먹을까라는 세속적인 고민에 잠겨 있던 중이었다.

“아직 모르셨군요. 왜 저기 풍차방앗간집 르네 아시죠? 얼마나 개구쟁이였는지 아무도 못말렸는데, 마차에 치는 바람에 한쪽 다리가...”

“아아. 새총으로 우리 성당 유리창을 깨먹었지.”

“맞아요. 하여튼 그 뒤로는 의기소침해져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죠. 가족들하고도 사이가 나빴고요. 근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난 화요일에 그애 형이 동생들을 모두 브장송 숲에 데리고 놀러갔대요.”

그 ‘파편’이 방치되어 있는 숲 속에? 신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서요?”

“어쩌다가 르네가 뒤처지게 되어서, 길을 잃고 다른 애들과 헤어지게 되었죠. 형과 누나들이 애타게 찾다가 결국 만났는데, 글쎄 목발을 내던져버리고 혼자 걷고 있었다지 뭐예요!”

“그럴리가... 의사 말로는 고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이리저리 헤매다가 저번에 떨어진 이상한 돌덩이 근처에 갔대요. 뭔지 궁금해서 손을 대는 순간 뭔가 짜릿한 게 몸을 꿰뚫고 지나가더니, 다리에 갑자기 힘이 붙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운석...아니 운석이 아닐지도 모르지만...하여튼 그건 영주의 사자들이 지키고 있지 않았소?”

“가까이 있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고 해서 일단 물러났다가 하루에 한두번 정도 정찰만 하러 온대요. 마침 그들이 없을 때 르네가 간 거죠. 신부님, 이거야말로 진짜 성령의 힘이 아닐까요?”

“그렇기만 하다면 나로서도 바랄 게 없겠소만...”

아직까지 그 ‘파편’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던 신부는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얼버무려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두통과 오한을 호소했는데 어째서 그 애는......?

“그뿐만이 아니래요. 소문을 듣고서 다른 집의 아이들도...”

그때 현관문이 벌컥 열리면서 기골이 장대한 붉은 수염의 사내가 들어왔다.

“식사중이신데 죄송합니다 신부님. 하지만 너무나 이상한 일이라서 좀 급하게 왔습니다. 꼭 아셔야 된다고 생각해서요...”

모니크는 신부와 눈짓을 교환하고는 빨래를 널러 뒷마당으로 나갔다. 신부는 사내에게 자리를 권하며 친근하게 물었다.

“여어, 자크 아닌가. 그 돌덩이가 뭘로 되어 있는지 알아낸 건가?”

신부의 부탁을 받고 관리들을 구슬려서 문제의 물체를 이리저리 검사해 본 마을 대장장이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머뭇거리는 태도로 말을 꺼냈다.

“그게... 저로서도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요.”

“무슨 얘기야? 한때 영주 전용 갑옷까지 납품했던 자네 집안에서 모르는 금속도 있는가?”

“하고 많은 금속을 봤지만 저런 건 처음 봅니다. 묘하게 매끈한 주제에 다듬은 자국이나 이음매가 전혀 없어요. 불을 갖다대도 녹는 게 아니라 검은 딱지만 올라앉고요. 가장 단단한 망치로 두들겨 봐도 깨지거나 휘어지지가 않더구만요. 그런 주제에 무게는 또 이상할 정도로 가볍습디다.”

“자네 말인즉슨 그건......”

“적어도 이 나라 안에는 저런 걸 만들 수 있는 장인이 없습니다요.”

“그렇단 말이지......”

신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금 들은 말을 곱씹어 보았다.

역시 인간의 물건이 아니라면... 설마?

“그건 그렇고, 영 기분이 내키지 않고 몸도 이상한데 억지로 가까이 가서 두들겨 보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요. 괜찮으시다면 두 번 다시 저 운석에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구만요.”

“...이해할 수 있네.”

자크의 억센 손마디에 전에는 없었던 희미한 반점이 몇 개 떠오르는 것을, 신부는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운석 덕분에 딸아이가 앞을 볼 수 있게 된 건 감사하고 있습죠.”

“뭐라고, 자네 딸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아아, 잘 가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길.”

손님을 보낸 뒤, 노신부는 더욱 더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어 턱을 두 손으로 괴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저녁식사 따위는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뒤였다.

“...운석에 이상한 힘이 있다면... 그건 양방향으로 작용하는 건가...”





“신부, 당신이 해 주어야 할 일이 있소.”

“제가 말입니까?”

주교의 갑작스런 호출에 당황하여 급히 달려온 갈리에르 신부는 대체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 것인가 불안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작달막한 키의 주교는 갈리에르보다도 20년은 더 늙었지만 그만큼 더 예리하기도 했다. 정치적 야심도 상당했기 때문에 영주와 충돌하는 일도 잦았다. 불공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래사람들에게 엄한 편이어서 갈리에르는 그를 대할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주교가 직접 부를 정도라면 중요한 일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당신 교구의 숲 속에 떨어진 그 운석을 확보하여 주교관으로 운반해 오시오. 장비와 인원은 이쪽에서 얼마든지 지원하겠소.”

몇 주일이 지나서 간신히 발병하는 사람도 치료되는 사람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더니만, 또 그 운석 얘기인가!

“하지만 주교님...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불길한 것을...”

“쓰기에 따라 불길할 수도 길할 수도 있기 때문이오. 신부의 보고와 내가 직접 조사한 바를 종합해 보니, 저 운석은 건강한 사람을 병들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다친 사람이 빨리 낫도록 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오더군, 맞소?”

“맞습니다. 그러나 그 금속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악마가...”

“그렇다면, 불길한 면을 억누르고 길한 면을 장려하면 그 자체로서 좋은 것이 되지 않겠소. 악마의 힘인지 신의 힘인지는 손에 넣은 자가 결정하는 것이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그것을 확보하여 교황청으로 보내는 게 급선무요.”

“그렇게 서두르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대도 그 운석을 가지고 일부 불경스런 자들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실태를 알고 있겠지?”

“.....................”

확실히 요즘 들어 그 ‘파편’ 가까이에 가도 끄떡없는 몇몇 떠돌이나 과격한 젊은이들이, 그 주위에 몰려들어 노숙을 하면서 매일 밤마다 뭔가 이상한 의식을 치른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젊은 날의 일시적인 타락으로 생각하고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던 것이다. 성당에서 신경쓸 어린양은 마을 안에도 충분히 많았다.

“그들은 그 힘을 구실삼아 스스로를 신으로 선전하고 교회의 권위를 부정하려 들고 있어요. 또한, 빨리 선수를 치지 않으면 그자들뿐만 아니라, 영주의 흉계에도 걸려들 염려가 있단 말이오. 쓰기에 따라서는 훌륭한 전쟁 무기가 될지도 모르지 않소?”

노신부의 눈동자가 더더욱 커졌다.

“영주가 말입니까? 경비 인원을 늘린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정도까지...”

주교는 그것도 몰랐냐는 듯 혀를 차며 핀잔을 주었다.

“이미 그쪽의 밀사가 국왕에게 연락을 취했소. 수도로 올려보낼 작정인 게지.”

갈리에르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 되어가는 것을 깨닫고 난감해졌다.

주교는 옷주름을 바로잡으면서 은근한 눈빛으로 대답을 종용한다.

“......알겠습니다. 내일 곧바로 시작을...”

“좋소. 주님의 은총을 빌겠소.”

주교의 말린 쥐치포처럼 딱딱한 얼굴에 서서히 탐욕스런 미소가 번져나갔다.





충돌은 불가피했다.

“당신들은 교황청의 성스러운 재보[財寶]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당장 이 자리에서 물러난 다음 하늘에 용서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어떻겠는가! 주민들 또한 우리의 뜻을 따를 것이다! 다시 한번 경고하지만...”

갈리에르의 대리로 나선 젊은 사제가 심심한데 잘됐다는 투로 열띠게 외쳤다.

그의 뒤에는 성배와 성경을 갖춘 동료 사제들과 주교관에서 차출된 동자[童子]들, 그리고 주로 나이든 사람들을 중심으로 몰려든 마을 사람들이 농기구나 연장으로 무장하고 버틴 채 다른 진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대들이야말로 국왕의 것을 침탈[侵奪]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 나라 국왕의 대리자인 영주님의 위임을 받고 저 신의 양식을 회수하러 온 것이다. 당장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방해할 것이라면 준엄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으리라!”

약간 비뚤어진 입술과 사팔뜨기 눈을 지닌 관리도 지지 않고 되받았다.

그의 뒤에서는 멋드러진 깃털모자를 쓰고 긴 칼을 옆에 찬 채 말에 타고 공격태세를 갖춘 한떼의 집행인들이, 영주의 성으로부터 파견된 병사들을 뒤에 세워두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말끔하게 군복을 차려입고 수도에서 직접 공수한 피스톨과 대포를 동원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신성한 장소를 더럽히고 있는 건 바로 당신들 모두입니다! 이 운석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는 신께서 하늘에 지으신 성전[聖殿]의 파편일지니, 처음부터 이곳에 떨어질 운명이었기에 이곳에 떨어진 것인즉, 절대 다른 곳에 옮기지 말고 이 자리에 새로운 성전의 초석을 세워야 합니다. 어째서 운석을 가만 놔두지 않고 자기 좋을 대로만 이용하려 한단 말입니까?”

다소 묘한 교리를 주장하다 수년 전에 파문당한 이단 율법가가 주장했다.

그의 뒤에는 타처[他處]에서 흘러들어온 부랑자들과 마을의 혈기왕성한 젊은층으로 이루어진 광신적인 집단이 버티고 서서, 어디선가 밀수로 구해 온 머스킷 총과 투석기까지 쌓아두고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장애인이었다가 ‘파편’의 힘으로 나은 뒤 교회를 버리고 이 집단에 끼여든 자도 상당수 존재했다.

“그러는 너희들은 이용하려 하지 않는단 말이냐?”

“그러게, 웃기지 말라 그래!”

“옳소, 옳소!”

“여러분!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자중하시오!”

“배고픈데 밥은 언제 나오죠?”

“교대로 집에 가서 먹고 오던지 말던지!”

이렇게 세 개의 서로 다른 집단이 숲 한가운데에 박혀 있는 ‘성스러운 파편’을 둘러싸고 다소 일그러진 삼각형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본래 사냥할 만한 동물도 별로 없고 나무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그다지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던 브장송 숲은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바글바글하고 있었다.

젊은 사제의 옆에서 근엄하게 지켜보고 있던 갈리에르 신부는 한숨을 쉬었다.

“뭔지도 모르는 위험한 물건을 둘러싸고 이게 대체 뭐하는 짓들인지?”

“신부님, 그렇다고 해도 일단 주어진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명령을!”

“안돼, 절대 먼저 공격해서는...”

한편 다른 두 집단도 유혈사태까지는 바라지 않았던 듯, 서로 눈치를 보며 무장을 점검하고 미적미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은 높아지고 초조한 마음도 더해진데다, 이상한 ‘파편’의 영향으로 두통에 시달리거나 이성을 잃은 사람들도 나오게 되면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감이 감돌게 되었다.

그러던 가운데, 이윽고 자비로운 밤[夜]이 찾아와서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그들은 횃불을 피워들고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노랗게 번득이는 불빛 속에 비친 사람들의 그림자가 마치 유령처럼 섬뜩하다.

“후작님, 저쪽은 풋내기들이고 저쪽은 노친네들 집단이니 우리가 우세합니다.”

“하지만 백성을 죽이라는 명령은 없었다. 잘못하면 지방 민란을 유발할 수도 있어. 게다가 성직자가 끼어 있으니 더욱 난처하다고.”

“병사들이 지쳐가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길게 끌수록 불리합니다.”

“일단 병력을 둘로 나누어서 교대로 쉬게 하는 것이...”

“고향의 어머님이 보고 싶군.”

영주측 진영에서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신부님,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결과가 좋다면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바티칸에서 이해해줄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성인 서품을 받으실지 누가 압니까.”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네. 좀더 생각할 시간을 주게. 주민들 중에서 의욕이 없거나 몸이 이상한 사람은 돌려보내고.”

“언제나 이 모양이라니까.”

“그리고 흡혈귀 사냥 나온 게 아니니 그 마늘은 좀 버리지 그래.”

“이건 체력증강제란 말입니다.”

성당측 진영에서 이렇게 젊은 사제가 투덜거리고,

“저따위 늙은이들하고 여기 길도 잘 모르는 병정놈들 따윈 싹 쓸어버리면 그만 아냐? 어째서 우리가 여기서 날 잡아 잡수 하고 기다리고만 있어야 해?”

“형제 자매들이여. 새로운 성전의 건립은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한때의 격정으로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말고 어떻게든 우리의 존재를 인정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내를...”

“마르셀, 마르셀, 어디 있어? 너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러 온 거란 말야!”

“나는 15리브르 준다고 해서 온 건데, 당신은?”

“로잘리! 여기야! 이쪽으로 와!”

“나는 내일 아침 한 끼.”

신흥종교 진영에서는 이런 돼먹지않은 소리까지 들려오는 형편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서로의 동태를 살피며 시간을 흘려보낸 끝에, 달이 중천에 떠오르고 사람들은 어렴풋이 자정이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피로에 지친 일부는 잠들고 불침번으로 선발된 일부는 여전히 최소한의 횃불만 켜놓은 채 다른 진영의 움직임과 그 ‘파편’의 상태를 지켜본다.

그야말로 암중모색[暗中摸索].

그러다가 마침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무지하게 사소한 실수에 있었다. 신흥종교 쪽에 가담했던 마을 젊은이 하나가 생리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숲 뒤편으로 돌아나갔다가, 자기 자리로 되돌아오는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서, 다른 두 진영과 ‘파편’ 사이의 빈터를 비틀거리며 가로지르게 되었다. 그것을 ‘파편’에 접근하여 빼돌리려는 것이라 오해한 어느 병사가 망설임 없이 라이플을 발사했고, 그 젊은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거꾸러져 천국으로 갔다.

“젠장! 크리스티앙!”

“저놈이 쐈다! 저놈이 죽였어!”

“일어서자!”

동료의 죽음을 보고 눈이 뒤집힌 신흥종교파가 율법학자의 제지를 무시한 채, 괴성을 지르며 달려나와서 병사들에게 굶주린 맹수처럼 달려들었고, 병사들도 급히 동료를 깨워 응전에 나섰다. 한편 이를 ‘파편’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 생각한 사제들도 주민들을 내세워 소동의 한가운데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리하여 그날 밤의 브장송 숲에서는, 꺼져가는 횃불 몇 개를 제외하면 완전히 암흑에 잠긴 공터를 무대로, 관리와 군인과 농부와 의사와 성직자와 율법학자와 부랑자와 떠돌이와 베짜는 아가씨와 젖짜는 아가씨와 기타 등등이 한데 뒤엉켜, 처절한 개싸움을 벌이게 되었던 것이었다.

“주님의 이름으로!”

“국왕폐하 만세!”

“둘 다 지옥에나 가라!”

“살인자들!”

“젠장 기분 나쁘잖아! 이리 와봐!”

“건방진 녀석! 넌 애비 에미도 없냐?”

“새로운 성전을 위하여!”

“개소리 마!”

“마르셀? 마르셀! 어디.....?”

“내가 배고픈건 너희들 탓이야! 어디 당해봐랏!”

수많은 사람들이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격정에 사로잡혀 달려들었다가, 총에 맞아 쓰러지거나 쟁기에 맞아 피를 흘리거나 주먹에 맞아 코가 내려앉거나 손톱에 할퀴어 얼굴에 오선지가 그려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미 그곳에는 이성도 논리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애초에 왜 이런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상대를 증오하는 마음과 쓰러뜨리려는 투지만이 공허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평소에 금욕에 억눌린 생활을 하고 있던 성직자는 특히 더했을 것이다.

“빨리! 탄환 가져와! 파우더는! 담당자 어디 있나?”

“잠깐, 아직 불을 붙이면 안.......!”

“우악!”

궁지에 몰린 병사 몇이 대포를 발사하려다 화약을 엉뚱한 곳에 흘리는 바람에 큰 폭발이 일어났고, 폭풍에 휘말린 몇 사람이 숲 저편으로 맥없이 날아갔다.

총알이 떨어지자 개머리판으로 상대를 후려쳤다. 농기구가 꺾어지자 맨몸으로 달려들었다. 기도하는 데 사용해야 할 성구와 성경이 타격을 가하는 데 사용되었다. 쓰러진 사람 위를 타넘고 또 다른 사람들이 맞붙었다.

“이럴까봐.. 내가 이럴까봐 공격하지 말자고 한 건데...이제와서 말해봐야...”

갈리에르 신부는 그런 와중에도, 오직 홀로 이성을 유지한 채 싸움을 피해서 이리저리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는 남은 횃불을 뽑아들고 공터를 벗어나려 했지만 여기도 사람, 저기도 사람으로 막혀 있어서 여의치가 않았다. 서로를 붙들고 죽이네 살리네 하는 사람들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가, 되도록 말려들지 않고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비겁하고 아니고를 따질 겨를조차 없었다.

도망치던 그의 귀에 낯선 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뭐야?”

공터 한가운데에 박힌 ‘파편’이 다시 짙은 녹색으로 빛나면서 뭔가를 부르는 듯한 희미한 허밍humming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싸움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그 누구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 허밍은 점점 커져서 숲 전체에 울려퍼지게 되었고,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싸움을 멈추고 ‘파편’ 쪽을 바라보았다. 파편은 이제 완전히 검은 때를 벗고 은록색으로 빛나면서 웅웅거리고 있었다.

“.........신부님...... 대체 무슨......”

상처투성이가 된 젊은 사제가 비틀거리며 다가와서 의아한 얼굴로 노신부를 바라보았다. 갈리에르는 잠자코 있다가 손을 들어 하늘의 한 구석을 가리켰다. 마치 달의 쌍둥이 천체처럼 보이던 작은 은빛 점이 서서히 다가오더니, 하나의 거대한 원반의 모습이 되어 브장송 숲 상공에 멈춰섰다.

공터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기도문을 암송하거나, 넋을 잃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맥이 풀려 쓰러져 버리거나, 입에 거품을 물고 발광하였다. 오직 세 진영 중에서 한정된 몇몇 사람들만이 냉정을 되찾고 그 원반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갈리에르와 젊은 사제도 그들 중에 속했다.

“...........................”

그 원반은 잠시 아무 움직임도 없이 허공에 정지해 있다가, 아랫부분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오색의 불빛을 점멸시키더니, 정가운데의 뭉툭한 부분을 렌즈의 조리개처럼 열어젖히고 그 구멍에서 눈부신 형광[螢光]을 뿜어냈다. ‘파편’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팔을 올려서 눈을 가리고 뒤로 물러섰다.

원반에서 나온 형광 띠는 약 3분 동안 ‘파편’을 비추더니 갑자기 뚝 끊어졌고, 할 일을 마친 거대한 원반은 하늘로 다시 날아올라 무심하게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본 갈리에르와 다른 사람들은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을 느끼며 탄식[歎息]을 내뱉었다.

“...살다보니 별걸 다 보게 되는군.”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왔다. 그 사이에 새벽이 다가온 것이다.

“신부님... 저는.”

“쉿! 우선은 다친 사람들부터 도우세나.”

갈리에르와 젊은 사제를 비롯한 몇몇 멀쩡한 사람들은 자기 그룹으로 돌아가 아직 기운이 남아있는 이들을 독려하여 사상자들을 구호하고 주변을 치우는 일에 힘쓰기 시작했다.

문제의 ‘파편’은 윤기를 잃고 보통의 쓸모없는 비철금속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병을 고치는 힘도, 병을 일으키는 힘도 없었다. 실망한 사람들은 그 고철을 땅 속 깊이 묻어 버리고, ‘파편’의 추락으로 인해 불모지가 되었던 그 공터에 다시 풀과 나무를 심었다.

싸울 목표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머쓱해져서 뿔뿔이 흩어졌다. 영주도 주교도 ‘파편’이 사실상 소멸했다는 보고를 받고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수도로 돌아갔고 신흥종교를 세우는 꿈에 부풀어 있던 사이비 율법학자는 크게 실망하여 다시 외로운 여행을 떠났다. 그를 따르던 떠돌이들은 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찾아서 떠나가거나 그 마을에 눌러앉았다.

“마르셀!”

“로잘리! 무사했구나!”

...물론 이렇게 운이 좋은 사람은 극소수였다.

사상자를 처리하고 몇가지 행정적인 문제를 매듭지은 뒤, 주민들은 본래의 생활로 돌아갔다. 갈리에르와 제자인 젊은 사제도 일단은 복귀했다.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 떠다니는 접시는...”

갈리에르는 모니크를 도와 성당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한데 모으며 내뱉었다.

“쓰레기 처리꾼 비스무리한 게 아니었을까 싶네. 주님의 섭리가 미치지 않는 머나먼 이세계에서 온... 아차, 이런 말을 했다간 이단이라고 탄핵당하겠지?”

그의 일을 도와주던 젊은 사제는 뜨악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았다.

“쓰레기...? 그럼 우리들은... 남이 버린 찌꺼기를 갖고 그런 싸움을...?”

갈리에르가 자루에서 꺼낸 낡은 양피지를 태우면서 대꾸했다.

“인간이란 때로 대단히 어리석은 짓을 하거든.”

젊은 사제는 죄책감이나 허무함 때문인지 풀이 죽은 얼굴이었다.

노신부는 종이를 태우고 남은 재를 잘 긁어모아 버린 다음에, 청년의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하지만 가끔은 그러지 않으면 배우지 못하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응?”

젊은 사제는 한참동안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마침내 스승을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감사와 환희의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궁상떠는데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신부님이 부른 화가가 찾아왔어요.”

밖에 나갔던 모니크가 돌아와서 알려준다.

“아차, 내 정신 좀 보게. 중요한 기록을 남기려고 부른건데 잊고 있었어.”

“기록이요?”

노신부는 제자에게 장난스럽게 윙크를 해 보였다.

“후세 사람들이 알면 놀라 자빠질만한 기록이지.”





---

Epilogue

―5백여년 후―



“이것이 바로,”

두꺼운 안경을 끼고 얼굴 가득 수염을 기른 살집 좋은 남자가 말을 꺼냈다.

“엘루아 지방, 라파뉴 시의 브장송 숲에서 출토된 미지의 비철금속 파편... 아니 정확히는 그 샘플입니다. 원래 크기는 사람 몸통만하죠.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 결과, 약 17세기경의 물품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손에 장갑을 끼고, 기밀용기에서 잿빛의 금속조각을 하나 꺼내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경악과 찬탄이 섞인 외마딧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일부는 여전히 의심스런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남자에게 질문했다.

“GNN의 제시카 맥켄드루입니다. 흥미롭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시대에 이미 우주여행 기술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을 텐데요?”

남자는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재치있게 대답했다.

“이 물질은 우주선의 대기권 돌입시에 유용한 보호재로 쓰이는 세라믹과 알루미늄 계통 합성물에 매우 가까운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의 성분이 무엇인지는 좀더 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또 다른 관계자가 나서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모슬림 저널의 하린 아크바입니다. 그래도 보강증거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분석 결과 이 금속 파편은 상당히 강한 카파[κ] 방사능을 띠고 있었으나, 무언가의 힘에 의해 반감기가 단축되어 현재는 완전히 깨끗한 상태로 변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자연상태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물질의 제조 자체도 인공적인 것이지만, 이런 방사능 제거 기술은 정말로 인공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서글서글한 인상의 동양인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주간 납골당의 남주나입니다. 제가 알기로 바쟁 박사님께서는 그 금속파편 뿐만 아니라 좀더 유력한 증거자료도 찾아내셨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확실히 브장송 숲 주변의 생 니콜라 성당에...”

“정확합니다. 이걸 봐 주십시오.”

그는 조수에게 불을 끄게 하고 슬라이드를 켰다. 스크린에는 성당 내부에 정교하고도 아름답게 그려진 거대한 벽화와 천정화가 비쳤다. 박사가 레이저 포인터를 가지고 설명을 시작한다.

“이 그림은 17세기 후반에, 생 니콜라 성당의 담당자였던 쟝-루이 갈리에르 신부의 의뢰를 받고 당대의 유명 화가였던 쿠르트 레바니옹이 그려 준 것입니다. 잘 보시면 바로 여기에...”

그가 가리키는 그림은 얼핏 보면 장대한 하늘을 배경으로 성령과 성모와 성자가 총출동하는 보통의 파노라마식 종교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중앙에는... 분명 기존의 종교화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인 이미지가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 바로 천상과 지상을 잇는 은록색의 거대한 원반이!





THE END!

(C) ZAMBONY 200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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