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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5-02] 화성침공 트릴로지 Part 3
창작의 샘터/애니메이트 | 2010. 7. 4. 15:23
 

에피소드 6 : Return of the Animate


제 2차 침공작전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실패의 쓰라림을 맛본 화성인은,

바사라 어택을 밤낮 쉬지 않고 연구한 끝에 대응할 방법을 알아내고는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라는 심산으로 사령부에 남아 있던 대부대를

위시한 전 공격 병력을 한꺼번에 출동시켜 지구를 세번째로 침공한다.


대응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스파이를 지구로 보내어 바사라의 공연 및

기타 실황이 담겨 있는 음반을 마스터까지 전부 싸그리 없애 버린다.

(개인소장본에 대해서는 아직 홍보가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노래의 중요성을 미처 알지 못했던 때라서 니프티서브나 기타 통신

의 장터란과 각지의 중고음반가게 주인들을 매수하여 '비싸게 사요~~'

라는 광고를 때리게 하였다. 결국 일주일만에 전 일본열도, 아니 전세계

에 있는 파이어봄버의 음반은 소멸되었다. (말도 안되지만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그뒤, 우주 어디에선가 스카웃해 온 프로토데빌 병사들을 투입,

바사라 본인을 습격하여 스피리티어를 흡수해버리게 하였다. 관료주의적인

일본정부는 예산이 없음을 이유로 아직 바사라에게 경호원조차도 붙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 또한 화성인의 스파이가 사전에 철저히 방해공작을

펼친 것 때문일 가능성도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불의의 습격을

받아 생체에너지를 빼앗긴 바사라는 침대신세를 지는 식물인간같은 꼴이

되었고, 매니저 카와노모리는 절망에 빠져 어디론가 잠적해 버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리폰을 다시 만들기 위해 옛친구 이즈부치를 찾아갔다고도

하지만, 그 행적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 화성인을 막을 자가 없어진 지구는, 제3차 침공의 위협 앞에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살길을 찾으려는 의지의 민족

이 하나는 남아 있었다. 한국인들이었다. 그들 또한 선례를 본받아 군에 의한

희망없는 대응보다는 뭔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어 보자는 생각에서 유능한

인재 (인적 자원이라는 뜻이 아니라 인간으로 인해 일어난 재앙을 말한다.

그들이 태어난 것 자체가 인재라는 소리다) 들을 안기부에 모아놓고 ("왜 하필

안기부입니까? KAIST로 가야 준비하기가 더 좋잖아요?" "안기부에서 하는 말은

화성인일지라도 도청할 수 없기 때문일세")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윤박사 : 태권브이가 정비중만 아니었더라도 이런 일은 막을수 있었을텐데...

         혹시 깡통 로보트의 고춧가루탄을 쓰면 어떻겠습니까?

허박사 : 로보트 킹을 보내는게 좋겠군요. 날지 못하는게 흠이지만.

모 변호사 : 자이언트 로보 2호기를 베꼈다고 저작권 소송 중이라서요.

            소송에 계류중인 기계는 함부로 반출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방장관 : 그러니까 우리가 만든 대부분의 로봇들이 그 소송에 걸려서

           출동도 못하는거 아니오? 답답합니다. 진작에 좀 덜 베끼고

           우리 고유의 것을 만들었더라면...

선우박사 : 황금날개가 이럴때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소.

           그러나 아시다시피 청동거인은 뚝심이가 전사해서 조종할 자가 없고

           황금날개 1호는 두번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되었어요. 이런일이.


결국 기상천외한 발상에 목말라하던 그들은 애니동에 구원을 요청했다.

약간 무서운 인상을 한 사람들 (혹자는 그들을 운영진이라고 하였다) 몇몇이

거대한 음향시설 안에서 한무리의 A/V기기를 부지런히 설치하면서 작전을 설

명하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최종 방어선인 청와대가 보였다.


"놈들이 지평선 위에 나타나면 시작한다."


시삽이라 불리는 익명의 사나이가 니힐한 표정으로 감정 없이 지시한다.


운영진을 위시한 각 회원들, 성공을 빌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너 나한테서 빌려간 시디 언제 줄거야"라며 언성을 높이는

몇몇 사람들도 보이지만, 그들의 눈동자에는 하나같이 국토 수호, 지구 방위,

애니동 사수의 결의가 가득했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마침내 화성인의 대함대가 지평선 위로 불꽃을 내뿜으며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그때를 기점으로 결사의 게시판 사수작전... 아니 지구방위작전이 개시되었다.


"음량 최대! 각 부서 Stand By!"

"아직은 이르다, 좀더 접근하게 놔둬. 좀더, 좀더... 앞으로 백미터다!"

"스피커 이상 없음!"

"앰프 이상 없음!"

"전원 이상 없음!"

"앞으로 오십 미터!"

"전원, 피폭에 대비하라, 솜으로 귀를 막고 헤드폰을 착용하라!"

"삼십 미터!"

"프로젝터 준비!"

"십 미터!"

"온다, 지금이닷!"


그 순간, 그들의 최첨단 A/V기기에서 차마 정상적인 신경을 가진 어른이라면

참고 들어주기 어려운, 실로 형언할수 없는 음악이 쏟아져 나왔다. 갑작스런

기습을 당한 화성인들은 신속히 그 공격을 분석하며 대비책을 즉석에서 세우려고

시도하였지만,그러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그 공격의 성질 자체가

애초에 해석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공격에는 어떠한 원칙도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지구 전역을 휩쓸던 화성인의 주력함대는 궤도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이민선단을 포함하여, 하나도 남김없이 자폭하고 말았다.


지구는 구출되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데 다시 모여 성공을 자축

하는 애니동 및 정부 인사들. 그러나 생리적으로 정부와는 별로 맞지 않았던

그들은 의례적인 모든 인사를 씹고 과감히 자기들의 영역인 게시판으로 복귀한

다. 그들의 의연한 모습은 마치 지구를 구해내고도 아무 보상을 바라지 않는

진짜 정의의 사자들같이 보였지만, 그들은 이미 선단이 전멸하던 그 시점에, 몇몇

영화사들 및 출판사들, 팬시용품업체와 계약을 재빨리 맺어놓고 한달 뒤의 손익

계산을 속으로 하고 있었던 것 뿐이었다. (이것도 믿거나 말거나다)


대통령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잠깐만! 그 공격법의 이름을 알려줘야 우리가 다음에 또 그런 사태에 대비할 수

있지 않겠소?"


시삽이 차갑게 돌아서더니 살얼음이 깨지는 듯한 목소리로 답한다.


"그건 당신과 관계없지만, 알고 싶다면 가르쳐드리지.

마.상.원.어.택. 이라고 하오. 기억해 두시오!"


그리고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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