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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8] 마스터가 말하는 <특촬이란 무엇인가?>
감상과 연구/특촬관련 | 2010. 7. 13. 00:24

여러분의 의견을 들은 끝에 (내심 좀더 많이들 얘기해줬으면 바랬지만)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여 써 봅니다. 어줍잖은 글이라도 너그러이 봐 주시길...

[...]
 


그리고 특촬의 범위에 대해서인데, 사실 이것만큼 근본적이면서도 논쟁거리가 되기 좋은 문제도 없다고 생각되지만, 다른 분들의 의견과 비교하여 제 생각은 어떠한가 하면...


본래 '특촬 = 특수촬영'이란 말 자체는 영어의 F/X[effects ; 효과]에 대응하는 것으로, 약간 특화시킨 표현으로서 SFX[Special Effects ; 특수효과]라고도 하죠. (미국에서는 SFX란 말은 별로 안 쓰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말 자체로만 놓고 보면, 특촬이라 함은 평범한 촬영기술로는 얻을 수 없는 시각적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사용되는 '기법' 혹은 '기술적인 트릭[속임수]'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지 어떤 특정한 '장르' 혹은 '작품군'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호를 비롯한 일본 영화사들이 2차대전 전후에 여러 흥행작품(전쟁영화와 환상영화의 2가지로 대별되는)들을 만들어가면서 그러한 작품들을 제한된 예산과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특수효과를 동원하여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그런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비일상'적인 영화들을 (특수효과가 필요없는) 보통의 영화와 구분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주로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외국의 환상영화와도 구분짓는 의미에서 '특촬영화'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 흐름이 TV와 비디오 업계로도 이어져 오늘날의 '장르[혹은 카테고리]로서의 특촬'로 완성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비일상' 혹은 '비현실'이라고 해서 반드시 특수효과가 사용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평범한 촬영기술을 사용한 일반영화나 심지어는 무대 연극에서도 '비일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사건 혹은 경험을 묘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사실 특촬작품은 내용상의 '장르'구분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같은 특촬이라도 여러가지 다른 소재나 내용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고, 요즘은 장르의 혼재나 복합화 현상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구분 기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고지라의 아버지인 도호의 제작자 타나카씨는 인터뷰에서 자기가 만든 특촬영화들을 대체로 전쟁 / 괴수 / SF / 판타지 / 호러 5가지의 장르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후기 도호의 대작 재난영화들이 보여줬던 'IF특촬'[현실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대규모의 재난이나 격변을 다루는 특촬영화]과 츠부라야, 토에이의 TV작품들이 개척한 '히어로 특촬'을 더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에 나온 거의 모든 특촬영화는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럼 '아이돌 특촬'은? 본래는 아이돌 영화인데 특촬의 요소를 가미한 것뿐. 이라고 생각. -_-)


그런 까닭에, 일반적으로 '특촬작품'으로 구분짓는 기준은,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 작품에서 특촬이라는 요소를 제외해도 작품이 제대로 성립하는가? 라는 것에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춤추는 대수사선>이나 <셜 위 댄스?>는 특촬이 없어도 성립하지만, <고지라>나 <울트라맨>에서 특촬을 빼면 완전 짚단 없는 허수아비, 팥 없는 팥빵, 등껍질 없는 가메라, 애니 없는 샤이다(이건 좀 심했나?)입니다.



물론 이러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도 간혹 나타나는데, 그 경우는 기본적으로는 타 장르로서 성립 가능하지만, 연출이나 표현상의 효과를 위해 특촬을 이용하거나 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래 아이돌 무협 학원 경파물[?]인 <스케반 형사>처럼) 여기에 대해서도 물론, 특촬의 주변장르 혹은 자매품(?)으로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특촬에 영향을 주었거나 (<킹콩> 등) 영향을 받았거나 (<우뢰매> 등), 혹은 특촬작품을 원료로 2차 가공을 거쳐 현지화시켰거나 (<파워레인저> 등) 하는 '관계'가 뚜렷이 파악되는 작품에 대해서도 국적과 내용을 불문하고 넓은 범위의 특촬 안에 포함시켜 보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선더버드>는 아예 일본인들로부터도 특촬의 고전으로 떠받들어질 만큼 100% '특촬'로서 인지되어 있고 말이죠.



문제는, (일본이 아닌) 타국 작품 중에서도


1) 이러한 계보상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고, 단지 '특촬을 즐기는 감각'으로 더불어 즐기는 것이 가능하며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특촬이다'라고 [장난삼아] 말할 수 있는 작품 (<에어울프>, <전격Z작전>, <플래쉬 고든> 등등)


2) 계보상의 관계는 인정되지만 해당 장르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메이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굳이 이곳에서 (잡담삼아 이야기하는건 별개로 치고) '본격적으로' 연구할 필요는 없는 작품 (<스타워즈>, <X-파일> 등등)


이런 경우는 특촬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


그럼 왜 위와 같은 것들이 특촬이 아닌가 하고 의아해 하실 분을 위해서 부연.


만약 '특촬'의 사전적 의미인 '특수효과'라던가, '특촬영화란 특촬이란 요소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영화'라는 구분 기준만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위에 말한 것들을 포함하여, 국적을 불문한 전세계의 SF / 판타지 / 활극 영화는 대부분 '특촬'이 되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특촬'에는 그러한 사전적 의미를 떠난 또 한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 역사적, 문화적인 의미를 말하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특촬이란 (있으면서도 없는 듯한) 장르는 일본 영화계가 외국(주로 구미의) 환상영화를 따라하려고 실험과 시도를 거듭하면서 차차 완성된 것으로,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또한 거기에는 모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영화, 시대극, 가부키, 인형극 등등 일본이라는 사회의 여러가지 문화적 요소와 시대적 상황들이 녹아들어가, 오늘날과 같은 특촬을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 뜻에서, 特撮[tokusatsu]란 단어에는, '기법/트릭', '장르/카테고리' 라는 두가지 기본적인 의의 외에, 일종의 '문화'로서의 아우라aura도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대세를 점유하고 있던 헐리우드 장르영화에 대한 [일본 내부에서 통용되는] 대안으로서의 의미, 2차대전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일본 전통예능의 [변형과 조합, 생략을 거친] 현대적 계승, 기타등등.


{※물론 저 '대안'이라는 것이, 일본 밖에 사는 우리에게도 반드시 옳다거나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방향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촬'에 대한 우리만의 '대안'이 필요한 그런 시기가 찾아올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전에 특촬이 일반에게 널리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조성되어 '우리도 만들면 어떨까'라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솔직히 현재로서는 무리.}


[...]


그런 뜻에서 제가 생각하는 '특촬'이라는 것은 협의[좁은 뜻]의 특촬, 즉 일본의 특촬작품과 그와 관련된 일본 및 세계의 작품들, 이라는 것에 한정된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그외의 작품은 들어갈 수 없다! 라고 하는 건 편협한 일이기도 하므로 결국 그외의 작품에 대해서는, 개개의 작품에 대하여 따져본 뒤에 '이건 특촬로서 이야기할 만하다!'라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상관없다, 라는 예외조항도 물론 있어야겠죠. <스파이더맨>을 위시한 아메리칸 코믹 히어로의 실사영화화는 그런 뜻에서 충분히 좋은 화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담이지만 어떤 일본인은 이번의 <스파이더맨>을 보고 '쿠우가와 비슷하다'라고 평을 할 정도였으니;;;)


{※일본인들 자신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게, 그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자기들의 '특촬'에 대해서 [굳이 말로는 설명못해도 직감적으로 구분 가능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는 바탕 위에, 외국의 영화는 '이런 것이 있다더라'하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 된다는 편리한 위치에 있어서 말이죠.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둘다 '낯선 외국의 것'임에 틀림없으므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금후 다른 작품에 대해서 또 이야기를 할 때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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