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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06] 울트라하 익스트림 -THE 극장판- 3/3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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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E DECISION




라하세르는 본국에 조정자 사퇴 신청을 발신했다. 그녀의 손을 떠난 메시지 캡슐이 보라색의 빛나는 공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라갔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유이가 다가와서 물었다.

“역시... 가려고?”

“응, 나는 아무래도 자격미달인가봐. 나 대신 능력있는 사람이 있어야 해, 이 자리에는...”

“그걸로 끝이야?”

“뭐가...?”

“치프의 유언은 어떻게 할 셈이지?”

“그건... 단지 나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호의 때문에... 그런 것 때문에 당신들 RATS의 중요한 문제를 함부로 결정할 수는...”

“치프의 결정이 바로 우리의 결정이야. 알잖아?”

“그래도 나는 치프의 뒤를 잇기에는... 나는 지구인도 아니고, 능력도... 그리고 무엇보다, 치프가 그렇게 된 건 나 때문에...”

“실망스러워.”

“응?”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 너 혼자만이 아냐. 우리 모두가 그날 부주의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거고,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어. 네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네가 그때 달려가지 않았어도 치프는 죽었을지도 몰라.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은 좋지만, 그것 때문에 치프가 너에게 너를 믿고 넘겨준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과연 옳은 거야? 너 그정도밖에 안되는 애였어?”

“...뭐라고 말해도 좋아. 나는 너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고, 그것을 갚을 방법이 없는 한, 내가 여기 있는건 너희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일 뿐이야. 나는 여기 있으면 안돼. 나는...”

“바보!!!!!!!!!!!!!!!!!!!!”

울음을 터뜨리는 유이를 위로한 뒤, 라하는 억지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네가 피아노를 다시 치기를 바래.”



“가시는겁니까.”

언제나 차분한 남자 유트가 그녀를 불렀다. 원래 지구에 왔었던 때의 의상을 갖춰입고 얼마간의 소지품을 챙기고 나니 남는 것은 별로 없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고 언젠가 지구의 누군가가 말했다지.

“네, 더 이상 있어봤자 폐만 끼칠 것 같고, 치프의 일도 마음에 걸려서...”

유트는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라하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렇다면 할수 없지만... 후임 치프의 선정이 있을 때까지는... 치프의 지명을 받은 당신이 있는 편이 좋지 않을지요. 지금 같은 때에는...”

“그 일이라면 유트씨가 닥터와 잘 상의해서 해나가실 수 있으리라 믿고 있어요.”

“저는 기술자이지 지도자가 아닙니다. 닥터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저는 바보 멍청이고요.”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어요.”

“알아요. 제가 잠시 자제력을 잃었군요. 아무튼... 저는 더 이상 여기 있어서는 안돼요. 제가 떠나는게 해결책이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상처를 더 이상 떠올리게 하지는 않을...”

유트는 라하의 말을 막으며 그녀의 어깨를 꽉 잡고 말했다.

“누구에게든 손을 내밀어 보라고 미냐에게 말했던 건 당신 아닌가요?”

라하는 할말을 잃고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걸어가는 유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역시 지훈은 격납고에 있었다. 왠지 떠나가기 전에 그를 한 번이라도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를 미워하겠지. 애초부터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으니까. 이제 내가 간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앓던 이 빠진 듯이 시원하다고 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책임도 못 지고 도망가는 비겁자라고 할까.

그러나 그의 말은 전혀 뜻밖이었다.

“치프가 죽은 게 당신 탓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어.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고도 싶었지만, 사실 거기에는 내 잘못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지. 적어도 당신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구. 하지만...”

라하는 불안한 시선으로 그의 빛나는 눈동자를 쫓고 있었다.

“...치프가 그토록 믿음을 주었던 사람이 당신 같은 약골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치프를 얼마나 동경하고 따랐는데... 그런데도 그런 믿음을 얻을 수가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주제에 지난 1년간 치프와 같이해온 우리들보다 훨씬 더한 믿음을 얻게 되다니, 뭔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구. ...하하, 어쩌면 질투일지도 모르지. 아니 분명 질투였을 거야. 외계에서 온 괴물과 경쟁하는 지구바보들... 하지만 분명 치프가 믿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걸맞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우리’ 치프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로군.”

라하는 뭔가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지훈은 휭하니 돌아서서 자기 숙소로 가버렸다. 라하는 그 자리에 서서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빛이 바랜 제트 바이퍼 대장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치프,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지만 끝내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미냐, 끝까지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언니는 이제 먼 별로 돌아가야 해. 으응, 먼 별로... 아냐, 너희들이 싫어져서 그런게 아냐. 그냥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서... 내가 너무 잘못한 게 많아서... 너희들을 더 이상 괴롭게 하기 싫어서 말이지. 아냐, 아주 가버리는 건 아냐. 언젠가는,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게, 그때는 함께... 새 곰돌이를 사러 가자, 응?”

물론 돌아온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미냐에게 주는 마지막 인사는 닥터에게 부탁해서 비디오 메일로 남겨두었다. 미냐를 직접 보았다가는 울음을 터뜨려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녹화하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말이 헛나오고 눈물이 흘러나와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라하는 자신이 편지를 녹화하는 그 광경을 미냐가 병실 한구석에 숨어서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SM87성운 여왕좌에 위치하는 라하세르의 고향별에는 지구의 언어로 표시할 수 있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다. 기껏해야 몇가지 별칭이 전해내려오는 정도일 것이다. 아무튼 이 별은 머나먼 옛날 울트라인의 선조가 개척하여 식민지화한 여러 행성들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 행성의 중심부를 가르는 거대한 에너지의 고속증식로, 엠프레시아 타워를 바라보면서, 전직(前職) 조정자 라하세르 바스타젠 드 올트란 6세는 착잡한 심정으로 여왕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의 여왕인 에스페르․사보티나․유․체리는 라하세르의 조정자 지원을 극구 반대했었다. 장래가 보장되는 여왕 후보 교육과정을 헌신짝 던지듯이 버리고 구태여 위험과 장애가 난무하는 변방 행성의 조정자 업무를 신청하다니,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라하세르는 자신이 여왕이라는 직함이 없이도, 한 사람의 당당한 전사로서 제몫을 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원하였고, 이제까지 두세 행성의 조정업무를 그런대로 잘 처리해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그녀의 상념을 깨고 화려한 엘=라비건 복식 차림을 한 울트라의 여왕이 공중을 떠 다니는 이동식 리플랫을 타고 면담실로 들어왔다.

“라하세르, 이제는 결심이 섰나요? 조정자의 일이 얼마나 천하고 결점투성이인지, 그리고 노력에 비해 얻는 건 없고 잃는 건 많다는 것을 잘 알았겠죠?”

“에스페르님, 저는......”

“당신은 벨․라카데미아의 역대 최우수 졸업생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었으니, 언제라도 여왕 후보의 자리에 올라 드로메다계(界) 유학을 떠날 수 있는 몸인데, 어째서 그런 천한 일을 택하였는지 알 수가 없군요.”

“그것은......”

“아, 잠깐만요, 뭐라고? 긴급연락? 아뇨, 상관없어요. 이리로 연결해요.”

면담실의 한가운데 있던 거대한 수정 구슬에 어떤 입체영상이 투영되었다. 무너진 폐허들 사이로 뻗어있는 외계의 구조물과 그것을 해체하려는 인간들, 그리고 다시 그것을 막으려고 날뛰는 괴수... 그것은, 벨제바이트-S의 역습에 직면하여 와해직전에 있는 RATS의 모습이었다!

“미안해요 라하세르. 연방에서 직통으로 들어온 긴급 처리 요청이라서 여기까지 들고 들어올 수밖에 없었네요. 그러고보니 당신이 갔던 별도 저곳이라고 했죠? 저런 하등동물들을 지키느라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해야하는건지 참...”

영상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RATS의 비참한 상황을 직접 보는 것 이상으로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그들은 아무래도 기지마저 잃고 최후의 총력전을 벌이는 것 같았다. 미냐를 안고 분주하게 부상자를 돌보러 뛰어 다니는 닥터 잼의 모습까지 보였다. 곰인형의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라하세르의 가슴 속에서 뭔가가 타올랐다.

아주 중요한 뭔가가.

“에스페르님, 저는 다시 한 번 조정자로서 지구에 파견되기를 바랍니다.”

여왕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다시 지구에?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건가요? 나는 당신이 조정자를 사퇴하고 정식으로 여왕후보 코스를 신청하러 온 줄 알았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고 싶군요.”

“이제까지는 저는 항상 도망치기만 했었습니다. 주변의 기대로부터도, 내가 상처입힌 사람들로부터도, 그리고 나 자신으로부터도... 하지만 저기, 저 사람들은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이 저렇게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든지 도망칠 곳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지만... 저들에게는 저곳이 바로 집입니다. 저런 것이 바로 생활입니다. 도망가려 해도 더 이상 도망갈 길이 남아있지 않은 그런 곳에 저들은 살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는 더 이상 도망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들과 함께, 저들의 삶을, 저들이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저의 일부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있을 곳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남에 의해서 주어지는 곳이 아닌, 제가 찾아낸 곳에, 그곳에 있고 싶습니다.”

“흐음.”

여왕은 짐짓 흥미없다는 듯이 헛기침을 하면서 답했다.

“유감이군요. 나는 당신을 유력한 차기 여왕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그쪽에는 전혀 뜻이 없다는 말이지요. 아쉬운 일인데요.”

“여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요.”

“알았습니다. 막지는 않겠어요. 그럼 가도록 하세요, 라하세르.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세요. 더 이상 사퇴는 허용되지 않아요. 그리고 앞으로 한 5천 사이클 정도는 여왕 후보 등록도 못하게 됩니다. 아시겠죠?”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곧바로...”

“오, 마음대로 하세요. 난 지금 매우 화나 있으니까. 다시는 당신 얼굴을 보지 않기를 빌겠어요.”



라하세르가 초스피드로 지구를 향해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며 탄식을 하는 여왕의 뒤편에서, 또 다른 울트라인이 나타나 질문한다.

“어째서 라하에게 그런 영상을 보여주신 겁니까? 그애의 마음이 변할 거라는 사실을 뻔히 예상하셨으면서...”

“라하세르의 고집은 젤라누스 통나무도 당하지 못하니까요.”

“진지하게 답해 주세요.”

“그편이 본인의 적성에 더 맞는다고 판단되기도 했고,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라핀성인의 계획을 저대로 진행되게 두어서는 안되기 때문이에요. 지금 연방 평의회는 중대한 실수를 하고 있어요.”

“네?”

“라핀성인의 계획은 고작해야 별 하나 정도가 아닙니다.”

“그러면요?”

“우리의 차원 전체, 아니 어쩌면 다른 차원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몰라요. 아니메타 의장은 이러한 것까지 밝혀내고서도 오히려 그것이 미칠 파장을 우려하여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죠. 누군가가 연방 대신 나서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요.”

“에스페르님은... 라하가 그러한 큰 일을 해결할 재목이라고 보십니까?”

“혼자서는 힘들겠죠.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히메로피.”



이제는 정말 끝장이었다.

벨제바이트-S의 무서운 날개 충격파와 텔레포테이션 손톱, 그리고 몸 여기저기서 뿜어대는 타르연기의 물결에 RATS와 방위군 잔존부대는 전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사방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메카는 고철이 되고, 사람은 송장이 되고, 작가는 녹초가 되었다. (...뭐냐 이건?)

“이런 때, 울트라하가 있었더라면...”

“그 겁쟁이 얘기 꺼내지도 마! 이런 때 도망가는 게 무슨 조정자야!”

헬멧에 가려진 지훈의 이마 위에 땀이 번들거린다.

그러잖아도 치프를 잃어 흐물흐물한 지휘계통이 이번의 습격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버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혼란에 빠진 각 편대는 철저히 각개격파전술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체계적인 작전이나 전술이 없는 한, 장기전을 버텨나가는 것은 무리다.

안전지대에 있는 임시정부나 바다건너의 MAAX 또한 이들을 완전히 포기한 눈치였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비탄과 분노를 한가득 담아서, 유트와 지훈은 이미 4대밖에 남지 않은 전투기 편대를 지휘하여 힘껏 싸웠고, 유이는 남은 지뢰를 몽땅 퀀텀지프에 적재하고 자동운전을 이용하여 괴수에게로 돌진시켰고, 닥터는 미냐와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돌보며 극한상황에서 의학이 어디까지 갈수 있나를 유감없이 시험하는 중이었다. 다른 대원들과 방위군 병사들 또한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또 한 대의 에어 디바이더가 떨어지고 지훈의 제트 바이퍼도 엔진과열로 불시착하여, 괴수의 발밀에 깔리기 직전!

그들은 보았던 것이다. 하늘에서 날아온 우아한 보라색의 광구(光球)를.



광구로부터 빛의 거인으로 변신한 울트라하는 초고속의 전법으로 괴수의 감각기를 혼란시키면서 맹렬한 타격을 가했다. 한때는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던 벨제바이트-S였으나, 다시 기운을 되찾고는 두꺼운 타르연기로 자기의 전신을 덮어쌌다. 연기가 걷힌 순간 나타난 것은, 더욱 무서운 형태로 진화한 벨제바이트의 제3형태, 초파괴수(超波怪獸) 벨제바이트-A(Absolute)였다. 두 개였던 팔은 좌우 네 개씩 총 8개로 늘어났고, 다리 또한 팔과 같은 형태로 변모하여, 멀리서 보면 마치 인간이 두 손목을  맞대고 두 손바닥을 앞을 향해 좌우로 펼친 듯한 기묘한 형상이 되어 있었다. 머리로 생각되었던 돌출부는 없어졌고 그 대신 동체 한가운데에 세 개의 찢어진 입과 한 개의 수정질(水晶質)로 된 눈이 나 있었다. 날개는 더욱 커져 하늘을 향해 쫙 펼쳐져 있었다. 괴수의 변모에 당황한 거인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 괴수는 날렵한 속도로 다가와 마치 펼친 손바닥을 움츠리듯 사지를 앞쪽으로 꺾어 거인의 전신을 둘러싸고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열공격을 펼쳤다. 마치 전자레인지에 들어간 것처럼 수천 도의 열선에 휩싸인 울트라하는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그 덫을 빠져 나오려 하였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사이엔가 앞쪽으로 꺾인 괴수의 사지들이 서로 결합하여 감옥의 창살처럼 거인을 둘러싸 버린 것이다.

멀찌감치 피해서 사태를 지켜보던 유트의 에어 디바이더가 그 이름처럼 바람을 가르고 괴수 쪽으로 접근했다.

“이게 진짜로 쓸모가 있는가 한 번 볼까!”

유트는 괴수의 세 가닥으로 된 꼬리를 잽싸게 피하면서 모종의 스위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요격기의 아래편 커버가 열리면서 단파 레이더를 연상케 하는 어떤 장치가 튀어나와, 괴수에게 초점을 맞춘 강력한 자계(磁界)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금속을 흡수하여 철회색을 띠고 있던 괴수의 일부분이 서서히 자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벨제바이트-A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울트라하는 놀라운 힘으로 앞쪽을 가로막은 괴수의 사지를 양 옆으로 쫘악 벌리고서 덫으로부터 탈출했다.

하지만 에어 디바이더에 장착된 문제의 장치는 그 순간 또 망가졌다.

“......하하, 아무래도 좀더 개량을 할 필요가 있겠는걸...;;;”

괴수는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지만, 거인의 공중3단돌려차기가 그것을 허락치 않았다. 분노에 불타는 은빛의 거인은, 엄청난 힘으로 괴수의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 두 번 다시 부활하지 못하도록 반양자광선으로 모든 파편을 불태워버렸다. 또한 조정자의 계율을 잊은 것인지, 그 일대에 자리하고 있던 라핀성인의 구조물 수백개를 연쇄폭파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라하세르는 폐허 한 복판에서 메탈부채를 꽉 쥐고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치프... 나 결국 돌아왔어요. 하지만 그들이... 나를 받아줄까요? 그들을 버리고 도망갔던 나를...?’

라하세르는 일단 돌아오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괴로웠다. RATS를 구한 것으로 그들에 대한 사죄는 일단 마쳤다고 해도, 그들이 예전처럼 자기를 받아줄까? 결국 그들과 헤어져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혼자만의 길을 가면서 지구를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여왕에게 밝혔던 그 거창한 결심은 뭐가 되는 거지?

그녀는 그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도망가는 것은 더욱 두려웠다.

“라하! 돌아왔구나!”

유이의 목소리였다. 어딘가 반가움과 그리움을 가득 담고 있으면서도,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그런 목소리...

“역시 돌아오시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유트는 여전히 차분하다.

지훈은 그냥 차가운 눈길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닥터는 부상자 처리에 신경쓰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눈길만은 분명 이쪽을 향하는 것을 보면 라하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걸고 싶어 안달인 것만은 분명하다.

유트가 대표격으로 입을 연다.

“이제 준비가 되셨다면... 우리의 새 치프가 되어주십시오. 당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아니 있습니다, 분명히.”

“라하, 돌아와 줘. 더 이상 바보라고 부르지 않을게. 더 이상 도망친다고 원망하지 않을게. 정말이야...”

유이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다독거리며 유트가 기대에 찬 눈으로 라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라하세르는 역시 안되겠어, 라는 듯이 체념에 가득한 표정으로 살짝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저물어 오는 석양을 향해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돌아보지 않고...

그때였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가.........가지 마아.... 라, 라하....가면 미냐......... 싫어...........”

어느틈에 부상자 캠프에 있던 미냐가 곰인형을 끌어안고 그곳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닥터와 일동이 놀란 얼굴이 되어 그녀를 둘러싼다.

“기적이야, 이건!”

“6개월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던 아이가... 어떻게...”

“미, 미냐, 내가 누군지 알겠어? 말해줄래? 요 깜찍한 것!”

역시 그 목소리를 듣고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버린 라하의 어깨를 따뜻한 손이 감싸안았다. 고개를 돌리자 유트가 서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라하는... 서서히 그곳에서 돌아서서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스스로가 말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서 있던 미냐를 힘껏 껴안았다.

어딘가에서 환호성이 울렸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였다.

“미냐............... 나, 돌아왔어. 약속대로...”

잠시 뻣뻣하게 서 있던 미냐도 서서히, 팔을 움직여, 라하의 몸을 감싸안았다. 안고 있던 곰인형이 넝마처럼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소녀의 얼굴에는, 웃음이라고도 하기 어렵고 울음이라고도 하기 어렵지만, 분명 인간다운 표정이 돌아와 있었다.

삶의 표정,

희망의 표정이.

라하세르가 미냐를 끌어안은 채 벌떡 일어서서 주변의 동료들을 쳐다보았다. 다소 부끄러운 듯한, 그러나 감격스러운 얼굴을 한 채.

여전히 부루퉁한 얼굴로 아무 말도 않고 서 있던 지훈이 벨트에서 뭔가를 빼내어 그녀에게 건네준다.

“헤이 아가씨, 소포 왔수다.”

그것은 바로 죽은 어메 치프가 아끼던 DD블라스터였다.






―終劇―







극장판 테마

◆  TWIN  EARTH  ◆



언젠가 잠에서 깨어나

이런 생각 해본적 있으신가요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

또하나의 내가 있을거라고

찾아도 찾지못할 어딘가에

새로운 내가 있을거라고


Ah 꿈은 헛된것이 아니에요

믿음으로 이뤄지는 바로 그런 것

Ah 희망은 환상이 아니에요

당신이 살아갈 힘이 되는 것


Twin Earth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Twin Earth 언젠가 만나보고 싶어져요

Twin Earth 새로운 내가 존재한다면

Twin Earth 얼굴을 마주보며 인사하겠죠

Twin Earth ‘처음 뵙겠습니다’


언젠가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생각 해본적 있으신가요

아무도 생각못한 어느곳에

열심히 사는 내가 있을거라고

시공의 반대편 어딘가에

보다 멋진 내가 있을거라고


Ah 아직도 늦은건 아니지요

지금이 바로 가장 중요한 시간

Ah 누군가 당신을 생각한다면

손을 내밀어요 바로 지금


Twin Earth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Twin Earth 언젠가 만나보고 싶어져요

Twin Earth 새로운 내가 존재한다면

Twin Earth 얼굴을 마주보며 인사하겠죠

Twin Earth ‘처음 뵙겠습니다’


You Gotta Believe Yourself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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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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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THE COUNTERPART




동거녀는 뜨거운 초코호빵을 후후 불어가며 신나게 먹고 있었다. 옆에서 배고프다고 마구 울어대는 아롱이의 야옹야옹 소리도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으로 스윽 넘겨버리면서, 자취하는 집 옥상 위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겨울의 낭만을 즐기는 그녀의 뇌리에, 갑자기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몰아쳐 왔다.

‘......뭐지? 누구?’

슬프지는 않지만 뭔가 비장하고 결의에 찬 듯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격과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충만한 그런 감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잘.... 됐구나. 나도 기뻐...’

거녀는 호빵이 식어가는 것도 잊은 채 고향별이 있는 성운을 찾아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시각에, 지구 주변의 우주공간 두세곳에서는 보통때에는 잘 관찰할 수 없는 차원의 미세한 균열이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NOT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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