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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3-15] 울트라하 : 외전 '자기만의 방'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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ウルトラハ外傳

~  THE ROOM IS NOT ENOUGH!  ~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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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는 새삼스레 자기 자취방의 전경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정리정돈은 나하고는 거리가 먼가봐.”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년간 대청소를 거의 안한 탓에,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쌓인 채로 정리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적적할 때 보려고 고향에서 가져온 갖가지 물건들은 물론이고, 지구에 와서 새로 구한 것들까지 한데 섞여 묘하게 질서없는 분위기가 방 전체에 퍼져 있었다.

청소, 세탁, 취사 같은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그나마 찾기 쉬운 곳에 정돈되어 있어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중요하게 여기기는 해도 평소에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것들, 이를테면 발․데마르 행성계의 폭발성 광물이나 칼리스테 12행성의 ‘휘파람소리나는 두줄기잎사귀풀’, 카피카스 7행성의 애완용전기쥐 표본, 에메테르 제1대성운의 ‘환각의 검은 구슬’, 이웃 소년 해돌이에게서 슬쩍한 울트라면 피규어, 선림의 고향에 놀러갔을 때 사온 토산품, PETS 취직 당시 받아두었던 홍보자료 ‘우리는 우주의 환타지’ 같은 애매하고 괴이쩍고 별다른 쓸모도 없으면서 자리는 무지하게 잡아먹고 보관하는 데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여 정신을 소모케 하는 애매한 물건들은 가끔가다 그런게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들여다보고는 다시 던져두고 하는지라 정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유학 온 이후에 지구의 문화에도 상당히 빠져든 덕분에 그동안 사모은 만화책, 팬시, 잡지, 액세서리, 동인지(...)를 여기에 합치면 한 트럭 분량은 족히 되고도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함께 사는 고양이 아롱이의 변덕스런 생활습관에 맞추기 위해 물건들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고 하다 보니 혼란은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이래서는 정신 사나워서 집중이 안되잖아. 여왕 후보의 방이 이래서야 말이 안되지. 히메가 저번에 왔을 때 이 방을 봤다면 날 얼마나 비웃었겠어... 역시 여기에는 개혁이 필요해!”<불끈>

어느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기보다는 나날이 조금씩 키워온 불만이 어느샌가 그러한 결심을 할 정도로까지 자라 있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까? 무턱대고 하기보다는...”

아롱이는 주인의 걱정도 모른채 밥달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거녀의 다리에 뺨을 비비지만 무정한 주인은 방의 조감도를 그려보며 이걸 저리로 옮기고 저걸 여기에 집어넣고 그걸 거기다 두고 기타등등의 백일몽에 빠져 정신없는 판이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신통하게 여겨지는 것이 없었다.

거녀는 펜을 옆에 내려두고 책더미 위에 몸을 누이며 애매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조언을 구하는게 낫겠어. 우웅;;;”

아롱이는 밥 달라고 투정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어떻게 하면 어제 먹다 남은 통조림의 뚜껑을 열 것인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만지작만지작.



“방 정리? 봄맞이 대청소라도 하려나 보네?”

하라의 아뜰리에는 사실 완벽하게 정리된 장소는 아니었다. 하라 자신이 애초에 자기 방을 꾸미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만큼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침대와 취사 공간을 빼놓고는 사방에 미술도구와 잡동사니들이 널려 있고 여기저기에 물감이나 목탄 자국이 가득했다. 심지어 한쪽에는 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자필 추상화가 벽을 캔버스 삼아 그려져 있기도 했다. 어느날 밤에 잠을 자다가 영감을 얻어서 그림을 그리려고 했으나 종이가 떨어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벽에다 그렸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그런대로 볼만하여 장식 삼아 내버려 두었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전해지는 추억의 그림이란다.

“글쎄, 참고가 될는지 모르겠는걸. 어질러져 있는 건 내 방도 마찬가지라..”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거녀의 방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 방에 있는 물건이나 장식들은 어느 것 하나 쓸모없이 그냥 널부러져 있는 것은 없었다는 점이다. 정말로 필요없는 물건은 그때그때 확실하게 처분해 버리는 습관 때문에 꼭 필요한 것들만이 방에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물건들이 겉보기에는 불규칙적으로 널려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위치 하나하나에 일정한 체계가 있어서, 필요한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쉽도록 되어 있었다. 하라대원 본인의 소탈하지만 치밀한 성격이 그녀의 방에도 알게모르게 배어들어가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이건 뭐예요?”

거녀가 무심코 벽장의 문을 살짝 잡아당겼다.

“아, 함부로 열면 안....!”

다음 순간 거녀는 금속성으로 번쩍이는 바주카포와 DD라이플의 산에 깔려 있었다. 방위군 창립시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베리에이션이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훌륭한 컬렉션이었다.

“......알았어요. 무기고였군요......<-_->”

거녀가 바둥거리며 납득했다.



“방정리의 ABC는 일단,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두면 가장 편안하고 보기에 좋은가를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과학적으로.”

피요의 아담하고 아늑한 하숙방은 1인용 침대 하나에 적당한 크기의 책상 하나, 그리고 전기 스탠드를 올려놓을 수 있는 자그마한 탁자와 책꽂이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침대보라던가 탁자 커버의 장식 등에 반영되어 있는 밝고 귀여운 색상으로 미루어 보아 보통 소녀의 방과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라는 것은 표면적인 인상에 지나지 않고, 뭔가 남다른 것도 가득하다. 예를 들면 벽에 걸려있는 브로마이드의 주인공이 아이돌 스타 MC=젤론=고고가 아닌 세기의 과학자 알비레오 레바스카라던가, 침대를 뒤집으면 플라스크와 비커와 계측기가 가득한 실험대로 변신한다던가, 탁자 위의 전기 스탠드가 스위치 조작에 따라 적외선 투과기로 사용된다던가 하는 것은 역시 천재 소녀의 방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나는 특색이었다.

가장 대단한 것은 천정을 완벽하게 개조하여 밤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3차원 입체영상에 의한 모의 천체관측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거 보이죠? 가장 자주 쓰는 것들은 서랍의 바깥쪽에 늘어놓고, 잘 돌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안쪽으로 모아놓는 거예요. 서로 섞이지 않도록 시기나 종류별로 꼬리표를 달아놓고, 아, 물론 견출지를 사용해도 상관없어요.”

거녀는 피요의 ‘퍽이나 과학적’인 설명에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다.



“만날 게으름만 부리더니 웬일이라냐? 역시 산에서 조난당하면 사람도 변하는 모양이지?”<^^>

“놀리지 마세요. 그러잖아도 방이 어지러워서 심란한데...”<T.T>

미나대원의 방은 앞서의 두 사람보다는 평범하고 소박한 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가구와 집기 모두 주인의 행동반경을 고려하여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고, 장식은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재활용 수공예가 대부분이었다. 못쓰는 스틸캔이나 프링글스 병을 솜씨있게 이어붙여 환상적인 장식품을 만들어놓은 솜씨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벽과 일체로 되어있는 고정식 책꽂이에는 의학․약학․한의학․간호학 관련서와 그밖에 취미로 읽는 책들, 그리고 출처가 다소 의심스러운, 신비주의적 비교(秘敎)의 주문 외는 책들까지 보였다. 미나언니에게 오컬트 취미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거녀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물어보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남의 일에 너무 간섭할 필요는 없고, 그다지 해로울 것 같지도 않아 보여서였다.

그러나 거녀의 시선을 재빨리 알아챈 미나가 먼저 설명해버린다.

“아아, 저거 말이지? 박사님이 개인연구 목적으로 소장하고 계시던 고대 문헌인데, 그냥 재미로 빌려왔다가 아직 돌려드리지 못하고 있어. 그 뭐라더라... 옛날 캐러왕국인가 하는 애매한 국가를 믿는 종교 있잖아... 아, 그래, 분명히 파라핀교(敎)라고 했을 거야. ...주문? 아니,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신화나 전설이 더 많이 실려있어. 난 그런 데 관심이 좀 있거든. 라하환웅과 곰쇠 이야기 같은.”

거녀는 라하라는 이름이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온 것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화제는 곧 방 정리로 되돌아갔지만 이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참고가 될 만한 동료들의 방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 잊어먹고 만 거녀는 결국 지친 몸을 이끌고 잡동사니들을 헤집으며 정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의외의 문제가 있었다. 여러 가지 평소에 들여다보지도 않고 그냥 쌓아만 두던 물건들을 이리저리 끄집어내어 쓸만한가 아닌가를 알아내기 위해 잠깐씩 들여다본다는 것이, 그만 지나간 추억이나 상념에 꼼짝없이 사로잡히는 바람에, 몇 시간도 넘게 한 가지 물건만 들여다보며 과거를 되씹거나 공상에 잠기는 만행을 되풀이하고 만 것이다.

“..............야옹?”

그 와중에, 아롱이는 결국 통조림 뚜껑을 발톱으로 여는 방법을 터득했다.

하루가 다 지나가서 밤이 찾아오고, 그제서야 자신이 백일몽에 빠져 정리는 뒷전으로 미루어 버린 것을 알아차린 거녀는 허겁지겁 다시 정리를 계속하였지만 워낙 시간이 부족했던지라 그전보다 별로 나아진 것도 없었다.

“...이게 뭐람. 괜히 시간만 낭비한 거 아닐까. 차라리 딴 일을 했더라면...”

허둥대던 거녀의 눈에 문득 사진 몇 장이 들어왔다. 하나는 지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어색하게 웃는 표정으로 찍었던 미숙한 사진, 또 하나는 취직 이후 첫 망년회에서 PETS 전원과 찍은 광란의 사진, 또 하나는 ANC-98 방문 중 안시의 메인 시스템 앞에서 몰래 찍은 사진,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선림의 고향에 갔을 때 만난 겨니라는 눈(雪)빛 소녀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역시 별 생각없이 처박아 두었던 사진이지만, 왠지 오늘은 영 다르게만 보였다.

“....................”

거녀는 잠시 사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진들을 찾기 쉽도록 파일로 정리한 뒤에, 물건들을 대충 치우고 방 한가운데에 털썩 드러누웠다. 간만에 편안한 얼굴로.

“그래도... 그래도, 결국... 낭비는 아니었어...”

나머지는 다음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놓자.

거녀는 푸근한 마음으로 천정을 올려다보며 보이지 않는 별을 헤아렸다.

그리고 아롱이는...

네 발을 이용하여 물통을 기울이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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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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