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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02] 울트라하 : 외전 '울트라하, 팝니다!"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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ウルトラハ外傳

 ̄ BUY ULTRA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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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해 기자가 그 광고와 마주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하루의 고된 일과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좁다란 거실 한구석에 놓인 접는의자에 걸터앉아 텔레비전 리모콘을 누른 것이 그녀가 한 일의 전부였다. 그러나 기가 막히게도 바로 그때 그 웃기는 광고가 튀어나오고 말았던 것이었다.

“...의 꿈을 지키는 정의의 용사 울트라하의 액션 피규어 등장!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놀수 있는 이중관절 채택! 도시를 부수는 못된 괴수를 타도하러 출동이다! ♪여러분의 친구 용실업♬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울트라하 변신 수트도 있어요~”

금기자는 들고 있던 버드카이저 맥주캔을 신경질적으로 찌그러뜨리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멋대가리없는 장사꾼들이야......”

물론 수년 전부터 괴수출현사건이 빈발하면서 그와 동시에 괴수 자체를 상업적인 소재로 이용하여 크게 재미를 보는 사례가 많이 생겼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들은 바 있었다. 사건이 터졌다 하면 언론들은 연달아 서로 별 차이도 없는 특집기사를 앞다투어 싣고 자칭 전문가라는 이상한 사람들의 좌담회를 열었다. 그런가 하면 괴수를 팬시화하여 각종 상품 판매에 이용하는 예도 있었고, 때로는 외부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예전에 괴수가 쓸고 지나간 자리를 견학하는 ‘울트라 몬스터 투어’ 같은 허울좋은 관광상품이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괴수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이를 별로 탐탁치 않게 여겼고, 괴수열풍을 조성하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뚜렷이 반감을 드러내며 불매운동에 나서는 이들도 존재했지만, 아직 괴수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은 앙끄시의 대부분 지역과 바깥 세상의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직업상 잘 알고 있었던 금기자였기에, 말로만 듣던 괴수상품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의 짜증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눈 앞에서 마을이 불타고 사람이 죽는단 말이다. 마음 편히 게임으로 즐길 대상이 절대 아니다.

“...더군다나, 울트라하는 구경거리가 아니잖아. 도대체가...”

낙담한 금기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데, 몇 가지 관계없는 광고가 지나가고 나서, 더욱 희한한 것이 나왔다.

“당신이 내는 한푼의 세금이 가족의 생명을 지켜줍니다. -재해대책본부- ”

멘트만 들어보면 그냥 평범한 공익광고지만 문제는 그 화면에 지난번 사건에서 수마요수(水魔妖獸) 시드라스를 쓰러뜨리고 신축 댐을 지켜내어 수해를 막은 울트라하의 실제 활약이 생생하게 비추어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금기자는 사기업(私企業)뿐만 아니라 시 행정부에서까지 이런 식으로 미지의 구원자를 이용해먹는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는 몰라도 몇번씩이나 우리들의 위기를 구해준 은인에게 감사는 못할망정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자본주의란 것은 최소한의 도덕성도 팔아치워야만 성립하는 것이란 말인가?’

난데없이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로까지 비약하는 걸 보면 금기자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만하다. 홧김에 맥주를 남김없이 비워버리고 옆에 놓여있던 마른안주를 으드득으드득 씹어대며 생각을 계속하던 중, 금기자의 뇌리에 한 가지 엉뚱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울트라하에게 초상권(肖像權)이 있다면...?”

글쎄, 만약에 그렇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죠. 잘 생각해 보세요. 괴수는 분류상 일종의 자연재해로 다루어집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태풍이나 지진 같은 존재라고요. 수해 예방 캠페인을 만들면서 태풍을 내세운다고 해서 그게 태풍의 권리를 침해한 건 아니잖습니까? 울트라하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괴수상품에 대한 여러 가지 라이센싱은 먼저 따내는 자가 임자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러한 상품화권(商品化權)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하는 대행사가 그에 대한 모든 권리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리 엔터프라이즈의 계열사인 ‘건전기획주식회사’가 바로 그 회사였다. 금기자는, 최근 급성장한 업계 리더 100인의 인터뷰를 다루는 특집 프로그램의 취재차 건전기획 본사에 왔다가 괴수 및 울트라하에 대한 모든 판권을 통제한다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원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울트라하는 괴수와는 달리, 인격을 갖춘 지성체가 아닌가요?”

“그 인격이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울트라하도 우리에게는 괴수처럼 믿을 수 없는 존재이긴 마찬가집니다. 대체 무슨 속셈인지 누가 알겠어요? 그리고 만약 인격이 있다 해도, 울트라하는 현행법으로 보호받을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일원이 아니니까요. 어디까지나 그녀는 외부인이지요.”

그녀는 외부인이지요. 금기자는 온몸의 힘이 일순간 빠져나가는 듯한 씁쓸함을 맛보며 그 말을 몇 번이고 되씹었다. 그녀는 외부인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그렇더라도, 나는...”

“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쁘신데 제가 너무 쓸데없는 질문만 드린 것 같네요. 그럼 촬영 준비에 들어가죠. 정현씨, 이쪽에 초점을 맞춰줘요. 다련씨는 메이크업 부탁해.”

분주한 현장의 소리가 들려온다. 카메라에 디지털 테이프를 갈아 넣는 소리, 스탭들끼리 몇 마디씩 숙의하는 소리, 마이크를 두들겨 보며 테스트하는 소리.

그 모든 소리를 잠시 떠나서 금기자는 아까 못다한 말을 속으로 끝맺는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녀가 친구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바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빌딩의 유리벽 너머로, 펫츠이글 편대가 날아간다.

그 광경이 왠지 금지해 기자에게는 믿음의 깃발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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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tudio Astronut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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