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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5-10] 스타쉽 트루퍼스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감상과 연구/영화관련 | 2010. 7. 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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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전사』, 혹은 『스타쉽 트루퍼스』에 대한

정말로 도움이 안 되는 몇 가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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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版 『STARSHIP TROOPERS』


엄격한 형벌 제도와 강철같은 규율로 질서가 유지되는 미래의 인류사회. 이 세계에서 최고의 직업으로 치는 것은 스스로 세계를 수호함으로써 자신의 책임감과 용기를 증명해 보이는 군인이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시민권’ 또한 군대 복무 경험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물론 완벽한 전체주의 사회는 아니고, 군대에 강제로 갔다 와야 하는 일도 없어서, 질서만 잘 지키면 하고 싶은 일을 택하여 그런대로 잘 살 수도 있는 사회이지만, 일단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는 용서 없는 태형(채찍질)이 가해지고, 심하면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부유한 자산가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즐기며 고교를 나온 주인공 후앙 리코(애칭 조니)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처럼 얼떨결에 군대에 지원하여 험난한 인생길에 들어서게 된다. 조니는 최강의 병과라고 일컬어지는 기동보병으로 배속되어 군대사회의 혹독한 규율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경험하고, 엄격한 훈련 끝에 차차 한 사람의 군인으로서 성장해 간다.


조니는 정식 병사가 되자마자 실전에 투입되기에 이른다.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고 있었지만 이미 인류는 정체불명의 거미같이 생긴 외계 생명체들과 전쟁에 돌입하여 수많은 국지전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이들의 지구 공격이 개시되고 전면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중이던 조니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조니의 아버지도 군대에 지원하여 조니와 재회하게 된다.


일반 병사로서의 활동에 대해 뭔가 부족함을 느낀 조니는 친구의 권유로 사관학교에 입학, 이제까지 받아 온 것과는 또 다른 레벨의 훈련을 이수한 끝에 장교로 임관하게 되고, 마침내는 자기의 소대를 거느린 어엿한 한 사람의 지휘관으로서 전쟁에 뛰어들기에 이른다.


미국 SF계의 거장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이 1959년에 발표하여 이듬해인 1960년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전설적인 작품으로, SF의 하부 장르 중 하나인 ‘밀리터리(군사)SF’를 확립한 외에, 아직까지도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주 써먹는 소재들 중 하나가 된 강화복(파워드 수트)의 개념을 새로이 소개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작품 전체에 깔려 있는 저자 자신의 극우주의적 정치관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작품 중간에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마르크시즘에 대한 야유와, 현대 미국의 인도주의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은 독자의 비위를 거슬리게 할만큼 삐딱한 논조로 처리되어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철저한 규율과 질서에 바탕을 둔 ‘훈련된 자유의지’(어떻게 보면 모순된 말이지만)의 배양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작품 속에 묘사된 미래사회의 모습이다.


원래 주인공 조니는 백인이 아니라 필리핀계 아시아인으로 설정되어 있어, 미국 군대를 내부에서 바라보는 제3세계인의 시각을 취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설정은 그다지 잘 드러나 있지 않아서, 다른 버전으로 접한 사람은 물론이고, 원작을 다 읽어본 사람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이후에 나온 아니메판이나 영화판에서는 조니가 완전한 백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본 작품은 일본의 하야카와(早川) 문고에서 『宇宙の戰士』라는 번역본으로 출간되어 그쪽의 SF팬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그대로 『우주의 전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두어 차례 소개되었다. 시공사의 그리폰 북스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나온 것이 가장 최근 판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주 강하병』같이 약간이나마 원제에 충실한 제목을 새로 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이 판본에서도 여전히 제목은 『우주의 전사』이다. 번역자나 기획자의 취향 탓인지, 아니면 예전에 다른 판본으로 접한 올드팬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것인지,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을 탓인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번역본은 서점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 아니메版 『우주의 전사』


기업가의 아들로서 편안한 삶을 살아오던 주인공 쥬안 리코(조니)는 고교 졸업을 앞두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다른 친구들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도무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뿐. 그 때문에 졸업 기념 댄스파티에 참석해서도 도무지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그러나, 평소에 동경해 오던 여학생 카르멘시타가 군대에 지원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는 순간, 그의 인생은 바뀐다. 카르멘시타와 같은 길을 걷기 위해서, 그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군에 지원, 기동보병이 된다.


조니는 생전 처음 받아 보는 엄격한 훈련과 군대의 딱딱한 분위기에 당황하면서도, 많은 친구들을 사귀며 역경을 극복해 간다. 그리고 마침내, 수수께끼의 외계 생명체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실전에 투입되어, 많은 전투를 경험한다. 어머니의 죽음과 카르멘시타와의 재회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그가 소속된 부대는 적의 총본부로 짐작되는 클렌다투 행성을 향하여 진격하는데...


1978년, 일본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일본선라이즈(지금의 선라이즈)는 다음해에 TV방영을 앞둔 자사(自社)의 3번째 독자기획 작품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수 차례의 회의 끝에 그제까지의 로봇 애니메이션이 취해 온 방법론과는 약간 다른, ‘병기로서의 로봇’을 그려 나간다는 점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어떤 식으로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의 중이었다. 그때, 선라이즈측의 山浦 프로듀서가 평소에 아는 사이이던 한 SF작가의 추천으로 접하게 된 작품이 바로 『우주의 전사』였다. 결국 이 작품을 상당 부분 참조하여 제작된 선라이즈의 새 작품은,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거대로봇의 전형을 제시하여 팬들의 화제를 모았다.


그 이름은 바로 『기동전사 건담』이었다.


...라고는 해도, 사실 『건담』 그 자체는 그 이전까지 만들어져 온 거대 로봇물과 그렇게 크게 구별되는 점은 없었고, 『우주의 전사』와 눈에 띄게 똑같은 점도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다만 전쟁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와 밀리터리성을 폭넓게 추구한 리얼한 세계설정이 이후 발표되는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르게 말한다면, 『우주의 전사』를 골백번 읽어도 『건담』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는 게 본인의 의견이다. 방법론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작품이라서 ;--)


그후 약 10년이 지난 1988년에 선라이즈는 『우주의 전사』 애니메이션을 발표한다. 50분짜리 3권, 전6화의 편성으로 이루어진 비디오용 애니메이션(OVA)의 포맷을 띤 본 작품은, 스튜디오 누에의 정밀한 메카 디자인과 충실한 각본, 그리고 선라이즈의 원숙한 기술이 빚어낸 전쟁묘사 등을 가득 담고 있다. 감독은 『마크로스 7』, 『질풍! 아이언 리거』등으로 유명한 아미노 테츠로가 맡았다.


그러나 전반적인 내용은 80년대 팬들의 감성에 맞게 대폭 각색되어 있어, 원작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작에서는 별다른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카르멘시타를 헤로인의 위치로까지 격상시켰고, 원작에서는 편지 몇 줄로 간단히 처리되었던 어머니의 죽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휴가차 지구에 내려온 조니 일행이, 죽은 전우의 애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보고 허탈한 심정을 느끼는 등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 많이 삽입되었다. 또한 외계생물의 디자인도 원작의 묘사와는 많이 다르다. 말수가 적고 정열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덩치 큰 사나이 체렌코프나, 평소에는 활달하다가도 전장에만 나가면 공포에 질려 덜덜 떠는 일본계인 아즈마 등등, 개성적인 캐릭터도 추가되어 있다. 모든 강화복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원조 파워드 수트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의 하나.


우리 나라에서는 챔프영상에 의해 『우주의 전사』라는 제목으로 상/하권 2편으로 나뉘어 비디오 출시된 바 있으나 현재는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본인이 좋아하는 성우인 김환진씨가 조니역을 맡았다. 핫핫핫)




■ 극장영화版 『스타쉽 트루퍼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과소동(SF)이나 영화동(CINE) 등에 많은 감상을 써 주셨고, 본인이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터라서, 마땅히 할 말은 없다. (솔직히 괴물 나오는 게 보기 싫어서 안 보고 있다. 으으 징그러워 ;--)


1997년 폴 버호벤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헐리우드판 『스타쉽 트루퍼스』는 『비버리힐즈 90210』을 연상케 하는 경쾌한 청춘 드라마와 F/X기술이 빚어낸 끔찍스런 거미 괴물들의 공격, 그리고 감독의 미디어와 전체주의에 대한 은근한 풍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또 다른 『우주의 전사』이다. 아쉽게도 예산 부족 때문에 강화복은 등장하지 않고, 군사적인 고증도 다소 억지스럽게 처리되어 밀리터리 팬들을 실망시키는 등 만족스럽지 못한 면도 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원작과는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로서 보아 준다면 충분할 것 같다.


역시 카르멘시타의 위치가 중요하게 부상되어 있고, 원작에서는 한 장면 나왔다가 곧바로 죽어 버리는 남자(!) 병사 디지 플로레스를 카르멘시타에 대립하는 여성 캐릭터로 다시 설정하여 조니를 둘러싼 삼각관계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원작보다도 더욱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보여주는 외계생물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여담이지만, 여기에서 천재적인 과학 전문가로 나와 두뇌거미의 비밀을 밝히는 청년은 바로 인기 TV시리즈 『DOOGIE HOWSER M.D.』(=천재소년 두기)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닐 패트릭 해리스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극장 개봉되었고 1998년 5월초를 기해 비디오로도 출시되었다고 하니 빌려 볼 사람은 빌려 보아도 좋을 터. (무슨 소리냐)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영화의 설정을 기초로 해서 외계생물과의 접촉이나 여러 가지 국지전 등의 뒷이야기를 그린 사이드 스토리로서의 코믹스도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여기에는 강화복이 나온다. 돈이 안 드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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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ZAMBON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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