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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2] 울트라맨 그레이트 더빙판 감상
감상과 연구/특촬관련 | 2010. 7. 12. 22:44
 

...츠부라야 프로덕션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필름 코퍼레이션(길군...;)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비디오용 시리즈인데, 사실 '울트라맨 그레이트' 자체는 주인공 울트라맨을 다른 울트라맨과 구분짓기 위한  인식기호일 뿐이고(그나마도 극중에서는 그냥 '울트라맨'이라고만 부르니...) 원래 제목은 ULTRAMAN : TOWARDS THE FUTURE 라는 상당히 거창한 제목이었다고 한다는.(미래를 향하여...라, 멋은 있다;) 전6권 전13화라는 편수인데 대원에서 나온 것은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고, 일단 어제 제가  혼자 집보는 틈을 타서 근처 대여점에서 빌려본 건 그중 5화분(어쩌면 마지막 하나는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고 중간에서 짤리는 것처럼 끝났기 때문에 이것이 상/하편 구성 중 상편이거나 한게 아니라면 대원에서 반으로 짜른 것일수도 있고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본건 사실상 4.5화분..-_-)에 해당합니다.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해 황폐해진 숲을  지키기 위해 나타난 거대 원시 캥거루(역시 호주에는 캥거루...;;;)와 싸우는 얘기, 농장주가 법으로 금지된 농약을 쓰는 바람에 거대한 메뚜기떼가 창궐하여 비행기 사고를 일으키는 얘기, 광기에 찬 과학자가 신시대를 연답시고 발표한 개량식물이 사실은 우주에서 숨어들어온 새로운  생명체여서 인류를 박멸하고 지구를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는 얘기, 그리고 가장 이채로운 것으로는 어떤 부부 외계인이 지구에  이주해 와서 벌이는 질투와 도피의 행각(이건 아래에 좀더 자세히...),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포츠센터를 위장하고는 찾아온 남자들을 뇌수술로 좀비화하여 사설군대를 편성한 뒤에 인류사회를 쓸어버리고 자기는 모처에서  발견된 미지의 UFO를 탈취하여 혼자 살아남으려는 미친놈이 등장하는 얘기. (여기서 악당들이 출격하는 부분까지 보여주더니 '다음편에 계속' 이라는 자막이...우갸아 우리동네 대여점에는 2편까지밖에 없단말여~  -_-) 1990년에 제작, 제작총지휘 츠부라야 노보루에 감독은 앤드류 프라우즈입니다.(라고 해도 이런거에 누가 관심있지?) 각본가 중에  애니메이션 쪽에서 주로 활동하던 엔도 아키노리가 끼어있는 것이 좀  흥미롭군요. (굳이 뭐 Z건담 이후의 건담 시리즈가  아니라도 이사람의  공각기동대 소설판이 대원에서 나온적이 있었으니 국내에도 아는사람이 약간은  있지 않을까...하는.) 하긴 이토  카즈노리가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에 참여한것 등등을 보면 이런 크로스오버도 꽤 의미있는 일이라는. (이런 현상은 애초에 독립장르로 성장해오던 특촬과 애니 사이의  간극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거나 -실제로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 중에 등장하는 자위대 초병기[??] 슈퍼-X 시리즈나, 파워업 메카와 합체하여 마징가처럼 하늘을 난다는 신판 메카고지라 등을 애니의 영향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으니- 아니면 반대로 이 각본가들의 역량이 애니와 특촬을 넘나들만큼 보통이 넘는 수준이라는 소리도 되겠지요. 뭐 어느쪽인지는 저보다 잘 아시는 분께서 판단하실 일이지만;)


   이상현상을 조사, 대처하는 특수부대  UMA(유니버설 멀티퍼포즈 에이전시;)의 대원들이 나날이 빈발하는 괴사건들을 추적하고 클라이막스에서는 괴수가 출현, UMA대원이자 주인공인 잭 신도의 몸에 기생하고  계시는 우주거인 울트라맨께서 짜자잔 등장하여 물리친다는 기본패턴을  뭐 원작인 울트라맨에서 그대로 따온 셈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봐온  시리즈가 울트라맨80밖에 없어서 객관적인 비교는 못하겠는데, 아무튼 제 시각으로는 UMA대원들의 캐릭터 구성이 참 재미있게 되어있고,  각각의 성격이 스토리와 맞물려 꽤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보는 맛이 좀 납니다. 오히려 특촬장면이나 격투술 같은 것은 고전적인 일본식의  모형 촬영보다 미국식의  애니마트로닉스(기계인형)나 블루스크린을  이용한 화면합성이 더 많아서 좀 보기에 어색하고(합성 자체는 그렇게 티가 나지 않게 잘 되어 있지만, 합성된 물체들 사이의 비례가 잘 맞지 않아서 어색하다는 뜻;) 울트라맨의 싸우는 방식도 일본쪽에 비하면 좀 얌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절하다기보다는 아주 신사적이고, 괴수에게  상당히 많이 당해서 좀 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김없이 제한시간  3분이 다가오면 벌떡 일어나 버버벙 해치운다는...(핫 핫 핫) 잭의 변신 장면도, 뭐 이상한 도구를 들고 춤을 추거나 하는 일본식 후까시가  아니고 목에 걸고다니는 탈리즈만(변신시 울트라맨의 컬러타이머와  모양이 똑같은)을 잡고 눈을 감은채 정신을 집중하면 탈리즈만이 빛나면서  변신한다는 비교적 세련된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하긴 이건 서구인 대상으로 만들었으니...) 또한 주변이 아주 널찍하고 광활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연환경을 100% 오픈세트로 활용한  덕분에 빌딩들이  꽉 들어찬 답답한 토쿄 도심이나 뭔가 알수없는 나무들이 그득한 가짜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싸우는 본가 울트라맨보다 훨씬  '리얼한' 느낌을  주는 것도 대단합니다. (뭐 단순히 화질이 더 좋아서 그렇게 보이는걸지도...^^)


   UMA의 복장이나 무기도 본가 쪽에 비하면 보다 기능성이 중시되어 있고 장난감이나 가장행렬같은 다소 유치한 느낌도 포함하고 있는 본가 쪽의 소도구보다 훨씬 그럴 듯합니다. (일례로 전투기도 별 멋이 없는  복어 모양에다가 복장도 그냥 군복처럼 갈색이나 회색 계통에 호주의 기후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그냥 검정 러닝셔츠에 군복바지차림으로 화기를 들고 이동하기도 한다는...;) 아마도 이건 장난감 판매를 의식하지  않고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또한 일본인들과는 취향이  다른 구미 계통의 입맛을 고려한 배려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뭐 하여간  보기는 좋군요. (본가 쪽의 지구방위대 복장은 언제나 뻘건색이나 주황색 노란색같은 원색계통이라 무슨 특수부대라기보다는 보이스카웃이나  60년대 우주탐험 영화에 나오는 탐험대원들 같은 느낌이고 아예 주유소에 지구방위대가 숨어있는 설정이었던 '제아스'의 MYDO는 무슨 전투복이라기보다는 체육관 트레이닝복같은 옷을 입고 나올 정도였으니...하긴 이건 정식 작품이 아니라 패러디물이라 그렇다 쳐도. 뭐 90년대 들어와서 만들어진 헤이세이3부작[멋대로 붙인 이름]에서는 디자인 면에서 꽤 세련되어졌지만 그래도 군복이라기보다는 무슨 서커스단 복장 같다는  느낌은 꽤 오래 남아있는듯한...하긴 이건 디자인만 보고 하는  소리니까 실제 필름 속에서 보면 또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캐릭터들을 대충 보면:


   아더 그랜트 대장: UMA의 대장을 맡고 있는  백발의 열혈중년(거짓말). 보통 사령실에서 상황을 모니터하며 지휘를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현장에 출동하여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부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효과적인 용병술을 보여주는 능력있는 아저씨. 능력못지않게 성격도 건전하여, 어떤 일이든 실적보다 사람의 생명을  중시하는 성격을 보여줍니다. '숲속의 수호신'  사건에서는 괴물의  출현으로 인해 숲속에서 실종된 소녀를 찾기 위해 부하들을 급파하고는,  괴물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무차별 폭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찰간부를 설득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원판의 성우는 김정호씨.(왠지 바이오용사의 샤프교수 연기가 생각나더라는...;;;)


   잭 신도: 생긴건 동남아나 하와이계같은 얼굴이지만 배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고, 하여튼 일본인과 비슷한 얼굴이면서 서구에서도 받아들여질만한 마스크를 하고 있는 곱슬머리  총각인데, 주인공인 만큼 항상 현장의 중심에 뛰어들어 열심히 삽질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어디론가 빠져나가 울트라맨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바쁜 인생을 사는 사나이. (그런데 이상한것은 아무도 그가 어디에 갔다왔는지 묻지 않더라는...이것도 관습인가;) 적당히 유머러스한 성격에  신중하고 용기있는  모범적인 주인공상이지만 그다지 튀는 캐릭터라고는 못하겠네요. 대원판의 성우가  이규화씨이다보니 무슨 X파일 보는 기분이 나더라는...;;; (게다가 '우주에서 온 방문객'편에서는 외계인을 추적하는 검은양복의 특별수사대가 등장해서 UMA와 대립하는 구도로 되어 있어서... 정말 X파일 분위기가 나더라는;)


   진 에코: 헤로인적인 존재로 역시 사건나면 항상 선봉에 서는 여성대원이지만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고, 적어도 같은 여성대원인 킴보다는 좀더 눈에 띄는 활약을 많이 한다는... (왜일까, 킴도 이리뛰고 저리뛰고 활동은 다 하는데... 역시 일상묘사가 부족해서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가;;;) '생존자'편에서는 의문의 기밀구역에 보관된 UFO를 연구한 데이터를 가지고 가다가 노박이라는 미친놈에게 붙잡혀 인질이 되는데, 노박이 얘를 약올리는게 참 걸작이지요. "미스 에코, 에코에코에코에코에코...." (echo는 메아리를 의미 -_-) 성우가 송도영씨라서  꽤 귀여운 느낌이 드는  캐릭터. 주로 잭과 한조가되어 다니는 일이 많음.


   킴 샤오민: 이름이나 얼굴로  보아 베트남계처럼  보이는 여성대원인데 '숲속의 수호신'사건에서 거대 원시 캥거루(...)를 쫓아버리기 위해 녀석이 싫어하는 야생버섯의 가루와 진흙을 반죽하여  버섯폭탄을 만드는 재치를 보여주는 등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현장요원이지만  이상하게도 대원들간의 대화에서는 별로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잠보니에게는  별다른 인상을 주지못한 비운의(그게 뭐가 비운이냐!) 캐릭터. 성우는..... 제가 모르는 목소리라 누군지 잘... 으흑흑.(어째서 남자성우 목소리는 거의다 구별하는데 여자성우 목소리는 송도영씨나 송도순씨,  박영남씨 등등 고전파이며 개성풍부한 분들 말고는 잘 구분을 못하겠다는...  하긴 요즘은 남자성우도 잘 모르게 되어버려서 홍시호씨와 강수진씨를 헷갈리기도 하고 하니...웅웅;) 주로 로이드와 한조가 되는 일이 잦음.


   로이드 와일더: 이런데는 빠질수없는 덩치맨 타입으로 전투기 조종이든 사격이든 1급인 아프리카계인 아저씨. 그러나 두뇌는 보통사람  수준이라 지휘나 분석같은 골아픈 일에는 거의 손을 못댄다는...  (중간에 한번 그랜트가 현장에 나갔다가 실종되는 바람에 약 하루정도 지휘를  대신 맡는데 정말 삽질을 하더라는... 더구나 더 심각한건 본인은 그것이 삽질인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장자리 대신하는걸  즐기고 있더라는...;;; 마지막에 구출된 대장이 통신으로 하는 말이  걸작이었죠. "......그리고 로이드, 내 책상에서 발 내려." [도대체 음성통신만으로 어떻게 그걸 알아챈거요 대장? ;;;] 뭐 하여간 이런 사소한  구석에 유머러스한 대사가 빛을 발하고 대원들의 개성도 꽤 잘 살아 있어서 그런대로 재미있더라는.) 성우가 문영래씨이다보니 원더키디의  데보를 보는 느낌이...(둘이 하는 짓이 거의 똑같애 -_-)


   찰스 모건: 안경을 낀 또록또록한 청년과학도로서 UMA의  조사분석담당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친구. 대원들 중에서는 가장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가끔 시니컬한 대사를 내뱉을 때도 있고 또한 자기 일에만 빠져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이성관계에서는 완전히 꽝이라서  여자친구한테도 맨날 채이는 불쌍한 인간이라는...(재미있는건 UMA는 대장 이하 전대원이 전투기 조종과 차량운전을 다 할줄 알더라는 것인데, 이놈은 거의 사령실에만 있다보니 조종솜씨가 좀 형편없어서 어쩌다 출격하기라도 하면 흔들흔들 술취한듯 곡예비행을  한다는 전설이...  때로는 '숲속의 수호신'에서 공격명령을 내리러 숲으로 가려는  경찰간부를 태워준답시고 나갔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감으로써 시간을 최대한  끌어주고 게다가 그 곡예비행 때문에 간부가 멀미를 일으켜 토사물봉지를  끌어안고 켁켁거리게 만드는 무서운 재주까지 보여줌으로써 어느정도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하여간 참 대단한 개그  캐릭터;) '우주에서 온 방문객'사건에서는 우연히도 외계에서 이주해온 여인과 (게다가 유부녀와) 눈이 맞아버려 상당히 마음고생을  하기도 한다는  재미있는 녀석. 성우가 무려 故 장세준씨여서 눈물을 흘리며 보았던 캐릭터입니다. (아아 저 재기발랄한 연기를 이제는 더이상 못듣는구나...T.T) 주로  대장과 사태에 대해 정황분석을 하거나 연구실에서  뭔가 만지거나  하는게 일이고 다른 대원들이 지상에 발이 묶였을때만 보조역으로 전투기를 타고 나갑니다.


   그밖에 해설자는 강구한씨이고 게스트 캐릭터는 김환진씨, 김정호씨, 문영래씨, 송도영씨, 장세준씨, 그밖에 이름을 알수없는 몇분이 분담하는군요. 제가 파악한 성우중에서 레귤러를 맡지 않고 게스트만  맡아하는 분은 김환진씨밖에 없는듯... (미치광이 노박, 꽉막힌 경찰간부 사이크스, 등장하자마자 얼굴도 안보여주고 거대 메뚜기에게 죽어버리는 파일럿 테드, 지구인을 못마땅해하여 지구에 이주하려는  아내를  방해하는 질투의 화신 루굴루 등등. 으음 천의 연기야;) 외화 분위기로 과장되지 않게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셔서 시청자로서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하긴 이건 분류상으로는 만화쪽이지만 분명 외화는 외화군;;;)  울트라맨이 가끔 잭의 의식 속에 떠올라 그에게 영감을 주거나 그를 안심시키거나 경고를 하거나 하는데 이건 강구한씨 목소린지 아닌지 좀 애매하고.


   5(어쩌면 4.5)화중 가장 재미있게 본것이 바로 '우주에서 온 방문객'편인데, 지구인의 미개함(이를테면 다른 동물들을 몽땅 동물원에  가둬두거나 다른 종을 생각없이 멸종시키거나...)에 비판적이면서도 지구인을 동경하여 그들의 사회에 섞이고자 하는 베로니카와, 지구인들을 우주를 더럽히는 병균이라며 경멸하고 자기 아내에게  접근하는  지구남자들을 겁주어 쫓아버리는 취미(?)가 있는 루굴루의 이야기. 여기서 잭은 단순히 조사하러 쫓아다니는 역할이고, 이야기의 초점을 찰스에게 맞춰져있군요. 여자친구에게 바람맞은 찰스가 우연히 베로니카가 개장한 이동식 햄버거 판매대에 들러서 친해지고 여자친구에게 줄 생각이었으나  거절당한 장신구를 선물하지만  자동차로 변장한  루굴루의 방해공작때문에 좀 애를 먹는다는... 한편 며칠전의 수상한 유성낙하에 주목한  특별수사대와 UMA가 제각각 조사에 나서서 두사람이 세든 집을 발견하고 조사하지만 베로니카에게 푹빠진 찰스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집을 조사하던 잭은 울트라맨의 힘 덕분에 두사람과 텔레파시로 대화하지만 만족할만한 협상에는 이르지 못한채 '우리는 평화공존을 원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꼭 침략을 해왔었지'라는 말만  교환하고 헤어지는등.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던 중에 결국 특별수사대가 기차역 근처에서 두사람을 발견하고 포위망을 펴고, 찰스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UMA에의 협력을 권유하러 파견되는데,  질투심에 불타는(...) 루굴루는 거대한 오징어같은 본래모습으로 변해 귀찮게 구는  지구인들을 해치우려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 찰스와 같이 왔다가 뒤로  살짝 빠지는 잭.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울트라맨.


   울트라맨은 (이때는 울트라맨 본인 목소리가 아닌 잭의 목소리가 말함) 루굴루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왜 이런 짓을 하나?'라고 대화를 시도하고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루굴루에게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것을 그녀에게 보여줘야지, -옳은 방법으로!'라고 설득하자, 제한시간 몇분을 남겨놓고 갑자기 공격을 멈춘 채 스윽 사라지는 루굴루.


   그리고 망가진 열차들 사이에서 현장을 지켜보던 베로니카와 찰스 앞에 웬 처음보는 남자 인간이 나타나 미소를 짓고, 베로니카는 그가 마침내 지구인의 모습을 선택한 루굴루임을 알고  기쁨에 찬 표정으로  그에게 달려가 안깁니다. 웃는 얼굴로 찰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어디론가로 떠나는 두사람. 그리고 한편으로는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낙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뭐  어쨌든 잘됐잖아?'라며  웃어보이는 찰스와 주변의 동료들. (그리고 화면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완전히 바보가 되어버린 특별수사대 여러분 ;;;^_^)


   의표를 찌르는 신선한 각본이었다는 데서 한번 놀랐고, (사실 일반적인 괴수물 상식으로 생각해보면 울트라맨이 루굴루를  해치우고 과부가 된 베로니카가 눈물 흘리며 지구를 떠나는 배드엔딩이 될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심술궂은 의처증 환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던 루굴루가 단순한 악당으로 머물지 않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자기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지구인의 모습과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게  될 정도로  성장한다는, 감동적인 결말에 두번 놀랐습니다. (더불어 '다른 종과의 대립과 공존'이라는 울트라세븐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고전적인 테마와,   마치 맨인블랙을 연상케 하는 특별수사대의 골통들, 그리고 그들과 UMA의 대립을 통해 보여지는 인간들 사이의 갈등, TV뉴스등을 통해 보여지는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매스컴의 반응 등등 꽤 흥미로운 묘사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압권인 것은 TV뉴스  내용 중에서  '집주인과 이웃주민들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세입자에 대한 정보제공을 거부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 그 세입자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나더라는... '일상'과 '비일상'의 절묘한 융합에 의해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기막힌 풍자감각. 제가 꼽고 있는 SF의 가장 멋진 요소 중 하나입니다. ^_^) 어쩌면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찰스도 베로니카도  아닌 바로 남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루굴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하여간 그 두사람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실제 인물처럼 얘기하는군;;) 더불어, 장래에 비슷한 상황이 내게 닥쳐온다면 나는 과연 루굴루처럼 사랑을 위해  자기의 가장 소중한 것(루굴루에게 있어서는 자기의 자존심과 본래의  모습이 되겠죠)을 포기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히죽)


   울트라맨의 공격 패턴도 인상적인데, 본가의 격렬한 프로레슬링 터치의 격투전보다는 주변을 슬슬 맴돌면서 손가락으로 총모양 만들어  광선기로 승부를 내는 얍삽이 전법이 더 자주 쓰입니다. 그레이트는 아무래도 본가 울트라맨과는 달리 접근전에는 별 소질이 없는지 접근전을 벌였다 하면 꼭 한번은 넘어져서 들볶임을 당하는 친구로군요.(하긴 이건 본가 쪽에서도 위기감 조성을 위해 늘 하던 짓이던가...) 다 끝나고 난 뒤에 하늘로 날아가며 '슈왓!'소리 지르는건 본가하고 똑같네요. (아무리 그래도 황대장의 '빠샤!'에는 못미친다니까는...부하하;-_-)


   울트라맨 그레이트는 그 자체의 재미도 훌륭하지만 작품외적/역사적(?) 맥락에서의 의의도 꽤 상당한 편인데, 원래 TBS와 츠부라야와의 연계에서 탄생한 '공상특촬 시리즈 울트라-Q'(이건 뭐 초인물이 아니고  그냥 평범한 신문기자와 조종사 등등의 패거리가 이상현상을 추적한다는  미스터리물 스타일의 시리즈)의 후속으로 등장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마침내는 '괴수 붐'을 주도하는 불멸의 걸작으로 기억된 원조 울트라맨 이후, 츠부라야는 '울트라 세븐'이라는, 그전의 호러물  스타일에서 보다 SF히어로물 스타일로 변한 작품을 통해 연속홈런을 날림으로써,  울트라 시리즈의 기반을 톡톡히 다져놓았었지만... 이후 수년의 공백기를 거쳐 등장한 '돌아온 울트라맨'부터 '울트라맨 레오'까지의 후속작에서는 점차 저연령층 시청자에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몰두하다보니 '울트라 형제'라는 무책임한 컨셉이 등장하여 점차  증식되는 시리즈를 감당할수없는 형국까지 벌어지고... 결국 그러한 매너리즘을  타파하기 위해 전작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등장한 '울트라맨 80'이 완전히 참패,(더불어 아니메 붐에 휩쓸려 만들어보았던 애니메이션 '더 울트라맨'도 그다지 좋은  소리를 못들었다는...) 울트라 시리즈는 외전격인 프로젝트 '안드로메로스 -울트라 초전설-'을 빼면 뚜렷한 후속편을 내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요. (공백기를 메우기 위한 극장편집판의 상영 같은 건 있었는지 몰라도...)  이후 미국의 한나 바베라와 공동제작한(그러나 파일럿필름만 만들어진채  중단된걸로 알고있는) 최초의 해외합작작품(그러나 애니)인 '울트라맨USA'의 스타일을 계승하여, 다시 울트라맨의 전설을 되살리기 위해 해외합작 스타일로 만들어진 것이 이 G(그레이트)였고.


   뒤이어 헐리우드에서 미국과의 합작으로 '울트라맨 파워드'(영제는 ULTRAMAN THE ULTIMATE HERO...인데 이것도 영성에서 더빙판이 나와 있음;)가 만들어져, 이 합작판 울트라맨 2작은 기술적 완성도나 스토리의 짜임새 등에서 그전의 것들을 뛰어넘는 상당한 성과를 보여주었고,  머펫(짐 헨슨이 개발한 전동으로 움직이는 특수효과용 인형)의 사용이나  화면합성, 그리고 신소재로 세련되게 만들어진 울트라맨 의상(...)등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어서, 급기야 츠부라야는 '이런 정도라면 국내에서  다시한번 붐을 일으킬만한 뭔가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울트라맨 네오스'라는 신작의 기획이 시작되었지만... 위 2작의 매력포인트를 일본의 스탭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이 기획은 휴지통으로 가버리고, 이때 디자인된 네오스의 껍데기만 잡지용 기획기사나 유원지용 가장행렬에 가끔 등장할뿐이라는 씁쓸한 결과가 벌어졌고... (그때는 때가 너무 일렀던 듯;) 한동안 울트라 시리즈는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울트라맨 탄생 30주년 기념작인 동시에 모 가솔린 회사의 홍보영화로 만들어진 극장용 패러디 작품 '울트라맨  제아스'가 의외로 반응이 좋았던 탓에,(더욱 장점을 보강한 속편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다시  자신을 얻은 츠부라야는 새로운 마음으로 기획에 달려들어, 십몇년만의 완전(일본 국내TV용)신작 시리즈 '울트라맨 티가'에 도전했습지요.


   결과는? '티가'가 상상 이상으로 호평을 받는 바람에 같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속편 '울트라맨 다이나'가 제작되었고, 그 여세를 몰아  세계관 상으로는 별 상관 없지만 기본정신은 똑같다고 보여지는 제3작 '울트라맨 가이아'가 뒤이어 등장하는 등, 90년대말에 들어와 마침내 제3의 울트라맨 붐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였더라는... (결국  그  총결산으로서 나오는 것이 이번의 최신 극장판 '울트라맨티가 -THE FINAL ODYSSEY- 라는 얘기군...;;;)


   이렇게 보면 헤이세이3부작의 성공 뒤에는 '울트라맨 그레이트'가  힘겹게 닦아준 기반이 한몫 한거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고, 그렇게 본다면 이 작품은 상상 이상으로 90년대 이후의 울트라맨 시리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거라는 억측(...^^)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다만 제가 얘기하는 것은 직접 본거보다는 책으로 읽은게 대부분인지라 역시 실제 필름을 많이 접한 분들에게는 애들장난같은 소리로만  들릴지도 모르겠군요;)


   몇년전 동대문 도매상에서  울트라맨 그레이트와 파워드  더빙판 전권을 구입할 기회가 있었으나  머신로보트를 찾기에 바빠서  포기했던 역사가 있는데, 다음번에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때야말로 꽈악 잡고  말리라! 라는 생각을 굳히며 이 영양가 없는 글을 마쳐야겠습니다. 그정도로 제게는 흥미로운 경험이 되었던 것이겠지요. 이번의 시청이.


   (...더불어 아는사람만 아는 울X라X의 집필에도 더욱 힘을 내리라는  결심을... 그러나 지금은 장래설계에 바빠서 언제 또 다음편을 쓸는지는..   -_-)


   마지막으로 엽기 대사 하나.

   "우리가 길이다! 우리가 길이다! 우리가 길이다! 우리가 길이다! ..."

   (무한반복)


   ...노박의 부하들이 출진할 때 외치는 대사인데, 거의 '지이크지온' 수준입니다.(세뇌수술로 인해 좀비가 되어버린 놈들의 구호라니...-_-) 어째 아무래도 이 해외판 울트라맨 시리즈는 단순히 아동용만은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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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칼하게도 이 시리즈는 호주에서는 정식발매가 안되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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