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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7] 특촬의 신이라 불리는 남자
감상과 연구/특촬관련 | 2010. 7. 13. 00:13
 

츠부라야 에이지의 생애에 대하여 같은 고향 출신의 사업가(정확히는 드라이클리닝 업체 사장님...)가 정력적인 연구조사를 거친 끝에 집필한 전기 올시다. 워낙 이 할배의 직업 자체가 주목받을 만한 것이 아니어서, 일본에서도 영화인으로 혹은 특수기술자로 연구하기는 해도, '위인'으로서 인생 전체를 돌아본 책은 나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고◆라와 울◎라맨은 알아도 츠부라야는 모른다는 사람이 대다수일테니......-_-



내용은 총 4장으로 나뉘어, 에이이치(*본명)의 꿈 / 영화인 츠부라야 에이지의 탄생 / 츠부라야 특촬의 본격 개화 / 꿈의 계속 - 이렇게 구분을 짓고 있습니다.



토호쿠 지방 스가카와시의 비교적 유복한 집안의 외손으로 태어났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낳자마자 병으로 돌아가시고 데릴사위였던 아버지는 미련없이 집을 나가 새출발을 해버리는 통에 부모 얼굴도 모르고 살았답니다. 다행히 외조모와 숙부 등등 친척들의 배려가 있어서 학교도 다니고, 별 걱정없이 뛰어놀거나 여러가지를 궁리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애초에는 당시에 주목받기 시작한 비행기에 매력을 느껴, 파일럿을 지망하려고 도쿄로 상경, 비행학교에 입학하지만 교관은 한명뿐이고 시설도 열악하여 꽤 고생스런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면 비행기가 뜰까 이리저리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재미를 붙이게 되었는데 아뿔사, 교관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학교는 폐쇄당하고 파일럿의 꿈은 저~멀리 날아갔습니다.  -_-



결국 먹고 살려고 완구회사에 취직하여 장난감을 개발하는 일도 해보다가, 우연한 일로 영화인들과 사귀게 되어, 그들의 권유로 촬영기사 보조로 들어가, 고생 끝에 어엿한 카메라맨이 되고, 여러가지 도움될만한 촬영 기술을 개발하여 특수촬영에서도 한몫 하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일이 잘 안되어 고향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돕기도 했지만, 역시 좁다란 시골에서 틀에 박힌 일을 하며 사는게 성격에 안 맞아, 심부름가던 중에 그냥 도쿄로 튀어서 다시 영화계에 뛰어들어, 여러 직장을 거쳐가며 많은 저명한 영화인들과 작업한 끝에 일가를 이루는 카메라맨이 됩니다. 결국 그러던 끝에 토호와 인연을 맺게 되어 많은 작품을 찍어내는데... 그만 2차대전이 터져버립니다.



전쟁의 영향으로 정부가 영화제작을 통제하게 되고, 전의고양이나 애국심고취를 위한 전쟁영화를 중심으로 찍게 되지요. 엄밀히 보면 전쟁수행에 협력하는 것이었지만, 그러한 영화에는 항상 따라오는 전투장면을 (전시중의 정보통제 때문에 제대로 된 군의 협력이나 자료도 없이) 순전히 상상에 의존하여 재현하여야 했다는 난관이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현실보다 실감나는' 특촬장면을 보여주는 기술을 연마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얄궂은 일이죠 네 -_-) 게다가 전쟁에 나가는 병사를 교육시키기 위한 교육용 필름의 제작까지 맡게 되어 눈코뜰새 없었다고 하죠. 결국 전쟁은 일본의 패배로 끝나고 미군정이 들어오게 되어, 에이지를 비롯한 당시의 영화계 핵심인사들은 전범에 준하는 혐의로 공직추방령을 먹게 됩니다. (이로부터 수년간 토호에 복귀할때까지 에이지와 그 문하생[?]들은 돈에 쪼들리며 죽을고생을 한다나...;;;)



이러한 추방 시절에는 주로 토호 외의 딴 영화사로부터 영화작품 내의 특촬장면만을 부분적으로 하청 받아 제작해주는 알바[?]로 먹고 살았는데... 다이에이의 <투명인간 나타나다>가 바로 그런 시절에 만들어진 거라고 합니다. 이걸 위해 교토까지 내려가서 처남인 아라키씨와 제자인 아리카와씨를 데리고 싸구려 하숙방에 틀어박혀, 예산도 시간도 얼마 없이 투명인간의 비주얼을 만들려고 별짓을 다했지만, 결국 그다지 만족스런 화면이 나오지 못해서, 약속했던 돈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하는군요. 별수없이 다른 두사람을 도쿄로 먼저 보내고 아는 배우를 찾아가서 공짜술을 얻어마시며 울분을 삭혀야만 했다고 합니다. (근데 엄하게도 이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바로 작곡가 이후쿠베 아키라....;;;;-_-)



미군정이 철수하고 공직추방령이 풀리면서 토호에서는 츠부라야를 데려올 시기를 타진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기다리다 지친 에이지는 제자가 취직했고 전에도 같이 일한적 있는 쇼치쿠로나 가볼까 하던 참이었다나요. 고민 끝에 토호의 중역이자 자기에게는 은인인 모리 이와오를 찾아와서 의논하였기 때문에 다행히도(?) 토호는 에이지를 붙잡는 데 성공.;;; 그렇게 해서 다시 특수기술자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게 되고, 훗날 토호특촬 시리즈에서 파트너를 이루는 혼다 이시로 감독과도 만나고...



그러는 가운데 일본은 또 한번 전쟁영화 붐을 만나게 되는데, 이게 전시중의 선전용 영화와는 달리, 미군에게 깨져서 풀이 죽어 있던 대중을 위로하거나, 혹은 전쟁으로 인해 빚어진 참극을 알려 반전을 부르짖는 그런 스타일의 영화들이었죠. 전쟁중에 자신이 만든 영화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으로 지원하여 목숨을 잃은 것을 죄스럽게 생각하던 영화인들은 주로 후자를, 그리고 대중에게 영합하여 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영화사들은 주로 전자를 양산하게 되었죠. 아무래도 토호는 전쟁영화의 원조라는 자부심도 있었고, 붐을 일으킨 타 영화사와 차별화도 꾀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양식 있는 영화인들도 모여 있어서 후자의 경향에 기울어진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에이지 또한 후자 쪽에 관심이 있었고, 또한 원래 좋아하던 비행기와 관계가 있는 일이었기에 전쟁영화 제작에 계속 참여했다고 하는군요. 실제로 에이지 본인은 괴수영화의 대표로 불리는걸 싫어했고 오히려 전쟁영화에 더 애착이 많았다고...-_-



그런 가운데, 동남아 모국과의 합작영화 기획이 파토나서 급히 땜빵할 기획이 필요했던 토호의 타나카 PD는 문득 얼마전에 미국에서 나온 '방사능으로 거대화된 공룡이 현대도시를 습격'한다는 줄거리의 영화를 떠올리고 '이걸로 가자!'고 제안, 마침 수년전에 <킹콩>을 보고 감명을 받았던 에이지도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일념으로 승락, 마침내 'G작품'이라는 타이틀 하에 극비리에 제작이 진행되는데...



그 뒤의 일은 여러분도 아시는 대로. ;-]



하여튼 이렇게 해서 여러가지 세세한 에피소드와 사람들과의 만남, 작품의 설명 등을 엮어가며 말년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츠부라야의 전생애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두꺼운 책이라 오래 걸리리라 생각했는데 어느 시점에선가 갑자기 속도가 붙어서 어제 다 읽었다는....-_-


(슬프게도 못읽는 고유명사가 너무 많아서 번역은 불가 -_-)



하여튼 뭐랄까... 사람의 일생이란 참 우연의 연속으로 저렇게도 되는구나 생각하니 거참, 이라는...


(만약 에이지가 원래의 꿈을 이루어 비행사가 되었다면... 우리는 고지라를 못 봤을 테니...)


(아니면 반다이에 못지 않은 장난감 재벌이 되었을 지도... 발명에도 소질이 있었다 하니...)


(사실 영화계에 들어와서도 그냥 일반영화 감독을 지망할 수도 있었는데, 너무 재주가 좋다보니 전에 있던 선배 감독들의 텃세가 심해서, 그렇다면 남이 안하는쪽을 하겠다! 라며 특수촬영에 몰두하게 된 것이라서... 만약 이때도 뭔가 다른 길로 갔다면... 역시 고지라는 없었을 테고...;;;)



그건 그렇고, 이사람도 만화쪽의 테즈카 오사무와 마찬가지로 너무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한 나머지 후진들의 압박감이 더 심해진건 아닌가 싶기도... (실제로 이 할배가 죽은 이후 일본 특촬계에 그와 맞설만한 인물이 등장을 못하고 있지요...;;;;;) 게다가 만화계는 그래도 인재가 넘쳐나서 고사할 정도는 아니지만... 특촬계는 진짜 거의 다 죽어가다가 요즘 들어 조금 숨통 틔우는 정도라 걱정이니...



어떻든 간에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한번 했던 일은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라는 자세로 초지일관하는 점은 대단합니다. 다만 너무 완벽주의다 보니 제작비 초과가 왕왕 일어나서 PD하고 싸우는 일도 많았다고 하지만... (;;;)



그러나 역시 봉급 받으면 그냥 술자리에서 날려버린다~ 라는 건 좀 문제가..... (케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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