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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2-21] 울트라하 : 본편 제1화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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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하 ― 별에서 온 여왕

ウルトラハ ― 星からの女王さま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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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ING  :  BRIGHT  STARS ★



믿고 있었어

아무도 따라와 주지는 않았지만

오직 나만의 길을

찾아서 떠나가야 한다는걸


저하늘 너머 아름다운 별들

마치 우리를 손짓해 부르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어

이리 오라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떤 두려움이 몰려와도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여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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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여왕 작전 제1호

第1話 『女王作戰第一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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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들이 생업에 정신없이 매진하는 모습만이 보여야 할 시내의 중심가에서 시민들은 간 데 없고 온갖 무기로 무장한 방위군과 무장은 초라하지만 결연한 의지로 한데 뭉쳐 있는 한 떼거리의 허름한 무리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은, 확실히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누구이며 대체 무엇을 요구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일까?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집단인가, 젊은 혈기에 힘입어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의 모임인가, 부당한 국제 관계를 시정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소위 애국자들의 단체인가, 아니면......

“우리 「화이트 핸드」의 요구 조건은 단 하나다!”

지휘자로 보이는 안경낀 남자 하나가 확성기를 높이 쳐들고 우렁차게 말하기 시작했다. 얼굴은 몇주째 면도하지 않은 듯 수염으로 뒤덮여 있고 옷은 합성 세제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것처럼 온갖 얼룩으로 장식되어 있어, 거지가 따로 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들은 이제까지 사회로부터 온갖 부당하고 저열한 압박과 설움을 받아 온 터이다! 분명히 우리는 직업도 없고 사회에 도움되는 일도 하지 못하며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정한다! 그러나 한 가지, 결코 우리들이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우리들 백수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고 자유로운 인권을 가진, 인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선언하노니, 앞으로는 절대 사회의 핍박을 그냥 받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우리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도 이에 호응하여, 우리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복지를 책임질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고, 우리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시각을 교정하는 데 협력해 달라는 것이다!”

“백수 만세! 백수에게 일자리를! 백수에게 복지 혜택을!”

뒤에 무리 지어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무기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소리 높여 외쳐 대기 시작했다. 그들의 열에 들뜬 얼굴은 이제 그들을 그 어떤 설득으로도 진정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진짜 백수였다. 고학력과 전문지식에도 불구하고 밀어닥친 불황과 경제 파탄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집에서도 천대받으며 사회적으로도 떳떳이 서지 못한 채 밥벌레 노릇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보내는 불운의 백수들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들이 참다 참다못해 자기들에게서 희망을 빼앗아 간 사회에 맞서 투쟁하기 위해 뭉친 것이었다.

그 조직체의 이름이 바로 「화이트 핸드」인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일거리를 잃은 프리랜서들이나 재택 1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조직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순수한 백수만의 단체라는 것이다.)


이 소동을 건너편에서 지켜보고 있는 앙끄 방위군 파견부대의 대원들도 기분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도 백수 생활을 해본 사람이 꽤 있었고, 또한 친척이나 친구가 현역 백수인 경우도 적지 않았던 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상대가 무장을 하고 위협적인 기세를 보이는 한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직접 시가지로 달려 나와서 진두 지휘를 하고 있었던 앙끄방위군 중앙사령부의 어메장관은 착잡한 기분을 애써 가라앉히기 위해 쿡 로빈 댄스를 열심히 추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지휘자가 질세라 북북노인춤을 추는 바람에 스트레스만 쌓였다. 제길 다음에는 바트맨 춤을 준비해야겠군. 장관은 녹음기를 치우면서 속으로 툴툴거렸다.



기나긴 대치 상태는 오후로 접어들면서 차차 긴장감을 더해 갔고 사태는 바야흐로 무력 충돌의 기미가 보일 정도로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메장관의 부관 신우근 중위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설득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대들의 입장과 기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대들이 백수가 된 것에는 사회의 책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대들의 능력이 모자란 경우도 있을 것이고, 운이 나빴을 수도 있고, 이웃을 잘못 만난 탓도 있겠고, 게담이나 시삽에게 잘못 보인 탓도 있을 수 있으리라 본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모든 것을 무조건 사회와 국가와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고 그쪽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앞세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무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지도자를 이쪽으로 보내서 구체적으로 협상을 벌이도록 하자. 그편이 그대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쪽의 설득에 응하지 않는다면 따끔한 맛을 보여줄 수도 있다!”

확실히 일리 있는 설득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처리가 너무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화이트 핸드의 멤버들은 계속 저항을 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주장이 즉각 관철되지 않으면 절대 해산할 수 없다. 회담을 하고 싶다면 믿을 만한 중립지대를 설정하던가 아니면 그쪽에서 이리로 와라. 진심을 보여주지 않는 한 타협은 절대 없다!”

그들의 용기는 마치 닥 맥코이를 선두에 세운 달 정착민들의 그것과도 같았다. 식사도 휴식도 낮잠도 게임도 통신도 아무것도 없이, 그들은 그렇게 시가 한복판에서 그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인상을 쓰고 도배건을 겨눈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방위군 또한 무덤덤한 얼굴로 그들이 지치기만을 기다리며 DD블라스터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몇 시간이 또 흘러갔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총성을 발하였고, 결국 양측은 대규모의 시가전에 돌입했다. 화이트 핸드는 스스로의 손으로 개조한 도배건을 이용하여 필살의 3연살, 5연살, 10연살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에 대응하여 방위군은 DD블라스터와 E탄을 사용해서 필사적으로 도배건의 충격파를 중화시키고 화이트 핸드의 멤버들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데 주력하였다.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한 시가전이 계속 이어졌고, 양측의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었다. 후세의 역사가들에 따르면, 이는 지난 로텔력 197년 여름에 있었던, 트루마인드星 침략군과 라케시즈 토마토니언이 이끄는 生生경비대 사이에 벌어진 전대미문의 타이핑 전쟁에 버금가는 대전투였다고도 한다. 그거야 어찌되었든 간에, 전투는 점점 격화되어 갔고, 어메장관도 경고피스톨을 들고 직접 뛰어들어 치열한 싸움을 시작하였다. 이제 누구도 이 싸움을 진정시킬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싸움이 점차 거칠어지면서, 무기를 놓친 자들은 자기 자신의 손과 발을 이용하여 원시적인 육박전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골방에서 몽상만 하던 백수들보다는 정식으로 훈련을 받아 온 방위군 쪽이 이점에 있어서는 더 유리했다. 상당히 많은 수의 화이트 핸드 멤버들이 흠씬 두들겨 맞고 연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떠오른 전의(戰意)의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이제 싸움은 방위군의 승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사태가 일어나는 바람에, 전투는 일시 중지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좀전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앙끄시의 하늘이 갑자기 커튼이라도 둘러친 듯 어두워지더니 한 덩어리의 빛나는 전광(電光)이 도시 상공에 나타났다. 그 빛의 덩어리는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는 추악하게 생긴 거대한 괴수의 모습으로 구체화되었다. 그 현상은 정확히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그 지점 위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빛으로부터 펄쩍 튀어나온 괴수는 시가지 한 복판에 굉음을 동반하며 내려서더니, 아래에 뭐가 있는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건물과 시설들이 손상을 입고 delete되기 시작했다. 전투에 정신없던 방위군과 화이트 핸드의 멤버들도 저마다 살길을 찾아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이러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냉정을 잃지 않은 어메장관은 부하들을 소집하여 괴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가 모은 부하들 중에는 방위군의 엘리트로 소문난 하유성 대위와 자기 일에 열심인 부관 신우근 중위, 조종 실력이 뛰어난 하라 소위, 명사수로 소문난 유태 상사, 과학 연구반의 일원인 피요 상사, 그리고 계급 불명에 연령 불명인 의문의 ‘소년’ 한 명이 끼어 있었다. 약간 산만하고 뭔가 안 맞는 사람들만 모인 것 같긴 해도, 일단은 전 부대가 괴수의 발 아래에 전멸 또는 도망쳐 버린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가까이에 있던 애니카페를 임시 전진기지로 삼고 곰쇠표 식혜와 룽룽표 스낵을 군것질거리 삼아 지혜와 용기를 모으고 있었다.


명석한 두뇌의 피요 상사가 괴수의 정체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였다.

“제가 가진 생체 탐지기로는 저 괴물의 생명 반응을 잡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저 괴물은 지구상에서 태어난 생물이 아니거나, 또는 원래부터 생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예 생물이 아니라면 뭔가?”

“이 자리에 모인 백수들의 원한과 몽상이 결합되어 하나의 초심리 에너지 필드를 형성하고, 그 필드 위에 아까의 진압으로 인한 적의와 고통이 트리거 역할을 함으로써 사이코미터의 인풋 계수가 갑자기 증폭됨으로써 그것이 그들의 바람대로 물리적인 실체로 컨버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가설입니다만.”

“백수들의 원념(怨念)이 형성해 낸 망상 복합체인가!”

“그럴 듯한 얘깁니다. 이 근래 괴수 출현의 단서가 되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의 징후, UFO의 출몰 같은 이상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물리적인 실체를 갖춘 괴수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성 대위가 보충한다.

“그럼 우리는 지금 유령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겁니까?” 유태 상사가 황당해져서 소리지른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실체를 갖춘 유령이다. 방법이 있을 거야.” 하라 소위가 차갑게 말한다.

“그런데 장관님, 그 괴수가 백수들의 원망(怨望)을 반영한 것이라면 직접 부딪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원인인 화이트 핸드의 행동 대원들을 진정시키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들이 마음을 돌린다면 괴수도 따라서 분해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만...” 우근 중위가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그 많은 화이트 핸드의 깡패들을 지금 어디 가서 다 잡아온단 말입니까? 괴수 때문에 여기저기로 도망가 버린지 오래인데...”

유태 상사가 퉁명스럽게 일축했다. 자기가 옳지 않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상관이든 뭐든 상관 않고 따지는 것이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아무튼 이대로만 있어서는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다. 이제 슬슬 나가서 동료들을 모으고 전투대형을 갖추도록 한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장관의 결연한 한마디에 ‘소년’이 울상을 지으며 말한다.

“저, 아직 이 비디오 한 개도 다 못 보았는데 말입니까?”

그는 잽싸게 파괴되지 않은 장치들을 모아 카페 안에 보관된 소프트들을 점검하고 있었던 것이다. A/V시설이 너무 잘돼 있는 곳에 대피를 하니까 이런 사람도 나오는 모양이다.

장관은 아무 말 없이 어디에선가 물 한 양동이를 퍼 들고 와서 ‘소년’이 조작하던 기기 위에 골고루 부어 주었다. 요란한 굉음과 스파크를 내며 기기가 작동을 중지했다.

“꾸물거리면 이렇게 만들어 주겠다.”

이 방법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유성 대위는 파랗게 질려 있었다.

“저 그런데 장관님, 이것은 민간인의 사유 재산입...”

“피요 상사. 자네의 노트북에 이 가게의 상호와 등록번호, 그리고 피해 상황을 기재하라. 나중에 손해 배상을 해 주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장관은 다른 대원들이 달려나간 뒤에 마지막으로 카페 안을 한 번 둘러보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길은 진열장 안에 고이 꽂혀 있는 LD 몇 장의 표지들에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의 가슴 쓰린 혼잣말을 들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작전 중만 아니었더라도 중년혁명 어메나 제4화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괴수의 이름은 건달사우르스라고 지어졌다. 그 특성상 어울리겠다고 생각하여 현장의 누군가가 제안한 이름이었으나 한 시간도 못돼서 그 이름은 전 세계 학계에서 공인받는 학명으로 등록되었다. 물론 명명의 영광을 얻은 자는 최초의 명명자가 아니라, 그 이름을 국제괴수학회에 신고한 얍삽한 어느 학자였다.

세상일이란 것은, 항상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그거야 어쨌든 간에 앙끄 방위대는 어메장관의 신속한 지휘 아래 재편성을 마치고 전열을 정비하여 괴수가 더 이상 파괴활동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최후 방어선을 전개하고 있었다. 앙끄시 단팥동 6번지가 바로 그곳이었다.

방위군은 새로 조달해 온 신무기 근성(根性)캐논을 동원하여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괴수의 단단한 각질을 뚫을 수는 없었고, 오히려 많은 방위군 병사들이 괴수가 내뿜는 오염물질에 명중하여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 물질은 한달 동안 씻지 않은 어느 백수가 흩뿌리고 다닐 만한 비듬과 비슷한 성분으로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별도의 팀을 이끌고 활약 중이던 하라 소위, 유태 상사, 우근 중위의 소식도 두절되고, 앙끄시는 온통 공포의 도가니에 잠겨 있었다. 이 상황을 구원할 자는 정녕 없는 것일까?


모두가 체념하고 있을 무렵, 건달사우르스의 반대편 하늘에서 또 하나의 이상한 발광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발광체는 점점 형태를 갖추어 가더니 마침내는 인간의 여성을 연상케 하는 체형을 갖춘 거대한 은색 거인으로 변했다. 건달사우르스의 공격에 쩔쩔매던 방위군의 병사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낱같은 희망을 다시 걸기 시작했다.

“저 섹시한 거인은 우리편인가?”

어메장관은 경이로운 눈길을 감추지 못한 채 쌍안경을 들고 거인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대원들은 드디어 장관이 뭔가 새로운 전술을 짜내는 것이 아닐까 하고 기대하였으나 다음 한 마디는 그 기대를 철저히 무너뜨려 버렸다.

“이렇게 멀어서야 스리사이즈를 제대로 알 수가 없지 않은가.”

“......장관님, 작전 중입니다.”

“실례했네, 피요 상사.”

은색의 거인은 (거녀[巨女]라고 함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건달사우르스에게 다가서서 공격자세를 취하고 괴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방해꾼의 출현을 알아차린 건달사우르스는 재빨리 돌아서서 오염물질을 산포(散布)했으나 거인은 날렵한 동작으로 피하고는 신속하게 킥과 펀치로 괴수의 온몸을 강타하였다. 문제는 그러한 타격에는 괴수가 전혀 타격을 입지 않더라는 점에 있었다.

건달사우르스는 거인의 육탄 돌격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인간으로 말하자면 코웃음을 치는 행위에 해당되는 어떤 모션을 취한 뒤에 지독한 반격을 개시하였다. 갑자기 몸을 땅 위에 길게 눕히더니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사방으로 뒹굴면서 거인을 인정 사정없이 깔아뭉개는 것이었다. 이것은, 후에 건달사우르스의 필살기로 밝혀져, ‘궁상 어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구들 어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려 15차례의 궁상어택에 시달린 거인은 결국 무릎을 꿇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건달사우르스는 더욱 신이 나서 공격을 가해 댔고 거인은 아예 정신을 잃은 것처럼 그대로 쓰러져서 아무 반격도 가하지 못했다. 이제 거인의 몸은 한없이 우울하고 투명한 푸른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어디에선가 나타난 단단해 보이는 사슬이 거인의 몸 전체를 휘감고 있어, 말 그대로 ‘무저항 무반격’의 상태로 되고 말았다. 지켜보던 방위군의 대원들은 절망하기 시작했다.

“젠장 아직도 전투가 안 끝나면 혼령귀병 카라젠 방영 시간에 맞춰 귀대할 수가 없잖아!”

......절망의 성질이 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거인이 지독하게 두들겨 맞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분석을 하고 있던 유성 대위는 뭔가를 알아낸 듯, 갑자기 깜짝 놀란 얼굴이 되더니 은밀히 어메장관에게 뭔가를 속삭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좀 황당한 표정을 짓는 장관이었으나, 설명을 계속 듣고 나서야 비로소 납득하는 얼굴이 되었다.

“좋다. 밑져야 본전이니, 자네 말대로 해보자. 하지만 실패하면 어떡하지?”

“저를 감봉 6개월에 처해 주셔도 좋습니다.”

“감봉 3개월에 TV시청금지 6개월.”

“아니, 그건 저......”

“자네가 초래한 일이다.”

냉정히 돌아선 장관은 전군에 대해 사상 유례가 없는 명령을 내렸다.

“저 거인 쪽을 향해 모든 포문을 집중하고 사격을 개시한다!”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을 금치 못하는 방위군 대원들은 드디어 장관도 위기에 몰리더니 너무 무서운 나머지 미쳐 버렸구나 아이구 불쌍하여라 하긴 누군들 안그러겠느냐만...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별 수 없이 명령에 따라 조준을 거인 쪽이 맞추고 집중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DD블라스터, E탄, 근성캐논, 그리고 압수한 도배건과 A탄, N탄을 총동원한 사격이었다. 거인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온갖 처연하고 측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양방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었다.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유성대위와 장관이 미친 것일까?

......아니면 혹시 작가 녀석이 미친 것일까?


그런데 어느 순간, 거인의 주위에 신비스런 일곱 가지 색깔의 오라가 발산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공격을 받고만 있던 거인의 몸이 다시 활활 타오르는 정열의 붉은색 계통으로 바뀌더니, 묶여 있던 쇠사슬을 끊어 버리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몸의 여러 부분에서는 뾰족한 가시덤불 같은 장식이 나타나 있고 평평한 구두 모양의 발은 요염한 하이힐로 바뀌어 있었다. 방위군의 일부 대원들은 그 도발적이고 고혹적인 자태에 정신을 잃고 벌벌 떠는 추태까지 보일 정도였다.

거인은 두 다리로 벌떡 일어서서 건달사우르스에 다시 도전하려는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그 포즈에는 아까와 같은 미숙함이나 주저와는 달리 상당한 자신과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 적을 노리는 전사, 펫을 노리는 여왕님의 그 모습인 것이다! 건달사우르스 또한 뜻밖의 상황 변화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공격을 가해 온다.

거인은 능숙한 몸놀림으로 공격을 모두 피하더니 오른팔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순식간에 아무것도 없던 오른손 위에 눈부신 빛과 함께 길쭉한 발광체가 형성되더니 다음 순간 은은한 광택이 나는 검은 채찍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거인은 냉정하게 리듬에 맞춰 채찍을 건달사우르스의 동체 전면에 갈겨댔다. 채찍이 부딪칠 때마다 엄청난 전압의 전기 스파크가 주위를 진동시켰다. 방위군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처절한 공격을 보고 있기만 했다. 그들 중에는 심지어 건달사우르스를 동정하는 자도 있었던 것 같다. 남녀 대원 몇몇이 손수건을 꺼내 들고 눈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지독한 채찍 연타에 비틀비틀거리는 건달사우르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거인은 채찍을 거두어들이더니 두 손을 모아 괴수 쪽으로 뻗치는 것이었다. 두 손이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강력한 에너지 파동이 사방을 진동시킨다. 그 에너지의 흐름은 이윽고 걸쭉한 촛농의 형태를 갖춘 한 줄기의 입자 빔으로 전환되어 건달사우르스의 동체 한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갔다. 모든 것이 끝난 그 자리에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회색 잿더미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방위군 본부의 슈퍼컴퓨터와 무선으로 연동된 자기의 노트북으로 몇 가지 계산을 해본 피요 상사는 침착하게 모니터에서 눈을 뗀 뒤에 장관과 동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 거인은 상황에 따라 몸체 표면의 성질을 바꿈으로써, 고통을 에너지로 피드백하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비축된 에너지가 일정 레벨이 이르면 다시 다른 모드로 전환하여 공격력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거죠.”

“자네 생각이 옳았군. 그런데 어떻게 알았나?”

장관은 유성 대위를 쳐다본다. 그러나 대위는 별로 말해 주고 싶은 눈치가 아니었다.

“사람의 인생이란 것은.... 때로는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우연히 맞춘 걸로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더 이상은 묻지 않겠네.”

장관은 미심쩍은 눈치를 보이면서도 더 깊이 추궁하지는 않았다.


한편, 거인은 자기 이마에 박힌 수정 비슷한 물체에서 경고 신호 비슷한 점멸이 일어나는 것을 감지하고는 황급히 하늘로 날아올라 먼 산 저편으로 사라졌다. (상당히 아쉬워하는 몇몇 방위대원의 한숨 소리가 BGM으로 깔리고 있다.)

급히 조직된 환경미화특전대가 시내에 투입되어 부상자를 구출하고 괴수의 흔적을 치우는 작업을 개시함과 동시에, 방위군 본대는 재빨리 귀대를 서둘렀다. (시내의 TV에서는 이미 카라젠의 오프닝이 흐르고 있었다. 망할 방송사 자식들.) 다른 쪽에서는 경찰의 기동대가 아직까지 시내에서 얼쩡거리던 화이트 핸드의 잔당들을 켄터키차에 실어 가고 있었다.

어메장관과 그가 지명한 대원들, 즉 아까의 임시대책반 멤버들은 사후 처리를 위해 현장에 남아 있었다. (분명히 소식이 끊어진 친구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속히 모여 있었다.) 그들은 피해 상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본 뒤 특별 보고서를 쓸 필요가 있었다.

장관이 싸구려 담배를 피워 물면서 한숨을 쉬었다.

“평범한 소요 사건이 이렇게 희한한 괴사건으로 번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라 소위가 담배연기에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조용히 말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방위군에서도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겠지요?”

장관은 담뱃재를 털며 답한다.

“분명히 그렇겠지. 그전에도 이상현상은 많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은 없었고, 방위군의 통상 전력으로는 다루기 어렵다는 점도 실증되었으니까. 아무래도 덩치만 큰 방위군을 직접 투입하기보다는 소규모의 특수부대를 따로 조직해서 이러한 사건들을 전문적으로 맡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년’이 눈망울을 빛내며 끼여들었다.

“그런데 아까 그 거인, 대체 정체가 뭘까요? 우리편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이름도 사는 곳도 아무것도 모르니 답답해서...”

“저걸 봐요!”

유태 상사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쪽에는 붉은 석양으로 물든 저녁 하늘과, 그 위를 아름답게 장식한 출처 불명의 빛줄기 몇 개가 펼쳐져 있었다. 마치 하늘을 전광판으로 만들어 놓은 듯 했다.

“저것은 울트라의 문자입니다!”

피요 상사가 황급히 사령부 컴퓨터의 언어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면서 외쳤다.

“울트라인(人)이라 불리는 외계의 거인족과 인류가 만날 때에는 반드시 세 가지 단계가 따른다고 합니다. 제 1종 근접조우에서는 거대한 오로라가, 제 2종 근접조우에서는 울트라의 문자가, 제 3종 근접조우에서는 울트라인과의 직접 대면이 따르게 된다는 전설이지요.”

“그런데 이번 만남은 2단계에 앞서 3단계가 나오고 1단계는 아예 없으니 좀 이상하군.” 유성 대위가 지적한다.

“혹시나 울트라인 중에서도 열등생에 속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출신지가 다르다거나.”

“거기까지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다. 피요 상사, 의미를 해석할 수 있겠나? 어쩌면 우리 지구에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지도 몰라.”

“장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해 보기는 하겠습니다만, 아직 데이터베이스가 완전하지가 않아서... 오역률 1.3%입니다.”

“상관없어.”

몇 분의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피요 상사는 약간 맛이 간 표정을 지으며 모두를 불러 들였다. 그들의 기대에 찬 눈이 모니터에 쏠렸다. 지구에 다가오는 위기를 예언하는 내용일까? 지구와 친선을 맺겠다는 외교적 수사인가? 아니면 위기를 타개할 대책에 대한 충고일까?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이, 이게 뭐야? 해석이 잘못된 것 아닌가?”

“아닙니다. 적어도 본부의 데이터베이스가 보장하는 한에 있어서는 정확합니다. 하지만 이건 저도 도대체...”

번역된 분량은 별로 길지 않았지만 그 내용만은 그들을 황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내용인즉...

‘우주의 여왕 울트라하가 강림하였으니 모두들 경배할지어다. 오홋홋홋홋~’

......이라는 것이었다.


“젠장 지구의 하늘은 낙서판이 아니란 말이닷~~~!”

장관 이하 6인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열혈을 한데 모아 힘껏 외쳐 대고 있었다. 감히 지구의 환경을 함부로 장난감으로 삼고 나아가서 지구인을 능멸하다니. 아무리 우리 도시를 구해 줬다고 하더라도 이건 용서 못한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우리가 직접 우리의 별을 지켜 보여서, 너를 실업자로 만들어 버리리라.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그들의 눈은 쓸데없는 정열로 활활 불타올랐다.




같은 시각, 석양으로 물든 도시의 한 모퉁이에 있는 어느 초고층 건물에서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지닌 젊은 남자 한 사람이, 인터컴을 통해 은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래. 결국 라하세르가 도착했군. 알았다... 수고했어. 계속 감시하도록.”

“옛, 그럼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인터컴을 끄고 책상 앞에서 일어나 전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창 앞으로 다가갔다. 가을 단풍처럼 곱게 물든 도시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제 시작이군......”

남자의 입가에 알듯말듯한 가벼운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END  OF  EPISOD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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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ING  :  STRANGE  LAND ☆



너무나도 낯선 세계

이리저리 몰려가는 사람들

그 안에 내가 있어


난생 처음보는 것도 많지만

익숙해지려고 노력해

내가 사는 곳이니까

내가 지키는 곳이니까


모두들 떠나갔지만 너만은 남아줬지

내가 상처입었을 때

아무도 모르지만 너만은 알고있지

내가 누구라는 걸


한번더 상쾌한 기분으로

이제부터 모든걸 다시 시작해

나의 하나뿐인 삶이니까

나의 소중한 ‘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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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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