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과 연구/특촬관련

[1999-08-10] 캐릭터로 풀어보는 용가리

잠본이 2010. 7. 11. 17:56
 

..."비전이 없는 사람은, 그건 아메바다"

                                   -심형래



 

<<캐릭터로 보는 용가리 대백과!>>



  *휴즈박사: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한때는 꽤 잘나가던 고고학자였다. 그러나 제자 캠벨교수와 동행한 안데스산에서의 탐사여행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약간 뒤처졌다가 의문의 고대문자로 이루어진 예언의 돌덩이(...)와  날개달린 인간 비슷한 형체의 미라(...)를 발견하게 되고, 뒤처진 덕분에  폭발사고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그후 2년간 행방불명되었던 그는, 인류멸망에 관련된 끔찍한 예언의 일부분을 밝혀내어 캠벨의 발굴을 막으려고 다시  나타나지만 미친 노인 취급만 받고 쫓겨난다. 그러나 의혹에 빠진 홀리의 앞에 또한번 나타나 그녀의 협력을 얻어내는데 성공, 예언의 해독을 계속하여 용가리를 막으려 하지만, 이미 그들이 달려간 발굴현장에서 용가리가 부활하여, 파괴와 광란의 세계가 펼쳐진다. 우연히 만난 파커대위의 소개로 홀리와 함께 머독장군이 지휘하는 사령부로 달려간 박사는 상황실에서 사태를 지켜보며 용가리의 속성과 행동에 관한 여러가지 흥미진진한 해석을 내놓고, 괴수퇴치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애쓴다. ("아니 그건 됐고, 퇴치할 방법이 뭐 없소?" -_-)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휴즈박사의 캐릭터는 영락없는 심형래 본인의 페르소나로 볼 수 있다. 한때 잘나가던 개그맨이었던 그가 느닷없이  언제부턴가 브라운관에서 사라지더니 몇년만에 괴물딱지같은 영화  하나를 들고 세계가 멸망...이 아니라 헐리웃을 제패할 기반을 닦는다며 되돌아와서는, 수많은 반대와 질시와 의심과 험담을 무릅쓰고 약진하는 모습은 마치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경고를 거듭하는 한물가고 꾀죄죄한 중년아저씨 휴즈박사 그대로이다. 그는 그를 비웃고 의심하는  사람들(캠벨)과 그에게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은 걸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홀리) 사이에서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경로로 인해  투자자가 되어준 사람들(머독장군)도 그를 100% 믿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그를  돕기 위해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영화제작을 실험하는 사람들(더들리와 파커)이 받쳐주고는 있지만 아직 그가 어느정도의 결과를 이루어낼지(과연 용가리를  막아내고 세계를 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역사는 이후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외계인들이 지구인에게 살아갈 권리를 인정해줄지)는 적어도 수년은 지나봐야 알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하는 말은 적어도 틀린 점이  별로 없고, 진실에 차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정치인들 헛소리보다는  훨씬 낫게 들렸다) 다만 그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는만큼 그것을 어줍잖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휴즈박사가 하는 말들 또한 선의에 바탕을 둔  것이고 학자로서의 양심과 인류의 행위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말은 너무나 산만하고 추상적이고 한꺼번에 터져나와서 상황과는 약간 겉도는 면이 없지 않고, 때로는 듣는이의 짜증까지 불러일으킨다.  그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그리고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다.(특히 라스트에 가까워져서는 누가 저 영감 좀 데리고 나가!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그러한 불만은 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감안하면,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과학자 캐릭터로서는 상당히 잘 들어맞는 인물이기도 하다.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고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아주 피곤한 얼굴에 남들에게 비웃음들을 만한 소리만 하고 다니는 고지식함이 어째 묘하게 필자 본인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으어 -_-) 아무튼 용가리의 동기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해설자격인 인물인 동시에, 인류의 양심을 대변하는 정의의 아저씨(...)이다.



  *캠벨교수: 휴즈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서 야망과 질투심에 불타는  고고학자. 인간의 악덕을 표방하는 뵈기싫은 캐릭터이다. 안데스 탐사여행중 강압적으로 부하에게 불기둥(...)을 건드리게 했다가 폭발사고가 일어나 다른  대원들은 다 죽어버리고  한걸음 뒤로 빠져 안전을 도모한 캠벨과 뒷길로 새어 다른 것들을 발견하느라 정신없던 휴즈만 살아남았다. 이후 그곳에서의  연구를 바탕으로 2년에 걸친 발굴작업 끝에 고대 괴수(극중에서는 dinosaur와 dragon을 혼용했지만 사실 monster로 보는 것이 가장 포괄적이다) 용가리의  골격을 파내어 학계의  인기인이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러나 발굴현장에서  밤마다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로 작업원들이 속속 죽어나가자 불안해하는 인부들을 어르고 ("자네들 모두가 불법체류자임을 명심해") 달래어("수당을 두배로 올려주지!") 억지로 작업을 진행시키고, 소문을 듣고 새어들어온 블랙기자가 혹시나 난처한 사진이나 찍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그를 위협하는 등  여러가지 고생을 겪게 된다. 휴즈의 돌연한 등장에 불쾌감을 느끼고  그를  쫓아보내는 한편 그러한 행동에 의문을 품은 홀리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녀를 갈테면 가라고 (사실상) 해고한다. 그러나 용가리의 부활로 인해 모든게 엉망진창이 되고 그 자신도 용가리의 발바닥에(...) 짓밟혀 세상을 하직한다.


   전반부에서는 휴즈의 반대편에 선 인물이며  용가리를 둘러싼  갈등의 초점이 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철저한 자만심과  목표를 향하여 희생도 감수하면서 작업을 밀어붙이는 저돌성, 그리고 주변상황을  가능한한 완벽하게 통제하여 자신의 안위를 도모하는 교활함이 잘 어우러진  캐릭터이다.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긴 해도 자신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드러냈으며 배우의 연기도 가장 괜찮았다.(B급 영화임을 감안하면 연기는 모두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시도때도 없이 실실거리는 파커는 빼고 -_-) 휴즈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상당한 곤욕을 치르고 목숨까지 잃어버린다. (그런데 용가리의 발이 지나간 뒤에 이인간이 멀쩡하게 얼굴을 움직이는 장면이 스쳐지나간것 같은데 편집실수인지 아니면 내가 다른사람을 이친구로 잘못본건지는 확실치 않다)


   그의 과대망상은 극의 진행과 함께 차츰차츰 발전하여 광기로까지  비칠 정도가 되어간다. 부활한 용가리를 보고 손을 치켜들며 "You're My  Creation!"을 외치는 부분은 그 절정에 해당한다. (허나,자기가 무슨 프랑켄슈타인 박사도 아니고 말이지, 용가리를 만든 것은 딴놈이고 자기는 다만 발견한것뿐인데 뭐가 "넌 내가 창조했어!"냐? -_-) 교활함이라면  좀 뒤지지만  야망은 비슷비슷한 블랙기자와는 그래도 죽이 잘 맞는 편이었는데 먼저 죽어서  아까웠다. (물론 블랙도 좋아서 동조했다기보다는 특종 때문에 기분은 더러워도 살살 비위맞춰준 것에 더 가까웠지만) 이 캐릭터가 죽은 뒤에는 극의 초점이  휴즈-홀리-캠벨의 삼각관계(연애 이야기가 아니야!)에서 용가리의 파괴대행진(rage라는 단어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극의 긴장도가 약간 떨어지지만 그것은 어른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이야기이고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이 부분부터가 재미있어진다. (대사가 영어다보니 발굴 부분은 되게 지루할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 앞뒤에서 "용가리 언제 나와? 재미없다" 이러던 아이들이 캠벨이 죽고 난 뒤에는 아주 조용해졌다. 하하하 -_-)


   안데스(거기가 어떻게 안데스? -_-)현장에서는 망설이는 부하에게 "dig it!"을 외친끝에 자기만 빼고 모두다 타죽게 만들더니 발굴지에서는 불쌍한 인부 여러분을 혹사하면서 그들의 약점을 잡아 협박을 일삼는등 별별 짓을 다하는데, 어찌보면 이친구의  "까라면 까!" 정신은 이 영화에서도 보기드물게 한국적(?)인 요소가 아닐까나.



  *미스 홀리:캠벨의 조교로서, 발굴현장에서는 그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자료정리와 화석의 스케치 및 상상도  작성 등도 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사고(밤중에 용가리의 화석들이 저절로 제자리에 날아가 꽂히면서 근처에 있던 인부들이 꿰뚫려 죽는다. 다음날에는 시체말고는 남는 게 없으니 의문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사고의 원인은 한참 뒤에야 밝혀진다. 이건 뭐 거의 호러영화 -_-)에 의문을 품고 당국에 알려 사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캠벨에게 묵살당하고, 그때 나타난 휴즈의 경고에도 의문을 품게 되어, 결국 캠벨과의 의견차이를 이유로 조교를  그만둔다. 중간에 숙소를 찾아온 휴즈박사(스토커 기질이 다분하다 -_-)와 합류하여 그의  설득에 말려들어(뚜쟁이 기질도 약간 있다 -_-) 결국 그를 도와서 고문서를 해독, 용가리의 부활과 세계에 닥쳐올 운명을 알게 된다. 휴즈와 함께 다시  발굴현장으로 돌아가 작업을 중단시키려 하지만, 결국 그들의  눈앞에서 하늘로부터 떨어져온 의문의 빛이 용가리를 부활시켜, 일대 살육이 벌어지고 만다.  현장을 조사하러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온 파커대위의 지프에 동승하여 (사실은 어거지로 얻어탔다. 무섭다 이사람 -_-) 그들을 안내하고, 용가리에 대한  예언도 들려주어 그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시킨다. 휴즈와 함께 본부로 이동하여 용가리를 막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예언에 언급된 '다이몬'이  용가리 이마에 있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조종장치가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해내어 휴즈의 연구를 돕는다. 운전솜씨 발군에 말싸움에도 재능이 있는 열혈미녀(였던가...?). 물론 그림도 잘 그린다. (그런데 이런게 그렇게도 중요한건가? -_-)


   휴즈의 꾐에 빠져(-_-) 그를 보조하는 조수(라고 해봐야 월급 한푼도  안주는 백수다 -_-)가 되어서 용가리에 대한 연구를  돕는 캐릭터.  말하자면 관객의 대리자로서 휴즈의 곁에서 그의 말상대가 되어 그의 추론을 검증하고  토론하는 중요인물. (그러나 전투에서는 두사람 모두 별 도움이 안된다 -_-) 선악이 뚜렷하게 갈라져 있고 집착이라던가 열정 면에서도 꽤 두드러진 캐릭터인  휴즈와 캠벨에 비해 보다 중도적이고 신중한 입장의 캐릭터이다.(그만큼 재미는 별로 없다 -_-) 극의 진행과 함께 서서히 제3자에서 개입자로 변화해가는  미묘한 위치에 있는 캐릭터이지만 그 진행상황이 그다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으음, 그런데... 왜 박사가 여자이면 안되는 것일까나.(말하고나니  갓질러에서는 여자가 박사였던가 ;;;)



  *블랙 기자: 꽤 알려진 일간지의 포토제닉 혹은 사진기자인 모양인데,  생김새로만 보면 영락없이 길거리를 헤매는 노숙자처럼 보이는 초라한 사나이다. 생긴 것만큼이나 성격도 꽤 생쥐같은 데가 있어서 발굴중에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에 신경이 쓰이면서도 캠벨의 '퓰리처상 타고 싶지?'라는 유혹에 넘어가 입을 다물고 지켜보기만 하는 (그러나 혼자서 의문을 열거해가며 궁금해하는 것만은 잊지 않는 - 이때 한순간만은 그가 관객의 대변자로서 사건을 간단히 정리한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용가리 부활 이후에는 홀리의 집에  숨어들어 예언서가 든 파일을 훔쳐가려고 하다가 그들에게 들켜 한바탕  카체이스를 벌이는(그러나 몇킬로미터도 못가서 운전실수로 길옆에 처박힌다 -_-)대담함을 보인다. 결국 홀리와 휴즈는 그가 보관하고 있던 예언서 앞부분을  수복하지만, 그가 진짜로 노리고 있었던 예언서의 마지막 부분을 기록한 디스켓은 이미 빼돌린 뒤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뒤, 그 부분에 나타난 기록을 더듬어간 블랙이 발견한 것은...... 깊은산속 어딘가에 숨겨진 괴수들의 뼈무더기였다! ("퓰리처상이라고? 웃기고있네! ...... 이건 노.벨.상.감이야!")


   한마디로 기회주의자. 야망이 있기는 하지만 캠벨처럼 무리해서 그것을  뒤쫓기보다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자중하는 무시못할 인물이다.  다소 껄렁하고 격의없는 성격이라 때로는 좀 건방진놈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쁜놈이라기보다는 선악에 관계없이 자기 이익만 확실하게 챙기면 그걸로  끝인 녀석이라고나 할지. (그러나 예언서를 훔쳐가는데 성공했더라면...  인류는 끝장이었을테니 역시 어찌보면 가장 나쁜놈이야 이건 -_-)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은 정말 기막힌 압권이었지만 영화 다 끝난 것처럼 멀쩡하게  스탭롤이 올라가다가 갑자기 화면이 끊기고 다시 이장면이 나온 뒤에 스탭롤이 처음부터 또 올라가는 진풍경을 보여주었다. (편집실수인가, 아니면 새로운 영화종결방식인가? -_-)  과연 그 뼈들로 팔자를 고쳤을까, 되게 궁금해지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파커 대위: 중반부터 주인공인체 하고 다니는 뺀질이 군인. 어딘지도 모를 관제센터(어째서 한반도가 지도 중앙에 나와있는거지? 용산 미군기지인가? -_-)에 근무하던중 자기네 첩보위성(및 그 근처를 지나던 스페이스셔틀)이 의문의 우주선에 격추당한것을 탐지하고 경악한다. 이후 그 우주선이 지상을 향해 정체모를 빛을 발사하자 머독장군의 명령으로 그 근처 발굴지를 정찰하러  갔다가 홀리와 휴즈의 안내로 그곳에 도착, 용가리가 저지른 참상을 보고 또 한번 경악한다. 작전회의중에 들어와서 휴즈의 예언을 머독에게 전하는 한편, 더들리박사가 고안한 T-프로젝트의  실험대로서 선발,  단독비행용 부스터팩과 중화기로 완전무장하고 용가리의 뒤를 쫓아 출동,  열심히 싸우지만 힘이  딸린 탓인지 부하들을 모두 잃고 혼자만 나무 위에 추락하여 겨우 살아남는다.  오닐의 희생으로 인해 인류의 편이 된 용가리가 또다른 괴수 싸이커에게 고전하게 되자, 스스로가 미끼가 되어 싸이커를 유인, 용가리가 싸울 의욕을 회복하게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고도 끝까지 살아남는 억세게 재수좋은 놈.


   배우가 서투른건지 캐릭터 자체가 좀 뺀질한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실실 웃는 표정으로 나와서 사람 김새게 하는 문제의 캐릭터. (이 캐릭터가 웃지 않는다면 상황이 엄청나게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는지도.. 이게 뭔소리여 -_-) 용가리의 공격을 받아 도심에 추락하여 살아남았을  때에는 그래도 꽤 놀라고 아픈 탓인지 웃음기가 가셨지만...  전투가 끝난 후에는 또다시 그 느끼한 미소를 회복하여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출격 전에는 "조국과 가족을 위해 어쩌구저쩌구"를 외침으로써 전형적인  애국마초임을 과시하려 하는 듯 하지만 도무지 긴장감이 전혀 없는 캐릭터가 이런  대사를 하다보니 오히려 블랙코미디가 되어 버렸다. 출격 전에 머독장군이 훈시를 하는 대목에서도 끊임없이 웃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장군을 비웃는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의외로 의미있는 캐릭터일지도... ;;;)  아무튼 용가리 퇴치작전에 직접 뛰어들어 위험을 마다않고  집중공격을 가하는 등 현장에 가장 가까이 들어가서 여러가지로 고생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경례)



  *군인들


   머독 장군: 대책본부의 지휘관으로 상황실에서 작전지시를 한다. (그뿐이다)


   루이스: 파커 휘하의 군인이었으나 용가리를 공격하러 떠나가기 직전에  겁이 난다는 이유로 공격팀에서 빠진다. 귀환하는 헬리콥터 안에서 울것같은 표정으로 고뇌하는 장면이 인상깊다. 어찌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정상적인 감각을 지닌 인물인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겁쟁이라는  낙인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파커 이하 모두 죽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된 거지만...;;;)


   오닐 중위: 루이스 대신에 자원하여 공격조에 가담한 젊은 군인. 용가리의 약점이 이마의 다이아몬드라는 것을 알고 총공격을 가하나 파괴하지 못하고 퇴각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마지막 수단으로서 육탄공격을 가하여 다이아몬드를 파괴하고 죽어간다. 파커 이상으로 용감하고 훌륭한 일을 해낸 셈이지만 너무 평면적으로만 묘사가 되어서  좀 바보스럽다는 느낌도 있다. 어떤 이유로 자원했는지도 분명하지가 않다. (역시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였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파커 첫등장신에 신혼여행 다녀왔다는 군인이 한명 나오는데 오닐인지 다른사람인지 가물가물... (만약 오닐이었다면  그 부인은 어찌되는건가 대체? -_-)


   기타 등등: 그외에도 여러사람 나온다. 그런데 요즘 미군은 국방색 군복을 입고 다녔나? (아니면 한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여서 미국에서도 이런 군복을 도입했다던가... 아하하 -_-)


   더들리 박사: 군인이라기보다 군의 일을 돕는 기술자로, T-프로젝트 책임자. 어여쁜 조수와 함께 등장하나 조수는 한마디도 안한다.  머독이 그 조수 쪽을 가끔 흘끔흘끔 쳐다보는 이유는 대체 뭘까?  아무튼 휴즈와는 별개의 의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학자 타입. 일본이나 미국의 괴수영화에 보통 등장하는 과학자들과 다른 점은 화력이나 크기에 의존한 대괴수병기가 아니라, 터무니없게도 일반병사가 부스터팩을 짊어지고 하늘을 날으며 괴수를  공략하는 기동성/순발력 위주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는 점일  것이다. (머독의 말에 따르면 T-프로젝트는 훨씬 이전부터 개발중이었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용가리가 아니라 뭔가 다른 용도에 맞춘 것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터무니없다 -_-)


                명대사 "날 찾아온걸보니 급한 일이 생겼나보군요."

                       "그걸 어떻게 아시오?"

                       "당신은 그럴때만 날 찾아오니까요."



  *외계인들: 썬더버드2호와 엔터프라이즈가 하룻밤을 보낸 끝에 탄생한듯한  멋진 형상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 저편으로부터 지구를 찾아와 궤도상에  머물면서 괜히 이유도 없이 셔틀과 위성을 파괴하여 주목을 끈 뒤에  발굴된 용가리의 뼈에 광선을 쏘아 용가리를 몰핑...아니 부활시키고는 그놈을 마음대로 조종하여 도시 몇개를 뭔지 알수없는 이유로 두들겨부수게 한 뒤에 오닐의 활약으로 용가리가 말을 안듣게되니까 최후의  수단이라며 또다른 괴수  싸이커를 내려보내 사람들과 용가리를 두들겨패게 만들더니 결국 용가리가 싸이커를 물리치니까 "인간들이 이겼어. 그들에게는 살 권리가 있어."  "그러나 인간들은 여전히 자기네 별을 파멸시키고 있어." "그러니까 언젠가는 다시 와서 저들을 시험해 보아야겠지."라는 둥 알수없는 대화를 주고받고는 우주 저편으로 사라져버리는 수수께끼의 캐릭터.  얼기설기 이어진 기계인형같은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는데 두명이 출연하여 기계음 섞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우주선이나 외계인 자체는 그런대로 산뜻하게 잘 만들어져서 어색함은 별로 없었지만  그다지 인상에 남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좀 뭔가 흔해빠진 느낌이 더했던가. 아무튼 현재까지 만들어진 한국영화에 등장한 외계인중에서는 가장  그럴듯하기는 했다. 우뢰매 시절의 그 하얀 분칠하고 가면이나 가발을 덮어쓴 자칭  외계인들을 봐라. -_-) 그들의 우주선이 지구에서 멀어져 다른 곳으로 떠나갈 때 쓰인 기법도 인상깊다. (오옷 한국영화에서도 워프의 시각적 표현이 가능했어!)


   그러나 도대체, 이들은 자기네들이 뭐길래 건방지게 지구인류를 시험하고  심판한다는 걸까? 뭔가 설정상 설득력있는 이유를 듣고 싶다. 단순히 인류의 잘못을 꾸짖기위해 등장하는 작가의 대리인에 불과한  '교사로서의 캐릭터'라면 그건 너무 흔하다. 외계인이 지구인을 심판하러 오는 패턴은 60년대에 써먹을만한 데서 다 써먹은 것이니 좀더 그럴듯한 이유나 그들의 심정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대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이 하려는 짓은 알겠지만 그러는 동기나 그러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  감정이입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영화에서 그런 부분까지 다루는 게 무리라는 것은 안다.


   우리 영화에서 이정도까지 했다는 것도 대단하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소설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변명 정도는 해도 좋지 않을까.  현재 나와있는 어린이용 스토리북은 영화의 개요 정리에 불과하지않은가. 그런 책을 낼려고 해도 수요가 없어서 못낸다는건 알겠지만... 어째서 극장에서 팔 만한 팸플릿이나 안내책자 하나도 안 만든 거냐. 이건 정말... -_-)



  *싸이커: 용가리의 숨겨진 라이벌 괴수로 용가리를 통제할수없게 된  외계인들이 대용품으로 내려보내 용가리와 싸우게 했다.  주로 두발로  걷는 용가리에 비해서 네발짐승의 스타일을 하고 있고, 무기는 역시 용가리와 같은 화염탄이다.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커다란 덩치와 무식해빠진 힘 말고는 뭔가 특징적인 기술이나 개성이 없어서 금방 용가리에게 당하고 목이  떨어져버리는 불쌍한 놈이다. (너무 쉽게 당해버려서  진짜 맥이 빠졌다.  좀 버티지 말야 -_-)


   위치로 보면 고지라에게 있어서 킹 기도라 정도? ...이지만 생긴 꼴은 오히려 안기라스를 닮은 놈이다(...라고는 해도 안기라스도 고지라 2탄에서 라이벌로 처음 등장했으니 뭐. ......그럼 혹시  이무기는 모스라에,  콘돌은 라돈처럼 되는건 아니...겠.... 뭐 아무튼 셋 다 성공해서 언젠가는 4대괴수가 한데 모인 최종결전편 좀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우하하하하 <-얼버무리는 웃음 -_-)


   이 캐릭터는 본 영화 최대의 '노림수'였다고 본다. 영화 개봉 전까지  여러곳에서 용가리의 홍보가 이루어졌지만 싸이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고  있다 해도 한두줄 정도, 심할 때는 이름만 겨우 나오고 말았으며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내용인지는 죽어도 안 나왔다. (취미가 등의 모형잡지에도 용가리나  공군 전투기 또는 외계인의 우주선 정도만 소개될 정도였으니...;;;) 그만큼 꼭꼭 감춰진(아니면 실수로 알리고싶어도 못 알린)  캐릭터였던 만큼  지명도가 상당히 낮았고, (게다가 극중에는 이름도 안 나온다 ;;;) 그런지라  후반부에 이놈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니 관객들은 꽤 놀랐던 모양이다. 웅성웅성하던 관객들도 머독장군의 "또 하나가 나타났어?"라는 당혹스런 대사에  금방 납득, 그러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었다. 별 활약도 못하고  설정도 빈약하여 라이벌 괴수로서의 위엄이나 카리스마 하나 못 보여주고  세상을 하직했지만, 후반부의 긴장이 늘어지지 않게 지탱해 주었다는 면에서는  꽤나 쓸만한 캐릭터였다. (극장을 나설 때 어떤 여학생들의  대화 중에  "처음에는 재미없더니 뒤에 가서 재미있어지더라"라는 말을 듣고는, 싸이커 너의 죽음은 헛된게 아니야! 나는 반드시 건담을 쓰러뜨린...아니 아니, 이게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엄연히 괴수로서 인기를 양분해야 마땅한 싸이커임에도,  캐릭터 상품에서는 용가리나 SD용가리 가족만 잔뜩 띄워주는 바람에 갈곳을  잃고 말았다는 점이리라. (고작해야 천원짜리 배지 하나에 싸이커 옆얼굴이  나오고 -그나마도 너무 어두워서 뭐가 입이고 뭐가 눈인지- 그 사진과 용가리의 다른 배지에 실린 독사진을 활용하여 둘이 서로 마주보는 Battle Special -순전히 멋대로 붙인 이름이다- 배지가 또 하나. 그리고는 끝이다. 어째서  네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거냐 싸이커! 어째서 말이 없느냐 싸이커! -_-)


   물론 괴수의 캐릭터성을 한껏 살려 캐릭터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므로 인간 캐릭터들이나 기계류 또는 영화장면을 동원한 상품전개는 좀 무리였을지 몰라도, 라이벌 괴수까지 푸대접하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SD싸이커는 뭔 복덕방 아저씨 같아서... 오리지널의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우엉엉 ;;;)



  *용가리: 이 영화의 표면상(?) 주인공. 고대에 살던 거대한 공룡으로 추정되나 그 확실한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휴즈가 발견한 예언서에 따르면, 자신의  지식으로 자멸의 길을 걷는 인류를 심판하기 위해 하늘로부터 날아온 빛에 의해 부활하여 지구를 태초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막중하고도 거룩한(?) 책임을 떠맡은 만만찮은 캐릭터이다. 예언대로 빛을 받고 환골탈태...가 아니라 육신부활하여, 발굴지에서 한차례 소동을 벌이고 캠벨 및 인부들을 해친 뒤에  외계인의 빛에 실려 잠시 사라졌다가 근처 도시로 순간이동하여 여러가지  빌딩과 기물을 파괴하고 인명을 살상하며 사방에 방화를 일삼는등(...)  갖은 악행을 저지른다. 급히 출동한 사수들이나 헬기부대도  그 방사능 화염...이  아니라 하여간 입에서 시도때도없이 뿜는 불덩이에 휘말려 별 효과를 못보고, 이런식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힌뒤 T-프로젝트 실험부대와도 교전, 역시 파커를 빼고 모두 전멸시키지만, 오닐의 희생으로 인해  수신기를 파괴당하여  강아지처럼 양순해진다. (이걸 모르고 항공부대가 날아와 이놈을 공격하다가 애꿎은 빌딩 몇채를 부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 아니라 저런 바보들... -_-) 그러한 변화를 알아챈 외계인들이 제2의 괴수 싸이커를 강하시켜 용가리와 인간들을 모두 해치려 하지만 마음을 돌려 인간의 편이 되기로 결심한(듯이 보이는) 용가리는 싸이커와 대결하여 그놈의 목을 날리고 외계인이 돌아가게 한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여 쓰러진 용가리는 헬기부대에 의해  무인도로 운반되어 간다. (이 수송장면 진짜 멋지다. 무슨 CF필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커다란 대도시 위로 줄에 매달린 용가리가 실려가는 장면은 정말 잘 만들었다. 다만 클라이막스에서 얘기가 늘어진 탓인지 뒷처리가 너무 빠르게 느껴져 감동이 많이 죽은 건 아쉽지만, 장면 자체는 그야말로 1급이다. 특히 이 영화는 주로 어두운 밤에 모노톤의 도시를 배경으로 용가리가 돌아다니기 때문에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는데, 이 장면은 밝은 대낮을 배경으로  찍혔으면서도 어색함이 없어, 그것을 보상하고도 남았다! TV에 출연한 심형래  본인도 이 장면에 대해서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이더라) 인류와 다시 어울릴 그때를 기약하며... 이를 지켜보는  휴즈,홀리,파커,머독 일당들(...)은 감사와 안도에 가득한 마음으로 그의 행복을 기원하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THE END...일 것 같았으나... (이하는 '블랙기자' 참고 -_-)


   김모감독의 원조 '대괴수 용가리'는 Yonggari이나 심형래판 용가리는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기 위해 글자를 바꾸어 Yonggary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뭘로 해도 미국인들 발음으로는 '용개뤼'가 되고 마니... 으어 융통성 없는놈들... 갓질러야 Godzilla니까 그런거고 일본 원조인 고지라는 Gojira로  쓰면 그래도 비슷하게나 읽히는데 이 용개뤼는 대책이 없다. 아흐 -_-) 뭐 아무튼, 그 원조 용가리를 본적이 아직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부천  모 영화제에서 특별상영을 했다고 하나 내가 그 소식을 접한 것은 상영 끝난 하루 뒤였다 젠장 -_-) 적어도 심형래의 전작들에 비하면 확실히 '진보'했다.  (그러나 어째 나의 기억에는 '영구와 공룡쭈쭈'의 엄마공룡 쪽이 더 실감나는게... 아무래도 CG가 덜 들어가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인지. 하지만 심형래 본인에게는 이건 원시적인 방법으로밖에 안 보이나보다. 일본 특촬물에  대해서 '아직도 걔네들은 사람이 탈 쓰고 해요'라고 말할 정도니... 물론  탈인형 쪽이 스톱모션기법이나 애니메트로닉스나 CG보다 원시적이고 위험부담도 크고 국제적으로 유치하게 보이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특촬만의  고유한 정취가 CG로 인해 깎여나가는 것보다는... 콜록 -_-)


   딴 얘기가 너무 많았으니  이젠 용가리에 이야기를 집중해 보자면, (도대체 주인공을 맨 뒤로 뺀 이유가 뭐야? 라고 묻는다면 그래야 글을 끝까지 읽을테니까... <퍼퍽>) 괴수의 움직임이 다소 뚝뚝 끊기는 데가 가끔 있고, 좀 움직임이 단조롭고 전투패턴이  반복되는 경향(특히 격투전보다 화염을 이용한 원거리전이 주로 나오니... 다소  김이 샌다. 뭘먹고 화염을 그리도 자주 뿜는거냐. 좀 발로 차고 두들겨  패기도 해보란 말이다 -_-)이 눈에 거슬리지만, 용가리 자체의 디자인이나 그 거대함, 그리고 그로 인한 위압감과 긴장감이  충분히 표현되어 있어서 만족이었다.


   또한 외계인의 조종으로 인해 순간이동할 때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며  새파란 빛에 휩싸여 가물거리더니 사라져 가는 장면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큼 잘 만들어져 있다. 다만 사건이 주로 밤이거나 흐린 날이라서 선전용 스틸의  퍼런 용가리나 뻘건 용가리를 기대했던 사람으로서는 계속 회색 용가리(...)만  나와서 회색 건물들을 깨부수고 다니는 것이 시각적으로 좀 지루하게 보였다. 그러나 라스트의 빛나는 태양을 등지고 헬기들에 매달려 날아가는 용가리의  모습은 감동. (이유는 위에 이미 적었다)


   건물들의 파괴 장면은 정말로  화끈했고 헐리웃 어떤 영화들 못지않게 박진감 있었다. 특촬장면의 특성상 저렇게나 부수려면 여러개를 오랫동안 만들어서 준비를 했을텐데... 제작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용가리의 발길에 휩쓸리며 도망가는 군중의  실사합성이나 파괴현장의 한복판에서 여러가지 반응을 보이는 인간군상의 배치도 재미있었다. ("지원요청! 갓질러보다 더 큰 도마뱀이... 농담 아니라구요!"라고  전화부스를 붙들고 외치는 경관, '동평화시장'이라고 쓰인 의문의  건물을 지나 끊어진 고가도로를 용감히 통과하여 용가리 화염을 피해 아이들을 지키며  전속질주하는 버스기사 아저씨, 진하디진한 딥키스를 나누다가 -이거 연소자 관람가 맞아??- 창문밖으로 비치는 용가리의  눈동자에 화들짝 놀라는  연인들. 야아 정말 초특급 스펙터클에 걸맞는 기찬 장면들이었어 ;;;) 


   글쎄,  그노무 쥬라기 공원이나 고지라에 비교하면 떨어져  보일는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아무런 지원도 구축된 인프라도 하나 없이' 이정도 스케일로 저정도  장면을 창출해냈다는 것은 가히 기적적이다. ('쥬라기 공원'은 거슬러 올라가면 전설의 명작 '잃어버린 세계' -쥬라기공원II 말고 진짜 코난도일 원작의 그것- 이나 '광지의 계곡'의 전통이 있었고, '고지라' 또한 30년 넘는 토호  괴수영화의 전통이 뒤를 받쳐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용가리는... '티라노의 발톱'으로 대표되는 심형래표 영화만으로 쌓아올린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놀랍게만 느껴진다.)


   '앞으로 5년내에 헐리웃 따라잡는다'라던가 '일본 쪽에 비하면 용가리가 훨씬 더 수준높다'라는 말은 사실 과장이 좀  섞여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렇게 될지, 또 그런 것인지는 보다 타당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고 앞으로 제로나인의 행로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심형래는 그래도 뭔가를 '하고 나서' 그런 말을  꺼내고 있는 거라는 점이다. 남들이 안된다고 할 때, 그는 '했고' 그리고 여기에  그 결과가 있다. 100% 성공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뭔가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적어도 블루시걸같은 허접쓰레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블루시걸이 갑자기 왜 나오냐! -_-)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특수효과를 활용한 여타의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영화잡지라는 매체들이 상당히 신경을 써서, 촬영과정이나 제작과정에  대하여 상세한 리포트와 안내기사를 게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건축무한육면각체...'나 '자귀모'등등 많은 영화들이 이런 혜택을 받아 홍보도 하고 지명도도 높였다.


   그러나 용가리에 대해서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해외수출 실적의 진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심형래 본인의 언행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은 참  많았지만, 도대체 영화 제작과정 자체를 심도있게 보여준 잡지가 있었던가? 그 거대한 용가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무너지는 건물들이 얼마만큼 정성들인 것들이고,  외계인의 우주선이 어떻게 그리도 잘 떠다니는지, 그 비밀을 공개하려고 했던  잡지가 있었던가? 내 기억으로는 하.나.도. 없.었.다.


   (모형잡지인 취미가에서 제작소식을 약간 다루기는 했지만 그것은 영화잡지가 아니고, 또한 소개동기도 어디까지나 '모형'의 영화상에서의 활용 예를  보고자 함이지 '영화'자체에 대해 깊이 다룬 건 아니었다. 그 잡지 성격상 그것은 당연하다.)


   제로나인 측에서 비밀유지를 위해 취재를 거절해서일까? 그렇다면 어째서  영화잡지가 아닌 취미가는 취재를 해낸 것일까?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다, 라고 폭로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나는 제로나인과도 그 영화잡지들과도 아무 관계없으므로 아는바도 없고 추측할 만한 입장도 아니다. 하지만 의문을 제기하고는 싶다. 어째서 용가리에 대해서 진짜 100% 파헤치고자 특집을 낸 잡지는 없었는가? (정부의 같잖은 신지식인 캠페인 덕분에 지명도는 꽤 올라간 상태였으니 특집으로 할만한 기사로서의 가치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말이다.)


   혹시, 이건 짐작에 불과하지만, 충무로가 캠벨교수와 남모를 동질감을 느끼고 있어서였을...까?  (............^_^)



  *기타 감상 포인트 (내멋대로 적자!)


   -무국적의 황량하고 어설픈 배경과 소품은 확실히 의심받을 만하다. 난데없이 등장하는 동평화시장과 매직스테이션 로고가 붙은 건물, 서울시 번호판을 단 자동차의 질주, 국방색 군복의 미군들, 이유없이 한반도를 주시하는 OP센터, 선전용 스틸에서는 금문교였어야 했을 다리가 한강대교로 바뀌어 있다던가.. 등등. 이것은 아무래도 원래 제작상으로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려고 했던것이 해외수출 진행중에 미국 쪽으로 배경을 바꾸고 서양인 배우로 캐스트를 채우는 걸로 변경되면서 벌어진 착오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애초에 파괴될 건물이나 소품 등을 준비할 때는 한국이었으나, 최종 촬영시에는 미국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국임이 분명한  코카콜라 간판이나 공원의 아이스크림 왜건 등등도 있으니 몇군데 손질좀 하고 그러면 되긴  되겠지만서도... 도대체가 동평화시장이나 매직스테이션 로고는 후반작업을 하면서 CG처리 등으로 덮어씌워 감출 수도 있었을텐데, 왜? 라고 한다면... 역시 이건 스폰서가 자기네 간판 내보내야 돈대준다고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밖에는 추측할 수 없다. 실제로 SS...즉 쌍용 로고도 잠깐 나오니까.) 


   그러한 실수들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영화는 -B급영화로서 볼때- 아주 매끈하게 넘어갔고, 웃을만한 부분도 많았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용가리가 그 IMF라고 쓰여진 건물을 앞발로 뭉개버리는 장면과, 제로나인의  마크가 붙은 -영구필름은 빌딩을 소유하고 있을만큼 재벌이었다는 말인가!-  건물을 화염으로 쓰러뜨리는 장면. 왠지 아는사람만 아는 마크로스 제1화에서  스튜디오 누에의 간판이 걸린 건물을 주인공의 발키리가 개판만들고  지나가는 장면이 떠올라 죽는줄 알았다나 뭐라나. ;;;


   -해외시장 개척? 그건 좋다. 외국에서는 한국배우 안봐주니까 서양인  대거출연? 그것도 좋다. 그러나 말이지, 적어도 한국에서도 개봉할 거였다면  별도로 한국판을 만드는 수고는 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고지라처럼 뭐 한국인 나오는 장면 미국인 나오는 장면 따로 찍어 재편집하고  내용 고치고 그러라는 소린 못한다. 고지라야 원래 내수용을 해외로 내보내려고 해외판을 또 만든거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정반대이니까.


   하지만 어째서 우리나라 관객이 우리나라 영화에서 우리나라 스탭의 이름들이 '영.어.자.막'으로 화면 위에 춤추는걸 봐야 하고, 어린이(또는 가족)용 영화를 지향한다면서 애들로서는 도저히 못따라갈 영어대사를 그냥 들려주는 건 또  뭐란 말인가?  게다가 번역하는 자막 수준도 축약에만 치우쳐서 대사보다 훨씬 덜 세련되고 의미만 겨우 통하는 정도인데다가 애들이 읽기에는 너무 빠르게 휙휙 지나가지 않는가. 어째서 국내용으로 쓸만한 한글 타이틀이나 한글 엔딩  크레딧을 만들어 붙이지 않았는가. 어째서 약간이라도 성의를 보여서 성우를 기용하여 한국어 더빙을 하지 않았는가.


   이건 아무리 본래가 내수용이 아니라고는 해도  국내 한복판에서 개봉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마치 미국 비디오 시장에 곧장  내보내려고 만든 걸 억지로 국내관객에게 보라고 먼저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교섭이 안돼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이건 국내관객을 무시한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제발 다음 작품에서는 어떻게든, 국내판과 해외판을 좀 다르게 만들어서 우리나라 사람도 제대로 즐기도록 해 주었으면 싶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 대사 알아보기 위해 영문대본을 찾아야 하는 영화는 정말 처음 봤다)  이건 영화의 완성도 이전에 팬들에게 보이는 제작자의 성의 문제다!


   -상상외로 밀도 있는 이야기(그러나 전달이 잘 안된다 -_-), 그런대로 잘  만들어진 소품과 CG(그러나 순간적으로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설정집이나  촬영과정 담은 책 같은거 나오기 전에는 인정받기 힘들것이다 -_-), 괴수의 본질인 거대감과 공포감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주인공, 그리고 어설프고 과장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자기네 역할을 충실히  해준  배우들(아마도 제작진과의 의사소통 곤란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우리가 보는 개그와 그들이 생각하는 개그는 다르니까... 등등 -_-), 전반적으로는 확실히  '돈은 아깝지 않다'라고 생각할 만한 레벨은 획득.(그러나 이건 내가  괴수물 팬이어서일 것이다 -_-) 다만 위에서도 지적한 여러가지 문제점들과 또 다른  분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해준 기타의 문제점들을 거울삼아 차기작에는 좀더 나은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 또한 있다. 원조 '고지라'나 '불가사리'에  맞먹으려면 한참 멀었지만... 분명히 용가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 글 읽고 혹해서 영화봤다가 실망하신 분들 내게 욕해봐야 소용 없수다)



..."성공할때까지 계속하는 그것이 바로 성공이다. 성공하기전에 멈추면

   그게 바로 실패하는거다"

                            -심형래

        (1999년 8월 10일 sbs방영 '21세기 서바이벌특강' 중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