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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6-29] 블랙잭 극장판 철저분석!
감상과 연구/애니관련 | 2010. 7. 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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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JACK / ブラックジャック

― The Movie ―

Created by Osamu Tezu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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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 Review compiled by kamlan@nownuri.net

199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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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안 본 사람들의 즐거움을 망치기 위한 (핫핫핫핫) 줄거리 요약




1. 소녀


미국 의약계에 군림하고 있던 초대형 기업 브레인 제약은 자체 연구실에서 배양해 낸 백수십명의 인공수정아들을 어릴 때부터 시설에 집어넣고 혹독하게 훈련시켜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골라내는 작업을 해 왔다. 마침내 수년간의 교육 끝에 자격미달로 판명된 아이들은 모두 탈락하고, 단 한 명의 소녀만이 그 과정을 통과하여 회장의 양녀로 입양된다. 그녀에게는 일급 대학 교육과 인간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상의 대우가 주어지지만, 이미 살벌한 경쟁만을 목표로 어린시절을 소진해 버린 그녀의 마음은 차가운 얼음 속에 갇혀 버렸다.


그녀의 본명은 7107. 그러나 세상은 그녀를 「죠 캐롤 브레인」이라고 불렀다.



2. 신약(新藥)


세비아에서 개최된 사막 횡단 레이스에 한 사람의 2류 드라이버가 참가했다. 그러나 사막의 거친 폭풍에 휘말려든 그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2주만에 구조된다. 동승한 네비게이터는 사망하였으나 그는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여 F1 레이싱에 출전, 화려한 전적을 올리는 1급 선수로 탈바꿈한다.


그의 변모에 흥미를 느낀 죠 캐롤은 그에게 접근하여 여러 가지 조사를 해본 뒤에 그의 체내에 보통사람의 10배에 달하는 엔돌핀이 분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연구진은 그가 사막에서 방황하던 때에 거쳐갔던 루트를 그대로 답사하여, 그의 변이에 영향을 미친 물질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출․정제하는 과정을 거듭한 끝에, 엔돌핀의 분비를 인공적으로 촉진시켜 집중력과 체력을 보통사람의 수배로 증폭할 수 있는 경이의 신약을 만들어 낸다. 브레인 제약은 세비아 사막 한가운데에 원유정제시설로 위장한 제조공장을 만들고 극비리에 대량생산에 착수한다.


그 약의 이름은 「엔돌프 아」라고 했다.



3. 모니터


신약의 효능을 확실하게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인체실험이 필요했다. 브레인 제약은 세계 곳곳에 계열 병원과 진료소를 두고 있었기에 비밀리에 지원자를 물색하는 것은 간단했다. 절대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받고 거액의 돈을 뿌려 피험자를 모집한 다음, 그들에게 엔돌프 아를 투여하고 수년간 그 경과를 관찰한다. 실험대상은 가능한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으로 골라서 결과를 더욱 알기 쉽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10명도 되지 않았던 피험자의 수는 급속도로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급기야 1천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 약은 목숨을 걸고 지원한 사람에게만 투여된 것은 아니었다. 마침 병에 걸려 브레인 계열의 병원에 찾아왔던 한 어린 소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엔돌프 아 원액이 들어간 혈액을 수혈받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도록 지시한 것은 그 소녀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감탄한 죠 캐롤이었다. 그애를 천재로 만들어 행복을 거머쥐게 함으로써, 잃어버린 자기의 어린시절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소녀의 이름은 「리사 시겔」이었다.



4.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이 무사히 폐막되었다. 이번 대회 최대의 화제는 무려 10개를 넘는 종목에서 기존의 기록을 현저히 뛰어넘는 놀라운 신기록들이 줄줄이 수립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어 금메달의 영광을 움켜쥔 이들은 매스컴의 영웅이 되어 일약 스타로 부상하고, 언론은 이들을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서 ‘초인류’라고 부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체육 뿐만 아니라 음악․미술․문학․물리 등 각종 분야에서 우후죽순(雨後竹筍)격으로 일어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리사 시겔은 천재 소녀 화가로서 상당한 영예를 얻게 되고, 그녀의 그림은 거래상들 사이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고급상품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리사는 몇 년 동안 열 가지도 넘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병약한 몸이 되어 수술대를 밥먹듯이 오르내리는 신세가 된다. 그녀의 병상을 거쳐간 수많은 의사들 중 마지막 의사는 얼굴에 상처자국이 있는 검은 코트의 일본 남자였다.


그의 본명은 하자마 쿠로오, 그러나 세상은 그를 「블랙 잭」이라고 부른다.



5. 1998년 (현재)


한때 초인류라고 불리웠던 많은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기괴한 증상을 보이는 폐인으로 변하여 어디론가 실려가기 시작한다. 죠 캐롤은 엔돌프 아의 부작용으로 인해 그들의 신체가 급격하게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한편 또다른 질환으로 인해 쓰러진 리사 시겔을 살리려고 애쓰지만 결국 살려내지 못하고 그녀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블랙잭은 부검 결과 그녀의 내장이 마치 80대 노인처럼 심하게 손상되어 있는 것에 놀란다. 집요하게 그의 뒤를 캐던 죠 캐롤은 마침 뉴욕에 와 있던 블랙잭을 불러내어 도움을 요청한다. 말도 끝까지 들어보지 않고 거절하려 하는 블랙잭에게 그녀가 들이댄 카드는 바로 조수인 피노코의 안전이었다. 그가 분주한 사이에 부하를 시켜 피노코를 납치한 것이다. (물론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신나게 놀고 있다 ;--)


죠 캐롤은 자신이 주임으로 있는 브레인 제약 산하의 연구센터로 블랙잭을 데려와서 환자들을 보여주고, 초인류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심각한 퇴행성 질환에 걸려 있어서 치료하려 한다고 그를 속인다. 그 병의 이름은 「모이라 증후군」. 운명의 실을 잣는 그리스 신화의 여신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녀의 제의를 받아들여 연구진의 일원으로 참가한 블랙잭이었지만, 이 프로젝트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의심을 갖게 된다. 한편 죠 캐롤의 행동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브레인 회장은 그녀에게 MSJ의 개입이 우려되니 조심하라고 이른다.


엔돌핀의 과다분비가 원인이라고 추측한 블랙잭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뇌에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그의 생각을 받아들인 죠 캐롤은 환자 중 한명을 대상으로 한 뇌수술 계획을 제안하지만 그것은 만에 하나라도 성공하지 못할 경우 목숨마저 위험한 아슬아슬한 모험이다. 게다가 그의 팀에 속한 젊은 의사 한명이 몰래 건네다 준 데이터 중에는 이미 이 센터에서 수차례의 뇌수술이 행해졌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블랙잭의 의심은 더욱 더 짙어져만 간다.


그러던 중에, MSJ라고 일컬어지는 단체가 센터를 급습하여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브레인 제약의 불미스러운 음모를 언론에 폭로한다. 블랙잭에게 여러 가지 의심스런 사실들을 알려준 의사도 그들의 동지였던 것이다. 졸지에 의지할만한 곳이 없어진 죠 캐롤은 피노코와 부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다가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차에 탄 채 물 속에 가라앉고 만다. 브레인 제약은 이미 초인류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센터 책임자인 그녀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있었다.


정식명칭 Medical Soldiers for Justice (정의의 의학 전사들), 어떤 정부나 기업의 이익에도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세계각국의 의사들이 집결한 일종의 국제적 비(非)정부 자원봉사단체였던 것이다. 브레인 제약의 지독한 생체실험 실태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들은 신속하게 센터를 점거하고 환자들의 치료를 떠맡는다. 어떤 일보다도 환자의 생명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블랙잭 또한 그들의 협조를 얻어 치료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환자 중 한명인 장대높이뛰기 선수 니콜라스의 뇌를 검사하는 블랙잭. 그는 아까의 데이터 중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이 있었고, 그 안에 뭔가 이상한 장면이 들어 있음을 기억해 내고는 니콜라스의 뇌에 전기충격을 가하면서 그의 뇌하수체가 보이는 반응을 조사한다. 전압을 바꿔 가면서 몇 번을 거듭한 결과, 뇌하수체 한쪽에 기묘한 종양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제거한다. 그 정체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였다. 이로써 모이라 치료의 실마리를 잡는 듯 했지만, 더 이상 초인류가 아니라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니콜라스는 침대 위에서 날뛰다가 머리를 부딪혀 즉사한다. (그냥둬도 죽고 고쳐놔도 죽고 ;--) 그러나, 죽어가는 니콜라스의 마지막 말 “엔돌프 아......”가 블랙잭의 주의를 끈다.


죠 캐롤의 이동전화를 통해 연락을 취한 블랙잭은 어느 작은 호텔방에서 그녀와 재회한다. 초인류를 휩쓰는 괴상한 병과 브레인 제약과의 관련을 캐묻는 그에게 엔돌프 아에 대한 것을 설명해 주는 죠 캐롤. 그런데 이 약에는 더욱 더 끔찍한 결함이 또 있었다. 그 괴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전염성이었기 때문에, 실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초인류의 수는 브레인 제약이 애초에 선택한 모니터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포도주에 엔돌프 아를 몰래 타서, 자기도 마시고 블랙잭에게도 대접한 뒤에야 그 내용물에 대해서 알려준 죠 캐롤은 자기는 반드시 모이라의 해결책을 찾아내어 정말로 찬란한 미래를 가져다 줄 새로운 약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아줌마 특기는 ‘난데없이 저주 걸기’로군 ;--)


자기 팀의 일원이자 MSJ의 정보원이기도 했던 두 젊은 의사를 데리고 문제의 근원지인 세비아로 향하는 블랙잭. 한편 죠 캐롤 또한 브레인 제약으로부터의 명령에 따라 자기를 죽이려 하는 부하를 해치우고 피노코를 동반한 채 세비아로 향한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엔돌프 아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이 두 사람을 서서히 덮쳐오고 있었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 이곳에는 단지 ‘사막의 백성들’이라고 불리는 유목민들만이 가끔 나타날 뿐, 그밖의 생명체는 눈씻고봐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그곳에 바로 브레인 제약의 비밀공장이 있었다. 한 발 먼저 와서 모이라의 치료법을 찾으려고 연구를 시작한 죠 캐롤은 고열로 쓰러지기 직전이고 그런 그녀를 피노코는 열심히 돌본다. (얼음같은 죠 캐롤도 피노코에게만은 진심으로 잘 대해 주었던 것이다) 때맞춰 당도한 블랙잭의 앞에서 온갖 주접을 다 떨다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죠 캐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필사의 뇌하수체 수술을 시도하는 블랙잭. 평소에 보여주던 그의 신기(神技)에 엔돌프 아의 효과로 인한 집중력 강화가 작용하여, 대수술은 27분만에 무사히 끝난다. (보통레벨로 봐도 초인인 놈에게 이런 약까지 멕였으니... ;--)


그러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파견된 브레인 제약의 행동대원들이 공장에 폭탄을 설치하여 대폭발이 일어나고, 두 의사와 피노코는 가까스로 정문을 통해 탈출하지만 죠 캐롤을 등에 업고 달려나온 블랙잭은 불길에 갇혀 허둥대다가 그녀의 지시에 따라 뒷문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엔돌프 아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빛나는 모래의 강(江).


그곳에서 죠 캐롤은, 자기가 이루고자 했던 것을, 자기가 찾고자 했던 길을, 인류의 미래를 바꾸고자 했던 꿈을 이야기하지만, 다음 순간 그곳을 지나가던 브레인 제약 소속의 헬리콥터에게 사살당하여 빈사상태에 빠진다. 결국 자기의 과거와 리사에게 신약을 투여한 이유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숨을 거두는 죠 캐롤. (죽을 때가 다 되어서도 할말은 꼭 다한다 ;--)

그녀의 최후를 조용히 지켜보던 블랙잭, 그러나 그에게도 역시, 모이라 증후군으로 인한 죽음의 순간이 닥쳐온다. 피를 토하며 땅바닥 위를 기어가다가 풀썩 드러누워버리는 그의 눈에, 문득 하늘의 별이 들어온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려는 블랙잭, 그러나 그의 시야는 점점 흐려지기만 한다.

(오옷 드디어 블랙잭 최후의 날이 왔는가! 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지만...)


죽을 뻔한 블랙잭은 소문으로만 듣던 ‘사막의 백성’들에게 구출되어 목숨을 건진다. 모이라의 원인이 되는 독성 물질은, 역시 죠 캐롤의 추측대로 식물의 꽃씨를 타고 날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 물질과 함께 오랜 세월을 버텨 온 그 식물은 그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였고, 그 근처에서 살아온 사막 사람들 또한 그 식물을 이용하여 모이라를 고치는 방법을 민간요법으로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초인류 사건은 종결되고, 모이라 증후군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도 구출의 희망이 보이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민간요법은 위대하다‘였단 말인가... ;--)


그러나 정말로 모든 걱정거리가 다 사라진 것인가? 모이라 증후군의 경과에 대해 보고하는 한 세미나에서, 연사는 문제의 물질이 띠고 있는 독성이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사막이, 아니 모두의 어머니인 이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렇게 된 이상 언제 제2, 제3의 모이라 증후군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바로 지금, 어딘가에서 이미 발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일과는 상관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블랙잭은 MSJ의 멤버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다음 환자를 보기 위해 피노코와 함께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저마다의 삶을 살기 위해서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행인들 속으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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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도움이 안되지만 하여간 쓰고 싶어서 쓰는 (룰루루룰) 멋대로 감상



96년인지 97년인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간 그러한 시기에 섬나라에서 만들어져 무수한 노년 만화팬들의 심금을 울린... 것까지는 아니고 하여간 극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 블랙잭의 극장판을 보았다... 라는 말을 쓰는데 문장이 왜 이렇게 길어지는 거냐!


이러한 ‘만화’영화에 나이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부럽게 생각한다는 어느분의 의견도 있었으나, 그것은 이미 그 ‘나이든’ 사람들이 어리거나 젊었을 때 이루어진 꾸준한 투자의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원작인 『블랙잭』 코믹스 자체가 1973년부터 1978년까지 주간지에 연재된 작품이므로, 원작만 치고 보면 거의 20년 전의 골동품 만화인 셈이다. 그러니 일차적으로 젊은 사람이나 어린이보다는 나이든 인간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소년지에 실린 만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고 밀도 있는 내용이니, ‘나이든’ 정도가 아니라 ‘늙은’ 사람들이 상영장을 가득 메웠다 해도 놀랄 일은 절대로 아니라는 생각이다.


진짜 놀라운 것은 이러한 구닥다리 만화를 놀랄 만큼 훌륭하게 포장하고 재조립해서 요즘 젊은이들이 봐도 꿀리지 않는 고급의 작품으로 만들어냈다고 하는, 섬나라人들의 뛰어난 노하우와 온고지신 감각일지도 모른다. (데자키 오사무라는 감독이 워낙 괴물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사실 원작판 블랙잭보다는 그 후에 만들어진 OVA판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원작과의 거리가 좀더 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래도 원작의 느낌을 상당히 잘 살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원작은 거의 해적판으로만 보고 OVA판은 아예 안 봤으니 이런 비교는 다소 무책임하다. 부끄럽지만 나는 결코 블랙잭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나마 모 무크본 속에 끼어있던 연재분 마지막회를 본 것은 행운이었지만, 블랙잭의 꿈속에 나온 8등신의 피노코는 결코 귀엽지 않았다! ... 얘기가 왜 갑자기 이런 쪽으로...?)


돈에는 칼날같고 수술에는 귀신같으며 세속에는 관심없고 악행에는 용서없는 누더기 피부의 정체불명․폭리만발․배짱무면허의 천재외과의 블랙잭이나, 그의 존재만이 오직 삶의 보람이고 그의 관심만이 오직 삶의 목적인 18세의 아기 조수 피노코(아무래도 피노키오에서 온 이름이 아닌가 싶지만 증거는 없다. 키노코[버섯]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잘못된 것으로 여겨진다)의 톡톡 튀는 개성이 잘 살아있고, 그들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앞에 둔 적나라한 모습이 초인류를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육체를 파괴하고 죽음을 가져다 주는 가공의 신약을 중심축으로 신랄하게 그려지고 있다. 주인공 블랙잭의 괴팍하리만치 강직한 성격과 세상 사람들의 적당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풍조가 정면충돌을 일으킬 때 일어나는 강렬한 상호작용, 그리고 그러한 충돌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독자의 뇌리를 강타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과 통찰, 그러한 것이야말로 바로 원작판의 블랙잭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뭔 말이여...;--)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극장판의 진정한 주인공은 죠 캐롤이지 블랙잭은 아니라고 말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비인간적인 출생과 살벌한 성장환경 때문에 차가운 얼음처럼 변해버린 채 계속 추위를 느끼며 살아온 그녀는 뭔가 이루어보고자 하는 꿈을 너무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엄청난 일을 일으켜버리고 말았다. 순전히 비약이지만 어찌보면 치열한 경쟁사회 속을 살아오면서 본래의 인간성을 잃고 기계보다도 더 기계처럼 되어버린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즉, 악역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이에 맞서서 끊임없이 올바르고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외치는 주인공은 그러한 우리들에게 작가가 보내주고자 하는 하나의 ‘복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대부분의 이야기 문학에서 현실감을 부여받는 인물은 선인이 아니라 악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부농이 성장하여 가난한 양반을 깔아뭉갤 정도로 위세를 떨치는 시대를 반영하는 놀부라는 캐릭터처럼) 그렇기 때문에, 블랙잭은 죠 캐롤의 딱한 사정과 안타까운 심정을 듣고서도, “그렇더라도 생체실험 따위를 하는 녀석은 용서할 수 없어!”라고 통렬하게 꾸짖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아무튼,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 지지 않는 특이한 카리스마를 보여 주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애니메이터가 얼굴을 잘 그려줘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급박한 결말 처리가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극장용 영화라는 포맷의 한계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다 보니 그렇게 되었으리라고 짐작되기도 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단편 연작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결말보다는 본론에 더 많은 내용이 들어가고 결말은 아주 간단히 처리해 버리는 원작판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다소 억지를 쓸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원작판에서는 이 극장판에서처럼 결말을 급하게 처리해 버리는 대신에 아예 결말이 나기 전에 살짝 이야기를 끊어버리는 수법이 더 많이 나왔지만. (그러니 억지라는 거군 ;--)

마지막 메시지가 너무 직설적이라고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확실히 직설적으로 할 얘기를 금방 말해 버리는 것은 일단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오해 없이 전달하는 것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어떻게 보면 듣는이의 생각할 기회를 박탈해 버리고 여운을 남기지도 못하는 결점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반감을 일으키는 역효과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 그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사실은 원작판 블랙잭에서 여러번 볼 수 있었던 스타일의 주제 제시를 계승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원작판 중에서 블랙잭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진료차 갔다가 들개무리가 옮기는 기생충 때문에 고생하는 이야기를 보면, 마지막에 TV뉴스의 해설자가 이 들개들이 원래는 인간이 들여온 것임을 강조하며, 결국 이러한 일은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것임을 명확히 말해주는 장면이 있다. 결국 이러한 직설법은, 교훈을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시한번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집어넣은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블랙잭만큼 엽기적이면서 동시에 교훈적인 만화도 없다. ;--)


영화적 연출이나 뛰어난 카메라 워크 같은 것에 대해서는 내가 영화에 대해 워낙 아는 것이 없고 이미 다른 분이 쓰신 글도 있으니 언급을 피하도록 하고, 이 만화가 단순한 공상만화인가 진지한 의학영화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그 두가지의 얼굴을 모두 갖추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듯하다. 만화인 이상 어느 정도의 공상과 과장은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것들을 도구로 이용하여 보다 진지한 테마를 무리 없이 전달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작자 테즈카 오사무씨는 “「엉터리」를 그릴 수 없으면 그게 어디 만화입니까”라고 항변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 만화니까 엉터리도 그릴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재미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있는 모든 것이 엉터리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반드시 엉터리가 아니어야 할 필요도 물론 없지만)

그런데 사실 애니메이션이란 매체를 ‘만화’와 구별짓는 입장에 선 사람에게는 이것만큼 무책임한 일반화도 없지 않을까 싶지만 졸음에 취해서 쓴 글이니 그렇습니다라고 이해를 구하고 싶은 심정도 좀 알아주시길.

(제정신이 아닐 때 글을 쓰면 이래서 안돼 ;--)


‘다행히도’ 로빈 쿡 등의 의학 스릴러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고, 줄거리도 거의 예측을 안 하고 편하게 보았기 때문에, 생각 외로 재미있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솔직히 기대를 거의 안 했고, 중반부까지의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생각만 해도 십년전 먹은 빈대떡이 올라올 듯한 수술장면들 때문에 그만 보고 나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인내는 역시 좋은 것.) 하지만 장중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꽤 무거운 짐이 되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자막이 있어서 망정이지 대사를 하나도 못 알아듣고 봤다면 두시간 내내 잤을 것이다... 아마)

스기노 아키오(가 맞을까?)의 무게 있고 근육이 약동하는 캐릭터 디자인 또한 ‘데자키류’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서 있어서, 이러한 관계를 아는 사람은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고는 하지만 내가 본 데자키류 만화는 이것 빼면 보물섬 TV시리즈와 백경전설 몇편하고 에이스를 노려라 극장판 뿐이잖은가...;--) 그러나 역시 나의 귀여븐 피노코짱을 양배추 인형으로 대개조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용서못해! (아니 아니, 나는 로리콘이 아니라 단지 피노콘일 뿐이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테즈카류 게스트캐릭터의 온 퍼레이드(TV아나운서들, 초인류가 어쩌구를 처음 떠든 해설가, 리사의 그림을 보러 온 화상[畵商]들, 피노코가 맞추고 있던 퍼즐 속에 등장한 레오와 아톰, 유목민 소년, 센터의 연구자들 중 좀 나이든 두사람, 기타 등등. 애니스쿨에 귀한 사진을 실어주신 송모님께 감사드린다. 에구에구 많기도 하지)또한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즐거움(...?)이었도다. 그런데 그 둥글뭉실한 테즈카 캐릭터들의 얼굴이 저런 조각품같은 얼굴로 변형될수도 있다니 장난이 아니군 ;--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MSJ와 같은 의사들만의 국제 비영리단체가 있다는 잡지 기사를 본 기억은 나는데, 그들이 하는 일은 무료진료와 이동치료였지 결코 저런 총들고 건물 점거하는 테러리스트 비슷한 짓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뭐 하긴 그린피스같은 환경운동단체와 짬뽕하면 약간 비슷해질려나. (미국은 우리같은 덩어리 나라가 아니고 조그만 --- 이라고는 해도 한 개 크기가 우리나라보다 큰 것도 있지만 --- 주들이 모인 퍼즐 나라. 따라서 민병대라던가 여타 민간 무장단체가 무장 갖추고 인적 드문 연구시설 하나 접수한다고 백골단이 출동하여 최루탄을 쏘는 일은 없다는 것. 극중에서도 인질을 잡고 있어서 주 정부군이 출동을 못한다고 처리되었다. --- 써놓고 보니 아무 상관없잖아.)


그래서, 허접한 오페(수술)를 이상 마치겠다. 환자의 뒷처리를 부탁해.

(끝내는 멘트가 뭐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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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KAMLAN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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