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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4-30] 열혈과 남자의 눈물
감상과 연구/애니관련 | 2010. 7. 11. 01:15


...한마디로 '열혈'이라 해도 사실 다 같은 열혈은 아닙니다.
   60-70년대의 산업화로 인한 고도성장기 또는 학생운동으로 인한 질풍노도의
   시기(일본에서) 또는 그에 가까운 80년대 초반까지의 '열혈'이라는 요소를
   지닌 것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특별히 '열혈'이란 것을 크게 의식하지 않
   고 그냥 그때 당시의 분위기대로 또는 그때 당시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방향
   으로 만들어져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겁니다.

   내일의 죠 같은 스포츠 근성물이나 콤바트라 같은 도에이 초기 로봇물들이
   그런 예가 되겠지요. 그들은 '열혈'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아니 어렴풋이
   느낌을 잡고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특별히 그게 별나다고 생각지는 않는 그
   런 상태에서) 그냥 당시에 바람직하게 여겨지던 가치, 분위기, 기타 등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열혈'인 것이지요.
  
   하지만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전체에 걸쳐 '열혈'을 전면에 내세우고 나온
   작품들은, 고도성장으로 인한 버블경제의 허상이 드러나고 새시대만 오면
   뭐든 잘될것만 같았던 분위기가 꿈이었음이 드러나게 해주는 여러가지 복잡
   한 문제들이 나오면서 이미 전 시대의 가치관인 '열혈'이 그다지 바람직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웃음거리 또는 코미디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뒤에 나온 것들이라, 이러한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예전의 '열혈'만 못하
   게 보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보다 다양해진 취향들 중의 하나'로서 비중이 줄어든,
   그리고 더이상 살아있는 삶의 에너지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박제화된 개그
   와 과거에 대한 향수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열혈은,
  
   '불꽃의 전학생'처럼 열혈을 불태우는 척하면서 사실은 비웃어버리는 코미디
   (제게는 그렇게 보입니다)와, '게키강가-3'처럼 과거의 열혈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기 위한 팬서비스로서의 패러디,
  
   그리고 분명 보다 높은 연령층을 공략하기 위해 과거의 열혈물적 요소와 현대
   의 세련된 요소들을 보기좋게 믹스한 '용자왕 가오가이가'같은 신시대적 열혈
   을 통해서밖에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겠지요.

   G건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이런 '열혈'은 진심에서 우러나온다기보다는
   운동회나 올림픽 대회에서 선수 응원할때 분위기를 돋구려고 하는 것처럼
   어떤 양식화된 구호나 시추에이션이나 표현 방식을 동원함으로써 시청자를
   동조케 함으로써 일으키는 '마취제로서의 열혈'에 가깝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가지 목표를 향하여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
   가는 모습 그 자체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동과 삶의 카타르시스'라고 할
   만한 과거의 그 열혈과 다르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이지요.

   다만 마크로스7의 넥키 바사라는 특이하게도, 90년대 캐릭터이면서도 양식화
   된 열혈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자기주장으로서의 열혈(어떤 일이 있어
   도 노래하고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을 보여주었습니다만.
  
   우리가 이런 구별을 의식하지 못하고 두 열혈을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아직 '남자다움' 혹은 '남자의 로망'이 절대적인 가치로 통하는 사
   회 분위기가 여전히 고수되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는 잡생각도 해보고.(군대가 있는한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물론 저도 '남자의 로망'을 즐기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인간 드라마의 변천에 대해서는 문제가 약간 다른게,
   초기 로봇물에서는 뭘 하든 신선한 시도였고 또 여러 가지 제약을 뚫고
   어떻게든 작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고 인간 드라마를
   추구한 것 자체가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고, 제작진들이건 팬들이건 그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시대가 그 배경에 깔려 있었지요.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이미 대단해 뵈는 건 옛날에 다 해버렸고,(뭔가 새로운 걸 하려 해도
   그동안 쌓인 '패턴'들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서 힘들게 되는 상황도
   있겠고) 아니메를 소비하는 중심 소비자층도 새로운 세대로 이동해
   버려서, 더이상 예전과 같은 '진지함'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
   겠지요.(여기서 말하는 진지함이란 뭐 특별히 애들은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문제 들고나와 염세적인 세상 보여주며 삽질하는 게 아니고,
   그냥 줄거리 자체는 유치하더라도 뭔가 '진심으로 부닥치고 있다'는
   분위기가 풍기는, 그러한 진지함이랄까. 말하기는 좀 애매합니다만)
     
   그것은 사실 로봇물만의 문제가 아니고(게다가 요새는 예전처럼 로봇
   물을 '그냥 만드니까 만든다'라는 것은 통하지 않고, 뭔가 특이한 계
   기라던가 이벤트라던가 목표라던가 하는 것이 없으면 쉽게 만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시청자층의 관심이 너무 세분화되어버려서 로봇물이
   '왕도'로 여겨지던 시절이 막을 내렸으니까요.) 매너리즘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일본애니계 전체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너무 거시적인 이야기는 제 분야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_-

...그리고 남자의 눈물에 대한 것은, 사실 만화에 나오는 남자치고
   고르고13같은 냉혈한이나 초인로크같이 세상 달관한 녀석 아니면
   다 울때는 웁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눈물을 흘리냐가 문제겠지요.
   (동료가 죽어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맹세하느냐, 아니면
   그냥 자기가 아파서 뒹굴며 우느냐... 또는 남의 고통에 공감하여
   남몰래 훌쩍거리느냐. 등등)
   또 감독이 그 눈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캐릭터가 눈물 흘리게 하는 것이 좀 어색하거나 귀찮을 때는
   보통 비가 온다거나, 땀을 이상하게 많이 흘린다거나 하는 걸로...
   아 이건 좀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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