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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6-23] 울트라하 : 외전 '生存之星'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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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하 외전

ウルトラハ外傳

~ THE SURVIVAL STAR ~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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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데마르 제14행성의 대기는 숨쉬기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무겁고 습한 느낌을 주었다. 머리 위에는 보통의 G급 항성보다 다소 약한 빛을 띤 3개의 소태양(小太陽)이 서로 미묘하게 균형을 잡고 하늘을 일주하고 있었다. 그 중 2개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가고, 남은 하나도 다 꺼져가는 시골집 난로불같은 핏빛 단말마를 내뿜으며 서서히 남은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 행성의 지각은 매우 불안한 듯, 사방에서 간간이 희미한 파열음과 작은 폭발음들이 들려 왔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무지개빛 광물질들로 뒤덮인 거칠거칠한 지면 위로 짙은 땅거미가 깔려 오고, 이 행성 특유의 다리 여덟 개 짜리 원시포유류들이 희미해져가는 태양빛을 감지하고는 바삐 하루의 수확물을 등짝 위의 돌기에 고정시키고는 보금자리를 향해 역(逆)갈짓자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행성에서 그들 이상으로 발달된 생명이 태어나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그런 가운데, 두 개의 지구인 비슷한 그림자가 식물들이 짓밟힌 흔적을 따라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광경은,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그들은 바디라인이 다 드러나는 얇은 님프수트 차림을 하고 극히 제한된 사냥도구만을 손에 쥔 채 말없이 그 길을 따라 보이지 않는 사냥감을 추적하고 있었다. 두 명 모두 지구인의 여성을 꼭 닮은 체형과 외모를 하고 있었으나 그 눈빛이나 태도는 지구인과는 뭔가 다른 데가 있었다. 그들이 움직이는 패턴도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어딘가 어색해 보였지만, 그들이 그 새로운 몸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앞서 걸어가는 한 사람은 웨이브진 단발머리에 단호한 눈초리와 냉정한 얼굴을 하고서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전진하고 있었으나, 그 뒤에 따라오는 다른 한 사람은 불안하게 나풀거리는 긴 생머리에 순진한 눈망울과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약간 주저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설레는 기분을 담은 표정으로 선도자를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단순히 피냄새를 쫓아가는 사냥꾼의 그것이 아니라, 명예와 자존심을 겸비한 전사(戰士)의 발걸음이었다. 그러한 기품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얼굴은 지구인의 기준에서 보면 아직 십대를 벗어나지 못한 소녀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나이가 어떠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었다.

“히메, 아직도 멀었어요? 벌써 570리그*는 족히 걸어온 것 같은데... 좀 쉬었다 가면 안돼요?”

순진한 얼굴에 걸맞게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로 긴머리 소녀가 말을 걸었다. 앞서가던 히메는 귀찮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돌아서며 왼쪽 손에 들고 있던 코스모보우(宇宙石弓)를 오른쪽 손으로 바꿔쥐면서 상대방에게 대답했다.

“라하, 평소에는 지칠 줄 모르던 네가 오늘은 왜 그래? 피곤하다고 해서 아까도 28데르*나 쉬었잖아! 나도 좀더 천천히 갔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시간이 별로 없어. 벌써 3중태양 중 2개가 저물어버렸으니 앞으로 130데르*밖에 남지 않았단 말야. 그 시간 안에 사냥감을 잡아가지고 착륙선이 기다리는 곳까지 귀환하지 못하면 시험에 통과할 수가 없어. 그건 너도 알지?”

히메의 인정사정없는 독설에 압도당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라하라고 불린 소녀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아함은 전혀 생각지 않고) 털썩 주저앉아 떼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지마아안~ 히메~ 나 너무 피곤해요~ 으응? 히메♥”

결국 히메는 논리로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절충안을 찾아냈다.

“할 수 없군. 그럼 내게 업혀. 대신에 장비는 네가 다 들고. 앞으로 10데르*만이야. 네가 꾀병 부리는 거 다 아니까 그 이상은 안돼!”

“와아아아아~ 고마워요 히메~ 역시 내겐 히메밖에 없어♥”

“바, 바보! 부비부비는 안돼! 위장색이 다 벗겨진단 말야. ;;;;;;;;;;;;”

“안 할게요. 그런데, 그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건 뭐예요? 여기서 주운 거?”

“이곳의 특이한 광물질 중 하나야. 제4은하지질학 수업시간에 들었잖아. 보통 때는 별 특징이 없는 평범한 돌이지만...”

히메는 모아놓은 분홍색 돌들 중 하나를 집어던진 다음 다른 쪽 주머니에서 약간 더 다듬어진 것처럼 보이는 보라색 돌을 집어들어 그쪽으로 던졌다. 그 순간 뭔가 지글지글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특정한 광물과 맞부딪히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지.”

“먹지도 못하는 걸 뭐하러 들고 다녀요? 무거울텐데......”

“백날 먹을 생각만 하니까 살이 찌지.”

“......나 걸어갈래요. (;;;;;;;;;;-_-)”




SM78성운의 울트라인들을 통치하는 전능의 지도자 ‘여왕’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시험보다도 더욱 엄중하고 힘겨운 테스트가 행해진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본국에 설립되어 있는 초상급교육기관 ‘벨․라카데미아’에 입학하여 전 은하를 포괄하는 각종의 학문과 무예, 그리고 보통 울트라인보다 몇 단계 높은 초능력을 익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1만 4천 382개의 거주가능행성을 대상으로 하는 은하인문사회지리학, 4만 1899체의 각종 괴수퇴치보고를 기초로 꾸며진 위험생물취급및처리교범, 약 5만 년의 은하역사기록을 소재로 한 은하역사고고박물학, 13개 태양계의 저명한 학자들에 의해 정립된 18차원대수학원론, 약 27개 항성계의 무술사범들로부터 수집한 비기(秘記)를 보강, 재구성한 필살무적호신여왕격투권, 역사상에 길이 남을 우아하고 강인한 레이디를 교육하기 위한 최고엽기예절지침, 채찍, 족쇄, 쇠사슬, 양초, 목마, 철부채, 그밖의 각종 고문도구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게끔 하기 위한 초은하피가학특강 등등 다른 행성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대용량, 대규모, 대외비의 최고급교육을 실시하여, 적성에 맞지 않거나 성적이 신통치 않은 후보생은 조기에 적절한 진로로 옮겨가게 함으로써 최상의 후보들만을 골라낸 다음, 그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단계인 ‘지구 유학’을 실시한다. 다만 유학생활 동안 원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세포구조를 변화시켜 원주민과 똑같은 신체를 지니고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후보생들이 그러한 역경에 능히 적응할 수 있는가를 판정하기 위하여 ‘현지문화적응훈련’을 실시, 알맞은 인재를 다시 한 번 골라내며, 그러한 훈련이 모두 끝난 뒤에는 정말로 후보자가 다른 환경에서 완벽하게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그들을 본래 육체가 아닌 지구인의 육체를 한 채로 최악의 환경을 지닌 이곳 발․데마르에 떨군 (...) 뒤에 스스로의 힘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하도록 서바이벌 테스트를 시키는 것이다. 그 ‘임무’란, 이곳 근방의 항성계에서도 악명이 높은 전설의 식충괴수 ‘스페이스 츄츄’를 산 채로 붙잡아 우주선이 기다리는 화산 위까지 무사히 데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보생들은 2인이 한 조를 이루어, 마치 고대 지구의 사냥꾼들이나 입었음직한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채로 (...) 가장 기본적인 사냥도구만을 가지고 행성의 여기저기에 내려선 뒤에, 자기들만의 힘으로 다음날 아침까지 예정된 포인트로 귀환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후보생들 중에서 가장 순진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라하세르․바스타젠․드․올트란 6세는 평소에 친언니같이 흠모하던 우등생 케케로피․라드노바․오․히메와 한 조가 되어 먼 길을 떠난 것이었다.




“바로 저기 있는데, 지금 공격할까, 아니면...”

“좀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면 어때요?”

“우리가 지구인의 몸을 하고 있다는 걸 잊었니? 지금 우리의 눈은 일정 파장의 광선밖에 볼 수 없는 상태잖아. 조금만 더 어두워져도 완전히 장님이 되어버린다구.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좀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그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에는 다른 감각에 의존해서 주변을 살펴야 하는데 너는 언제나 고급 텔레파시 실기시험에서는 낙제를 했었잖아.”

“......히메는 내가 싫은거죠? (T.T)”

“아냐, 그게 아니라니깐. 자꾸 어린애처럼 울지 마!”

“......아니에요. 분명히 내가 싫은거라고요.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T__T)”

“그래, 나도 너 싫어. 이제 됐어?”

“......저, 정말이었군요. 히메가 나를 버렸어~~~ 우와아앙~ (T__________T)”

“너 계속 입 안 다물면 정말로 여기다 버리고 갈거야! (-_-)”

두 사람은 유황연기가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가파른 바위기둥 틈 속에 숨어서 아래쪽의 좁다란 공터 안에서 뭔가를 우걱우걱 먹는 괴수 쪽을 살피는 중이었다. 기묘하게도 그곳은 다른 장소와는 달리 진동도 폭발도 일어나지 않고 아주 평온했다. 공터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거칠거칠한 바위의 방벽이 그곳을 지켜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 지구인의 1.5배 정도 되는 우람한 체구를 자랑하는 식충괴수 스페이스 츄츄는 평소 발․데마르의 여기저기에 퍼져 살지만 이 행성의 지각이 눈에 띄게 불안정해지는 이맘때만 되면 본능적으로 가장 안전한 지표의 한 부분을 찾아서 기나긴 이동을 시작하여, 적당하다 싶은 곳을 찾아내면 그곳을 곧바로 자기의 보금자리로 삼아 정착하는 습성이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중 한 마리를 어렵게 찾아내어 여기까지 추격해 온 것이었다. 보통때라면 휴대용 탐지기를 사용했겠지만 기기류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급 텔레파시를 이용한 생체감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히메가 사방으로 발산되는 녀석의 정신파를 감지하여 겨우겨우 따라올 수 있었다. 괴수는 매우 피곤한 듯 부채같이 커다란 두 귀와 축 늘어진 꼬리를 하고서 여기저기서 모아 온 먹이들을 쉴새없이 먹고 있었다.

“내가 먼저 앞으로 다가가서 주의를 끌 테니까, 네가 뒤로 돌아가서 이걸 쏴, 알았지?”

“히메, 조심하셔야 해요. 나는 너무 걱정이 돼서...”

“내 걱정 말고 너나 잘 해라. 어차피 우리 둘중 하나라도 다치면 돌아갈 수가 없으니까 둘다 잘해야지. 페레브리오건 사용법은 알고 있지? 몸 쪽에서 두 번째 방아쇠를 23.57티센데르*만큼 힘껏 당기는 거야. 물론 당기기 전에 저녀석에게 겨냥하는 거 잊지 말고!”

“초보적인 건데 잊을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어떻게 훈련 때는 내 다리를 쏘았을까나?”

“......실수란 말이에요. (T.T)”

“부탁이니 울지 마!”

괴수가 입맛을 다시며 다음 정찬인 안․타레스산 농축검은보리과자(어딘가에 추락한 우주선의 잔해에서 찾아낸 것임에 틀림없다)에 손을 내미는 순간, 히메는 지구의 표범이라는 동물을 연상케 하는 번개같은 동작으로 경사진 바위들 사이를 달려내려가, 괴수의 정면을 향해 코스모보우를 치켜들고 아마존식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그와 동시에 미리 뒤쪽 바위벽으로 돌아가 있던 라하가 페레브리오건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살금살금 괴수의 뒤쪽으로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뜻밖의 침입자에게 식사를 방해당한 괴수는 화가 났던지 짙은 눈썹같이 보이는 얼굴 위의 기관을 한껏 치켜세우고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먹으려던 과자는 이미 괴수의 발에 짓밟혀 우주의 먼지가 된지 오래였다.

“하아아아아아아앗!”

“츄~~~~~~~~~~~~~~~~~~”

히메는 두 발을 동동 굴러가며 달려오는 괴수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는 순간적으로 괴수의 목덜미(라고 하기엔 너무 뚱뚱한 부분이지만)를 향하여 코스모보우의 탄환을 날렸다. 금색이 감도는 빛의 화살이 괴물의 목덜미를 정통으로 강타했다. 그러나 괴수는 다소의 충격은 받았어도 별로 아프지는 않은 듯 괴성(이라고 하기엔 너무 단조로운 소리지만)을 뱉어대며 공격자를 향해 다시한번 팔과 다리를 휘둘러댔다. 히메는 그 공격을 피해서 땅바닥에 둔탁하게 슬라이딩을 하는 동시에 뒤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라하에게 소리질렀다.

“어서 쏴!”

“츄~~~~~~~~~~~~~~~~~~”

어울리지 않게 굳은 표정을 지으며 방아쇠를 당기려던 라하는 갑자기 괴수가 뒤돌아서며 얼굴을 마주치자 얼어붙고 말았다.

“히, 히메.... 나, 나는....”

“츄~~~~~~~~~~~~~~~~~~~”

“뭘하는거야, 바보! 무서워하지 말고 그냥 쏘라니까! 훈련시간에 졸았니?”

“그, 그게 아니라......”

“무섭지 않다면 그냥 쏴! 그것 한방이면 금방 잠드니까 아무 문제도 없어!”

“나는.... 못하겠어요. 너, 너, 너, 너무 귀엽단 말이에요 이건!!!!!!!!!!”

“츄~~~~~~~~~~~~~~~~~~~~”

“...............<뜨아>”

그렇다. 스페이스 츄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엄청난 힘으로 휘둘러대는 사지나 잠잘 때 생성되는 투명콧방울탄이 아니라, 바로 그 껴안아주고 싶게 귀여운 외모였던 것이다. 보라색과 분홍색이 놀랍도록 조화를 이룬 그 보호색과, 지구의 원숭이와 생쥐라는 동물을 합친 것처럼 보이는 그 티없어 보이는 얼굴과,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본 듯한 모션을 재주좋게 흉내내는 그 동작은, 라하처럼 마음이 약한 지성체의 동정심과 모성애를 불러일으키기에 딱 좋도록 진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수세기 전에는 이 생물의 조상도 어느 종족에 의해 길들여져 애완용으로 거래된 적도 있어서, 그때 발달된 특성이 야생화, 거대화된 후손에게까지 부분적으로 유전되었다고도 하지만, 진상은 알 수 없다.

쉽다면 쉽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썰렁한 테스트에서 불합격자가 나오는 이유 또한, 이러한 스페이스 츄츄의 성질을 잘 아는 심사관들이 그런 공세에 견딜 수 없으리라고 예상되는 후보생을 그렇지 않은 후보생과 짝지우는 꼼수를 쓰기 때문이었다는 소문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괴물을 이제서야 직접 보게 된 히메로서는 그런 소문을 그저 떨어진 후보들이 실력부족을 탓하기 위해 지어낸 변명으로만 생각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스페이스 츄츄의 최강무기가 그 귀여움이라는 것만은 사실이었나 보다.

“바, 바보같은 소리 마! 저놈은 눈앞에 띄는 유기물은 뭐든 먹어치우는 우주의 식충이란 말야! 겉모양은 귀여워도 속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몰라!”

“그래도 귀여운걸 어, 어, 어, 어떡해요.............”

“츄~~~~~~~~~~~~~~~~~~”

“아앗, 라하! 정신차려!!”

순간적으로 방심하고 있던 라하의 빈틈을 눈치챈 괴물이 그녀의 오른쪽으로 달려들어와 그 억센 손을 위아래 180도 각도로 크게 휘둘렀다. 라하는 땅바닥에 쓰러지고 그녀가 들고 있던 페레브리오건은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괴수가 라하를 향해 달려들었고 겨우겨우 일어서 몸을 추스리고 있던 히메는 곧바로 괴물의 진로를 방해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괴물의 바둑알처럼 검고 큰 눈동자에 일순간 동요가 일어났으나 곧 그 손은 철공소에서 내리치는 강철 해머같은 중량감과 스피드를 담고 방해자의 몸뚱이를 향해 날아왔다.

“으윽!”

“츄~~~~~~~~~~~~~~~~~~~”

“히, 히메!!!!!!!!!!!!!!!! 히메!!!!!!!!!!!!!!!!!!!!!!!!!!!!!!”

“제, 제기랄.... 넌 너무 마음이 약해, 라하...... 정말이지.....”

히메는 옆구리에서 분수처럼 붉은 피를 흘리며 라하의 무릎 위에 꼴사납게 쓰러졌다. 너무나 놀라서 그 자리에 쭈그린 채 얼어붙어 있던 라하는 그 피의 선열(先烈)한 색채를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미 3중태양이 다 져 버려서 어둠이 짙게 깔린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붉은 색채만은 너무나 강렬하게 느껴졌다. 라하는 정신을 잃은 히메의 두 뺨을 톡톡 치기도 하고 그녀의 어깨를 이리저리 잡아흔들기도 하면서 히메를 깨우려고 했지만 상처가 너무 깊고 출혈이 너무 심해서 곤란한 상태였다. 이젠 어떡하지? 라하는 괴물이 자기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히메의 코스모보우는 히메가 쓰러질 때 충격을 받아 동력부가 타 버렸고 자기의 페레브리오건도 망가져 버렸다. 쉽게 끝날 것으로 믿고 다른 장비들을 담은 배낭은 바위벽 뒤에 숨겨두고 왔으니 뭔가 다른 것을 꺼내어 쓸 수도 없었다. 히메라면 텔레파시를 동원해서 녀석에게 환각을 보이게 하거나 녀석을 잠깐 마비시킨 다음에 도망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라하는 실기시험 때 게으름을 부린 덕택에 그러한 기술을 거의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난 몰라, 어떡해... 히메, 히메, 일어나요, 히메, 히메에에에에에에!!!”

(상처가 덧날 것은 전혀 생각지 않고) 히메를 죽어라고 흔들던 라하의 손에 히메의 가슴에 매달려 있던 묵직한 주머니가 와 닿았다. 그것을 본 순간, 라하의 머릿속에 어떤 계획이 번개같이 떠올랐다.

“그래, 어쩌면 이걸로......”

라하는 그 자리에 히메를 곱게 뉘어두고 분홍색 돌 한움큼을 꺼낸 다음 다가오는 괴수를 향해(아직도 다가오기만 하고 있었단 말이냐?) 돌 몇 개를 내밀며 한편으로는 떨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짝 웃는 얼굴로 괴물에게 소리쳤다.

“자아 츄츄 쿠키다----------------------------.”

“츄~~~~~~~~~~~~~~~~~~~~~”

다가오던 괴물은 그 소리와 모습에 반응하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멈춰서더니 뭔가를 갈구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스페이스 츄츄의 습성 중 하나는, 먹는 것을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좋아한다는 것으로, 아무리 나쁜 상황에 빠져 있더라도 새로운 먹이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면 일단 그것부터 먹으려 들게 된다는 점이었다. 라하는 은하기초생물학 시간에 배운 지식이 맞는지 확인해 볼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츄? 츄룻츄츄츄츄! 츄~~~~~~~~~~~~~~~~ <꿀꺽>”

괴물의 표정을 보고 자기의 예상이 맞아들어간 것을 확인한 라하는 재빠른 걸음으로 괴물의 앞에 다가가서 마치 설탕을 입힌 쿠키처럼 예쁘게 생긴 분홍빛 광물질들을 괴물의 입 속에 주르르르륵 처넣었다. (너무 빨리 넣는 바람에 히메가 목숨보다 아끼는 브룸카치아산 4차원 주머니까지 처넣을 뻔 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일단 먹을 것이라는 사실에 눈이 뒤집힌 괴물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입 안에 들어온 돌멩이들을 와그작와그작 씹어먹기 시작하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라하는 쓰러져 있는 히메의 다른 쪽 주머니를 집어들고는 보랏빛 돌 나머지를 다 털어내어 다시 괴수 쪽으로 달려갔다.

“자아 츄츄 이번엔 더 맛있는 쿠키다-------------------.”

“츄? 츄츄츄! 츄~~~~~~~~~~~~~~~~~”

괴물이 격에 어울리지 않게 이게 웬떡이냐싶은 얼굴로 다시 입을 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라하는 남은 보랏빛 돌을 모두 그 입 속에 기관사가 증기기관에 석탄을 던져넣듯이 와르르르륵 던져넣었다. 그 순간, 괴물의 몸 속에서 지글지글짝짝 보글보글짝짝 지글짝 보글짝 지글보글짝짝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반쯤 열린 입 사이로 무지개빛 연기가 새어나오더니 괴수의 몸 전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놀랄만한 반응을 확인한 라하는, 있는힘 없는힘 다 짜내어 피투성이의 히메를 들쳐메고는, 바위벽 뒤에 숨겨둔 가죽배낭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죽을 힘을 다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에서 눈부신 섬광과 폭음이 한꺼번에 울려나온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츄? 츄? 츄룻츄츄츄? 츄~~~~~~~~~~~~~~~~~~~~~~~ 츄우우우우~~~~~~~~!!!”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라하가 그렇게 빨리 달려 본 것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었을 것이다.




“꼴 좋다... <아얏> 그러게 내 말을 들으랬잖아... <아팟> 우리 꼴이 이게 뭐니? 잡아야 할 괴수를... <아욱> 콩가루로 만들어 버렸으니... <아얏> 이제 우린 보나마나... <크윽> 낙제라구 낙제... <므흣>”

배낭 안에 들어있던 응급 키트로 대강의 처치를 마친 히메는 힘없는 얼굴로 간이침대 위에 누워서 라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다친 상처가 쑤셔오는지, 영 안좋은 표정에다 신음소리도 가히 일급이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시간은 어느덧 다음날 아침이 되어, 그들은 강렬한 발․데마르의 삼중태양을 뒤로 한 채 훈련용 모선을 타고 그 행성계를 떠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공간 도약의 희미한 충격이 바닥을 통해 전해져 왔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라하는 울먹거리는 얼굴로 히메를 내려다보며 사과하려고 했다.

“죄송해요 히메. 저 때문에 이렇게 되어서... 히메는 잘못한거 하나도 없는데 내가 좀더 잘하지를 못해서... 나는...”

“알기는 아나 보네... <아얏> 하지만 라하, 너무 그렇게... <아팟> 자기를 학대할 것까지는 없어... <아욱> 선배인 내가 너를 잘 이끌었어야... <아얏> 하는 거였을지도 몰라... <크윽> 그러니까 제발... <므흣> 그 울 것 같은 얼굴 좀 펴라구... 에고고”

“정말로 괜찮아요, 히메? 나 때문에 다 망쳤는데도? 지구라는 곳으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도?”

“괜.찮.아. 분명히 말하건대... <아얏> 나 산데스크리* 케로로피는 이까짓 일로... <아욱> 삐지거나 하지는... <크윽> 않는 레.이.디.니까... <아얏> 그게 바로... <아팟> 진정한... 우주의 레이디라는 거야, 라하세르... <므흣>”

“와아와아~ 고마워요 히메! 역시 내겐 히메밖에 없어~~~♥”

“바, 바보! 부비부비는 안돼! 아파 죽겠단 말야 지금은! ;;;;;;;;;;;”




“지구로 가게 되었다고요?”

“그래, 규정대로라면 낙제이지만 너의 재빠른 임기응변에 대하여 특별점수를 주기로 한 모양이더라. 하지만 이번 한 번 뿐이야. 다음에는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하거라.”

“저, 그럼 히메는요?”

“물론 같은 조니까 통과겠지. 하지만 너하고 같은 장소로 가지는 않을 거야. 지구인은 수많은 미세 지역 단위로 나뉘어 사는 모양이니까, 그중 한 곳으로 가겠지. 아마 유학이 끝날 때까지는 만나지 못할 게야.”

“그렇게나 길게요?”

“그렇게나 길게.”

“..............”



시간에 상관없이 항상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루미너스 타워를 지나 라하세르 3세 기념광장으로 향하던 키작은 은색의 울트라인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물론 지구인은 그 표정을 읽을 수 없다) 크롬빛의 전자동보도에 몸을 싣고 11차원폐곡선형태를 띤 예술적인 손잡이에 비스듬히 기댄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첫 데이트에 나가는 사춘기 소녀처럼 들뜬 다음을 억제할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서운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어 남모르게 한숨을 쉬던 그녀의 상념을,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어떤 목소리가 사정없이 깨뜨렸다.

“안녕, 올린세스* 라하세르.”

또 한명의 은빛 울트라인이 우아한 기품을 지니고 인사해 온 것이다.

“아, 히메...... 이젠 다 나은 거예요?”

“덕분에. 그건 그렇고, 정말 뜻밖인데, 우리가 시험을 통과했다니. 그것도 원래는 6명만 갈 수 있는 관례를 깨고 7명이나 가게 해주어서 그런 거라니.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아? 혹시 네가 현 여왕의 손녀라서 그런건 아닐까?”

“네? 아아, 그게 저......”

“내가 곤란한 질문을 했나보구나. 잊어버려. 너는 언제 떠날 거야?”

“내일이에요.”

“저런, 나는 오늘 출발인데, 하마터면 못 만날 뻔 했네.”

“히메,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죠? 그렇죠?”

“무슨 어린애같은 소리야. 유학기간이 끝나면 싫어도 만날건데.”

“그동안에는... 만날 수 없는 걸까요?”

“글쎄. 유학 동안에는 각자가 배당받은 구역 안에서만 활동하게 되어 있으니까 어려울걸. 그건 왜?”

“갑자기 먼 곳으로 가게 되니까, 왠지 두려워져요. 히메가 곁에 있어줄 수 없다니까 더더욱... 그래서...”

“내가 말했지? 너는 마음이 너무 약하다고. 좀더 자신을 가져. 나는 자신없는 사람이 제일 싫어. 알겠지?”

“히메, 꼭 건강하셔야 해요. 또 만날 때까지, 꼭.”

“너도.”

그들은 가벼운 포옹을 나누고 헤어졌다.

그러나 뒤돌아서는 히메의 눈길에는 한 가닥의 걱정스러움이 알게모르게 스쳐지나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구인의 눈에는 안 보인다)

‘라하는 너무 마음이 약해................ 그렇다면...... 내가......!’




지구시간으로 수개월 후, 각기 다른 색을 띤 의문의 광구(光球) 7개가 각각 지구의 서로 다른 지점에 떨어졌다. 그 중 분홍빛을 띤 빛덩이는 니프티랜드 쪽에, 보랏빛을 띤 빛덩이는 나우민국 쪽에 낙하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는 지구인은 없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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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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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붙은 말들은 작가가 멋대로 지어낸 것들이니 알아서 상상하시길.>

(불친절의 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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