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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7-24] 울트라하 : 외전 '淡輩騷動'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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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하 외전

ウルトラハ外傳

~  MAD ABOUT TOBACCO  ~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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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방어선 방금 돌파당했습니다! 이쪽은 절망적입니다! 즉각 다음 포스트로 이동하겠습니다!”

“2층 보안구역 전투배치완료! 나머지 인원은 빨리 3층으로 올라가!”

“충격총의 에너지는 최고레벨에 맞춰라! 적은 인간이 아니니까 그걸로도 모자란다!”

“장관님, 외부와의 통신이 두절...<지직>... 적의 모선이 방해전파를...<지직>... 통신실을 향해서 3개 소대 정도의 병력...<지직>...”

“제24통로 긴급폐쇄! 관계자 전원 대피하라! 뭐야, 강아지? 그냥 두고 와! 적들도 동물은 손대지 않아! 먹이를 안줬다고? 이런 젠장. 알아서 먹으라고 해!”

“격납고 근처로 적 병력이 이동했어? 어떻게든 막아! 만일을 위해서라도 격납고는 꼭 지켜야 한다! 정비반에게도 무기를 지급하고, 무기가 없으면 근처에 있는 뭐라도 집어들고 싸우라고 전해! 뭐라고? 알았어, 특근수당 주면 되잖아!”

“아니 당신은 뭐야? 뭐, 신문 구독료? 지금 여기 바쁜거 안보여? 다치기 전에 빨리 돌아가라구!”

“짜장면 시키신-분------------!”

지난 2개월 전부터 세계각지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져 왔던 바드니스 성인(星人)의 급습사건은 단순한 항성간 테러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조직적이고 뚜렷한 계획에 근거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국의 중요시설 중에서도 특히 외계의 군사적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건조된 방위시설들, 즉 이를테면 WPMF(World Peace Maintaining Forces ; 세계평화유지군) 총사령부같은 곳만을 집중적으로 치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주로 직접 침공에 관여하기보다는 다른 세력의 용병으로서 참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그들의 특성상, 그들의 배후에 있는 누군가가 지구를 노리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PETS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급히 경비강화를 꾀하는 동시에 방위군 사령부에 지원증강을 요청하였으나, PETS를 말썽많은 119구조대 정도로밖에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방위군 수뇌부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고 그들의 요청을 철저히 묵살해버렸다. 게다가 방위군은 지난해 인큐버스 사건 이후로 어떤 모종의 계획에 더 큰 신경을 쏟고 있었기에, PETS의 요청을 들어줄 여유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덕분에 급습을 당한 PETS의 대원들은 살상능력이 아예 없는 휴대용 충격총이나 연습용 음파총, 혹은 새총이나 빨래방망이를 들고 적을 상대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DD블라스터를 비롯한 대인 병기는 에너지 공급이 충분치 못해서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사용가능한 몇 자루는 바로 며칠전에 방위군 쪽에서 성능점검을 한답시고 수거해가버렸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그 날고 긴다는 세계각국의 지구방위기구들, 특히 전설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한통 합중국의 생생 경비대마저도 당해내지 못했다는 바드니스인의 선봉부대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어메장관은 불안을 애써 감추며 어두운 지하창고에 가득히 쌓여있는 온갖 상자들 사이에 숨어서 부하들의 연락을 받고 있었다. 통신도 거의 먹통이 다 되어가는 상황이라 연락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어간다. 그의 근처에는 완전무장을 갖춘 피요대원과 유태대원, 그리고 구급상자를 든 동거녀가 위층의 상황을 걱정하며 숨어 있었다. 불안한 침묵이 계속되던 가운데 창고의 강철문이 거의 부서지다시피 뜯겨나가고, 인간과 거의 유사한 실루엣을 갖춘 한떼의 적회색 직립생물들이 우루루 몰려들어와 반쯤 구부러진 꽈배기처럼 생긴 기괴한 실린더를 치켜들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접근해 왔다. 어둠에 가리워져 잘 보이지 않는 적들을 향해 사격을 개시하는 세 사람.

“으하하하하 죽어랏! 이 타다만 연탄재들아!”

“선배, 탄환이 얼마 없으니 조준을 잘해야 해요.”

“내게 가르치려 들지 마, 천재씨! 이건 전쟁이야!”

“저, 저는 어떻게 할까요?”

“아까 세운 탈출계획 기억하겠지? 그럼 작전 개시!”

“네!”

“거녀양, 잘해야 해!”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지하창고에는 원래의 출입구 말고도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뚫어놓은 비상구가 하나 더 존재한다. 그러나 이 비상구는 벽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고 상자들로 가려진 창고 밑바닥과 연결되어 있는 수직통로였다. 그곳으로 통하는 입구는 바닥과 똑같은 색깔로 철저히 위장되어 있어 관계자 외에는 쉽게 찾아내기 어려웠다. 또한 비상통로 자체가 특수한 재질과 도료로 만들어져 있어서, X선 감지기 등으로도 쉽게 탐지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수적으로는 우세하지만 창고의 구조를 잘 몰라 허둥대는 적들을 충격총으로 막아내는 동안에 적이 볼 수 없는 상자 뒤쪽에서 재빨리 비상구를 찾아내어 그곳으로 들어간 다음에 안쪽에서 2중으로 셔터를 닫아 추격을 늦추고는 그 사이에 도망치는 작전이었다. 앞쪽에 쌓여있는 상자들을 엄폐물 삼아 피요대원과 유태대원, 장관이 필사적으로 응전하는 동안에 거녀가 뒤로 살짝 달려가 비상구의 뚜껑을 발견하고는,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그쪽으로 포복해가기 시작했다. 미리 적의 시선을 차단하면서 비상구 쪽으로 가기에는 충분한 통로를 확보하도록 상자들을 대충대충 쌓아놓았으므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거녀는 정확히 2분 45초만에 비상구 뚜껑 위에 도착했다. 거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나름대로 침착한 얼굴을 하고, 눈에 보이지는 않게 감춰져 있던 개폐 조작 스위치를 힘차게 두들겼다.

그런데,

“자, 장관님......!!!”

“왜그러나?”

충격총의 날카로운 소리들을 넘어서 장관의 힘찬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T_T) 개폐장치가 고장났나봐요.”

“(0_0) 어떻게 그런 일이!!! 수동으로는 못 여나?”

“뭔가 꽉 끼어 있어서 도저히 못 열겠는데요...”

아시다시피 PETS기지는 예전에 누군가의 실수로 한 번 무너졌다가 재건되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피해가 가장 덜했던 지하층은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창고 또한 별로 손댈 곳이 없어서, 지난 반년동안 시설물 검사조차도 제대로 안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 뚜껑이 녹슬어서 잘 열리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촉박한 시간 동안 상자를 쌓아올리는데 골몰하는 바람에 비상구를 미리 열어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충격총을 열심히 쏘아대며 사냥에 열중하고 있던 유태대원이 소리질렀다.

“더이상 막을 수가 없어요! 벌써 두 발짝 앞까지 녀석들이!!!”

앞쪽에 쌓여있던 상자들이 불꽃을 튀기며 갈라지고,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들이 보기 흉하게 나동그라져 사방을 어지럽혔다. 공교롭게도 그 대부분은 장관의 개인적인 취미 때문에 비축해둔 국산담배였다.

장관은 결단을 내렸다.

“나를 따라 돌격하는 자에겐 여름휴가를 주겠다!”

그들은 나바호 인디언처럼 소리를 내지르며 캐시디와 선댄스처럼 용감하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얼어 있던 거녀까지도 압박붕대와 핀셋을 들고 공격에 가담했다. 물먹은 붕대는 채찍이 되어 시원하게 공중을 가르고, 뾰족한 핀셋은 적의 약하다 싶은 부분에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 힘껏 싸웠다.

그정도로 여름 휴가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미끼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유약해빠진 지구인 치고는 꽤 오랫동안 대항하더군, 이녀석들은.//

은하표준통역기를 통해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그들의 지휘관쯤 되어 보이는 꺽다리로부터 흘러나왔다. 바드니스인은 눈도 코도 입도 보이지 않았으나, 어딘가에 그에 상응하는 감각기관이 감춰져 있는 듯 움직이는 데에는 불편이 없었다. 적회색의 창백한 몸체 여기저기에는 통신․검색장비인 듯한 컴링크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임벨타스리노세타리라고 하는 길다란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 그 오만한 생물은 손가락 대신에 2중갈퀴가 달린 손으로 꼼짝못하게 붙들린 어메장관의 턱을 스윽 치켜올리며 만족감에 가득한 푸푸풋 푸푸풋 소리를 끊임없이 내뱉었다. 두려움 한 점 없이, 다소 불만스럽고 피곤한 얼굴을 한 어메장관이 고개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보아주니 고맙구만. 하지만 불청객으로부터 칭찬을 듣는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네그려. 우릴 어떻게 할 셈인가?”

//우리가 단독으로 하는 경우라면 곧바로 젤라누스*의 노예광산에 직송되겠지만, 이번에는 고용주가 따로 있는 터라서 그 정도로 자비를 베풀기는 힘들겠지. 따라서 자네들은 지금 여기에서 소멸되어 주어야겠어.//

“소, 멸...... 완전히?”

묶여있던 팔다리를 꿈틀거리며, 피요대원이 기가 질린다는 얼굴로 되뇌었다.

‘하지만 어째서 우리들만? 생생 경비대의 경우도 대원 전부가 마비상태에 그친 걸로 아는데... 어째서 우리들은?’

피요대원은 공포감보다 호기심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PETS를 생각 외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 고용주란 누굴까? 옆에 끌려와 있던 유성대장과 하라대원도 뭔가 의미있는 눈짓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패장에게 대한 예의인지 아니면 승자로서의 거만인지는 몰라도, 물어보지도 않은 말까지 잘난 듯이 나불나불 떠들어대는 이 생물에게 장관은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그는 갑자기 목이 칼칼해져 옴을 느꼈다.

옆쪽에 같은 식으로 꽁꽁 묶여있는 부하들을 힐끔 쳐다본 어메장관은 친근한 어투로 그에게 질문을 했다.

“소멸이라... 별로 즐거운 일은 아니겠지만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기보다는 그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그거야 어쨌든, 부탁이 하나 있네.”

//부탁이라고? 배짱도 좋으시군, 포로 주제에.//

“당신네들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 속담에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 것이 있네. 그러니 살아있는 내 소원 정도야 들어주는 건 별문제도 아닐게야. 그것만 들어주면 나도 군소리없이 자네들의 길을 비켜주겠네. 하긴 자네들처럼 관대한 자들이라면 이런소리 안해도 되겠지만.”

“장관님! 그런 말라죽은 불쏘시개들에게 뭐하러 굽실거리시는 겁니까!”

분을 이기지 못해 외친 유태대원은 적병으로부터 무수한 발길질을 당했다.

//지구인은 아첨에 약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첨하는 자를 경멸하는 편이지. 하지만 어차피 곧 사라질 몸이니 무슨 부탁인지나 들어보도록 할까.//

호흡보조장치인 듯한 가느다란 불소-실리콘 튜브를 어루만지면서 임벨타스리노세타리가 그를 쳐다보았다. 옆쪽에 서있던 그의 부하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지구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대장이 쓸데없이 일을 질질 끄는거 아닌가 하는 불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쉴새없이 무기를 손질하고 손질하고 또 손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는 담배라는 기호품이 있다.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기왕에 죽을 것이라면 담배 한 대는 마음껏 피워보고 세상을 마감하고 싶다. 담배는 저기 저 상자들 안에 들어있다.”

“장관님! 고작 담배 때문에 이런 불어터진 쏘가리들에게 꼬리를 치시다니요!”

유태대원은 또다시 무수한 발길질을 당했다.

//담배라... 다른 지역에 갔을 때도 같은 얘기를 하는 자를 만난 적이 있다. 지구인이란 참으로 허약하군. 그따위 사소한 것에 매달리다니. 하여간에, 그때도 별 탈은 없었으니 상관없겠지. 단 허튼 수작을 부리면 용서 않겠다.//

“나는 건전한 사람이니 그런 건 모른다네. 내 초롱초롱한 눈매를 보게나.”

그들은 어메장관의 포박을 느슨하게 풀어주었으나 여전히 경계는 늦추지 않고 있었다. 임벨타스리노세타리는 손수 상자 속에서 아직 뜯지 않은 ‘우주전함거북선’ 담배를 한통 꺼내어 포장을 광(光)절단기로 깔끔하게 도려낸 다음 한 가치를 꺼내서 어메장관의 입에 물려 주고는, 그의 지시에 따라서 그의 윗주머니에 들어있던 ‘울트라하 페스티벌 199 기념 라이터’를 꺼내어 불을 붙여주었다. 장관의 입과 코에서 기분좋은 연기가 무럭무럭 올라오기 시작했다. 힘없는 눈으로 지켜보던 대원들은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유태대원은 하도 얻어맞아서 반쯤 기절해 있었다. 다만 피요대원만이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장관을 주목하고 있었다. 장관님은 결코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않아. 그렇다면......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임벨타스리노세타리가 알아챈 것은 수 초 뒤였다. 갑자기 그의 적외선 감각기에 걸린 어메장관의 웃는 얼굴이 두 개, 아니 세 개로 보였다. 온몸의 5차원적 감각이 점점 무뎌지고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지구 대기에 익숙지 못한 탓인지 호흡도 점점 가빠진다. 가만히 보니 자기뿐만 아니라 옆의 부하들도...

//지구...인, 무슨 술...책을 부린...건가?//

“술책이라니? 나는 기분좋게 담배를 피우고 있을 뿐일세. 왜그러나? 몸이 안좋은가보구먼. 자네들에게도 의사란게 있는지는 모르지만, 혹시 없다면 내가 좋은 의사를 추천해 줄까? 바로 위층에서 청진기를 들고 날뛰는 그사람이라네.”

“아쵸오~!”

무휼박사는 한때 이소룡의 팬이었다. 위층에서 그가 커다랗게 내지르는 소리가 아직도 들려오고 있었다. 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것이다.

//거짓말...마라, 이건 분명...그... 그렇지, 담...배를 당장...꺼라. 어서!//

“나는 죽기 전에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자유가 있다네. 끄고 싶으면 자네 힘으로 꺼보게나. 어어 벌써 넘어지면 어떡하나. 다리가 풀렸구만 쯧쯧. 그러게 평소에 식사를 잘 해야...”

//교..활한... 야만.... 쭈그러진...//

임벨타스리노세타리와 그의 부하들은 바닥에 완전히 나가떨어졌다.

어메장관은 미소를 지으며 느슨해져 있던 포박을 숨겨두었던 맥가이버칼로 끊어버리고 부하들을 구하러 일어섰다. 담배를 한 대 더 피워 물고서.

“니들도 피워 볼텨?”




대장과의 연락이 두절되어 이상하게 여기던 바드니스인들은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겨두고 지하창고 쪽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어메장관 이하 PETS대원이야말로 그들의 제1목표였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조금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이 판단착오였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들이 한꺼번에 창고 쪽으로 들어선 순간, 그 속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지옥의 연막과도 같이 눅눅하고 두꺼운 담배연기의 장막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모두 한갑을 몽땅 피워물고 빨아대는 중이었고, 피우지 않는 사람도 방독면을 착용한 뒤 불붙인 담배에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다가오는 연기에 못이겨 바닥에 널부러진 그들의 감각기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입에 열 개비나 되는 꽁초를 진지하게 피워물고 스마일 포즈로 그들을 바라보는 어메장관의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이었다.

“간접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네 베이비.♪”




일단 약점을 알게 된 뒤에는 그들을 물리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본부 상공을 장악하고 있던 그들의 모선도 긴급출격한 펫츠이글의 총공격으로 인해 산산조각나고, 연기에 쓰러진 바드니스인들은 쓰레기 하치장에서 집단소각되거나 조사를 위해 줄줄이 압송되는 신세가 되었다. 대원들을 위시한 전 관계자는 신속하게 본부의 기능을 회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퇴근했다.

그날, 보고서를 작성하던 하라대원은 미심쩍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장관에게 질문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고 계셨던 겁니까?

“아니 몰랐어. 나는 그저 담배를 피우면 좋은 생각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던 것 뿐이라네. 행운의 여신이 우리 편이었나 보지. 사실은 지난 두어달 동안 금연중이어서 담배가 미치도록 피우고 싶기도 했었거든.”

장관은 조심스레 새치를 가려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여간 장관님은......”

“못말리는 골초지. 나도 알고 있네.”

장관은 또 한 가치를 뽑아들며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구를 구했으니 한 대만 봐주게. 응?”

하라대원은 자욱한 담배연기를 손으로 밀쳐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거녀는 거울로 위장된 초고감도 텔레파시 송수신기를 집어들고 본국과의 직통 채널을 열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정정하셨지만 어쩐지 일에 쫓기는 듯 했다. 여왕이란 그렇게 피곤한 자리인 걸까.

“바드니스인에게 배후가 있다고? 틀림없이 그렇게 말했느냐?”

“예, 제가 바로 옆에서 들었거든요.”

“알았다. 곧 원로원에 보고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지. 이번에는 정말 잘해줬다. 앞으로는 그렇게 지구인의 곁에서 싸우는 법도 익혀나가도록 하거라.”

거녀는 어메장관의 나우산(産)담배가 어떤 식으로 바드니스인들의 호흡기와 감각을 망가뜨렸는지도 보고했다.

“뭐라고? 그건 좀 이상하구나... 바드니스인의 육체가 특별히 타르나 니코틴같은 물질에 약하다는 얘기는 못들었는데... 뭔가 다른 것이 섞인 담배가 아닐까?”

“아뇨. 전혀 가공하지 않은 새 담배였어요. 그 임벨타스뭔가 하는 녀석이 직접 뜯어준 거였거든요.”

“그 담배의 샘플을 이쪽으로 보내주겠니? 좀 검사해봐야 할 것 같다... 만약 내 생각대로라면...”

“어떤 생각인데요, 할머니?”

“아니다,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야. 하지만 뭔가 의심스러워서 그런단다.”

거녀는 이제 라하세르 본인에 대한 이야기도 꺼낼 때라고 생각했다.

“물론 보내드릴게요. 그런데 말이죠, 저, 저번에 히메가 이곳에...”

“그 이야기는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구나. 원로원의 결정은 나도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나도 네게 문제가 있다면 돌아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히메는 농담을 하고 있는게 아니야. 그러니 너도 좀 진지해지거라.”

“저, 저는......”

“아, 이제 의식(儀式)의 시간이구나. 슬슬 가봐야겠다. 잘 자거라. 건강하고.”

“........”

거녀는 거울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눈에서 뭔가 흘러나왔지만 그 이유는 잘 알 수가 없었다.




‘李’로고가 걸려 있는 대형건물에서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젊은 사내가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지난주 외국에서 돌아온 발도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일익을 담당하느라 쉬지도 못하고 돌아다녀야 했다. 이제 대충 중요한 문제는 마무리지어진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의 보고는 빈틈이 없어야 했다. 회장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면 절대 만족하지 않는 인물임을 그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바드니스인의 급습사건 이후로 담배 판매량이 급증했고, 그들의 침략을 받은 각국에서도 우리 담배를 다량으로 수입해 갔습니다. 담배인삼공사로부터 판매권을 사들인 돈을 벌충하고도 충분히 남는 이윤이 돌아왔습니다. 그 구체적인 수치는 같이 첨부된 그래프를 보아주십시오.”

사내는 서류를 잠깐 훑어보고 표정 없는 눈길로 상대를 쳐다본다.

“그래, 효용은 어떻다던가?”

“예, 우리가 첨가시킨 물질은 아주 극소량으로 연소시에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검출하기 어려운 것이고, 지구인에게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어서 눈치채기 힘듭니다. 그리고...”

“그리고 진정한 효용을 발휘하려면 그 상대가 되는 바드니스인에게도 특별한 처리가 필요하다 이거겠지? 2연화합물(Binary Compound)의 원리로군.”

“그들은 비싼 값에 우리의 요구를 수락하였고, 그와 함께 부수되는 모든 종류의 생태-화학적 처리에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의 처리가 단지 지구 대기에 자기들의 호흡기를 익숙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해두었습니다.”

사내는 보고서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예, 덕분에 ‘뭘보러’ 등 외산 담배를 수입하던 룽룽사 계열의 토바코 엔지니어링 사(社)는 도산의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것까지는 저도 미처 예상치 못...”

“상관없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룽룽사는 언제나 우리의 밥이 되는 셈이지. 수고했네. 쉬어도 좋아.”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발도제는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돌아오는 길에 국제공항에서 스치고 지나간 어떤 여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그 히메라는 자는, 과연 어느 정도로까지 우리에게 협력하고 있는 것일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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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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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이지만 중요한 이야기가 좀 많이 나왔습니다. 이제 슬슬 제2시즌도 끝을 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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