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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8-07] 울트라하 : 외전 '事件以後'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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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을 떴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몇 번 몸을 뒤척이고 나서야 자기가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을 깨달았다. 왠지 감각이 없는 두 손에는 거추장스럽게 붕대가 칭칭 감겨 있고, 오른쪽 다리도 몹시 쑤셔 왔다. 머리에도 부상을 입었는지 꽤 두터운 붕대가 이마를 둘러싸고 비스듬히 감겨 있었다. 병상을 둘러싸고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틈새로 한여름의 햇살이 파고 들어왔다. 그녀는 그 햇빛이 자극적으로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아직 눈이 빛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녀가 일어나고 싶다는 손짓을 하자 건장한 그림자 하나가 그녀가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등 뒤를 받쳐주었다. 아마 유태대원일 것이다.

그런데 방 안의 공기가 좀 이상했다. 그녀가 심한 부상을 입고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자가 없었던 것이다. 다들 뭔가 불편한 것을, 봐서는 안되는 것을 보아버린 사람들마냥 어색하게 그 자리에 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눈물 때문에 안경이 뿌옇게 흐려진 피요대원이 자기의 붕대감은 손을 꽉 잡고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뭔가 고생에 대한 위로라던가, 깨어난 것에 대한 기쁨 같은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하라선배가............울트라하였나요?”

정작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지독하게도 엉뚱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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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하 외전

ウルトラハ外傳

~  AFTERSHOCK  ~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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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깔의 페이저 광선이 하늘 저편으로부터 내려왔을 때, 하라대원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였다. 그러나 광선 중 몇 발이 잉큐들을 제압하면서, 그 여파가 주변에 추락해 있던 그녀의 Β-1에도 미쳤다. 페이저의 뜨거운 열기 덕분에 전투기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얼음층이 녹아내렸고, 그 강렬한 섬광 때문에 하라대원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섬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헬멧의 바이저를 편광으로 바꾸는 동시에, 재빨리 통신기를 조작하여 사태를 파악하려 했으나, 통신기는 추락할 때 심하게 고장나 있어서, 수신은 가능하지만 송신은 못하는 기막힌 상태가 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간간이 들려오는 장관의 무선을 들어보니 저 빛이 잉큐들을 물리치기 위해 방위군이 조달해 온 신병기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했다.

수 분 동안 잉큐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내리던 적사(赤射)의 빛줄기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뚝 끊겼다. 하라대원은 당황하여 통신기를 조작해 보았지만 저쪽 편에서도 당황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저 위편에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아직 그녀의 앞길에는 두 마리의, 아니 어느새 세 마리로 불어난 잉큐들이 날뛰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하라대원은, 아까의 열기로 인해 얼음이 약해진 것을 이용하여 Β-1의 캐노피를 강제로 열고 밖으로 억지로 기어나왔다. 전투기의 방온(防溫)기능이 추락할 때 손상되었기 때문인지 두 손은 동상을 입어서 감각이 무뎌졌고 오른쪽 다리에도 심한 타박상을 입은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추락 때의 충격으로 인해 이마에서도 피가 약간씩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하라대원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잉큐들에게 밟혀죽느니 차라리 동료들과 합류하기 위해서 한발짝이라도 옮기는 편이 더 나을 거라는 판단 하에, 신호탄과 비상식량 등등이 들어있는 서바이벌 팩을 끄집어내어 밖으로 나왔다. 잉큐들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는 탓인지 바깥은 매우 추웠다. 입김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이번 사건은 그 자체로서도 많은 피해를 끼쳤지만, 그 직후에 닥쳐온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상당규모의 2차 재해를 낳았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주된 접전지였던 보곰3가와 캐사모스톤 일대는 정전과 단수, 교통 및 통신의 두절로 인해...”

조필성씨는 잉큐들의 횡포로 인해 고물단지가 되어버린 물품창고 내부를 바라보며 울상이 되어 있었다. 바깥 교통도 극도로 혼란스러웠고 통신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본사에서는 아직 피해가 어느정도인지 모르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겨우 일자리를 잡아서 가족들 좀 편하게 해주려고 했더니 이게 또 뭐람.

조필성씨는 자기가 불행을 몰고 다니는 건지, 불행이 자기를 쫓아 다니는 건지 도무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거, 얼음 씹는 맛은 죽여주는구먼.”

잉큐 덕분에 얻은 커다란 얼음에 설탕을 뿌려 먹으며 조필성씨는 중얼거렸다.




하라대원은 아픈 다리를 이끌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정체모를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머리 위를 쳐다보니 어느 사이에 얼음과자들의 마수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그 거인’이 상승기류를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올라 우아한 포즈로 잉큐들을 옭아매어 빙빙 돌리고 있는 게 보였다. 역시나.

마침내 메주처럼 꽁꽁 묶인 보기싫은 잉큐들은 하늘 너머로 날아갔고 하라대원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속으로 탄성을 연발하고 있었다. 저 실력이라면 올림픽에 출전해도 되겠는걸.

그런데 ‘거인’의 태도가 좀 이상했다. 평소처럼 날아가지 않고 그냥 공중에서 몇초간 머물러 있더니, 갑자기 힘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일대를 굉장한 진동과 충격파가 엄습했다. 하라대원은 흔들리는 대지 위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었지만, 그녀의 앞에는 거인이 떨어질 때 피어오른 흙먼지가 두텁게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이럴 리가 없어. 이렇게 될 리가 없어. 이건 거짓말일 거야......!’

하라대원은 거인이 낙하한 지점을 향해서 냅다 뛰기 시작했다.

다리의 통증은 견딜 만했지만, 한때 자기를 구해주기도 했던 그 거인이 저렇게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은 견딜 수 없었다.

그녀의 긴장된 머리 속으로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 사정없이 밀려들어왔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는 작년의 인큐버스 사건 때보다는 가벼운 편이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볼 때는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괴수들의 습격으로 인해 집과 일터를 잃은 사람들은 근처 임시 대피소에서 배급된 식량과 물자만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캐사모스톤 어딘가에 설치된 대피소에서는 해돌과 그의 누나 수진이 그리 넓지도 않은 공간 위에 침낭을 깔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 애쓰고 있었다. 해돌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워크맨으로 가요를 듣는 중이었고, 수진은 자기들의 셋집이 무사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해돌의 가방에 달려있는 마스코트는 어느새 울트라면에서 울트라하로 바뀌어 있었다.

수진은 문득 거녀양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없을 거야. 기운찬 사람이니까...’

수진의 뇌리에 동거녀의 티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석양도 어느덧 다 지나가고 땅거미가 질 무렵의 앙끄시 한복판.

거인의 추락시에 발생한 만만찮은 임팩트 때문에 그곳에는 폭 30미터 정도의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기고 말았다. 그 크레이터 한복판에, 어느새 지구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동거녀가 심한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아직 완전히 정신을 잃지는 않은 상태였다. 한가닥 실날처럼 남아 있는 의식을 겨우겨우 끌어모아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돼... 이대로 발견되면... 이대로...’

워낙 부상이 심한 탓에 생각을 모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이정도였고, 이대로 발견되면 정체가 탄로날 것이라던가 시험에 불합격하여 지구와도 안녕을 고해야 한다던가 하는 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거녀로서는 이정도로 의식을 집중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잉큐들의 집중공격으로 인해 눈에 띄게 쇠약해져 있었던데다가, 추락시에 입은 부상도 겹쳐 거의 움직이지도 못할 상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녀는 남은 힘을 끌어모아 크레이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위로 향해 누운 몸을 가까스로 뒤집어 거북이처럼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천천히 두 팔과 다리를 움직여 무너진 콘크리트와 모래의 더미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간단하지가 않았다. 결국 거녀는 몇 미터 오르지도 못한 채 탈진하여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간다.

‘.....틀렸......어......’

완전히 정신을 잃은 그녀의 몸 위로 어떤 그림자 하나가 비치고 있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낸 의문의 우주인 울트라하는 괴수들을 몰아낸 직후 현장에 추락하여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현재 방위군과 PETS는 그 주변 일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관계자 외의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곳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요...”

류천지구에 위치한 작은 자취방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계절학기 시험을 준비중이던 선경은 자기도 한 번 목격한 적이 있는 그 거인의 이름이 나오자 다소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옆방을 돌아보았다. 그 방에서는 모포에 싸인 햇살이가 쌔근쌔근 잘도 자고 있었다.

선경은 그 거인이 걱정되었지만 곧 근심을 털어버리고 다시 공부에 몰두했다.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어. 햇살이도 살아서 돌아왔잖아. 안그래?’




하라대원이 추락지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동안에 거인의 모습은 요술처럼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아직 다 녹지 않은 얼음과 잉큐들의 발에 짓밟힌 전신주의 잔해 등을 타넘고 가까스로 크레이터 옆에 도착한 하라대원은 그 말도 안되게 거대한 크기와 그 무지막지하게 패인 깊이에 놀라고 있었다. 애써 무시하고 있던 다리의 통증이 다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곳까지 다가오느라 힘을 너무 썼어.

점점 희미해져가는 그녀의 눈에 뭔가가 보였다. 크레이터 한가운데에 사람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있었던 것이다. 혹시 저 사람이 바로?

“이...이봐, 잠깐만 기다......?”

하라대원은 그쪽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그 사람을 부르려 했지만 눈을 깜빡이는 순간 그 그림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밀려드는 피로와 허무감에 갑작스럽게 긴장이 풀려버린 하라대원은 발을 헛디뎌 크레이터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암흑(暗黑).




“...를 지키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괴수대책위원회의 책임을 맡은 3인의 관료가 모두 시의회의 소환을 받고 자리를 비운 사건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며 그들에게 모든 것을 위임한 시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현임 시장인 그레이스 써니박 여사는...”

전직 시장이었던 그레이트 엄민태는 결국 인큐버스 사건의 여파로 인해 재선에 실패, 이제는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모처럼 낚시여행을 떠났다가 태풍을 만나는 바람에 이 작은 섬에 발이 묶여 앙끄시에서 벌어진 참극을 보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어찌보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민태 자신으로서는, 어느 쪽이든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게 1백번째 라면이로군...... (T_T)”

그는 휴대용 액정TV를 끄고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양은냄비를 조심스럽게 집어들었다. 구출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는 한, 배를 채워 두어야 했다.

창 밖에서는 아직도 무정한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다.




의문의 그림자는 피투성이가 된 동거녀를 크레이터로부터 약간 떨어진 골목길에 뉘어놓고, 그녀의 맥박과 호흡을 체크하고 있었다. 마치 속이 훤히 비쳐보이는 유령과도 같이 느껴지던 그 그림자는, 실은 광학미채(光學迷彩)를 장비한 적진침투복 차림의 사람이었다. 극도로 절제된 태도를 보이며, 그림자는 가슴에 꽂혀 있는 통신기를 작동시켜 어딘가로 신호를 보냈다. 누가 들을세라 조심스럽게 소리를 죽여가며 그는 보고를 시작한다.

“임무 완료입니다.”

“수고했네. 이로써 한시름 놓게 되었군.”

“그런데 우리가 꼭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저로서는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아직은 그녀가 정체를 드러낼 단계가 아니야. ......진짜 쇼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수색대가 그쪽으로 갈테니 자네는 그만 철수하게.”

“옛, 회장님.”

발도제는 혼수상태에 빠진 동거녀를 한 번 흘끗 돌아보고는 재빨리 방향을 돌려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반대쪽에서 전등불 빛과 사람들의 말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동거녀를 찾고 있던 미나 일행이었다.

같은 시각, 크레이터 속에서 하라대원을 발견한 수색대가 어메장관에게 긴급연락을 보냈고, 장관은 그녀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의무반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가 발견된 장소를 전해들었을 때, 장관은 자기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로 인해 방위군의 임시 사령관이었던 청운중장은 시 정부의 강력한 신임을 얻게 되어, 방위군의 군비 증강과 괴수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폭주한 잉큐라는 괴수들이 혹시 방위군 내부에서 유출된 실험기들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이를 입증할 만한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고 있어...”

어딘지도 알 수 없는 혹한의 극지를 여행중이던 장영제라는 이름의 젊은이는 앙끄시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여름을 맞이했다는 것을 알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역시 그들은 깨닫지 못한 것이다. 자신의 조상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뭔가 너무 잘 들어맞아... 혹시 그 사람이 여기에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생각을 이어나가기란 어려웠다. 그는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세찬 눈보라를 솜씨좋게 받아넘기며 썰매 끄는 개들을 독촉했다.

날이 저물기 전에 다음 캠프에 도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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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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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우연히 그쪽으로 갔다가 굴러떨어진 것 뿐이라니까! 제발 믿어줘! 아무리 농담이라도 내가 울트라하일 리가 없잖아?”

하지만 장관을 비롯해서 다른 대원들은 아직도 의심스러운 눈치였다. 피요대원이 그녀의 마비된 두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고 다시 물어본다. 하라대원이 아픔 때문에 이맛살을 찌푸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치만, 이때까지 그 거인은 선배가 자리를 비우거나, 전투 중에 추락했거나,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주로 나타났었잖아요? 정말로 아무 관계가 없는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다친 것도 억울할 지경인데 이제는 누명(?)까지 쓰게 되다니, 하라대원은 정말로 속이 부글부글 끓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겨우 그런 것만 가지고 어떻게 연결지을 수가 있는거지? 피요양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나는 절대 울트라하가 아니고, 피요양이 말한 것들은 단순한 우연에 불과해. 너무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어떤 관련이 있는것처럼 착각하게 된 것 뿐이라구. 믿지 못하겠으면 나를 해부해도 좋아!”

그래도 피요대원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멀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하라대원은, 의무실 저편에 서 있는 무휼박사와 구급대원들까지 이 소동을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기분이 더 나빠졌다. 내가 무슨 동물원 코끼리인줄 알아?

“그래 그래.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심했구만. 크게 다친 사람한테 너무 무리한 질문을 했으니 말야. 그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우선은 건강부터 회복하도록 해야지.”

그나마 제일 먼저 이성을 회복한 어메장관이 그녀를 위로한다. 다른 대원들도 그제서야 어색한 태도를 거두고 한마디씩 하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꿀꿀하다.

다소 풀린 기분으로 주변을 돌아보던 하라대원이 누군가가 빠져 있음을 눈치채고는 피요대원에게 묻는다.

“그런데 동거녀라는 애는?”

“역시 그날에 어디론가 나갔다가 크게 다쳤나봐요.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데 일주일째 혼수상태예요. 선배보다 훨씬 상처가 심해요.”

“그래......”

언제나 맹한 짓을 도맡아 해서 대원들을 웃겨 주었던 거녀가 중태라니 그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와도 거의 1년 가까이 함께 지내왔는데... 아직도 ANC-98에서 보았던 거녀의 눈물가득한 얼굴이 눈에 선했다.

잠깐만.

이런저런 생각을 더듬던 하라대원의 뇌리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그애는 예전에도 이런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허락도 안 받고 빠져나갔다가 슬그머니 돌아오고, 어떤 때는 상처투성이로...

설마 동거녀가?

하라대원은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에 당황해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리가...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감정이 남아 있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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