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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31] 이상한 성탄의 바스크 제1장
패러디 왕국/건담관련 | 2009.11.24 23:16
 



  [어두운 우주를 배경으로 여러 집단의 길다란 원통이 지구를 등지고 떠 있다. 다른 원통들보다 더욱 크게 보이는 한 개의 은빛 원통을 향하여 카메라가 다가간다. 원통의 내부에는 인공의 하늘, 인공의 강, 인공의 대지가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의 도시가, 마을이 있다. 하늘에 새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이곳에 사는 생명은 지구의 그것과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의 기후는 겨울이고 사람들은 송년 준비로 들뜬 분위기다. 점점 카메라가 중심가로 이동하여, 한 낡고 허름한 2층 건물 입구를 클로즈업한다. 다른 곳에서의 활기와는 대조적으로, 이곳은 무덤과도 같이 조용하다.


  이윽고, 무작위로 선택된 배경 음악과 함께 타이틀 자막이 뜬다.]






BASQUE'S  WEIRD  CHRISTMAS  TALE

ふしぎの聖誕のバスク



based on the novella written by Charles Dickens, 1843

and based on the characters copyrighted by SUNRISE, 1979-1996

(and some characters have nothing to do with SUNRISE ^^;)

written by ZAMBONY

beta version 96/12/24-27

first revision 96/12/29

second revision 96/12/31


special thanks to Amille & 10003125

for corresponding to my brainstorming talks


also special thanks to soppu & yanus91

for providing some terrific basic concepts



This pastiche is NOT intended to insult or lampoon any other specific and existent individual or organization or anyone related to the subject.

Please BEWARE the hilarious retrospect on the INVENTED meaning of the X-Mas.

Okay, You've been warned...






제 1 부 The Phantom of Heimann

ハイマンの亡靈




  사이드 1, 론도니움 콜로니 중심가,

  킬리만자로가(街) 178번지.


  한해가 다 저물어 가는 12월 어느 날, 그날도 역시 인정머리 없기로 소문난 애브니저 바스크 영감은 자기의 차갑고 쌀쌀한 사무실에서 바쁘게 장부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의 두꺼운 비행용 안경 안에는 독수리처럼 예리하고 하이에나처럼 탐욕스런 눈매가 숨어 있었고, 그의 두툼한 방한용 털모자 안에는 정말 공짜를 좋아하면 이렇게 된다라고 웅변이라도 하는 듯한 미끌미끌한 대머리가 감춰져 있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은 그 내면에서 어떠한 '다정함'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고, 약간 붉은 빛이 도는 그의 검은 작업복은 누구 장례식에라도 갔다온 사람처럼 을씨년스러웠다. 그의 상사였던 하이만 회장이 죽은 뒤에 장례식에 갔다온 건 사실이었지만, 그 전부터 그는 항상 이런 모습이었다.


  어쨌거나 하이만이 키워놓은 영업을 그가 승계하여 꾸려나가기 시작한 것도 어언 3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사업체인 거신상회가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되었으나 수입은 꽤 좋은 편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방위산업체 일을 하고 있다고도 하고 경찰용 장비를 수주하고 있다고도 했지만, 역시 그 진상은 알기 어려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바스크가 상당한 수전노에다 욕심쟁이라는 것뿐이었다. 게다가 그는, 한때 군에 몸담고 있을 당시에 냉혹하기로 소문난 특수부대 소속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먼발치서 보기만 해도 슬금슬금 피했다.


  (*여기까지는 내용 이해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단순한 인물 묘사였음)


  다른 한쪽 방에서는 그의 서기인, 작은 눈과 검은 곱슬머리를 가진 키다리 브라이트 크래칫이 희미한 할로겐램프 불빛을 벗삼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흔한 샘소니심 전기난로조차 놔주지 않는 무정한 고용주 때문에 그의 손발은 벌써 꽁꽁 얼어터질 지경이었으나, 그는 몰래 준비해 둔 비장의 무기 아나하임표 폭열압축식 주머니 난로를 가지고서 꿋꿋하게 추위와 맞서 자기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과연 그 투철한 직업정신은 왕년의 목마상회 총지배인다웠으나 목마상회가 아 바오아 쿠의 대화재로 폭삭 망하는 바람에 이렇게 남의 서기로 들어와 일하게 된 그로서는 주인의 한겨울 바이코눌 평원 같은 대우가 별로 마음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복실이같은 아내와 귀여운 두 아이를 먹여 살리려면 기껏 잡은 직장을 놓쳐서는 안 되었기에, 그는 태산같은 폭풍이 몰아쳐도 꾹 참겠다고 결심한 터였다.


  하지만, 어째서 사장은, 자기는 폰브라운산(産) 아나하임제 하이퍼메가펜티엄급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면서 내게는 하드도 없는 스위트워터산(産) 모노톤마우스제 네오XT급 데스크탑만 주고서 일은 두배로 하라는 걸까?


  점심때가 약간 지났을 무렵, 사무실의 앞문을 열어제끼고 한 명의 미끈한 금발 청년이 기운차게 들어와서 바스크에게 인사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입니다 아저씨. 성 토미노의 축복이 있기를!”

  바스크는 그 인사를 듣고도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가 냉정하게 대꾸했다.

  “뭐하러 왔느냐 제리드? 돈을 꾸어달라고 온 거라면 저 길 건너 벨가미노 전당포에나 가봐.”

  “너무하시는군요. 저는 단지 명절을 맞아서 축하인사를 드리려고 찾아온 건데요.”

  “다른 날하고 똑같은 하루인데 뭐가 그렇게 야단스러운 거냐? 먹고살기도 바쁜 녀석이.”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입니다, 아저씨. 저 먼 옛날에 동방의 일곱 번째 콜로니에서 뉴타입 아무로 레이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태어난 일을 기념하기 위한 전 인류의 잔칫날이라고요.”

  (*기독교인들이 이 글 보면 난 죽었다)

  “나는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믿지도 않거니와 또 실제로 그런 녀석이 있었다고 해도 그가 인류를 구원하지도 못했는데 왜 축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그가 인류를 구원했다면 내가 왜 이런 차가운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만 겨우겨우 먹고 살 수 있는 거냐? 왜 좀더 편하고 즐겁게 살 수가 없는 거냔 말이다.”

  “아저씨는 어렸을 때 배우신 악시즈의 기적을 전혀 믿지 않으시나 보군요.”

  “믿지 않아. 내가 믿는 건 오로지 내 앞에 놓여있는 돈뿐이다. 알겠느냐?”

  “신학적인 논쟁은 그만두죠. 어차피 그 얘길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요. 아무튼 내일 저녁식사 때 꼭 와 주셨으면 하는데요. 아주 즐거울 겁니다. 친척들도 모두 모일 거구요.”

  “내가 돈도 안 나오는 집안 잔치에 왜 간단 말이냐? 그럴 바에야 아나하임의 연말 결산 주주총회에 가서 내 주식 상황이나 확인해야겠다.”

  “예상은 했었지만 좀 실망스럽군요. 마우아도 오실 걸로 기대하고 있던데.”

  “네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게는 내 할 일이 있고 네게는 너의 크리스마스가 있는 거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대체 네가 왜 결혼 따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러지 않고서도 인생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게다가, 그 결혼 이후로 양아치로서 잘나가던 네 인생이 이른바 남들 말마따나 '성실해졌다는' 것이 더 속상해. 너만은 내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다니.”

  “글쎄요. 그녀가 자부로 백화점 붕괴 때 제 목숨을 구해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제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지요.”

  “사랑에 빠졌다고, 흥! 선라이즈의 3류 연애영화에나 나오는 것 같은 유치하고 흔해빠진 대사가 아니냐!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아껴라>같은 근검절약 홍보영화나 보는 게 낫지.”

  “아저씨께서 이해해 주시지 못해서 저도 유감입니다. 아무튼 생각이 바뀌시면 내일 저녁때 찾아와 주세요. 언제 오시든지 대환영이니까요. 저는 아저씨가 예전부터 이런 분이었다고는 믿지 않아요.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신 걸로 미루어...”

  “네 어머니는 네가 꼬마일 때 세상을 등진 사람이다. 더 얘기하지 마라.”

  “.... 안녕히 계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조카는 나가면서 서기에게도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바스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나원참, 콜로니에 깔려죽을 놈 같으니라고!”


  조카가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신사가 상회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좀더 나이가 많은 듯한 한 명은 흰머리가 간혹 섞여있는 금발에 턱수염을 기른 온화한 얼굴의 키큰 남자였으며, 약간 젊어 보이는 다른 한 명은 선원 같은 다부진 체격에 역시 선원 같은 두가닥 콧수염과 험상궂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쪽의 신사가 바스크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하고는 입을 열었다.

  “거신상회의 애브니저 바스크 사장님이시죠?”

  “그게 내 이름이오만, 무슨 일로 오셨소?”

  “저희는 우주빈민구제목적 특수민간기구인 '애유고(愛遊苦)'에서 온 사람입니다. 저는 총무인 블렉스이고 이 사람은 간사인 헨켄입니다. 저희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특별 모금을 하는 중인데, 협조해주셨으면 해서요. 여기에 원하시는 만큼 금액을 정해주시고 서명만 해 주시면 나머지는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물론 달의 그라나다 은행에 예금구좌를 가지고 계시겠죠?”

  “구좌는 있소만, 나는 당신들에게 드릴 만한 것이 없소이다.”

  “하지만 이 론도니움의 일급 상업지구에 사무실을 두실 정도면 상당한 재력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내 전임자가 도박협회와 인맥이 닿아 있어서 어떻게 얻어낸 것이지, 돈이 많아서 가능했던 것은 아니오. 또한 돈이 있다고 해도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불쌍한 사람들'에게 적선을 베풀 만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군요.”

  “크리스마스의 의의를 빛내기 위해서입니다. 일년 내내 차가운 사람들이라도 오늘만은 순수한 마음을 되찾아 남들을 돕고 싶은 의지로 충만하게 되니까, 성 아즈나블의 이름 하에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음으로써 전인류적인 사랑을 더욱 고양시키자는...”

  “내 조카하고 비슷한 소릴 하는데, 나 같으면 그런 일일랑 연방정부의 빈민구제정책에 맡겨두고 상관 안하는 쪽을 택하겠소.”

  “연방정부의 빈민구제정책은 현상황을 바로잡는 데 별로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공백을 메우고 나아가서는 그에 대한 연방정부의 각성을 유도하는 것이 저희들이 일이지요.”

  “그럼 잘들 해보시오, 난 관심 없소.”

  그때 해적같이 생긴 헨켄이란 사나이가 갑자기 달려들어 바스크의 멱살을 잡으려 했으나, 바스크는 간단히 피하고서는 그에게 철권을 날렸다. (*서기는 이 철권의 위력을 여러 번 체험해 본 적이 있다.)

  “미안하지만 남의 영업장소 내에서 소란을 일으켜서는 곤란하오. 나가 주시오.”

  헨켄은 철권을 맞고 멍든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욕설을 퍼부었으나 블렉스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를 말렸다. 그는 바스크에게 정중히 사과하고서 화가 잔뜩 나 있는 헨켄을 질질 끌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블렉스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그렇게 성급하게 행동해서는 곤란하지 않나. 아무튼 저 사내 때문에 그렇게 열받을 필요는 없을 거야. 저 사람 관상을 보니까 오늘밤에 유령이라도 만날 것 같더구만.”

  헨켄의 건다륨 삶아먹은듯한 목소리가 그 뒤에 이어졌다.

  “내가 저인간때문에 열받은 줄 아십니까? 빌어먹을 작가놈 때문이라고요. 에마 씨가 등장한다고 말해서 날 출연시키고는 약속도 안 지키고, 내게는 대사 한마디도 안 주고, 이게 뭐냔 말요!!!”


  퇴근 시간이 되었다. 서기는 한구석에 밀어둔 반다이표 털목도리를 챙겨들고 일거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기 사무실에서 서기의 골방 쪽으로 넘어온 바스크는 그 특유의 폭력단 두목 같은 어조로 서기에게 으르렁댔다.

  “자네도 내일은 쉬고 싶겠구먼, 응?”

  “사장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내일 하루만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만...”

  바스크는 안경을 벗어 쓱쓱 닦으면서 칼같이 대답했다.

  “그럼 자네 봉급 중에서 하루 분은 제해야겠군. 그게 공평한 거 아닌가?”

  “그런...!!!”

  “나를 원망하지 말게. 지구연방정부에서 이번에 노동법을 개정했는데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되어 있더군. 휴일 수당이란 말 자체가 법전에서 사라졌어. 이걸 어기면 나는 영업정지를 당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자네는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할걸?”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영업을 하신다면 사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노동조합의 세력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왜 이런 것을 모르십니까!”

  서기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바스크의 철권을 얼굴로 받아야 했다. 바스크도 이제는 이자의 바른소리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기에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입을 막는 것을 선호했다. 쫓아내는 것도 방법은 되겠지만 이 콜로니 내에서 브라이트보다 유능한 사원을 찾기가 어려웠고, 자칫하면 그가 라이벌인 붓호 고물상으로 넘어가서 그의 영업에 크나큰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패는 것이 더 쉬웠던 것이다.

  “그럼 가보게. 다만 모레 아침에는 평소보다 좀더 일찍 나오도록 해!”

  서기는 하릴없이 (*작자 미상 <별주부전> 참조.) 어깨를 으쓱하며 문을 나서서 집으로 향했던 것이었다.


  바스크는 서기보다 몇 분 늦게 퇴근했다. 그는 잔업까지 끝내고 사무실을 정리한 다음 문을 잠그고 집으로 향했다.

  얼마 전에 사무실에 도둑이 들어서 고가의 장비를 세대나 훔쳐간 뒤로는 (*그 장비에 대해서 바스크는 언급하길 꺼렸지만 이름 끝에 Mk-Ⅱ라는 문자열이 붙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바스크도 보안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던 참이라, 사무실의 경비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하게 짜여져 있었다. 바스크 혼자만이 알 수 있는 특수숫자 및 문자열을 입력해야 하는 타킴제 디지털 열쇠에, 아나하임제 마크가 선명한 카드 키, 트린톤 지사에서 쓰던걸 뜯어온 안구식별장치, 거기에다 침입자를 견제하기 위한 솔로몬표 미니 경비위성 한 세트까지.

  그러나 그의 싸늘하고 무정한 태도에 질린 그의 이웃들이, 그의 사무실이 또한번 털리기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론도니움 전자게시판 G-텔 플라자란의 가장 큰 논쟁거리가 바로 “그놈의 바스크는 대체 언제 죽을 것인가?”라는 것도 그는 몰랐던 것이다.


뭐 어쨌거나 바스크는 몇 블럭 떨어지지 않은 그린노아가(街) 006번지에 위치한, 그의 황폐한 숙소로 돌아와서 우주식량으로 (*비용과 저장 공간을 아끼기 위한 것이었다.) 조촐한 저녁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알렉산드리아산(産) 고급 침대만이 그가 집에서 누리는 유일한 사치였다. 그 위에는 독수리의 문양이 수놓아진 고가의 야광 침대시트와 지구연방 마크가 찍힌 군용 담요가 깔려져 있었다. 그러나 숙소의 초라한 방 안에 그 고급 침대가 놓여 있는 모습은 묘한 부조화를 불러일으켜서 마치 가부토 코지가 보스보로트를 조종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바스크는 태양전지 조명을 끄고 잠을 청했다.

  그때,

  방 안에 갑자기 일진광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정체 모를 섬광이 방사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V-MAX 발동인가?? 바이오센서 과열인가?? 이데의 각성인가??”

  잠이 덜 깬 채로 별별 신학적, 역사적인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뭔일인가 의아해하며 눈을 끔뻑거리는 바스크의 앞에 희미한 인간 같은 형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아무리 다시 봐도 희미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그때 바스크가 안경을 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안 바스크는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안경을 찾느라 손을 이리저리 더듬다가 장식물로 놓아둔 제타건담의 뿔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바스크는 망할놈의 아카데미에 저주를 퍼부었다.)

  천신만고 끝에 안경을 찾아 쓴 바스크의 눈 앞에는 3년 전에 죽은 제이코프 하이만의 모습이 있었다. 잘 빗어 넘겨진 흰 머리와 약간 갈색을 띤 거친 피부, 희어멀건한 염소수염, 사람을 꿰뚫는 듯한 눈초리, 꼿꼿한 큰 키, 단단한 강철 단장, 틀림없는 그 사람이었다.

  “잘 있었나, 바스크.”

  “설마 이건 진짜가 아니겠지? 무슨 영화 촬영인가? 아니면 내가 꿈꾸고 있는 건가?”

  “영화도 꿈도 아닌 실제라네.”

  “정말로 당신입니까, 하이만 각하, 아니 사장님???”

  정말 입버릇이란 무서운 놈이다. 바스크와 하이만은 군대시절부터 상관과 부하 사이였던 것이다.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전자기적 위상만 제외한다면 그렇겠지.”

  (*I. 아시모프 作 <최후의 해답> 참조.)

  “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하이만의 망령은 손을 내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자네에게 경고하기 위한 것일세, 자네의 남은 인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대한 일에 대한 경고를!”

  “아나하임의 주가가 폭락하기라도 하는 겁니까?”

  “이건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야. 길게 말할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얘기하지. 지금 내 몸을 감고 있는 이 체인이 보이나?”

  그러고 보니 그의 몸에는 마치 더블제타가 네오지온함대를 협박할 때 쓰던 것과 똑같은 컨테이너 체인이 매달려 있었는데 그 안에서는 쉴새없이 똑딱거리는 시계소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바스크는 그 희한한 액세서리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하이만의 얼굴을 바라보고 말했다.

  “좀 촌스럽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저 같으면 캠퍼의 체인마인을 쓸텐데.”

  “웃기는 소리 말아. 이것은 내 스스로 택한 것이 아니야. 이 컨테이너들은 내가 살아오면서 저지른 온갖 악행들이 죽은 뒤에 응축되어 내게 벌로써 부과된 것인데, 자네도 아마 지금처럼 산다면 죽은 뒤에 이 끔찍한 것들을 장착하고 끊임없이 저승과 이승 사이를 떠돌아야 할 것이네.”

  “그거 안됐군요. 유령 처리업자를 불러서 성불시켜 드릴까요? 물론 비용은 사장님이 남기신 유산에서 공제하는 걸로 하고.”

  “그런 자들의 힘으로도 이 저주는 풀 수가 없어. 이것은 내가 생전에 저지른 일에 대해 받게 된 당연한 징벌이라서, 본질적으로는 사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나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네, 중요한 것은 자네 운명이야. 난 이미 죽은 몸이니까 더이상 바뀌어질 수도 개선될 수도 없지만 자네는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지.”

  바스크는 어쩐지 하이만답지 않은 말만 한다는 의아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그 다음에는 무슨 말이 나올지 걱정이 되었다.

  결국 걱정하던 대로 가장 중요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잘 듣게. 자네에게는 이제부터 세 명의 유령이 찾아올 걸세.”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같군요. 너무 구닥다리 수법 아닙니까?“

  “자네는 고전의 영원함을 믿지 않는가보군. 그럼 왜 할일없이 커크 선장이 디킨즈의 작품을 읽었을까? 왜 쓸데없이 피카드 선장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외고 다녔을까? 응?”

  “그들은 우리와 사는 세계가 다릅니다.”

  하이만의 망령은 잠시 할 말을 잃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이윽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여간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넘어가고, 첫 번째 유령은 좀 있다가 할로가 한번 ”할로~“할 때 나타날 것이고, 두 번째 유령은 다음날 할로가 열두번 ”할로~“할 때에, 그리고 세 번째 유령은 그 다음날 똑같은 시간에 나타날 것이네. 명심하게, 기회는 한번뿐이네.”

  그러고는, 하이만의 망령은 하나, 둘, 셋을 세더니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직 방 안에는, 경악한 얼굴로 패닉상태에 빠져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바스크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패닉의 강도는 마치 우라키 소위가 솔로몬의 악몽을 처음 상대했을 때의 그것과 비등했다.



-First Interlude-



  한줄기 푸른 유성이 밤 하늘을 가르고 지나간다. 그 뒤에는 그 유성을 추적하는 그라도스군의 SPT들이 바쁘게 날아오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자기네들의 출연이 왜 두 달이나 늦춰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성이 달에 떨어졌다...

  이제 이 이야기 안에서 이들을 다시 볼 기회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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