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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5-20] 초시공세기 오거스 철저분석!
감상과 연구/애니관련 | 2010. 7. 1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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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ORGUSS ADVENTURES ―

V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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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Translated by ZAMBONY@hitel.net

Synopsis and Comment compiled by ZAMBONY@hitel.net

Document Completed 199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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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시공세기 오거스 [超時空世紀オ―ガス] ■


원작 / 스튜디오 누에[スタジオぬえ]

감독 / 이시쿠로 노보루[石黑昇] 외

캐릭터 디자인 / 미키모토 하루히코[美樹本晴彦]

메카니컬 디자인 / 미야타케 카즈타카[宮武一貴], 이시즈 야스시[石津泰志] 외

제작 / 마이니치방송[每日放送], 토쿄무비신샤[東京ム―ビ―新社]

TV시리즈 / 1983년 7월 3일 ~ 1984년 4월 8일 / 마이니치방송 계열

일요일 14시 ~ 14시 30분 / 전 35화



서력(西曆) 2062년, 세계는 2대세력으로 양분되어 군사적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우주를 향하여 건설되어 있는 중요시설인 궤도 엘리베이터를 한쪽 진영이 제압한 사건으로 인해,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사태로 발전. 궤도 엘리베이터를 폭파하기 위해 설치한 시공진동탄(時空振動彈)이 조정을 채 끝맺지 못한 채 폭발하고, 그 영향으로 인해 하나의 지구 위에 복수(複數)의 평행우주가 존재하는 패러렐 월드가 되고 만다.


스튜디오 누에와 아트랜드[ア―トランド]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다음으로 선보인 초시공시리즈 제 2탄. 평행우주나 궤도 엘리베이터 등, 하드SF다운 설정을 잘 살려 아니메화(化)했다. 가워크의 발전형인 브롱코Ⅱ나 오거스, 나이킥, 그리고 무[ムゥ]의 기계병 등 진화한 로봇병기들의 묘사도 우수한 작품이었지만, 줄거리나 설정은 난해하기 짝이 없어서, 별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점이 아쉽다.


[ス―パ―ロボット畵報 (竹書房, 1997)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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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전작 마크로스와는 달리, 보다 정밀하고 독창적인 세계관과 SF적인 설정을 확실하게 짜 넣은 스토리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중심이 되는 시공진동탄의 설정은, 그 자체를 빼 버리면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케이와 아테나의 시공을 뛰어넘은 부녀(父女)관계의 패러독스나, 대위가 모옴과 케이를 보고 느끼는 ‘진정한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한 성찰 등등, 자잘하지만 흥미로운 부분도 많다.

그러나 반대로, 이러한 SF로서의 충실함이 오히려 일반적인 아니메 팬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되어, 마크로스와 비교해 볼 때는 확실히 재미가 덜하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주고 있다. 특히 밈지의 원래 약혼자였던 스레이를 두 번씩이나 이유 없이 사지(死地)에 몰아넣어 결국 죽여 버리는 잔혹한 연출은, 마크로스에서와 같은 멜로드라마틱한 삼각관계를 회피하려는 속셈을 보여주는 것 같아 왠지 찜찜한 느낌이다. 특이하고 난해한 결말 처리 또한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하여, “이게 끝이야?”라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점이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으로서 작용하기도 하지만, 팬이 아니면 쉽사리 즐기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라고는 하지만, 결국 83년 당시의 섬나라 중고생 이상을 대상연령으로 하는 애니인 만큼, 지금 보면 별로 어렵지 않을지도...;--)


마크로스에서 젠트라디측 메카를 맡았던 미야타케의 곡선이 잘 살아난 둥글둥글하면서도 멋있는 메카니즘이나, 역시 마크로스에서부터 함께 작업해 온 미키모토의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이 돋보인다. (특히나 로리로리한 취향의 팬들을 다분히 의식한 듯한 시종로봇 모옴은...♥) 전반적인 작화수준 또한 급히 작업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던 마크로스에 비하여 많이 향상되어 있고, 각 화마다의 작화레벨도 안정되어 있어서, 이쁜 주인공 얼굴이 갑자기 빵떡이 되어 버린다던가 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원본에서 케이역의 성우는 마크로스에서 막시밀리안 지나스 역을 맡았던 미남역 전문성우 하야미 쇼. 게다가 초반의 한 에피소드에는 케이가 그동안 사귀어 온 여인네들을 회상하며 한숨짓는 장면이 있는데, 그 중에는 놀랍게도 린 민메이의 얼굴이! 본인은 못 봤지만 이야기 중간에 보면 VF-1 VALKYRIE라고 쓰여 있는 상자도 잠깐 나온다나 뭐라나. (하여간 이 스튜디오누에 녀석들 장난치는 거 보면 장난이 아니라니깐. 마크로스에 자기네 마스코트 등장시킨 건 또 어떻고... ;--) 그밖에도 여러 가지 숨은 장난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확인은 못해 봤다.


아래의 시놉시스는 투니버스 방영판을 기초로 작성한 것이므로, 다소 불명확하거나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 다만, 고유명사나 용어 몇 가지는 원본에 기준을 두려고 노력했으므로 투니판과는 다르게 되어 있다.


...... 그래도 아테나는 예쁘닷♥

       (그런데 이 말이 왜 여기에 나온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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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카츠라기 케이는 연애와 전투기 조종이라면 박사학위를 딸 정도로 도통한 젊은이지만, 세계의 운명이라든가 인류의 내일이라든가 하는 거창한 명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그야말로 멋들어지게 인생을 살아가는 평범한 전투 파일럿이었다. 그러한 그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버린 것이 바로, 그 가공할 만한 신병기, 시공진동탄과의 만남이었다.


ABC병기에 이은 제4의 금지된 병기, D(차원)병기로서 제조된 시공진동탄은 적의 손에 넘어간 궤도 엘리베이터를 파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설치되고, 케이와 그의 전우 올슨 베르느는 그 호위를 맡아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적의 반격이 너무나 거센 나머지, 아군은 작전을 포기하고 설비를 남겨 놓은 채 후퇴하기 시작한다.

비싼 신병기를 그냥 남겨 두고 가기는 아깝다고 생각한 케이는 대열에서 이탈하여 직접 시공진동탄을 점화하려고 시도하고, 그의 실수로 인해 시공진동탄은 미조정인 채로 폭발하고 만다. 그 순간, 눈부신 빛과 폭풍에 휘말려 케이는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서기 2062년, 서기(西紀)는 끝났다.


정신을 차린 케이는 자신이 도저히 알 수 없는 별난 세계에 와 있음을 알게 된다. 분명 지구는 지구인데 그전까지 볼 수 없었던 기괴한 사람들과 생물들이 모여 사는 엉망진창의 세계가 되어 버린 지구였던 것이다.

목에 촉수가 달린 인간들이 사는 평화적인 상업국가 에만, 케이와 같은 보통 인간들이 살고 있는 군사독재국가 티람, 인간은 간 데 없고 발달한 로봇들만이 계속해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무, 그리고 그밖에도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세계들이 뒤섞인 채 공존하고 있는 기묘한 세계.


게다가 예측할 수 없는 시공전이(時空轉移)로 인해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있었던 지형지물이 감쪽같이 빛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그로 인해 고향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에만인의 캐러밴과 함께 다니고 있는, 용도 아니고 곰도 아닌 온화한 생물, 쟈비도 그런 연유로 인해 방랑자가 되어 버린 신세였다. 더욱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상 변이로 인해 생겨난 자기(磁氣) 구름이 하늘 전체를 뒤덮고 있어서, 우주로 나갈 수도 없는 신세. 케이는 우연히 만나게 된 에만인들과 행동을 같이하게 되어, 그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를 ‘특이점’이라고 부르면서 계속 쫓아다니는 티람의 군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힘겨운 싸움도 해야만 하는지라 여행길도 결코 편하지만은 않다.


여행을 계속하던 중, 놀랍게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친구 올슨과 재회한 케이. 게다가 그는 티람군의 장교로서 자신을 쫓고 있었다. 올슨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비밀을 자각하기 시작하는 케이. 티람은 바로 자신이 떠나온 과거의 지구가 계속 발전해 온 현재의 모습, 즉 자기에게 있어서는 ‘미래의 지구’였다. 시공진동탄의 영향으로 인해서 올슨은 15년 뒤의, 그리고 케이는 20년 뒤의 미래로 날아온 것이었다. 시공진동탄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 버린 지구는 점점 불안정한 상태로 되어 가고 있었고 하늘을 뒤덮은 자기 구름으로 인한 온실효과도 가속화되어, 지구 위의 모든 생물은 절멸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바로 그러한 파국을 방지하기 위해서, 티람은 은밀히 시공진동탄으로 인해 현재로 날아온 과거의 인간, 즉 ‘특이점’을 포획하여 사태를 호전시킬 방도를 찾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열심히 자기를 추격해 오고 있는 적들 중에 끼어 있는 파일럿 아테나가, 실은 20년 전에 자기의 애인 티나가 임신하고 있었던 케이 자신의 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힘겨운 여행 끝에 에만의 수도에 도착하여 그곳의 과학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케이 일행은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깨닫게 된다. 수많은 차원에 각각 따로따로 존재해 오면서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복수(複數)의 지구가, 시공진동탄의 영향으로 인해 하나로 겹쳐지면서, 현재와 같은 뒤죽박죽된 세계를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그 여파로 발생한 시공전이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어서, 한시라도 빨리 이러한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혼돈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에만과 티람은 ‘특이점’에 대한 주도권을 다투다가 전쟁에 돌입할 뻔하기도 하지만, 기계국가 무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결정하고, 마침내 ‘특이점’을 이용하여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공동작전에 들어간다.


그런 가운데서도 케이만은 여전히, 올슨의 끊임없는 질책과 다른 이들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던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이 너무 막중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하고 경박한 조종사에 불과한 자신이 어떻게 세계를 구하는 책임을 떠맡아서 성공시킬 수 있을까? 케이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마음을 돌리게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렇게도 고향을 찾아 헤매던 쟈비가 마침내 고향을 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온실효과로 인한 기온상승과 사막화 등의 악재가 겹쳐, 변해 버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그의 동족들은 모두 죽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뼈만 남은 친구의 시신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슬퍼하는 쟈비의 모습을 보고, 케이는 마침내 ‘특이점’으로서의 사명을 떠맡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 쟈비에게 일어난 것과 같은 슬픈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최후의 격전지인 궤도 엘리베이터를 둘러싸고 무의 로봇 군단과 티람-에만 연합군의 일대 격전이 벌어지고, 케이와 올슨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시공 변환 장치를 엘리베이터 안까지 운반, 우주로 올라갈 준비를 갖춘다. 그런 가운데서 누구보다도 케이를 따르던 모옴이 에너지가 다 되어 절명하고, 믿음직한 우군이던 구형 로봇 ‘대위’ 또한 심하게 다친 채 소식이 끊어진다. 동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마침내 상극계를 돌파하여 우주로의 관문에 들어선 케이와 올슨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케이는 밈지에게, 올슨은 아테나에게.


그리고 두 사람은 준비된 캡슐에 올라타고, 지구궤도 저편에 떠 있는 의문의 빛덩어리로 돌입한다. 시공진동탄의 영향으로 인해 생긴 이상 공간, 이른바 ‘대(大)특이점’이라고 불리는 운명의 포인트였다.


그러나 얄궂게도 그들이 그 공간을 지나 도달한 곳은...

20년 전의 바로 그때, 그들이 시공진동탄을 조작하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2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과거의 자기 자신과 맞닥뜨린 케이와 올슨의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것은 물론 난데없이 허공에서 나타난 미래의 자기들을 바라보는 과거의 케이와 올슨도 마찬가지였다. 날렵한 동작으로 각자의 총을 빼 드는 네 사람. 미래의 케이가 과거의 케이에게 말한다.

“이 복잡한 상황을 정리해 보고 싶지 않나?”

“그거 재미있겠는데?”

긴장한 표정으로 4인의 남자가 몸을 날리는 동시에 4개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누가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




...




그리고 다음 순간,

하나로 합쳐져 있던 지구는 다시 각자의 차원으로 분리되어 간다.


그리고 지구 위에 겹쳐지는 여러 차원의 영상들...

케이와 티나, 케이와 밈지, 에만인 케이와 밈지, 샤이아와 그녀가 사랑하던 남자(기존의 우주에서는 그녀의 동생과 결혼한), 밈지와 아기, 올슨과 아테나,

...그 수많은 꿈, 사랑, 희망, 가능성, 불확실성, 그리고 미래...


처음과 끝이 맞물리는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난해한 수수께끼만을 남기고, 이렇게 초시공세기 오거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러나 방영 종료로부터 약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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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시공세기 오거스 02 [超時空世紀オ―ガス02] ■


스토리 원안 /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감독 /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캐릭터 원안 / 미키모토 하루히코[美樹本晴彦]

캐릭터 디자인 /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디자인 웍스 /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

제작 / J.C.STAFF, 히로[ヒ―ロ―]

OVA시리즈 / 1993년 12월 5일 발매개시 / 반다이비주얼 / 전 6권 각 30분



초과학이나 마법이 동시에 함께 존재하는, 중세 유럽을 연상케 하는 세계. 리브리아국(國)의 소년 린은 은인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해 군에 입대, 적국 자프렌에 잠입한다. 린은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소녀 나타르마를 데리고 국경을 넘을 계획을 세우지만, 실은 그녀에게는 전세계의 운명을 뒤흔들 만한 비밀이 감추어져 있었다.


TV판 오거스의 속편. 린의 모험여행, 리브리아 궁정 내의 왕권투쟁 등 약동적(躍動的)인 영상은 전작과의 연관성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관객을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했을 때, 실은… 라고 밝혀지는 본 작품의 진짜 얼굴. 뛰어난 연출로, 9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OVA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ス―パ―ロボット畵報 (竹書房, 1997)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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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시놉시스는 주로 3-6화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서 1-2화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여기에는 글쓴이가 시간이 모자란 나머지 투니버스판 녹화분 중에서 3-6화만 대충대충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라는 믿지 못할 전설이 얽혀 있다...;-- (혹자에 의하면, 6화 마지막 장면을 보고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는 더더욱 믿지 못할 야화도 있다고...;--) 고유명사는 자료가 충분치 못한 관계로 투니버스판을 기준으로 하였다. 감상은 글쓴이 사정상 뒷부분으로 미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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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중세 유럽을 연상케 하는 농경사회와 왕정체제, 그리고 세계1차대전 당시와 맞먹는 정도의 과학기술밖에 지니지 못한 어떤 세계. 이곳에 위치하고 있는 리브리아 왕국은 이웃나라 자프렌과 끊임없는 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갑자기 발견되기 시작한 초과학의 병기 ‘아머’는 이러한 분쟁을 잠재우기는커녕 더욱 부채질만 하는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재상 겔라치는 왕비 밀란과 공모하여 국왕을 암살하고 밀란의 철없는 어린 아들 슈프레이를 왕으로 내세워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한편, 자프렌과의 일전에 대비하여 군비 확장을 서두르고 있었다. 선왕의 또 다른 아들 페리온은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백치였기에, 권력을 장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나마 충신으로 손꼽히는 대신(大臣) 아카마스도, 그의 강권에 의해 물러난 상태였다.



리브리아에 살고 있는 소년 린은 수리공장을 경영하는 쟌테 아저씨의 일을 도와 가며 기술을 배우는 하숙생으로, 언젠가는 자신도 훌륭한 수리공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군대에 납품할 아머를 발굴하는 일에 여념이 없던 린 일행을 의문의 로봇들이 습격해 오는 사건이 벌어지고, 린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발굴을 끝낸 아머에 올라타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 가까스로 습격자들을 쫓아내는 데에는 성공하나, 전투에 휘말려 쟌테가 사망하고 만다.


쟌테의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그가 진 빚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는 고리대금업자 질로퍼의 행태에 좌절감을 느낀 린은, 쟌테의 미망인인 주인 아주머니와 그 외동딸 도리아를 부양하고 남은 빚을 갚기 위해서, 수리공장을 임시 폐업하고 군대에 들어가기로 작정한다. 마침 그 자리에 있다가 린의 조종 실력을 눈여겨본 매닝 중위도 린을 부추겼던 것이다.



군인이 된 린은 특수 임무를 띠고 옷장수로 변장하여 매닝과 함께 자프렌에 잠입한다. 그 곳에서 매닝은 자프렌이 발굴 중인 거대 아머의 모습을 목격하고, 린은 군으로부터 도주 중이던 신비한 분위기의 소녀, 나타르마를 만난다. 린은 사람을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는 나타르마를 설득하여 같이 도망치려 하지만, 도움을 주리라고 기대했던 매닝은 거대 아머를 지키고 있던 경비대에게 들켜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국 뻔뻔한 매닝은 “행운을 빈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무책임하게 혼자 도망쳐 버리고, 린은 타국땅 한가운데에서스스로 살아 나갈 길을 찾아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약속을 어겼다며 화를 내는 나타르마를 간신히 설득하여 행동을 같이하게 된 린은, 그녀의 자프렌 말 솜씨와, 자신이 가진 통행허가증 및 약간의 돈을 이용하여 아슬아슬한 여행길에 오른다. 같은 때, 자프렌과 리브리아는 어긋나는 외교를 거듭한 끝에 결국 전면전에 돌입하고 있었다. 자프렌군의 전면에는 매닝이 목격했던 그 거대 아머가 버티고 있다. 리브리아군은 이전과는 전혀 규모가 달라진 적의 공격에 당황한다.


한편 매닝은 겔라치에게 경과보고를 한 뒤 전공을 인정받아 중령으로 승진한다. 매닝은 자프렌에서 얻어 온 정보와 나타르마의 사진을 겔라치에게 건네주고 문제의 거대 아머와 그 소녀가 어떤 관련이 있는 듯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한편 린이 걱정되어 찾아온 도리아는 매닝의 비보(悲報)를 듣고 망연자실한다.


린과 나타르마는 마침내 국경 근처에 당도한다. 원래는 기차역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질 예정이었지만, 역에까지 그녀의 수배전단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꾸어, 우연히 만난 군용 트럭을 빼앗아 타고 국경을 넘기로 결의한다. 가는 도중 나타르마의 신비한 힘에 의해 리브리아군이 자프렌에서 저지른 참상과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린은,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서서히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때 그들의 위치를 탐지한 자프렌군의 아머 부대가 트럭을 덮쳐 오고, 린은 자기를 미끼로 해서 나타르마를 도주시키려 하지만 그녀는 왠지 떠나려 하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 하늘로부터 나타난 소속 불명의 하얀 아머가 그들을 둘러싼 자프렌군 아머를 꼼짝못하게 만들고 나타르마를 가로채 가려 한다. 그러나 린의 필사적인 저항과 때맞춰 나타난 리브리아 경비대의 방해로 인해 실패하고 도망간다. 정신을 잃은 나타르마를 걱정하던 린은, 그녀가 또 한가지 남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머리 뒤에서 두 개의 가느다란 촉수가 뻗어 나와, 정신을 잃은 본체를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국경을 넘어온 린과 나타르마는 기차를 타고 수도로 오는 중이었다. 나타르마는 린에게 자신의 이상한 점에 대해서 캐묻고 싶지 않느냐며 차가운 태도를 보이지만 린은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단지 한 가지 질문만을 한다.

“이제부터 갈 곳은 있니? 누구든 여기에서 의지할 사람은 있어?”

이 뜻밖의 질문에 나타르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한편 자프렌의 거대 아머는 리브리아군의 공격을 비웃듯이 파죽지세로 진격해 오고 있었다. 그 막강한 위력 앞에, 방어선은 차례로 제압당하고 육군은 패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수도에 도착한 린은 주인 아주머니에게 나타르마를 재워 달라고 부탁하고 매닝과 재회한다. 안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만들어 가며 린을 반갑게 맞이하는 매닝의 능청스러운 모습에 린도 차마 화를 내지 못한다. 한편 겔라치는 자프렌의 스파이를 심문한 결과, 나타르마가 아직 적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리브리아로 넘어왔을 가능성도 있음을 탐지하고 매닝에게 수배령을 내릴 것을 명령한다. 물론 눈치 빠른 매닝은 이미 나타르마의 목에 현상금을 걸어 놓고 있었다.


우연히 그 수배전단을 보고 나타르마에게 위험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린은 급히 하숙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나타르마의 모습은 없었다. 도리아가 그녀를 밖으로 내보내어, 헌병에게 구속된 것이었다. 도리아가 돈을 위해서 그런 것으로 오해한 린은 그녀의 뺨을 때리지만 사실은 자기의 안전을 염려해서 그런 것이었고, 돈은 받지도 않았음을 알고서 곧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울먹이는 도리아를 남겨 두고 계단을 달려 내려온 그의 앞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그들의 말다툼을 듣고 어느 정도 사정을 짐작한 아주머니는 린이 나타르마를 구하러 갈 생각임을 알고, 남편이 유물로 남긴 장총을 빌려준다. 린은 도리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고 밤거리로 달려나간다.


나타르마는 매닝과 겔라치에게 심문을 받고 있었다. 매닝의 회유에도 그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초조해진 겔라치는 고문을 시작하려 하지만, 그때 경비병을 묶어 놓고 달려 들어온 린이 겔라치를 때려눕히고 매닝을 위협하여 고문대에 앉힌다. 눈치 빠른 매닝은 선선히 린의 포박을 받아들이고, 군복으로 위장한 나타르마는 린과 함께 정문으로 걸어나간다. 그러나 곧 탈출이 발각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경비병들의 총구 앞에서 꼼짝못하게 된 순간 린을 걱정하던 도리아가 달려와서 그들의 주의를 돌리고 두 사람을 탈출시키려 한다. 그러나 도리아를 내버려두고 갈 수 없었던 린은 폐쇄되는 성문 틈으로 나타르마를 밀어내고 자기는 남지만, 경비병의 사격으로 눈을 다쳐 앞을 볼 수 없게 되고 만다. 나타르마는 자신의 힘을 발동시켜 성문을 열고 경비병 중 하나를 해치우지만, 힘이 빠져 린의 품안에 쓰러져 버린다.


바로 그때, 이전에 만났던 흰색 아머가 다시 나타나서 그들을 태우고 날아오른다. 그 아머는 순식간에 비행기로 형태를 바꾼 뒤, 리브리아의 아머 부대를 따돌리고 하늘 저편으로 그 모습을 감춘다. 아머를 조종하여 두 사람을 구해 준 자는 도무지 나이를 알 수 없는 한 명의 노인이었다. 그의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두 사람에게, 노인은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내 이름은 대위라고 한다. ‘무’라는 나라 출신이지.”

그들이 가는 앞길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탑이...

------ 한때는 ‘궤도 엘리베이터’였던 낡은 구조물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7년간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기 위해 백치 행세를 하고 있었던 페리온 왕자는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고 슈프레이를 독살한 뒤 겔라치를 반역자로서 체포하여 심문한 끝에 직접 처단해 버린다. 아들이 독살당한 것에 충격을 받은 밀란은 아들의 시체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끌어안고 지내는 정신이상자가 되어 버린다. 겔라치를 몰아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는 바로 매닝이었다. 매닝은 페리온이 심어 놓은 이중 첩자였던 것이다. 아카마스 또한 현직으로 돌아와서 자프렌과의 전투를 지휘하게 된다. 한편 구속된 도리아는 매닝의 배려로 무사히 탈출하여, 어머니와 함께 매닝의 이혼한 전(前)부인의 집에서 숨어살게 된다.


페리온의 호출을 받고 그가 아끼는 호수 위의 작은 섬을 방문한 매닝과 아카마스는 바깥 세상은 겨울인데도 그 섬 한 곳만 비정상적으로 따뜻하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다.

작전 회의 결과, 수도 쪽으로 적을 유인하여 보급선을 차단한 뒤 공격하자는 아카마스의 안(案)은 결렬되고, 겔라치에게 충성했었던 50명 가량의 병사를 결사대로 편성하여 이전에 발굴되었던 강력한 폭탄을 매달고 적의 거대 아머에 매달리게 한 다음, 폭파시킨다는 작전이 채택된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도 아무 소용이 없었는지, 거대 아머는 다리를 잃었으면서도 무서운 속도로 전진을 계속하고, 아카마스는 전사하고 만다.


궤도 엘리베이터에 도착한 대위는 나타르마에게 갈아입을 옷을 주고 린의 눈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의문을 풀어 주기 위해서 대위는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모든 것은 시공진동탄의 개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목표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세계로 날려보내기 위해 개발된 이 장치는 병기로서는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 장치의 잘못된 발동으로 인해 원래 복수(複數)의 차원에 각각 서로 다른 세계로서 존재하고 있던 여러 개의 지구가 마치 모자이크처럼 하나로 뒤섞여 버린 사건이 벌어졌고, 그 때문에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기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는 일까지 생긴다. 마침내 뜻있는 몇몇 사람의 손으로 이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시공진동탄은 다시 한 번 작동되게 되었고, 그 결과 세계들은 다시 본래대로 돌아갔고 혼란은 수습된 것으로 보였다.


이것은 무려 203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러한 교정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아직 해결할 문제는 남아 있었다. 아직 완전하게 분리되지 않은 몇몇 세계의 파편이 다시 시공전이로 인한 새로운 혼돈을 낳고 있었던 것이다. 린의 세계에 갑자기 미래의 병기인 아머나, 무의 지능체 로봇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대위 또한 그때 궤도 엘리베이터와 함께 전이에 말려들어 린의 세계에 와 있었던 것이다.

나타르마의 출생도 또한, 그 사건과 연관되어 있었다. 촉수를 가진 인종 -- 에만인 -- 의 한 소녀가 다른 세계의 사람과 인연을 맺어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 교정의 순간에 갑작스런 시공전이에 말려들어 린의 세계로 와 버렸던 것이다. 나타르마는 그녀의 자손이었고, 세 가지 세계의 피를 이어받았기에 비정상적인 초능력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아머는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되는 병기임에도, 시공을 뛰어넘어 존재하게 되었기에, 어리석은 대량 살육과 학살의 도구로서 피를 부르고 말았다. 그러한 아머를 제거하고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아직 교정되지 않은 차원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대위는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자기 몸을 수리하는 한편, 또 하나의 시공진동탄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하얀 아머 오거스Ⅱ를 만들어 탐색에 나섰던 것이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에만인의 피를 이은 자손인 나타르마야말로, 그 시공진동탄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타르마의 능력을 눈여겨본 자프렌의 육군 병기 개발국이 고아가 된 그녀를 스카웃하여, 병기로서 키우고 있었기에 쉽사리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린이 나타르마와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다.


페리온은 아카마스의 전사에도 불구하고 적의 신병기를 멈추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내 최후의 카드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섬의 동산 한구석에 출입문이 생기고,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나타난다. 페리온은 갑작스런 광경에 놀라는 매닝을 이끌고 지하로 내려가서, 어떤 장치와 자기 자신을 접속시킨다. 다음 순간, 섬이 갈라지며 또 하나의 거대 아머가 모습을 드러낸다. 페리온이 우연히 발견한 이 아머는, 대위의 고국 무에서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가 그 엄청난 파괴력과 무차별적인 위험성 때문에 폐기된 기종이었다. 그러나 시공전이로 인한 시간차가 생겼기에, 이 세계에 한 대가 나타나 버린 것이었고, 그것을 페리온이 발견하고 숨겨 두었던 것이다. 페리온의 아머는 자프렌의 거대 아머를 너무도 손쉽게 요리해 버린다.


대위는 궤도 엘리베이터에서 나타르마의 뇌파와 자신의 기계 장치를 동조시켜 시공진동탄 발동을 시도하던 중이었으나, 이 아머의 조종자와 나타르마의 정신파가 공명을 일으켜 서로 간섭하는 것을 알고 계획을 중단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시공진동탄을 발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정신파가 공명하는 이유는, 둘 다 ‘사람을 마음 속 깊이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타르마는 마녀의 자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박해를 받아 오거나 병기로서 이용당해 왔고, 페리온은 인간이나 국가보다는 자기가 아끼는 아름다운 꽃밭을 더 사랑했고 그러한 아름다운 토지를 망치는 인간을 증오하고 있었기에, 비뚤어진 성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페리온의 거대 아머는 자프렌의 수도를 비롯한 여러 개의 도시를 날려 버리고, 기계와 유기적으로 일체화되어 버린 페리온은 공격 본능을 억제하지 못해 계속 파괴의 대상을 찾아다닌다. 그러한 그의 광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전율하는 매닝.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된 린은 대위에게 자신이 오거스Ⅱ를 조종하여 페리온의 아머를 파괴하겠다고 간청한다.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린을 돕기 위해, 나타르마도 그를 이끄는 눈이 되겠다고 자원한다. 대위의 허락을 받은 두 사람은 오거스Ⅱ를 타고 출발한다. 그들에게 여러 가지 필요한 사항을 알려준 뒤, 대위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행운을 빈다.”라고...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잠깐동안 멍하니 있다가 웃음보를 터뜨린다. 그 이유는, 오직 둘만이 알고 있었다.


오거스Ⅱ로 거대 아머에 접근하여 한정된 수의 미사일로 공격을 가하는 린, 간신히 적의 한쪽 팔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들이 싸우고 있는 곳은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대도시의 상공이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 린은 나타르마의 인도를 받아 거대 아머를 멀리 유인하려 한다. 그들의 당돌한 공격에 분노하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추적하는 페리온. 그런 가운데에서 매닝은, 그 하얀 아머에 린과 나타르마가 탑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게다가 페리온은 리브리아 영내에서도 전투를 벌일 생각이다. 매닝은 그를 설득하려 하지만 페리온은 요지부동이다. “그런 건 나와 상관없어!”



오거스Ⅱ에서 발신되어 나오는 통신 주파수를 잡아 그들의 대화를 도청하고는 린이 공격할 방향을 미리 알아내고 여유만만하게 기다리는 페리온. 미사일이 조종석의 정면을 향해 날아오고 페리온은 그에 맞서기 위해 준비하지만 그때 갑자기 뛰어든 매닝이 페리온의 목을 꺾어 버리고 방어를 저지하여, 아머는 큰 손상을 입는다. 한숨 돌린 매닝은 통신기로 린과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어느새 다시 살아난 페리온이 그를 옭아매고 팔을 부러뜨린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거스Ⅱ가 조종석의 외벽을 부수고, 나타르마의 인도를 받은 린이 쟌테의 장총으로 페리온을 겨냥한다. 하지만 상대가 다름 아닌 페리온이라는 사실을 알고 멈칫하는 사이에, 그의 공격에 걸려들어 내동댕이쳐지고 만다. 린 다음으로 나타르마를 노리고 촉수를 뻗는 페리온, 그녀는 염력으로 그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지만 점점 힘이 빠져 밀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페리온이 한눈을 파는 사이 린에게 다가간 매닝이 그의 겨냥을 도와주고, 페리온이 돌아보는 순간 린의 총알이 그의 머리를 관통한다. 쓰러진 페리온은 죽기 전에 아머에 실려 있는 모든 미사일을 발사하고는,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며 숨을 거둔다. 생각지 못한 그의 마지막 발악에 당황하는 린과 매닝.


그때 나타르마가 대위에게 통신을 보내어,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정신파와 동조한 시공진동탄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하고, 죄악의 상징이었던 모든 것들이 다른 차원을 향하여 사라져 간다. 그들을 추적하던 리브리아의 아머들도 (물론 안에 타고 있던 조종사는 제외하고), 페리온이 쏘아 올린 미사일의 무리도, 대위와 궤도 엘리베이터도, 오거스Ⅱ도, 페리온의 거대 아머도, 그리고, 나타르마 자신도...

“대위가 말했어. 나는 이 세계에서는 모순덩어리같은 존재라고.”

“그래서... 사라지는 거야?”

“사라지는 게 아냐. 여기와는 다른 세계로 가는 거지.”

보이지 않는 눈에도 불구하고 점점 희미해져가는 그녀를 붙들고서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린에게 나타르마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나, 사실은 다른 세계 같은 데로 가고 싶지 않아. 아무리 힘들어도 여긴 결국 내가 태어난 곳이니까, 그리고 네가 있는 곳이니까. 린... 나, 네가 좋아. 정말로...”

안타까워하는 린과 영문을 몰라 눈만 멀뚱거리고 있는 매닝을 남기고 나타르마는 마침내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거대 아머 또한 동시에 모습을 감춘다. 갑자기 발판을 잃고 허공에서 떨어져내리는 린과 매닝. 공교롭게도 그곳은 도리아가 도망 와 있었던 바로 그 마을이다. 녹초가 된 린을 끌어안고 울먹이는 도리아. 한편 눈길을 끌어 보려고 엄살을 부리던 매닝은 전부인에게 창피만 당한다.




― EPILOGUE ―



얼마 후, 전쟁은 끝났고, 원래는 2개의 대국(大國)이 지배하던 그 지역은 수많은 독립국가들로 갈라져 버렸다. 리브리아 또한 왕정을 폐지하고 작은 지방 공화국으로서 거듭난다. 린은 쟌테의 수리공장을 물려받아 본격적으로 수리공 일을 시작하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그를 지켜보는 도리아의 모습이 있다. 매닝은 군대를 그만두고 자프렌 여인과 재혼한 뒤 진짜 옷장수가 되어 의류점을 개업한다. “이제부터는 상인의 시대야. 돈을 벌어 둬야지 암!” 그리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그 쩨쩨한 고리대금업자 질로퍼 아저씨는... ‘시민의 벗’을 자칭하며 지방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기 위해 무수한 돈을 뿌리고 다닌다고 한다.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린, 한 가지 물어 봐도 돼?”

“응, 뭔데?”

“왜 아빠의 총을 저곳에 걸어 놓은 거야?”

“밥먹으면서 얘기하자. 아주머니께서도 아셔야 할 테니까.”

“응, 그런데 나, 아까 돌아오는 길에 어떤 사람을 만났어.”

“누구를?”

“나도 밥먹으면서 말해 줄게.”

그리고 그들의 인생 또한...




― ANOTHER EPILOGUE ―



또 다른 세계의 어느 숲 속, 허공으로부터 날아온 한 덩어리 빛이 나무 그늘 아래에 떨어진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막 어딘가에서 날아온 듯이 보이는 한 소녀가 정신을 잃고 누워 있다. 두 명의 어린이들이 호기심에 그곳으로 달려갔다가 소녀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는 두려움에 뒷걸음질친다. 그들의 감정에 반응한 듯, 두 어린이의 목뒤에서 한 사람 당 한 쌍의 촉수가 뻗어 나와 물결친다. 정신을 차린 소녀는 그 놀라운 광경에 미소지으며 자기도 똑같은 몸짓을 해 보인다.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두 가닥의 촉수를 내 보이며.

“춥지 않아요?”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는 묻지 마시라. ;--)

“아니.”

“언니는 어디에서 왔어요?”

“아주 먼 곳에서 왔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먼 곳에서 말야...”



그들의 머리위로, 아는사람은 다 아는 공중선박 몇 대가 둥둥 떠 가고 있다. 그곳은, 바로 에만인의 세계.


마침내 나타르마는 자기가 있어야 할 세계로 오게 된 것이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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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무 관계없는 이야기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시작해서, 중반으로 갈수록 뭔가 전작을 연상케 하는 요소(리브리아의 아머는 에만계의 오거스형, 자프렌의 아머는 티람계의 나이킥형을 개장한 것! 게다가 나타르마의 앙증맞은 촉수가 난데없이 출현하는 그 장면은! etc, etc...)가 속출하더니만, 결국 제4화 마지막에 선보이는 “내 이름은 대위”라는 경악의 대사와, 저 하늘 너머로 아련히 보이는 궤도 엘리베이터의 아름다운 자태(무슨 의미냐 이거...)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완전히 올드팬을 뒤로 넘어가게 만드는 경지에 도달하고, 제 5화에서 대위의 기록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전작의 (물론 새로 그린!) 몇몇 컷들에 와서는 문득 향수 어린 기분에 잠기게 만드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흐뭇하고도 뿌듯한 (...) 에필로그에서는 완전히 눈물 바다! (너, 너무 흥분했다)


쉽게 말해서 이 작품은, 전혀 관계없이 이름만 빌려 온 이야기인 것처럼 연막을 쳐 놓고는 뒤로 갈수록 뭔가 수상한 것들을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전작의 장대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6화짜리 에필로그(!!!)에 해당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나서는 한없는 감동에 젖게 만드는, 바로 그런 만화였던 것이다. 세상에나! (물론 오거스 TV판을 못 본 사람에게는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이야기겠지만 ;--)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말해 보자면, 상당히 완성도가 높고, 보고 나서도 뒷맛이 깨끗한 그런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전작과 같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파격적인 맛은 없지만, 나름대로 기존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배합하고 다시 배열함으로써 꽤 볼만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좋게 생각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준 혁명적인 작품이라던가 기존의 인식을 무너뜨리고 독자적인 뭔가를 피력하는, 이른바 ‘깨는’ 작품은 분명히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성의 있게 만들어져서, 돈이 아깝지 않은’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작화레벨이 보기 드물게 안정적이라는 것도 한몫 했겠지만...)


이미 『건담 0080 -주머니속의 전쟁-』에서 작화감독으로 참가하여 미키모토의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그림체를 무리 없이 스크린에 옮겨 낸 바로 그 사나이, 카와모토가 손댄 캐릭터 디자인은, 100% 미키모토 그림체를 살려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개성 있고 산뜻한 이미지를 일관되게 그려내고 있다. (미키모토 그림체를 잘못 옮기면 얼마만큼 비참한 결과가 벌어지는지를 알고 싶으신 분은 『마크로스Ⅱ -LOVERS AGAIN-』을 감상해 보시라 ;--)


또한 중세 궁정극의 분위기와 1차대전 전쟁영화의 분위기, 그리고 오거스 본래의 SF적 설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만들어 낸 새로운 세계관의 모습은 꽤나 정성을 들였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우러나게 하는데, 단적인 예로서 이 시리즈만을 위해서 자프렌 어(語)라는 가상 언어를 따로 만들어 썼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짧은 편수에 많은 내용을 짜임새 있게 압축해야 하는 비디오용 작품의 특성상 자칫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내용이 되어 버릴 위험성이 있음에도,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확실하게 짜 맞추어 나가면서도 보는 이의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하는 뛰어난 연출 덕분인지, 그러한 우려를 그런 대로 극복하고 있는 것 같다.


인물 모두가 각자의 이유와 개성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길을 걸어가면서 서로 얼키고 설킨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사건에 휘말려 드는 인간 드라마로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고, 전쟁 자체보다는 그 결과로서의 참상과, 그것을 보고 고뇌하다가 결국 군과 등지게 되는 주인공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보통 이런 타입의 주인공은 아무리 고뇌하더라도 결국은 군을 벗어나서는 살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기 쉽지만, 아무래도 린의 경우는 군인이 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다만 우려되는 것은 후반으로 갈수록 전작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져서, 그만큼 전작의 설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져나오고, 그것을 이해하려다가 자칫 드라마의 큰 줄기를 놓쳐 버리는 불상사가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올드팬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큰 선물이지만, 반대로 신규 시청자들에게는 어쩐지 알 수 없는 이야기로 비칠 위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결국 전작에 얽매인다는 것은, 좋은 점만큼이나 나쁜 점도 많다. 더군다나 ‘별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도 못한’ 그야말로 매니악한 부류로 취급되는 작품을 전작으로 하고 있다면...)


그러나 다행히도,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나 작화의 수준이 꽤 높은 편이고, 각본도 잘 짜여 있을 뿐만 아니라 순간 순간 지나가는 대사들 중에도 뼈가 있는 좋은 말들이 많이 있어서, 이 작품이 단순히 전작의 그림자에만 기대려고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희망을 준다. 전작을 모르는 사람도, 린의 모험길이나, 나타르마와 도리아와의 사이에서 교차하는 린의 미묘한 감정, 잘 만들어진 전투신 (다만 별로 많이는 안 나온다), 그리고 전쟁의 비참함에 대한 고찰, 배신과 암투를 거듭하는 리브리아의 궁정 풍경 등을 즐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말이다. 오히려 이렇게 잘 짜여진 속편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서 전작을 일부러 찾게 되는 일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글쎄올시다...)


뭐, 어쨌거나 대사를 완전히 이해하면서 보았기에 이런 헛소리를 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고 하니, 관심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원판을 구해 볼 필요는 없을는지도... (그러고보니 나도 아직 원판은 하나도 못 보았군, 오거스는...;--)


반드시 뭔가 훌륭한 메시지나 혁명적인 사상이 담겨 있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무리 없이 재미를 주면서도 보고 나서 ‘그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러면서도 또한 만든 사람의 성의가 배어 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런 작품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누가 뭐래도, 만화나 애니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보게 되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애니는 결국 애니이지 영화나 다른 무엇이 아니라는 것!)



어쩌다가 얘기가 이런 데로 흘렀지?


...



아참, 잊어버리고 말 안할 뻔했는데... 사실은 전작 오거스에서도 케이의 오거스 프로토타입을 기본으로 한 대량생산형 기체인 오거스Ⅱ가 등장했었다. 따라서 이 OVA에 등장하는 대위의 커스텀 메카 오거스Ⅱ와는 구별해 둘 것!

(대체 누가 이런 디테일에 신경이나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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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감상은 원조 오거스를 한화(話)만 빼고 다 본 열혈팬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인 만큼 적당히 에누리해서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이 감상만 믿고 무작정 작품을 보았다가 받게 될지도 모르는 금전적․정신적․시간적․육체적․기타등등의 손해에 대해서 글쓴이는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내게 재미있다고 다른 모든 사람에게 다 재미있다는 뜻은 아니니까, 좀더 생각해 보시라는 의미...)


-- 문득 올슨이 되고 싶어진 잠보니

(그러나 아테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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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ZAMBON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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