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키타가와쵸에서 일어난 일련의 폭력사건을 조사하던 울트라 경비대는 평소엔 선량한 시민이던 범인들이 하나같이 역앞의 자판기에서 구입한 담배를 피운 뒤에 난동을 부린 것을 알아낸다. 담배를 공급하는 수상한 사나이를 추적하던 단은 흑막인 메트론성인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인류를 서로 싸우게 만들어, 상호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은 자멸하도록 하려는 계획을 실험 중이었다. 메트론성인은 유일하게 두려운 존재인 세븐을 원반에 가두고 강제로 우주에 돌려보내려 한다...
*지츠소지 아키오 감독은 별것 아닌 장면도 기괴하게 찍어대는 재주가 있다. 다른 감독같으면 그냥 평범하게 넘어갈 장면에서도, 일부러 실루엣 처리로 출연자들의 얼굴을 가리고 말소리만 들려준다던가, 비정상적으로 얼굴 클로즈업이 많이 나온다던가 하는 것은 일상다반사. 파일럿의 장례식 장면에서도 그냥 평범한 시점이동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깨가 움직이는 것에 맞춰서 사방을 둘러보며 상황을 보여주는 식으로, 범상치 않은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클라이막스에서의 세븐 대 메트론성인의 결투도 사실 그리 길지 않고 무지 허무하게 끝나버리지만, 핏빛의 석양을 배경으로 신비스런 분위기 속에 슬로모션이나 정지화면을 섞어가며 묘사하는 수법은 재미있다. (2기 울트라에서 거의 밥먹듯이 나오는 석양의 미학은 이미 이때부터 확립된 것일지도 모른다...)
*담배 안에 집어넣은 의문의 결정체 때문에 투쟁본능에 눈뜬 사람들이 주변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폭력을 휘두른다는 설정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피험자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돌발행동과 그에 대한 주변의 대응을 실감나게 보여줌으로써 일상의 공포를 보여주는 연출은 괄목할만하다. 거의 2/3가 지나갈 때까지 외계인도 세븐도 등장하지 않고, 실제 경찰과 라이플을 든 사나이의 대치에 끼여든 후루하시가 부상을 입는 등, SF라기보단 수사 드라마에 가까운 장면이 속출한다.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던 단을 습격한 트럭이 실은 무인자동차라는 것도 오싹하다.
*압수한 담배를 피운 후루하시와 소가 양대원이 난동을 부리다 기절하는 장면에서는, 주변은 정상적인 조명인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만 일부러 붉은 조명을 비추어 기괴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혹자는 냉전시대 반공영화 보는 기분이었다고도...-_-) 담배로 인해 사람이 미치는 효과가 너무 리얼하게 나온 나머지 '금연 캠페인이 아닌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여담이지만 미국의 TNT가 세븐을 방영할 때 이 에피소드에 붙인 부제는 '날뛰는 흡연자들Smokers on the Rampage'이었다..)
*차바퀴가 굴러갈때마다 흙탕물이 튀는 시골길, 아이들이 지나가는 길에 산처럼 쌓여있는 목재들, 늦은 밤에는 자판기 말고는 물건 살 곳이 마땅히 없는 생활환경. 그야말로 시대를 느끼게 하는 배경들이다. 당시를 리얼타임으로 살았던 사람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초기 울트라 시리즈는 모두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배경으로 발전에 대한 꿈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그림자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세븐은 특히 '그림자'쪽에 더 치우친 감이 든다.
*담배를 공급하는 수상한 차를 보고서도 당장 다방에서 안 나오고 느물거리다 차가 떠나려 하자 겨우 달려나와 택시로 추적하는 단과 안느... 근무중에 데이트하는 놈들은 저래서 안된다니까 (-_-)
*메트론성인이 폐가의 다다미깔린 방 안으로 단을 유인하여 밥상 앞에서 대화를 나누자고 하는 장면은 솔직히 어떤 필연성도 없다. 다만 그 다다미방 이면에 반짝반짝 휘황찬란한 우주선 선실이 잠깐 비쳐보인다는 점에서는 의외성을 환기하는 효과는 있을지도. 역시 스토리보다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지초소지 감독 다운 짓이다... (참고로 이 다다미방 장면은 몇몇 다른 작품에서 흉내내기도 했다. 지금 기억나는건 티가의 <적과 청의 대결> 정도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