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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1] 그롱기는 왜?
감상과 연구/특촬관련 | 2010. 7. 13. 00:20
하고많은 범죄중에 살인만 하나?


작품 내적으로 보면


1) 일종의 '놀이' 혹은 '도락' 으로서의 사냥이라는 측면 (뭔가 중세 귀족 같군)


2) 일정시간안에 일정한 머릿수를 채워서 더 높은 계급으로 이동 (뭔가 실적에 눈먼 샐러리맨 같군)


3) 갈수록 더 강한 계급의 괴인이 등장하여 게임의 강도를 높임 (뭔가 RPG 같군)


그리고 그 게임의 최종단계에 올라간 자는 (결국 하나도 없었지만) 최강의 그롱기 '다구바'(경찰 분류번호는 제0호)와 대결할 권한이 주어지고, 여기서 이기는 자가 궁극의 어둠(그게 뭔지는 몰라도)을 불러울 힘을 얻는다... 라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우치다상은 결국 그롱기의 시점에서 보면 이 모든건 게임일 뿐이니, 시각을 뒤집어보면 괴인이 주인공, 경찰기동대는 당하는 역할인 전투원, 그리고 쿠우가는 보스캐릭터...라는 도식이 완성된다고 한다나... (혹시 그럼 쿠우가의 세계는 게임 속 가상세계이고 그롱기들은 모두 플레이어 캐릭터? -_-)



작품 외적으로 보면


1) 동기가 불명인 편이 더 신비적이고 공포감을 자아낼 수 있다 (세계정복 어쩌구 하는 구호는 너무 낡았고 상처받아서 악당이 되었다 하는것도 이젠 너무 흔하다...)


2) 일체의 쓸데없는 감정을 배제한 완벽한 '기호'로서의 절대악, 혹은 살인병기로서의 '적'을 그려냄으로써 주인공과 경찰의 '폭력'적인 대처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그롱기는 의인화나 감정이입 자체를 배제하고 있어서, 겉모습은 인간과 같아도 사실은 전혀 이질적인 존재. 상대를 보통 인간 범죄자로 한정한 레스큐 폴리스 시리즈와는 완전히 반대)


3) 다양한 범죄를 그려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소재거리가 떨어져서 유치찬란한 소재까지 끌어들이거나 (유치원버스 납치...;;;) 그렇지 않다 해도 이야기의 긴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매번 계획을 짜내는 것도 골치아픈 일...블랙에서 3신관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만 봐도...;;;)


4) 기타 등등...



그래서 결국 그롱기의 최종목적이란 뭐냐, 라는 게 쿠우가에서는 끝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는데... 사실 인간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건 별반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게,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어떻게 주인공이 스스로를 어둠에 물들이지 않고서 사람들[의 웃는얼굴]을 지켜내는가, 라는 것이 골자이므로, 그롱기가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하는지보다도, 일단 끔찍한 짓을 벌린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무지하게 강하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라고는 하지만 역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보고싶은 사람으로서는 기왕이면 동기도 밝혀주지! 라는 불평이 있을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니.


(그나마 쿠우가에서는 고다이의 드라마와 그롱기의 공포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기에 칭찬을 받았지만, 아기토에서는 이게 너무 지나쳐서 적의 동기는 고사하고 정체나 행동원리 자체도 굉장히 애매하고 일관성이 없게 표현된지라... 게다가 마지막 5화의 각본이 지리멸렬의 극치를 보여주었기에 뭔가 아니다 싶은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곤 하지만 아기토를 제대로 본뒤에 인상이 또 달라질지 모르니...데굴데굴)


일단 그롱기야 어떻든간에 다구바는 제작진의 말을 빌리면 '어린애'라고 한다. 즉 어른[보통 인간, 린토]의 가치 기준으로는 도저히 그 생각을 알 수 없는 백지상태의 인간, 그러나 갖고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없이 '웃으며' 살인 정도가 아니라 '대량학살'을 벌인다. 이미 거기에는 선악을 초월한 무기질적인 공포, 비정한 공포만이 존재한다. 이정도까지 온다면 이것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괴인의 범주를 떠나, '초월적인 힘으로 인간의 이해를 벗어난 영역에서 행동하는' 괴수[怪獸]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작년에 모 동인지에다 써놓은 바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이라고 해도 내게 재고가 없군;;;;;;-_-)



여기까지와는 상관없이 완전히 개인적인 추측을 하나 전개해 본다면,

[그롱기를 대표하는 총아로서의] 다구바의 최종목적은 어쩌면 '자살'이 아닌가 싶다.


그롱기는 엄청난 힘과 강인한 육체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불사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쿠우가가 킥이나 무기를 통해 그들에게 문장의 에너지를 주입하지 않으면, 죽음 따위 걱정 안하고 오래오래 살 가능성도 있다. 쿠우가의 힘이야말로 그롱기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항[抗]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외의 다른 방법으로 그롱기의 힘을 빼앗고 봉인한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1화에서처럼 다구바의 손에 의해 얼마든지 부활도 할 수 있다...


라고 가정한다면, 그들은 끊임없이 '게임'을 되풀이하다가 땅속으로 사라지고, 또 깨어나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또 사라지고... 이렇게 지루한 생사의 사이클을 반복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사에는 '권태'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태에 질려버린 다구바는 천적인 쿠우가가 자신의 일족을 멸살하여, 지상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대 쿠우가는 알다시피 평화를 사랑하는 린토의 전사였고, 그들의 사전에는 애초에 '싸운다'거나 '죽인다'[살해한다]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대 쿠우가는 자신을 희생물로 삼아 그롱기와 다구바를 일시적으로 '봉인'하는, 불안하기는 하지만 보다 자비로운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닐까. 일단 이렇게 해놓으면 눈앞의 위기는 넘길 수 있고 자기의 동족은 무사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고대인인 그들에게 수천년 후의 미래따위는 염두에 둘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현대에 깨어난 그롱기는 다시 살인의 사이클에 돌입하고, 쿠우가의 힘을 [우연히?] 이어받은 고다이가 그들과 싸우는데, 이번의 쿠우가는 봉인따위 하지 않고 그냥 '해치워버린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번의 쿠우가는 전과 다르다'며 경계한다. (라지만 사실 후반까지는 거의 무시하고 자기네 할일만 했다...-_- 쿠우가를 명백히 의식하고 싸운 놈이라면 쿠우가의 폼체인지를 무단표절한 투구벌레 가도르하고 다구바 정도?) 그들 중 어떤 자는 쿠우가를 상대로 싸울 때 오히려 기뻐하고 즐기는 듯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장애물이 하나 더 늘어났기에 흥미진진해서 (라는게 우치다상의 해석) 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이 지겨운 생에서 벗어날수 있겠다'라는 은근한 기대심리가 깔려서 일지도...? (뭔가 너무 비약하는 느낌이 들지 않냐...?;;;)  물론 공X과X대전 2의 괴인 갤럭티카처럼 '나의 주먹을 받을자는 없단 말이냐!'라는 아쉬움 때문에 반가워하는지도 모르겠지만...(다구바는 이런 이유때문에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고다이가 얼티밋 폼을 선택한걸 그렇게 기다려준 걸 보면...-_-)


뭐 하여튼 그리하여, 힘을 마음껏 발휘하고 사냥도 즐기는 등 인생의 기쁨(?)을 극한까지 즐긴 뒤에, 쿠우가에게 쓰러져서 약간은 고통스럽지만 곧 편안해지는 영원의 안식을 얻는다... 이것이 그롱기들의 숨겨진 목적이라고 하면 역시 지나친 생각일까? 뭐 개개인의 그롱기에게는 그런 생각따위는 없었을 수도 있고, 그냥 다구바 혼자서만 되풀이되는 종족적 운명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싶다는 원대한(?) 소망이 있었다고 해도... 역시 지나친 생각일려나.



만약 위 가정이 맞다면 (맞다는 증거가 없지만 틀리다고 제작진이 부정할 것 같지도 않다. 열린 결말의 작품은 원래 해석의 여지를 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니...) '궁금의 어둠'이란 결국 '궁극의 잠' = 영원한 휴식이라는 해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하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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