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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31] 이상한 성탄의 바스크 제2장
패러디 왕국/건담관련 | 2009.11.24 23:18
 


제 2 부 Star Ghost Memory

スタ―․ゴスト․メモリ




  망령이 물러간지 한참 뒤, 겨우겨우 패닉상태에서 벗어난 바스크는 제정신을 잃고 허둥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유령이 온다고 했지?? 으억 크, 큰일이다. 이제 내 죄상이 낱낱이 드러나서 빔 작두 앞에 끌려갈지도 몰라. (*판관 포건담이라는 연속극을 너무 많이 본 바스크...) 저, 전화번호부가 어디 있지? 빠, 빨리 지구 북아메리카구역 뉴욕市의 고스트 버스터즈에게 화상전화를....”

  전화번호부에는 번호가 나와 있었다. 그러나 재빨리 연결된 그 번호에서는

  “저희들은 지금 마시맬로유령을 잡느라 바쁘니까 나중에 연락해주세요. 혹시 청소대행을 부탁하실 것 같으면 슬라이머를 빌려드립니다. 단 청소 후에 남게 되는 이상한 끈적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라는 무정한 전화응답기의 녹음밖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바스크는 더욱 더 공포에 빠져서 미카미, 공작, 정령사, 요코, 세이시로, 유한괴사, 기타등등, 하다못해 마법사 샐리, 아코짱, 채피, 라라벨, 치클, 리미트, 메그짱, 페르샤, 밍키모모, 크리미 마미, 매직컬 에미, 파스텔 유미, 너스엔젤 리리카, 마지막으로 괴도 세인트 테일에게까지 연락을 취해 보았으나 역시 모두들 바쁜 몸이었고 더더군다나 이런 우주에까지 올라오려고 하는 인간은 없었다. 그들은 연방정부에 의해, 그들의 특수기능을 연방 고관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발휘해주는 조건으로 지구에서의 영구거주를 허용 받고 있는 '특권층'이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이윽고 시간이 되었다. 저편 방에 걸려있는 할로시계가 한번 “할로~~”소리를 내었다.

  “차라리 뻐꾸기시계를 살 걸.”

  바스크의 불만이 충분히 이유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그 할로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도록 끔찍했다. 아무래도 불법 유사품인 행게르그표를 잘못 사온 모양이다. 역시 할로는 아나하임, 떡은 떡집, 건담은 NT... 으잉? 이, 이게 아니다.

  “뭐가 온다더니 아무것도 안 나타나잖아! 대체 무슨 유령이길래..... 으엇???”

  놀라는 바스크의 눈 앞에 갑자기 요란한 광채를 내며 황색의 길쭉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 길쭉한 형체는 차차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가더니 이윽고 황금색의 헐렁한 옷을 걸친 커피색 피부의 젊은 여자의 형상을 띠게 되었다. 젊은 여자라고는 하지만, 사실 언뜻 보아서는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신비로운 얼굴이었다. 초록빛이 도는 검은 머리는 두 가닥으로 묶어 넘겼는데, 그 모양이 어째 오늘 점심 때 먹은 도넛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그 유령의 '후후훗'하는 미소는 저도 모르게 사람을 홀리는 마력이 있는 듯했다.

  (*배경 음악: BEGINNING, 연주곡)

  바스크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당신이 첫 번째 크리스마스 유령인가? 난 나이 먹은 할아버지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습니다. 사실 겉모습은 제가 하는 일에 비하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요.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오홋홋홋홋”

  유령이 말하는 동안 그 주위에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한 떼의 백조가 날고 있었다.

  “당신이 하는 일이 뭐길래?”

  “전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입니다. 먼 과거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의 과거를 보여드리려고 왔지요.”

  “나의 과거라?”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제 손을 잡으세요. 그 다음은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내가 거절한다면?”

  “당신의 팔다리 중 하나가 무사하지 못하겠지요.”

  어느새 백조들은 호박모양의 빗트로 변해서 바스크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건가.”


  유령은 바스크를 자기의 연꽃같이 생긴 녹색 수레에 태우고서 도시 위를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렇잖아도 별나게 생긴 수레가, 심하게 흔들거리는 바람에 바스크는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G가 이렇게 심하다니! 좀 살살 몰 수 없나?”

  “미안합니다. 운전사가 아직 미숙해서.”

  그들은 이윽고 론도니움의 영역을 벗어나, 달궤도를 한바퀴 돌아, 지구의 다른 지점 위를 날고 있었다. 바스크는 밖을 내다보더니 말했다.

  “여, 여긴.... 여긴....”

  “생각이 나십니까?”

  “어딘지 전혀 모르겠는데!”

  유령은 잠시 말이 없다가 바스크의 뒤통수를 한번 세게 후려쳤다.

  “으, 으앗! 생각났다. 내가 어릴 때 살던 곳이군! 그렇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여길?”

  유령은 잠자코 한 곳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같은 동네의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운동을 하는 어린 바스크의 모습이 있었다. 특히 그와 제일 친하던 두 명의 모습이 보였다. 자마이칸 다이슨과 레코아 판론. 그들은 어딘가에서 발견한 커다란 타조 깃털을 잡고 그들의 우정이 영원할 것을 맹세한다. 지금은 비록 어디 사는지도 모르게 되었지만서도.

  (*돌이 날아오는게 눈에 보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은 작가의 상상력 부재가 빚어낸 무책임한 상황 차용의 전형이다)

  하여간 그리하여 상당히 즐거웠던 그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고는 유령이 입을 열었다.

  “감상이 어떠신가요?”

  “글쎄, 좋은 시절이었다는 건 나도 알지만, 저건 단지 철이 덜 든 어린애들의 하찮은 약속일 뿐이잖아.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라는 거야?”

  “어째서 그런 식으로밖에 얘기하실 수 없는 건가요!”

  “그게 내 신조니까.”

  “그럼 다음을 봅시다.” 유령은 손을 다른 쪽으로 뻗었다.

  약간 더 어두워진 골방. 그곳에 아까보다 성장한 바스크가 앉아 있고, 그의 앞에는 지구 연방정부 공무원 시험문제가 펼쳐져 있다. 그는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인다. 머리는 아직까지 남아 있지만 눈은 많이 나빠졌다.

  그때 문이 왈칵 열리면서 금빛을 띤 갈색 머리의 강인하게 생긴 한 여성이 최대출력으로 뛰어들어와서 들뜬 목소리로 그에게 말한다.

  “이제 됐어요 오빠, 아버지께서 집에 돌아오는 걸 허락하셨어요.”

  “그게 정말이냐, 라일라?”

  “그렇다니까요. 아버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운차고 즐거워 보이셨어요. 그래서 제가 여쭤보니까 당장에 오빠를 데려오도록 하라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방금 일등편 셔틀로 여기에 도착한 거예요. 이젠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어요.”

  “너도 이젠 성인이 다 되었구나, 라일라.”

  “다음부터는 집안에서 함부로 만화 비디오를 돌리지 말라고 그러셨어요.”

  “그래야지, 또 쫓겨나긴 싫으니까. 여긴 지옥이야. 건담 파이트 실황중계도 수신이 안되고.”

  기뻐하는 오누이를 뒤로하고 유령과 바스크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한참 가다 보니 어떤 작은 가게 하나가 나온다. 이곳을 아느냐고 말하는 유령에게 바스크는 대답한다.

  “어쩐지 내가 처음에 일하던 그 가게하고 비슷한걸.”

  “틀렸어요. 이 가게가 아니라 다음 가게입니다. 역시 단세포시군요,”

  “날 갖고 놀자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런 기회는 일년에 한번이니까요.”

  이를 꽉 악물고 화를 삭이는 바스크를 끌고 유령은 다음 가게로 들어간다.

  “저분은 레빌 노인이군! 저기 나보다 약간 늦게 들어온 팝 윌킨스 녀석도 있지 않나! 세상에 그때하고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군!”

  “지금이 '그 때'이니까요.”

  “나도 알아.”

  수염이 인상적인 레빌 노인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자면서 영업을 일찍 끝내기로 결정하고 그런 그의 온화한 모습을 보며, 바스크와 소림사 스타일의 팝(...)은 진심으로 그를 칭송한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현재의 바스크는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야. 저렇게 남에게 잘 해주던 노인이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마친 걸까?”

  “존경했던겁니까?”

  “글쎄, 그때는 그랬겠지만, 저분이 자비 카르텔과의 협상을 진행하다가 기렌 부회장의 음모로 인해 돌아가신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지. 진짜로 강한 것은 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단 말야. 오직 돈만이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여겼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지. 그게 뭐가 나쁜 건가? 응?”

  “그건 제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음을 보시지요.”

  이제는 거의 대머리가 다 되어버린 장년기의 바스크가 그들의 앞에 서 있다. 그의 얼굴은 탐욕과 이기심의 주름살로 뒤덮여 있고, 그의 눈은 두꺼운 안경으로 가려져 있어서 표정을 읽을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더이상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굳어 있었다. 그의 옆에는 금발에 스카프를 맨 파란 옷의 키큰 여인이 경멸의 시선을 보내며 서 있다.

  “당신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지만, 역시 여기에서 끝내는 것이 우리에게 좋을 거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해해 주었으면 해요.”

  “어째서 마음이 변한 것이오?”

  “당신이 변했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지난날 내가 알던 그 성실하고 열정적인 그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가 가난해서 61식전차를 폐품처리하며 살았던 시절에는 비록 돈은 없었더라도 꿈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 당신은 저 루나2의 건다륨 광맥처럼 빈틈하나없이 딱딱하고 미노프스키 입자처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이젠 당신과는 더이상 있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차라리 캠핑카 안에서 잠을 자고 사막을 떠도는 신세가 되더라도 나는 당신 곁을 떠나야겠어요.”

  “잘 가시오. 후회하지나 말고.”

  유령은 다시 바스크를 다른 곳으로 이끌고 갔다. 그곳은 어느 단란한 가정이었다.

  아까의 그 여인이 약간 나이든 모습으로 장식용 권총을 손질하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리고 곧이어 문이 열린다. 여인은 일터에서 돌아오는 자기의 남편, 믿음직한 갈색 콧수염의 근육질 남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여보 하몬, 오늘 길을 걸어오다가 당신 옛친구인 바스크를 잠깐 보았다오.”

  “그래서요? 어떤 모습이던가요, 란바?”

  “별로 지난번하고 달라진 것은 없지만, 어쩐지 외롭고 추워 보였소. 듣기로는 그의 상사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어가고 있다고 하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일만 죽어라고 하는 걸 보니 저래가지고 오래 살까 걱정이 되더군. 그렇잖아도 과로사가 문제인 시대인데.”

  “그 사람이 좋아서 택한 일이에요. 우리가 어쩔 수는 없잖아요?”

  “그렇겠지. 하지만 불쌍한 건 어쩔 수 없는걸.”

  바스크는 어쩐지 비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유령이 말했다.

  “이제 제 시간은 다 되었군요.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내일 비슷한 시간에 제 후임자가 올 겁니다. 그럼 다시 만나지 않길 빌겠어요.”

  “잘 가라구 젠장.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고는 이제 간다고? 빔 세이버라도 하나 있으면 널 끝장내 주고 싶은 심정이야.”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바스크가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고 돌아보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유령의 이마 한가운데에는 붉은색의 빔 세이버가 정확히 꽂혀 있었던 것이다.

  “누구 겁주자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우연히도 제가 이런 식으로 죽었기 때문에.”

  “어서 가봐. 네 꼴 보기도 싫다.”

  “여전히 단세포시군요.”

  유령은 백조로 변해서 사라지고, 바스크는 어느새 자기 방에 돌아와 있었다. 그는 어쩐지 가벼운 안도감을 느꼈다. 여전히 오싹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지만.



-Second Interlude-



  같은 시각, 지구, 동아시아 구역의 어느 고속도로에서 친구들과 함께 바이크를 몰고 신나게 달리며 인생을 즐기고 있었던 부잣집 도련님 쇼 자마는 갑자기 어디선가 출현한 오라로드에 휘말려 생전 처음 보는 장소에 떨어지고 말았다.

  곤충처럼 생긴 기묘한 생체 메카가 중세 기사의 무기를 들고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이 이야기 중에서 이들을 다시 볼 기회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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