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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1] 잠본이의 이러쿵 저러쿵
일상의 기억 | 2010. 7. 15. 23:12


*들어가는 말
전에 소개했던 폐업정리하는 가게. 지난지난주에 문 닫았음. (아쉽다)
늦게라도 가려고 했던 분들은 헛수고 마시기를...T.T

*돌이킬 수 없는
아버지께서 버클에 시계 겸 만보기가 달린 희한한 벨트를 사오셨다.
끈이 너무 길구나- 하시며 길이를 줄이는 막중한 임무(?)를 내게 맡기셨는데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대충대충 받아들인 나는 그만 벨트 버클에 붙은 쪽이 아닌
그 반대편을 싹둑 잘라버렸던 것이었다! (이런 럼즈펠드같은 일이...-_-)
결국 이래저래 해결책을 모색하다가 전에 구했다가 사정상 안 쓰고 처박아두었던
다른 벨트의 가죽끈을 조달하여 길이를 맞추고 버클을 교환하는 대 꼼수를
썼으니... (그 과정에서 적당히 두께나 버클과의 궁합을 테스트하느라 다른 벨트
하나가 희생되다. 오호 통재라) 그렇게 해서 사흘만에야 겨우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고 벗어날수 있었던 것이었다. 역시 처음에 일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몇배로 고생한다(?)는 진리를 느끼게 해준 이벤트였다. (바보)
물론 만보기가 달린 벨트를 찬다고 해서 히어로로 변신하는 일은 없지만.

*최근에 읽은 책들

-미국문화의 몰락[황혼]: 무슨무슨 버만이라는 사회철학자가 2년 전에 미국문화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소비주의, 쾌락주의, 상업주의, 대중주의, 기타등등의 폐해를
조감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 또한 경제적에서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로마제국의
전철을 밟게 될거라 경고하는 문명비평서...라고는 하지만, 그 대안책으로 내놓는게
고작 개인적 레벨에서의 '수도사적 생활태도'(특정 종교와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의 대세로 자리잡은 여러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것에 대항하여 버려진 가치들과
새로 살릴만한 정통 문화를 생활 자체로 승화시켜 보존해 나가는 삶의
방식...이라고나 할지 어떨지)의 확산이란 것은 어째 못미덥다. 뭐 하긴 이사람의
눈에는 미국이 당장 어째야 할지가 문제지 나머지 세계까지 계산에 넣은 건 아니니.
문명의 쇠락과 그에 이은 혼돈상태, 그리고 다음 문명의 탄생을 위해 전시대의
지식과 지혜를 보존하려는 소수집단의 투쟁- 이라는 구도를 역사상의
수도원에서부터 브래드버리의 <화씨451도>, 밀러의 <라이보위츠를 위한 찬송>,
레빈의 <이 완벽한 날> 등등 sf작품까지 예로 들어가며 이해시키려는 시도는
흥미롭다. (사회과학에서 이런 픽션을 예로 들어도 되는건가...? -_-) 근데 어째서
그런 얘기를 줄줄 풀어놓으면서 또다른 '수도사적 프로젝트'였던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없을꼬? (...냅둬;;;)
다만 아무리 좋은 사상이나 운동이라도 지나치게 조직화, 거대화되어 그 자체가
하나의 도그마로 자리잡아 버리면, 역시 대중을 억압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경화되어 버린다는 얘기만은 찬성. (만약 그러한 결과를 피한다고 해도
상업주의와의 결탁으로 인해 겉으로만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사이비 혁명'으로
주저앉을 위험도 있다. '전쟁반대'라는 배지를 그냥 예뻐서 달고 다닌다면 그건
전쟁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 배지를 만든 회사에게 돈을 갖다바치는 것뿐!)

-크리스마스 악몽: 문학과정신사에서 내놓은 성탄 관련 단편선. 모파상, 안데르센,
디킨스, 도데 등등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작가들의 비교적 마이너한 성탄작품들이
실려있다. 하지만 성탄을 배경이나 소재로 했다는 것을 빼면 작품 각각의 컬러나
작가의 개성이 하도 가지각색이라 과연 이게 뒷표지에서 내세우는 '블랙
판타지'인지 어떤지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나 마지막의 디킨스 작품은 거의 성탄에
대한 그의 갈망과 고전문학에 대한 동인지적인 환상이 범벅이 된 난삽한 에세이에
그치고 있구만...-_-) 그래도 스티븐스의 꽤 뛰어난 심리소설 하나가 실려있는 건
멋진 점. (도스도예프스키가 죄와벌 한권 갖고 하려는 얘기를 이런 단편에서 다
하다니! ...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죄와벌을 제대로 읽은적이...<퍽>) 뒷부분의
해설을 읽어보면 왜 이런 애매한 편집을 했는지 알만한데, 구미사회에서 성탄절의
풍속이나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시기에 발표되어 인기를 끌었던
글들이기 때문이었다. 으음 어찌보면 하나의 문화적 박물지라고나 할까.;;;;;;
팀버튼의 동명영화와는 별 상관 없음.

-크레인: 소위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는 하지만 역시 전쟁의 풍상을 겪은
독일인의 작품답게 우직하면서도 서글픈 기운이 감돈다. 몽상가도 성실한 사람도
기계도 동물도 모두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좋았던 옛날은 전쟁과 함께 가
버렸지만, 그때를 잊지 않는 크레인의 남자는 계속해서 물에 잠겨버린 마을 위에
남아 크레인을 등대로 삼고 사람들이 돌아올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재건의 날이
돌아왔을 때, 그는 미련없이 크레인에서 내려와 어딘가로 사라진다.
말하는 독수리와 은빛 사자를 동반하고 그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인가? (글쎄;;)

*광기
세상에는 두가지의 미친 사람이 있는데, 하나는 너무나도 다른 이들과 다른, 혹은
앞선 생각에 사로잡혀 너무나도 멀리 나가버린 나머지 미친 것으로 보이는 사람.
(보통 스타가 되거나 박해받거나 세상을 피해 숨어살거나 셋중 하나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예민하거나 약해빠진 신경계가 어떤 계기로 인해 충격을 받아 마치
고장난 녹음기처럼 하나의 특정한 무언가에만 집착하여 쓸데없는 데이터를 쏟아내고
그밖의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어진 그런 사람. (물론 생물학적 사회학적 요인에
대한 고찰은 배제하고 순전히 개인 레벨에서 하는 소리지만) 전자는 남들이 이해
불가능하긴 해도 뭔가 특이하고 재미나고 독창적인 생각을 해낼 가능성이 있지만,
후자는 너무나도 뻔한 생각만 맥락 없이 풀어내고 풀어내고 또 풀어내는 케이스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어느쪽이 낫다 못하다라고 말하는건 잔인한 얘기겠지만,
후자의 경우처럼 미쳤다가는 본인도 주변도 무지 따분해질 것이 틀림없다.
(별로 의미없는 주저리였습니다)

*살아라!
죽음이 어쩌고 장국영이 어쩌고 이라크 아이들이 어쩌고 하는 얘기를 듣다가 든
생각인데,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란 것은 물 위에 약간의 숨구멍만 내놓고 수면에 뜰
듯 말듯하게 자리하여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자맥질을 하고 있는 양서류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이란 그 상태에서 아래로 가라앉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팔다리를 움직이며 허부적허부적거리는 과정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죽음이란
결국 그러한 활력을 잃고 바닥이 없는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이 된다. 주위에
죽으려고 생각중인 이가 있다면 '너는 돌멩이가 좋으냐 개구리가 좋으냐'라고 속을
떠 보는 것도 의미있을지 모른다. (그랬다가 진짜 죽어버렸다고 내게 따지지는
말고;;;T.T) 가끔가다 인생에서는 수면위로 폴짝 뛰어오르는 시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극소수이긴 하지만, '나는 법'까지 배워서 아예 물 위를 벗어나 저
높은 하늘 위로 떠올라 두번 다시 내려오지 않는 이들도 있을 터이다.
당신의 인생이 어떤 패턴이 될지는 누구도 알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자맥질을 하며 뛰어오를 기회도 노려보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민주주의 도미노
실은 '친미 도미노'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거겠지?
사실 미국에게는 그 나라가 민주정이냐 아니냐보다도 친미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피와 연기로 점철된 역사가 가르쳐주는 일이니...
(아무리 무서운 독재정권이라도 자기들 이익만 맞춰주면 가만히 놔두고 아무리
정당한 민주정권이라도 자국의 정체성에 충실하려고 미국에 거스르면 나서서
무너뜨렸던 진짜 엄한 시대가 있었지 않은가;;;)
그러면서 말로는 온갖 휘황찬란한 이상을 떠들어 포장하는거 보면 겁이 나서 원;;;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기에는 우리 입장이 애매하고 해서... 이래저래 술
소비량만 늘어날 듯.....-_-)

*술의 나라
명가의 술을 본적 없으니 할말은 없고...
제목만 봐서는 어째 박범신씨의 동아일보 연재소설 <불의 나라>와 <물의 나라>가
생각나는... (다른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 안나고 베드신만 기억나다니... 중고생이
이런걸 대체 왜 봤던 것인가? 그때에 비하면 확실히 요즘 조중동은 얌전하고
세련되(게 보이려고 애쓰)기 그지없는... (다만 그 모든 므흐흐한 기능들은
스포츠신문들이 완벽하게 계승했으니 별로 달라진건 없지롱 -_-)

*진짜로 위험한 것

-싸우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망각하고
그저 눈앞의 상대가 미우니까 일단 쓰러뜨려놓고 보자는 것.

-그냥 단순한 냉소와 일침이 아니라, 자기도 남도 상처입을지 모르고 의론의 방향이
예상치 못한 쪽으로 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전혀 생각지 않은 채 자기만족에
빠져서 오해받을 만한 쓴웃음과 비꼼을 남기게 되는 것.

되도록이면 이 두가지를 하지 않으려고 맹렬히 노력중입니다.
(누가 실제로 그랬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랬다고 해도 비난할 권리가 제게 있는
것도 아니고. 비난한다 해도 효과는 전무한 채 아래에 인용한 카네기의 글처럼
인간관계만 파괴할 가능성이 만빵이라)

아, 또 하나가 있는데 이건 좀 자신이 없는...

-누가 시키거나 이익이 나와서가 아니라 그냥 그 자체가 즐거워서 어떤 것에 몰입할
수 있는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

이건 아무래도 세계 전체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상도 유행도 예술도 오락도 요즘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들바람' 정도로, 아주
부질없게 축소되어 엄청 빠른 속도로 자리바꿈만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그 끝에 남는건 무기력과 절망. 우웃 안돼~

*최근의 소망
전처럼 밤을 새가며 되도 않는 개그를 써보고 싶다. (공부하려면 일찍 자야 하니
불가능...-_-)

*익숙한 것이 사라진 기분
솔직히 장국영의 출연작도 제대로 본게 하나도 없다.
그가 생전에 부른 노래 딱 한곡 들어봤다.
출연한 cf도 보는둥마는둥 했다.
이름은 싫도록 들었지만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사실 잘 몰랐다.
최근 잡지들을 통해서 본 얼굴은... 너무 선이 희미해서 개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외였다. 내 눈이 이상한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간이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다음날부터는 어째 세상이 전과는 달라 보인다.
아니,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학교가는 길에 우두커니 서 있던 우체통 하나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 못보던 광고판이 서있을때의 기분이랄까.
손기정옹이나 이주일옹이 가셨을 때의 느낌도 그랬지만, 이번엔 거의 그분들에
비하면 요절에 가까운 연령이라 이런 느낌이 더욱 심하게 묻어나온다.
역시 인간은 유명해지고 봐야... (어째서 이런 결론이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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