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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2-24] 울트라하 : 본편 제2화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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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N T R O ◆



몇 주전에 있었던 「화이트 핸드」의 대규모 소요 사건과 그에 따른 진압 과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앙끄시 주민들의 뇌리에서 차츰 잊혀져 갔다. 그러나 그 뒤에 일어난 괴수 건달사우르스의 난동 사태는 그렇지 못했다. 금방 잊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고, 특히 괴수를 막기 위해 방위군이 총력을 다하여 전선을 구축하였던 단팥동이 입은 손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심했다. 괴수가 지나가는 곳마다 건물이나 자동차, 기타 물건들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찌그러졌을 뿐만 아니라 괴수가 뱉어 낸 오염 물질로 인해 상당수의 방위군 대원들과 주민들이 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들 중에는 유난히 비듬 알레르기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는 통계가 이후에 발표되었다. 또한 괴수의 악취를 맡고 질식사할 뻔한 사람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행히 질식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며칠 동안 물도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하고 구토 증세에 시달렸다. 물론 그 중에는 괴수와는 관계없이 과다한 다이어트에만 신경 쓰다가 거식증에 걸린 가엾은 여학생들이 다수 끼어 있음이 뒤늦게 판명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은 언론계 및 출판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 국내외 언론들은 이 사건을 며칠 동안 대서특필하였고 수많은 월간․주간 잡지들이 이에 관련된 특별 부록이나 증간호를 발행하였다. 앙끄 중앙 방송국에서는 「뉴스 25시」의 제목을 「괴수 25시」로 바꾸어 장시간 스페셜 방송을 해 댔고, 월간 앙끄는 「괴수 출현으로 인한 정계의 움직임과 각계각층의 반응」을 특집 기사로, 주간 이코노앙끄는 「괴수 출현에 따른 경기 변동과 물가 폭등」을 커버 스토리로, 월간 과학앙끄는 「실재하는 괴수 -- 과학의 신비와 미스터리를 밝힌다!」를 별책으로, 계간 의학 전문지 메디컬앙끄는 「건달사우르스 증후군 -- 괴수의 난동으로 인한 심리적 공황과 육체적 증상」이라는 총력 특집을 싣는 등. 한마디로 ‘괴수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그 이후에, 또 다른 괴수들의 출현과 그에 맞서 싸우는 신비한 거인 ‘울트라하’의 활약이 추가되면서 더욱 심화되어 갔다.

이때를 놓칠세라 곰쇠식품에서는 ‘건달수정과 -- 세계 최초의 악취 음료!’ 등의 음료수를, 룽룽 코퍼레이션에서는 괴수 붕어빵과 괴수 젤리 등의 스낵을, 진주산업에서는 괴수 모양을 한 가방과 지갑 등의 캐주얼 상품을, 그리고 숨은 재계의 실력자 리 엔터프라이즈에서는 괴수를 소재로 한 멀티미디어 S/W와 동인지 판매를 가속화하고 있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는 기가 막힐 일이었겠지만, 피해 지역을 제외한 다른 곳의 사람들에게는, 이 사건은 사실상 재미있고 신기한 뉴스거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세상일이란 항상 이렇게 돌아가는 법이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각계의 인사들과 각종 시민 단체들이 입을 모아 앙끄시 행정부와 시의회를 상대로, 괴수 출현과 같은 비정상적 비상사태(?)에 대한 조직적이고 효과적인 대비책을 세울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온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러한 요구에 응하여, 이와 같은 이상현상․초상현상․신비현상을 신속히 전담하여 조사․분석․해결하기 위한 소규모 특수부대의 창설이 검토되었고, 그 결과로써, 일련의 첨단 과학 장비로 무장한 특수 과학 조사대가 편성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P.E.T.S.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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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하 ― 별에서 온 여왕

ウルトラハ ― 星からの女王さま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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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ING  :  BRIGHT  STARS ★



믿고 있었어

아무도 따라와 주지는 않았지만

오직 나만의 길을

찾아서 떠나가야 한다는걸


저하늘 너머 아름다운 별들

마치 우리를 손짓해 부르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어

이리 오라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떤 두려움이 몰려와도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여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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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P.E.T.S. 출격하라!

第2話 『PETS出擊せ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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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도 이번 진압 작전에 투입되게 되었다.”

임무는 그 자체만으로 보면 아주 간단했다. 앙끄시 중심가에 나타난 ‘킹 아이카’라는 괴수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쫓아 버리는 것. 어차피 장비다운 장비도 없는 판이니 소멸이나 생포는 곤란하더라도, 멀리멀리 쫓아 버리는 것은 가능하리라는 사령부의 웃기지도 않는 판단에서 나온 임무였다. 하지만 휴대 병기 몇 가지만 갖춘 맨몸으로 어떻게 15m급의 괴수를 상대하여 싸운다는 말인가?

“장관님, 아직 대형 장비도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압 작전은 무리입니다. 일단 방위군에게 처리를 맡긴 뒤에 장비가 오기를 기다려 보는 것이...”

언제나 믿음직한 엘리트의 귀감 유성 원(元)대위. 그는 건달사우르스 퇴치에 협력한 사실을 상부로부터 인정받아, PETS의 초대(初代) 대장으로 발탁되었다. PETS는 형식상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치안 유지 기관이었으므로, 방위군 출신의 대원들은 이 조직에 편입되는 순간 사실상 군인이 아닌 일반 공무원으로 그 신분이 변경된다. 그래서 그도 계급장을 반납한 것이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기다릴 시간이 없다. 유성대장, 방위군의 1차 방어선이 벌써 붕괴되었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늦어질수록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우리가 출동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특근수당이 지급된다.”

장관의 그 한마디에 유성대장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으로서는 그만한 유혹도 없다.

“장관님, 승산이 없는 싸움에 무모하게 나서는 것은 위험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나갈 때 나가더라도, 구체적인 전략을 미리 세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 말이 옳지만 시간이 없다, 하라군. 미안하지만 전략은 가는 길에 세우도록.”

하라 원(元)소위. 방위군 내에서 일급 파일럿으로 정평이 난 철의 여인이다. 백병전 능력도 상당하여, 1대1로 싸워서 그녀를 이겨 본 자가 없다는 소문이 났을 정도다. 그러나 그러한 소문에는 상관없이, 그녀는 원래 화가 지망생이었다는 아이러니컬한 경력이 있기도 하다. 물론 PETS에서의 역할은 전투기의 조종과 대장의 보좌역으로 정해졌다. 유성 대장의 뒤를 받쳐 주는 든든한 버팀목인 것이다.

“괴수의 성질이나 공격 방법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없습니까? 기초적인 정보라도 있어야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직까지는 믿을 만한 정보가 없다, 피요군. 방위군도 도망치기 바쁘고 각 언론도 엄격한 보도 통제하에 있어서 정보를 입수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따라서 자네가 기록도 맡아 주어야겠다.”

피요 원(元)상사. 방위군 산하 과학 연구반의 촉망받는 인재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 판단을 해 낸다. 그녀도 역시 지난 사건에서 보인 활약에 힘입어 PETS에 특별 채용되었다. PETS에서의 역할은 물론 조사․분석․전술․기록 등이다.

“퇴근 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을까요? 오늘은 SF여왕기 라하징가 마지막회를 꼭 봐야 하는데... 오하라 공주가 여왕성에 도착하느냐 마느냐 하는 급박한 상황이거든요.”

“...... (-_-) 괴수가 시간 맞춰 출퇴근해 주기를 바라는가, 자넨!”

의문의 ‘소년’. 해사한 얼굴에 맑은 눈빛으로 사람을 포근하게 만들어 주는 특이한 존재. 그러나 원래의 계급이나 신상 등은 일체 불명. 더 이상한 것은 그러한 그의 특성을 아무 말 없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넘어가는 주변 사람들의 행태였다. PETS에서 그의 역할은... 역할은...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해야겠다.

“그런데 장관님, 어째서 아직까지도 장비가 도착하지 않는 겁니까! 벌써 기일을 이틀이나 초과했지 않습니까!”

“제작 회사측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유태군. 그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져 볼 수밖에...”

“저는 유트입니다!”

“그랬나? 미안하게 됐네, 유태군.”

“...... (T.T) ”

유태 원(元)상사. 괴력의 소유자이며 사격의 명수이고 불같은 성미로 전투에 임하여 눈앞의 적을 틀림없이 박살내는 앙끄방위군의 골통 넘버원이 바로 이 친구이다. 그의 역할은 유성과 하라의 전투 보좌역이 될 것이다. 또한 중장비 면허도 가지고 있어서, 지중 탐사용 장비를 조작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들이 바로, 신생 특수부대 PETS의 주요 멤버였다.


“이미 브리핑을 통해 얘기한 대로, 현재 룽룽 코퍼레이션 쪽에서도 신병기 완성을 위해 철야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눈앞에 벌어진 비상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 둔 채 장비가 오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관계로, 긴급히 출동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방위군의 부속 기관이라고는 해도, PETS는 기존의 군용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전담 분야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민간인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대부분의 임무를 수행할 PETS에게는 군의 기밀을 취급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장비와 설비를 새로 마련해야 했는데, 산업체 선정에서 리 엔터프라이즈와 룽룽 코퍼레이션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관계로, 둘 중 어느 쪽의 제품을 채택할 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상당히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다.

리 엔터프라이즈는 확실히 세계 수준의 고성능 장비를 저가격에 대량 공급한다는 이점을 내세우고 있었지만, 그 조건으로서 앞으로 PETS가 전투를 통해 축적해 나갈 각종 데이터베이스의 제공을 요구하고 있었다. 반면 룽룽 코퍼레이션은 군수산업 면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편이라서 품질은 약간 뒤떨어지지만, 보증 기간이 길다는 점과 높은 신뢰도, 그리고 충실한 A/S를 내세우고 있었다.

방위군의 높으신 양반들은 며칠간 회의를 거듭한 끝에 결국 룽룽 코퍼레이션의 병기개발안을 패키지 형식으로 구입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결정하는데 너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주문 및 실제 생산에 할당된 시간이 매우 촉박했고, 결국 기일을 넘기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대처하도록.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우리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생명을 가볍게 내던지지는 마라. 나는 첫 출격에서 부하를 잃는 지휘관이 되고 싶지는 않다!”

서두는 고토오 키이치나 브라이트 노아같이 시작하더니 결말은 난데없이 양 웬리나 시로오 아마다처럼 끝맺는 장관의 허술한 일장 연설에 모두들 침묵할 뿐이었다. 젠장 누군 좋아서 죽나.

“결국 괴수 퇴치보다는 PETS의 실력을 보여주는 데먼스트레이션에 중점을 두는 거군요.”

하라 대원은 이번 작전의 성격을 한눈에 간파한 것이다.

“저, 그건 그렇다 치고, 현장까지는 어떻게 가죠? 버스 타고 가나요? 아니면 지하철로?”

‘소년’이 언제나와 다름없이 빛나는 눈망울을 드러내고 순진무구한 질문을 던진다.

“다행히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까 피요대원과 몇몇 연구진이 임시로 준비를 해 둔 것이 있다. 다소 성능에 의문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 시간 맞춰 도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기대에 찬 얼굴로 장관이 가리키는 쪽을 돌아보는 대원들이었으나, 다음 순간 그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저건 보통 자전거 아닙니까!”

어이없어 하는 대원들의 얼굴을 뻔뻔하게 쳐다보며 장관이 말한다.

“자전거가 아니라 파워드 사이클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자전거 같지만 뒤에 초경량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최신형 모터사이클보다도 빠른 속력으로 현장에 직행할 수 있다. 또한 안장이 넓어서 두 사람이 한꺼번에 탈수도 있지. 아주 경제적이고도 합리적인 대체 병기가 아닐 수 없다.”

대체 병기? 상황이 괴상하다 보니 정말 괴상한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아닌게아니라 보통 자전거에는 없는 여러 가지 기기가 붙어 있긴 했다.

“하지만 저것마저도 두 대뿐이니 우리들 중 한 사람은 걸어서 가야 하겠는데요.” 유태 대원이 툴툴거렸다.

“그럴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을 또 하나 마련해 두었다.”

장관이 가리키는 곳에는 약간 구식 티가 나는 1인용 행글라이더가 하나 있었다. 물론 초경량 제트 엔진과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관제 장치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므로 이것 또한 보통 행글라이더는 아니었다.

누가 이것에 탈것인지는 명백했다.

“하라군, 자네는 이 사이버 글라이더로 제공권을 장악하도록!”

“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관님.”

역시 이런 상황에서도 결코 냉정을 잃지 않는 것은 하라 대원뿐이었다.



평소에 미소녀물 오타쿠라고 정평이 나 있었던 어느 학자에 의해서 킹 아이카라고 명명된, 문제의 흉측한 괴수는 파괴와 난동을 일삼으며 단팥동 5번지를 휩쓴 뒤 캐사모스톤 지구를 거쳐 아름동 1번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급히 현장으로 달려간 우리의 PETS 대원들은 파워드 사이클과 사이버 글라이더를 타고 각자의 개인 화기를 구사하여 괴수의 진로를 변경하여 보려고 시도하였지만 번번이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괴수는 왜인지 모르게 볼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

“대장! 오른쪽 모퉁이로 도망갑니다!”

유태대원이 필사적으로 파워드 사이클 1호기의 속력을 올리며 소리지른다. 사이클의 운전을 하느라 스스로는 총격전에 참여하지 못하는 처지여서, 내심 짜증날 만도 했다. 유성대장은 1호기의 뒷자리에 앉아서 경고샷건을 쏘아 대며 총지휘에 전념하고 있다.

“대장! 머리를 계속 공격했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데요!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어요!”

하라대원이 헤드세트를 통해 교신을 해 온다. 그녀는 지금 사이버 글라이더를 타고, DD라이플로 집중공격을 펼치고 있다.

“저 녀석이 노리는 게 도대체 뭐야? 짐작이 가는 거라도 있나?”

유성대장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사이클 2호기에 타고 있던 피요대원이 노트북으로 지도를 검색하면서 답한다.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저 괴수는 특이하게도 컴퓨터 S/W 취급점만을 파괴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평소에 18금 게임을 대량 유통시킴으로써 사회문제가 되었던 그런 업소들이 대부분입니다. 건전한 사회를 꿈꾸는 괴수인 걸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죠.”

‘소년’이 영악한 기색 따위는 전혀 없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끼여들었다.

“에엑?”

“자기가 인간이 아니니까 즐기지 못하는 것을, 인간들도 즐기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심술일지도 몰라요. 자기 손에 넣지 못할 바에야 파괴해 버린다는 심리 말이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유성대장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저 괴수가 신우근 중위님을 많이 닮았거든요.”

“...... (\_/) 그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나!”

“안 되나요?”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유성대장은 갑작스런 살의(殺意)에 몸을 떨고 있었다.


“잠깐만, 그 친구의 추측이 반은 맞는 것 같아요. 지금 글라이더에 장치된 카메라가 기막힌 영상을 잡았습니다. 곧 피요대원의 노트북으로 송신하겠습니다.”

여전히 공중을 누비며 E수류탄을 뿌려 대던 하라대원이 소리쳤다.

“피요대원, 지금은 계속 전진해야 하니까 영상을 모두가 볼 수는 없다. 자네가 보고 알아듣게 설명을 해 주도록.”

“옛, 대장님. 곧 수신 완료됩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찍은 거라서 해상도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아, 잡혔습니다.”

“뭐가 찍혔는가?”

“이, 이건......”

기가 질린 피요대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저 괴물, 입 속에 갖가지 게임 패키지를 잔뜩 넣고 잘근잘근 씹고 있네요. 입이 살짝 열렸을 때 찍힌 모양입니다. 그래서 볼이 저렇게 불룩했군요.”

“어떤 종류인지 확인할 수 있나?”

“곧 확대해 보겠습니다.”

정말 저놈의 노트북은 못하는 게 없는 모양이다. 유성대장은 감탄하고 있다.

“......나왔습니다. 모두 소문난 18금 타이틀입니다. 舞作, 異級生, 他校生, 그리폰 나이트, 淫駐敎室, 기타 등등.”

“......정도가 상당히 심하군.”

“적어도 기본적인 성질은 알아냈으니 쫓아낼 방법을 강구할 단서는 얻은 셈입니다.”

“좋은 생각이 있는가?”

“실은 아까 저 괴수를 처음 포착했을 때부터 원격 스캐닝을 계속한 결과 녀석의 뇌파 패턴을 모델링할 정도의 데이터를 얻어냈습니다. 그 결과, 바깥쪽에서 특수한 성질의 전자파를 쏘여 주면 뇌파의 고저(高低)를 바꿀 수 있고, 성격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격 개조라고? 그게 가능할까?”

“전자파 발생 장치는 만약을 위해서 준비를 해 두긴 했습니다만 저 괴수의 뇌파에 맞추기 위해서는 주파수와 진폭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고, 그러자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좋아, 자네가 장치를 조작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저놈이 최대한 오랫동안 머물 만한 곳을 찾아내야겠군. 그런 곳이 한군데 있지.”

“어딘데요, 대장?” 유태대원이 묻는다.

“만음동 4번지에 위치한 디지털 플라자.”

“그럼, 피해가 더 확대됩니다! 그 건물에 입주한 372개 업소가 전부 18금 게임을 알게 모르게 취급하고 있는 걸로 통계에 나타나 있습니다!”

하라대원은 반대 의사를 뚜렷이 표시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통계를 알고 있는 건지는 의문이었지만.

“이대로 거리를 계속 파괴하게 놔둘 수도 없지 않은가! 알았으면 전속 전진!”

유성대장은 본부에 긴급히 연락하여 작전을 대강 설명한 뒤 방위군의 협력을 얻어 디지털 플라자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그들은 결국 남은 개인 화기를 총동원하여 괴수를 실실 약올려 가면서 디지털 플라자로 유인하는데 성공했다. 괴수가 사방에 쌓여 있는 18금 타이틀에 정신이 팔려 이리 깡충 저리 깡충 돌아다니는 동안에 피요대원과 ‘소년’은 노트북을 본부의 슈퍼컴과 연동하여 전자파 발생기의 세팅을 조절하였고, 나머지 대원들은 모든 입구에 WH탐지기를 설치한 뒤 DD라이플로 무장하고 괴수가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곳에 입주한 371개 업소가 상당한 액수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재조절이 완료된 것은 괴수가 마지막 업소에 들어서던 바로 그 시점과 때를 같이했다.

“대장님! 세팅 완료했습니다. 언제라도 한방 먹여 줄 수 있습니다!”

“잘했다 모두들. 그럼 피요대원은 괴수를 겨냥하여 전자파 샤워 작전을 개시하고, 다른 대원들은 괴수의 난동에 주의하면서 주위를 경계하고 피요대원을 엄호하라!”

“알았습니다!”

피요대원이 들고 온 전자파 발생 장치는 사이클 2호기의 옆쪽에 실려 있었던 것이었다. 피요대원은 복잡한 전선과 접속 단자가 붙어 있는 그 은빛 실린더를 정성 들여 조립하더니, 자기의 노트북에 단자 하나를 연결하고는 주파수 조정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그런 다음 실린더를 치켜들고 안테나 같은 부품이 돌출되어 있는 한쪽 끝을 괴수의 머리를 향하여 겨냥하고는 스위치를 넣었다.

연두색과 자주색이 뒤섞인 복잡한 파형(波形)의 광선이 괴수를 감싸기 시작했다. 전자파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궤적을 조작자에게 확실히 알려주기 위한 가이드 빔이 함께 나오도록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괴수는 한동안 괴로워하며 길길이 뛰고 이리저리 뒹굴고 비명 비슷한 소리를 내기까지 하였다. 물론 그 난동의 여파로 인해 주변의 설비나 기물들이 상당수 파괴되었지만 그 정도에 눈 깜짝할 우리의 PETS가 아니었다. 아마 대피한 가게 주인들이 이 꼴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벌써 졸도했으리라.

그런데 파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괴수는 피요대원 쪽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 왔고 당황한 대원들은 급히 엄호 사격을 개시했다. 괴수가 피요대원의 한 발짝 앞까지 다가와서 실린더를 향해 손(이라고 생각되는 기관)을 뻗었을 때, 실린더는 과부하를 이기지 못하여 엄청난 스파크를 내면서 폭발했고 피요대원은 충격으로 인해 뒤로 나동그라졌다. 동시에 괴수의 움직임도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다른 대원들이 재빨리 달려와서 피요대원을 안전권으로 옮기고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괴수에게 총을 겨누었다.


괴수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괴수는 앞에 쌓여 있는 18금 패키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만 갑자기 구역질(에 해당하는 어떤 몸짓)을 하면서 건물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의아해진 유성대장은 구조된 피요대원을 붙잡고 물었다.

“성격 조절이 제대로 된 건가? 별로 나아진 기미가 없어 보이는데?”

“원래 의도했던 대로라면 인간에게 우호적이고 해를 끼치지 않는 성격으로 개조되어야 하는데, 계산이 약간 잘못된 것 같습니다. 호전적인 성질은 그대로 남았고, 18금에 대한 태도만 개조되어 버렸나 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에는 18금 소프트를 보면 좋아서 달려들었지만 이제는 그 반대로 기겁을 하며 도망치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피요대원은 고개를 푹 숙이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너무 실망하지 말게. 자넨 최선을 다했고, 아직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냐. 이걸 잘만 이용하면, 저놈을 처치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윗분들이 주문한대로 ‘쫓아낼’ 수는 있을 거야.”

피요대원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유성대장의 눈은 이상하리만큼 희망에 불타고 있었다.


그 말대로, 킹 아이카는 18금 패키지를 가득 실은 방위군 트럭에 쫓겨서 미리 대피가 완료된 도로를 따라 항구까지 유도된 다음, 바다 저편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18금을 혐오하는 성질을 역이용한 쾌거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방위군에서도 또한 일반 사회에서도 PETS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았으며, 이상현상에 대한 경각심 또한 커지게 되었다. 물론 디지털 플라자의 입주자들만은 그들이 입은 엄청난 피해에 눈이 뒤집힌 나머지 PETS의 공적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사건이 종결된 때로부터 사흘 뒤, 마침내 룽룽 코퍼레이션에서 조립이 완료된 전용 병기들을 PETS본부에 보내 왔다. 새로 지급된 장비들을 바라보는 대원들의 눈에는 열의가 가득했다. 장비가 없을 때도 이만큼 해냈으니 앞으로는 더욱 잘 하게 되겠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어메장관 또한 생각 외로 대활약을 보인 부하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로부터 석달 뒤,바다 건너의 어떤 열도국(列島國)에, 18금 관련물만 보면 무조건 때려부수는 미친 괴수가 상륙했다는 해외 토픽이 보도되었다...





END  OF  EPISODE  #02



※ 아아, 아직 끝이 아닙니다. 가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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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ING  :  STRANGE  LAND ☆



너무나도 낯선 세계

이리저리 몰려가는 사람들

그 안에 내가 있어


난생 처음보는 것도 많지만

익숙해지려고 노력해

내가 사는 곳이니까

내가 지키는 곳이니까


모두들 떠나갔지만 너만은 남아줬지

내가 상처입었을 때

아무도 모르지만 너만은 알고있지

내가 누구라는 걸


한번더 상쾌한 기분으로

이제부터 모든걸 다시 시작해

나의 하나뿐인 삶이니까

나의 소중한 ‘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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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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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OSING  ACT ◆



격납고에 서서 감격스러운 눈초리로 새 장비들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다른 대원들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뭔가 빼먹은 거 없나요?”

다른 대원들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한편 앙끄시 캐사모스톤 지구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좁고 누추한 어느 자취방에서는, 키 154cm정도의 어떤 아가씨가 몹시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신나게 코를 골아 대며 하루 종일 잠에 빠져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자는 걸 보면 상당히 과로한 모양이다.

그녀의 상의 윗주머니에서 삐죽이 튀어나온 신분증명서에는 ‘東巨女’라는 이름 세 글자가 뚜렷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THE REAL END OF EPISODE #02



※ 메리 크리스마스, 앙끄 회원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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