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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1-11] 울트라하 : 본편 제3화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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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R O L O G U E ◆



“그래서, 또 쫓겨났다는 게냐?”

“네에...”

“잘 하는 짓이다.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고?”

“하지만... 그런 일에만 신경 쓰다 보면, 본업에 시간을 투자할 수가 없잖아요.”

“그럼 거기서 그대로 굶어 죽을래?”

“그러니까 생활비 좀 보내 주시면 안될까요?”

“그 점이라면 이미 말했잖니.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항성간 송금이 어렵단 말이다. 오히려 할일없이 우주에 나가서 외화나 축내는 유학생들을 빨리 소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어. 여왕 후보만 아니었으면 아마 너도 벌써 돌아와야만 했을 거야.”

“그건 알지만, 이렇게 계속 근무 태도가 나쁘다고 직장에서 잘리기를 거듭하면 저는 뭘 먹고 살아요? 그렇다고 직장 다니기에만 바빠서 괴수를 물리치지 않을 수도 없고. 일단 후보 심사에서 점수를 딸 방법이 없게 되는 걸요.”

“본업에 방해가 안되는 그런 직업을 찾아봐라. 직업을 잘 찾아보면 근무 도중에 살짝 빠져 나와도 되고, 또 괴수가 출현한 현장에 접근하기도 훨씬 쉬운 것이 분명히 있을 게야.”

“119구조대 같은 거요?”

“더 좋은 게 있지. 너는 우리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을 알고 있느냐?”

“모르는데요.”

“우리 일족이 지구를 방문할 때마다, 지구에서는 주기적으로, 외계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 특수한 집단이 만들어지곤 했단다. 우리들은 그러한 팀의 일원으로 지원해서 스스로 현장에 뛰어드는 전통을 가지고 있지. 얼마나 좋으냐. 전투에도 의심받지 않고 끼여들 수 있고, 전투 도중에 몰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싸운 다음에 다시 지구인의 모습으로 돌아오면 아주 간편하지.”

“와, 정말 그렇네요. 난 왜 아직까지 그런 걸 몰랐을까?”

“그러니까 수업 시간에 졸지 말랬잖아.”

“......(T.T) 너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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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하 ― 별에서 온 여왕

ウルトラハ ― 星からの女王さま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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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ING  :  BRIGHT  STARS ★



믿고 있었어

아무도 따라와 주지는 않았지만

오직 나만의 길을

찾아서 떠나가야 한다는걸


저하늘 너머 아름다운 별들

마치 우리를 손짓해 부르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어

이리 오라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떤 두려움이 몰려와도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여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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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지하실SOS

第3話 『地下室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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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S와 동거녀의 질기고도 끈끈한 악연(惡緣)은 이렇게 시작된다.



PETS는 며칠 전에 벌어진 킹 아이카 퇴치 작전에서의 성공을 인정받아, 방위군으로부터 특별 예산을 지원 받았고, 그 덕분에 몇 명의 보조 요원을 신규 채용할 수 있을 만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어찌어찌하여 모집 광고를 찾아낸 거녀는 간호사로서의 경력을 살려, 무휼박사가 이끄는 의무반의 보충 요원으로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말이 보충 요원이지 사실은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막노동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별볼일 없는 자리였다. 그나마도 면접 위원들을 붙들고 장장 10시간이나 실랑이를 벌인 끝에 임시로 만들어 낸 자리였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초합금같은 의지로 튼튼하게 무장한 면접 위원 나으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더 이상 신입 대원을 받아들이지는 않으리라고 다짐하고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끝까지 그 결심을 지키지는 못했다. 그들은, 왜 자기들이 거녀를 내보내려고 시도할 때마다 원인 모를 편두통, 복통, 요통, 치통, 생리통이 몰려와서 번번이 실패한 것인지를 끝내 알아낼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이 거녀의 지원서를 통과시키자마자 그러한 고통들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오직 울트라인의 훈련된 정신 감응력만이 그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은 거녀 본인뿐이었다.

치사하다면 치사하다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나, 밀린 방세를 못 내서 당장 거리로 나앉을지도 모르는 자취생의 입장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적어도 거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절대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생명체의 정신 매트릭스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오래된 계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거녀는 PETS의 일원이 되었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난몰라. 또 늦잠을 잤네.

동거녀는 비록 임시직에 가깝기는 해도, PETS의 대원으로 정식 발령을 받고서 근무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첫 출근하는 날에 늦잠을 잘게 뭐람. 이건 분명히 밤에만 꼭 밥달라고 보채서 잠을 설치게 만드는 그놈의 고양이 때문이야. 거녀는 애꿎은 아롱이 탓을 하며 급히 출근 준비를 마치고는 앙끄시 교외에 위치한 PETS 본부로 향한다. 그러나, 택시를 잡아탄 것까지는 좋았는데 중간에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또 시간이 늦어지고 말았다.

“아저씨, 이쪽 길이 아닌데요.”

“어, 프로메테우스로 가시는 거 아니었나요?”

“......(-_-) 거긴 볼일 없어욧!”

“이거 죄송합니다. 전함 안에서 영업하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서...”

운전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중국계 아이돌의 노래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면서 급히 차를 돌렸다.


“......모두 출동했다고요?”

“그렇다니까. 오늘은 특히 중요한 날이라서 장관님까지 나가셨어.”

“굉장히 중대한 사건인가 보죠?”

“그런 건 아니고, 정부의 높은 양반들 앞에서 괴수 격퇴 시범 훈련을 한다나.”

“...... (-_-)”

綠林館 관리인을 빼 닮은 식당 아주머니의 말에 거녀는 황당할 뿐이었다. 원래는 일주일 뒤에 있을 시범 훈련이 당국의 변덕으로 인해 오늘로 앞당겨진 덕분에 본부는 거의 텅 비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한산했다. 하필이면 인사과에서 거녀의 발령 날짜를 오늘로 잡아 준 것도 불행이라면 불행이었다.

세상일이란 항상 이렇게 어긋나는 법이다.


어메장관을 위시한 주요 멤버는 기동 훈련을 위해 전원 출동, 정비반과 개발반은 기술 연수를 받으러 룽룽사 연구소로 출장, 기타 상주 대원들 중에서 절반은 모처럼의 휴가를 받아 외출, 그 나머지는 대기 중이었다. 그러니까 대기 중인 15명 가량의 직원들과 본부 주변을 경비하는 6명 가량의 경비대원, 그리고 본부 내의 사정에 대해서는 정통한 식당 아주머니(정식 직함은 영양관리실장)와 연속극 재방송에 정신이 없는 수위 아저씨(공식 명칭은 경비보안실장). 그렇게 23명 정도만이 수용 인원 약 200명 가량인 이 커다란 본부를 쓸쓸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첫 출근날 치고는 참으로 고약한 날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당장은 할 일이 없게 된 거녀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본부 여기저기를 유람하고 있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지어진 본부 건물은 상당히 쓸 만하게 꾸며져 있었다.

본부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5층의 미래파적인 양식으로 지어진 최신 건축물인데, 대략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는 지휘와 통제, 연락, 정보 분석을 맡는 중앙 통제부, 둘째는 장비의 보관과 수리, 제조 등을 맡는 기계 전담부, 셋째는 대원들의 휴식과 기분 전환, 식사 등의 일상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생활 전담부로 되어 있고, 그 밖에도 각종 사무실이나 연구실, 숙직실, 창고, 고문실(...?) 등이 덤으로 갖추어져 있다.

또한 외부로부터 에너지 공급이 단절되는 사태를 대비하여, 비상 동력용의 전환로(轉換爐)와 대형 발전기를 갖춘 에너지 플랜트가 근처 산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이 플랜트의 발전기는 수력, 풍력, 석탄, 석유, 목탄, 천연가스, 메탄가스, 우라늄핵분열, 수소핵융합 등의 통상 동력은 물론이고, 광자력, 광양자, 겟타선, 자류파(磁流波)에너지, 초전자에너지, 키 에날지, 무트론, 다이모나이트, 비무라, 헬륨3, 가솔린, 오라력, 하이리비드, 울트라마인드, 태양에너지, 트리니티에너지, 폴리머링겔, HBT, 에너존, 비조리움, 딜리티움, 론지트광, 시즈마드라이브, 심지어는 순수한 염동력(念動力)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타입의 만능 제너레이터였다. (물론 강력한 염동력을 지닌 에스퍼나 뮤를 먼저 발견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르지만 말이다) 궁극적으로는 우주 최강의 무한력인 ‘이데’의 힘을 이용하여 영원무궁하게 발전을 계속하도록 한다는 설계 사상에 의해 만들어져 있었으나, 아직 실현 가능성은 없었다. 물론 여차하면 대원들 자신이, 연자방아에 매인 당나귀나 갤리선에 수감된 죄수들처럼, 직접 발전기를 돌릴 수도 있게 되어 있었지만, 그런 상황이 흔하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어메장관은 손수 주문한 가죽 채찍을 가끔씩 서랍에서 꺼내 보면서 아쉬운 한숨을 짓기도 했다.

다행히도 그 참뜻을 헤아리는 이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그런 만큼, 거녀가 멋모르고 장관실의 책상을 뒤지다가 그 채찍을 보고는 마음에 든답시고 ‘잠시 빌린’ 것도, 물론 순전한 우연이었다.


넓고 넓은 건물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에도 싫증이 난 거녀는 마침내 가장 아래쪽인 지하 5층의 부(副)동력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곳은 주동력실과 연결되어 있어서, 건물에 냉난방․ 취사․ 수도 등과 관련된 에너지를 총괄적으로 조절,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원래 이런 곳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 게 정상일텐데, 이곳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 대신에 이런 표지가 문을 장식하고 있었다.

『← 부동력실은 저쪽』

......인간의 순진함에 대한 신뢰가 짙게 배어 나오는 감동의 표지판이었다.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우리의 거녀는 표지판을 무시하고 문을 힘차게 열어 젖혔다. 앞으로 일할 직장인데 설마 이 정도도 구경할 수 없는 건 아니겠지.

여전히 자기 편한 대로만 생각하고 있는 거녀였다.

부동력실 안의 풍경은, 일반 다세대 주택의 보일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별로 넓지도 않은 면적 안에 기능을 짐작할 수 없는 온갖 기기들과 파이프라인이 얼기설기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숙직할 때 여기 와서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한참 안쪽을 둘러보던 거녀의 눈에 약간 이상스런 광경이 들어왔다. 웬 남자가 부동력실 한쪽 구석에다가 뭔가를 장치하고 있었다. 그 장치는 서류 가방 정도의 크기로 된 금속제 상자였는데, 측면에는 몇 개의 무지개색 전선이 튀어나와 있고, 위에는 타이머로 짐작되는 숫자판이 붙어 있었다. 그 모양새로 미루어 보아 가스 검침이나 전기 점검을 하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궁금증을 느낀 거녀는 하늘하늘한 발걸음으로 살짝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문안 드리옵니다. 뭘하고 계신 건지 여쭈어 봐도 실례가 아니 될는지요?”

......아직 지구의 현대어를 다 익히지 못한 모양이다. 古語가 튀어나오다니.

“낭자께서 보시는 대로, 폭탄을 장치하고 있소이다.”

......가, 강적이군.

남자의 생각지 못한 응수에 당황한 거녀는 한 5분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본 뒤에야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두뇌 회전이 느린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동안 남자는 작업을 이미 끝마쳐 놓고 있었다.

“에에, 포, 폭탄? 설마 농담이시겠지요.”

“나는 농담을 할만큼 한가하지 않소이다. 잠시 주무시오소서.”

의문의 남자는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거녀의 얼굴에 ‘李’라는 상표가 박힌 마취제 스프레이를 들이대고 신중하게 분무 스위치를 눌렀다.

갑자기 하늘이 빙빙 돌더니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왔다.


정신을 차린 거녀는 자신이 부동력실 한쪽 구석의 굵직한 기둥 위에 꽁꽁 묶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거녀의 눈앞에는 아까의 남자가 유들유들한 표정을 지어 가며 서 있었다. 거녀는 순간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묶여 있는 곳은 폭탄 바로 옆이었던 것이다.

“발버둥쳐 봐야 소용없어. 몇 분만 있으면 이 건물과 함께 재가 될 테니까.”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너같은 말단 직원에게 그런 것까지 말해 줄 의무는 없다. 그래도 알고 싶다면, PETS에 원한이 많은 어떤 분이 시키신 일 때문이라고만 해 두지.”

“곧 죽을 사람인데 좀더 자세히 말해 주면 어디가 덧나?”

“그 이상은...... 비.밀.이.야.”

마치 제로스와 같은 환한 미소를 얼굴 가득히 띄우며 (우웩) 남자는 거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정말로 이래도 된다고 생각해? PETS는 지구를 지키는 정의의 조직이야. 그들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정당화될 수 없어.”

“상관없지. 나는 지구인이 아니거든.”

남자는 비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팔목에 달린 기계를 조작했다. 그 순간, 슈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광채가 퍼지더니 그의 모습이 인간이 아닌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 전신에 붉은 게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시커먼 눈은 6개나 달고 있는데다가 등에는 빨판이 붙어 있는 괴인이었다.

‘맙소사, 제오니스 성인 아냐. 본국의 지명 수배자 리스트에서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런 곳에 숨어 있었다니!’

거녀는 그의 모습을 본 순간 금방 정체를 알아차렸지만 자기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놀라는 척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손발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꽁꽁 묶어 놔서 이대로 변신하는 것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자기가 여기 와 있는 것을 아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근처에는 아무도 없는 게 거의 확실하니 도움을 청하기도 어려웠다. 거녀는 자신이 상당히 심각한 사태에 직면하고 있음을 통감했다.


그러나 그때, 아직 장관실에서 슬쩍한 채찍이 자기 허리띠에 매달려 있음을 확인한 거녀는, 마침내 묘안을 떠올리고는 다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쳇, 이제 보니 순 겁쟁이로군.”

//뭐? 겁쟁이? 무슨 말이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제오니스 성인은 통역기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에 윙윙거리는 듯한 기묘한 에코가 겹쳐졌다. 그는 겁쟁이라는 말 자체보다도 자기 모습을 보고 넉살좋게 지껄여 대는 지구인이 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래 겁쟁이. 정면으로 맞서 싸우면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이렇게 몰래 숨어들어 와서 기지나 부수고 잽싸게 튀려는 속셈 아냐? 그러니 겁쟁이가 아니고 뭐냐고?”

//호오 제법 배짱이 있는 녀석이군. 이걸로 한 번 맞아볼텨?//

거녀의 예상대로 제오니스 성인은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게 감춰진 포켓에서 휴대용 화기를 꺼내어 들이댔다. 그 순간 거녀는 재빨리 그의 정신 매트릭스에 침입하여 제오니스 성인의 소문난 짠돌이 기질을 살짝 자극했다. 물론 본인은 전혀 눈치 못 채게.

//아냐 잠깐, 너같은 하등동물을 죽이는 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 없지. 여기 좋은 게 있구만.//

제오니스 성인은 거녀의 허리띠에서 채찍을 떼어 내고는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건 일정한 힘으로 생물체의 표면에 직접 타격을 가함으로써 세포 조직에 고통을 주는 일종의 원시적인 무기로군. 역시 하등한 종족은 어쩔 수 없다니까. 이런 거나 들고 다니고 말이지. 내가 잘 써먹어 주겠어.//

“앗, 안돼. 그걸로 날 때리면 난 죽을지도 몰라!”

//그러면 더 좋지. 아직 폭발까지 30분 남았으니 천천히 즐겁게 해 줄까.//


제오니스 성인은 지구인으로 말하면 워밍업에 가까운 어떤 몸짓을 취하면서 채찍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거녀를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전에 전혀 해본 경험이 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능숙한 솜씨였다. 역시 ‘무기 사용법을 익히는 데에는 전문가‘라는 우주 경비대의 조사 결과는 거짓이 아니었나 보다.

“앗, 아악, 으어억, 아앗, 허억! 으윽, 우웃, 꺄아아악!♡”

*Power Gauge ■■■■■■■■■■■□□□□□□□□□□

꼼짝없이 기둥에 묶여서 수백 대의 채찍을 맞고 있는 거녀. (그, 그런데 저 하트 마크는 뭐냐? ;--) 살이 까지고 피가 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쉴새없이 비명을 지르는 그 모습에 제오니스 성인은 점점 더 신이 나서 채찍질을 계속하였다.

//으흐흐흐흐흐흐허허허, 어떠냐? 더 세게 해줄까?//

“사, 사람 살려, 으아아악, 제발 그만, 그만둬! 안돼! 오오오옷!♥”

*Power Gauge ■■■■■■■■■■■■■■■□□□□□□

//생각보다 오래 견디는군. 아쉽지만 시간이 별로 안 남았으니 끝장을 내 주지!//

“허억 허억, 살려줘, 부탁이야, 더 이상은... 꺄아!♡”

*Power Gauge ■■■■■■■■■■■■■■■■■■■□□

겉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울음을 터뜨리는 거녀였으나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 있다가 어디 두고 보자. 물론 상대방은 그런 생각을 알 턱이 없었다. 제오니스 성인은 거녀의 심장을 멎게 하려는 속셈에서, 젖먹던 힘까지 담아 마지막 일격을 내리쳤다. 보통 인간이라면 벌써 죽었을 텐데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니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것도 한순간. 별로 많지도 않은 보수로 폭탄 장치 같은 허접한 일이나 맡아서 기분도 꿀꿀하던 차에 너 마침 잘 걸렸다라는 마음이 더했다. 어쨌거나 이제 폭발까지 5분 남았으니 빨리 나가야겠군.


//이제는 죽었겠지. 역시 야생동물을 상대하는 편이 펫토를 괴롭히는 것보다 신선하단 말이야... 어엇?//

“......훗."

//아, 아직까지 살아 있다니? 대체 뭐하는 녀석이냐?//

“초보자 주제에 말이 많군...”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거녀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며 그를 싸늘하게 비웃고 있었다. 아까는 볼 수 없었던 우아함과 잔혹함이 믹스된 말투로.

*Power Gauge ■■■■■■■■■■■■■■■■■■■■■ <<FULL>>

//너, 너는 지구인이 아니었구나! 그럼, 설마...?//

“이젠 나의 차례! 자아, 여왕님이라 불러랏!”

이 한마디를 신호로, 거녀의 주변에 눈부신 7색의 광채가 피어오르면서 제오니스 성인의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광채에 휩싸인 거녀의 몸이 은빛의 물질로 뒤덮이더니, 마침내 그 자리에는 등신대(等身大;사람 크기)의 울트라하가 나타난 것이었다!

//라, 라하세르! 그런 못생긴 얼굴로 변장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는 울트라하가 지구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끄러워! 이 몸의 고귀하신 선택을 가지고 너같은 평민이 함부로 주절거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어! 각오하랏!//

텔레파시로 그의 무례함을 꾸짖으면서, 울트라하는 자기를 묶고 있었던 강철선을 끊고 제오니스 성인을 향해 다가왔다. 반격을 가하려고 재빨리 전투 자세를 취하는 제오니스 성인. 그러나 울트라하는 필살 여왕님 뺨따귀로 그를 부동력실 저편까지 날려보내고는 가속 모드로 전환하여 옆에 놓인 폭탄을 두 번 다시 재조립할 수 없게 해체해 버렸다. 단 3분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역시 소문대로 제법 하는군.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거든.//

어느 틈에 기운을 차리고 일어선 제오니스 성인은 팔목의 기계를 조절하더니 점점 거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울트라하 또한 질세라 거대화 모드로 전환하였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뭔가 중요한 것을 한 가지 잊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은 비상사태다!


몇 초 뒤, 두 명의 거인이 서로를 마주보고 전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제오니스 성인은 재빨리 양손에 옵션 무장인 전동 집게발을 장착하고는, 고물 팔라고 외치는 엿장수 마냥 집게를 쩔꺽거리며 돌진해 왔다. 울트라하는 우아한 몸놀림으로 그 공격을 피하고는 그의 뒤통수에 여왕톱날정권자르기를 날렸다.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리는 제오니스성인. 그러나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고는 집게발 안쪽에 달린 통장입자포를 겨냥, 마구 쏘아 대기 시작한다. 아롱이 같은 날렵함으로 입자포의 사격을 삭삭 피해 낸 울트라하는 허공을 향해 손을 들어올린다. 손안에 부채꼴 모양의 광채가 번뜩였고, 다음 순간 그의 손에는 보라색의 거대한 금속제 부채가 쥐어져 있다. 자기 키의 1/3쯤 되는 그 부채를 치켜들면서 울트라하가 팔에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한다. 당황한 제오니스성인은 입(으로 생각되는 부위)에서 카멜레온의 혓바닥 같은 기관을 사출하여 부채를 빼앗으려 하지만 실패한다. 울트라하의 전신에서 집약된 에너지의 파동이 부채 표면에 물결친다. 그리고 0.64초 후, 부채에서 발사된 부채꼴의 푸른색 빛살이 제오니스성인을 반쪽으로 갈라놓고 있었다. 이번에도 울트라하가 이긴 것이다!


......과연 그럴까?

반쪽으로 처참하게 갈라져 쓰러진 제오니스성인은 소멸되면서 마지막 텔레파시를 방출한다. 비웃음이 가득한 어조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착각하지 말라고. 어쨌든 간에 내 임무는... 완수했으니까... 키하하하하하하하하....//

임무?

아아, 그.러.고.보.니.

그의 마지막 말에 당황한 울트라하는 그제야 뒤를 돌아보고 그 의미를 깨달았다. 본부가, 본부가, 본부가, 본부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까 두 전사가 거대화될 때, 그 충격으로 인해 PETS본부는 이미 파괴되어 버렸던 것이다... 맙소사 이걸 어쩌면 좋아.

너무나도 정신이 없던 나머지 변신할 때, 또는 등신대로 변신후 거대화될 때에는 반드시 건물 바깥에서 해야 한다는 오래된 규정을 어기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 결과는... 아직 제대로 익숙해지지도 않은 새. 직.장.의. 파.괴.

라하의 뇌리에 쓰라린 낭패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애를 써도... 결국 낙제생인 걸까.

난......



열혈이 끓어넘치고 석양이 타오르는 저녁 시간이 왔다.

하루 동안의 힘든 기동 훈련을 마치고 기진맥진한 PETS 대원들은 저마다의 승용물에 타고서 신나게 본부로 귀환 중이었다. 사실은 반나절만 하면 끝날 예정이었으나 중간에 나타난 괴수 배틀버드 2세 때문에 실제 상황으로 변해 버려서 일정이 더욱 늦어졌던 것이다. 물론 이 괴수가, 시간을 끌기 위해 제오니스 성인이 미리 보낸 녀석임을 이들이 알 리가 없다. 아무튼 오늘도 보람찬 하루 일을 끝냈으니 이제는 느긋하게 저녁이나 먹으며 쉴 수 있겠지. 아아 피곤해라. 이상이 어메장관 이하 전원의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그들을 맞아 준 것은 늠름하게 서 있는 건물의 아름다운 자태나 식당 아주머니의 따뜻한 식사가 아니라, 림풍 백화점 마냥 절반 이상이 무너져 버린 본부 건물의 잔해와, 겨우겨우 피해 나와서 부상을 치료하고 흩어진 물건들을 치우느라 부산을 떠는 본부요원들의 모습이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어메장관의 당황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나머지 대원들도 망연자실하여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곧바로 저마다의 스타일로 사태 수습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장관과 유성대장은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 들어가서 심각한 얼굴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의논하였고, 하라대원은 구급대와 함께 부상자를 구출하는 데 앞장섰다. 유태대원은 핏대를 올리며 이게 뭐냐고 악을 쓰면서도 하라대원을 도왔고, 피요대원은 피해의 규모와 복구에 예상되는 금액을 계산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소년’은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휴대용 액정 TV로 『이상한 하렘의 노코루』를 시청하고 있었다.

“원인이 대체 뭐라던가? 부실 공사는 아니겠지?”

“적어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말로는 모든 일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나서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는군요. 뭔가 거대한 생물체 둘이 나타나서 서로 싸웠다는 것밖에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인명피해는?”

“남아 있던 23명 중 경비대원 6명은 붕괴가 시작되기 전에 간신히 도망쳐서 방위군 본부에 사태를 보고했고, 본부요원 15명 중 2명은 사망, 9명은 중경상, 4명은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때마침 영양관리실장은 근처 편의점에 장보러 가 있어서 아무 일 없었고... 경비보안실장은 연속극에 정신이 팔려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다고 합니다. 구조대의 말로는 잔해 틈에 갇혀서도 TV를 보는 중이라고 하는데...”

“그 연속극 제목이 뭔가?”

“『여왕의 눈물』이라더군요. 요즘 시청률 1위입니다.”

“다음에 나도 한 번 봐야겠군. 그건 그렇고, 본부에 있었던 인원은 이게 전부인가?”

“신입 대원이 한 명 발령을 받고 와 있었답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지금은 저쪽에서 구급반을 돕고 있습니다. 곧 이쪽으로 호출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유성군.”

장관은 우주전함 거북선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본다.

“기껏 열심히 일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게 겨우 이거란 말인가. 갑작스런 붕괴와 재건의 의무? 너무 심하군!”

어메장관이 쓴웃음을 지으며 자기들의 처지를 평하고 있었다. 그 때, 구급 캠프 쪽에 있던 사람 하나가 지휘용 천막으로 달려와서 장관에게 경례를 붙인다. 장관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엉망진창으로 찢어진 옷차림에 전신이 상처투성이인데다가 얼굴에는 눈물 콧물이 얼룩진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 동거녀였다.

“신고합니다. 오늘자로 의무실에 부임한 동거녀입니다.”

“오늘 새로 왔다는 신입 대원인가? 반갑네. 자네도 건물이 무너질 때 그 안에 있었다면서? 고생이 심했겠네. 첫 출근부터 이런 험한 일을 당하다니... 뭐라 할 말이 없군.”

“괜찮습니다. 저는, 저는 그저......”

그러나 거녀는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탈진하여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장관이 소리친다.

“이봐, 자네 괜찮은가? 정신차려! 이거 큰일났군, 구급반! 구급반!”

곁에 있던 유성대장이 그녀를 부축하여 구급반의 들것에 옮긴다.

거녀는 마침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녀를 실어 나르는 구급 대원들은 왜 그녀가 계속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헛소리를 해대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점은, 일하는 도중에 그녀가 후송되는 광경을 목격한 다른 PETS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거대한 ‘李‘자 로고가 걸려 있는 초고층 빌딩의 회장실에서 예의 그 범상치 않은 남자가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사업 계획안에는 여러 가지 걸출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들어 있었지만, 그런 것은 지금 하고 있는 대화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마침내 비서가 보고를 마쳤다.

“......그래서, 결국 ‘바리새’는 죽었다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에 임무는 완수했다고 합니다.”

“다행한 일이다. 증거는 남기지 않았겠지?”

“그건 걱정 없습니다. 자동 소멸 장치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일로 희생이 크지 않을까요. 그는 우리가 고용한 청부업자들 중에서도 일류였는데.”

“돈만 준다면 궂은 일을 대신 해치워 주는 놈들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이 은하계에는.”

“그러면, 다음 계획은?”

“발도제를 불러 줘. 다음 일은 그의 전문이니까.”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룽룽사 원백석 회장과의 신기술 관련 회담은 언제로 하실 것인지...?”

“모레 저녁이 좋겠군. 그쪽의 의사를 타진해 보게.”

“옛.”

비서가 물러간 뒤, 서류를 건성으로 바라보며 남자는 웃음지었다.

“슬슬 재미있어지는군. 앞으로는 더욱 재미있을 테지...”

남자의 가느다란 눈가에 한줄기 예리한 빛이 스치고 지나간다.




END  OF  EPISODE  #03



※ 뒤쪽의 부록을 마저 보고 가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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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ING  :  STRANGE  LAND ☆



너무나도 낯선 세계

이리저리 몰려가는 사람들

그 안에 내가 있어


난생 처음보는 것도 많지만

익숙해지려고 노력해

내가 사는 곳이니까

내가 지키는 곳이니까


모두들 떠나갔지만 너만은 남아줬지

내가 상처입었을 때

아무도 모르지만 너만은 알고있지

내가 누구라는 걸


한번더 상쾌한 기분으로

이제부터 모든걸 다시 시작해

나의 하나뿐인 삶이니까

나의 소중한 ‘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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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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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 P I L O G U E ◆



“일주일이나 입원해 있었단 말이지? 마음 고생이 몹시 심했겠구나.”

“네. 정말 힘들었어요. 게다가 저 때문에, 그렇게 엄청난 일이 생겨서...”

“너무 자책하지 마라. 너는 할 일을 다 한 것뿐이야.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테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위로가 좀 되네요.”

“다만 머리가 좀 모자라서 탈이지만.”

“...... (T.T)”

“네가 특히 조심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

“12시 넘어서 아롱이 밥 주지 말라는 거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지금 지구를 위협하는 일련의 사건들 뒤에 누군가 위험한 녀석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들어왔지. 농심 78성운의 우리 친척이 전해 준 얘긴데, 그자는 지금 앙끄시에서 지구인으로 변장하고 살고 있다는 거야.”

“이름은 뭔데요?”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그는 재벌성인이라고 하는 종족의 일원이란다.”

“「재벌」성인이요?”

“은하계 몇 개 규모의 재력을 갖추었다는데... 현찰이 무기라던가.”

“얼마나 부잔데요? 저 시집가도 돼요?”

“......주인공 그만 둘래?”

“한번 해본 소리예요.”

“하여간에 조심하거라. 네가 출근하는 날 하필 그런 일이 생긴 것도 불길하지만, 그건 그거고... 언제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항상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알겠지?”

“으응.. 주인공은 힘든 거군요.”

“네가 택한 길이잖니. 그럼, 잘 자거라, 라하세르.”

“안녕히 주무세요, 할머니.”




THE REAL END OF EPISODE #03



※ 앙끄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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