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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4-28] 울트라하 : 외전 '生日作戰!'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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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하 외전

ウルトラハ外傳

~ OPERATION  BIRTHDAY ~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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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안녕히 계세요.♪”

“오냐오냐. 내일 또 보자꾸나. 조심해서 가거라.”

한무리의 귀여운 미소년 미소녀 유치원생들이 노란 병아리같은 차림으로 우르르 몰려 나간 뒤에 혼자 남은 노인은, 잠시 동안 자리에 앉아서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난 듯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는, 한 손에는 물뿌리개, 다른 손에는 전동 가위를 챙겨 들고 정원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노련한 정원사다운 눈길로 사방의 꽃들을 둘러본 다음 화단 가장자리에 심어진 꽃들부터 손질을 해 나가던 노인의 귀에 저 멀리서부터 가까이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 왔다.

허리를 굽히고 꽃을 돌보던 노인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소리만 듣고도 누가 오는지 벌써 알아차린 것 같았다.

차가 서서히 속력을 줄이더니 정문 앞에 멈춰 섰고, 그 안에서는 제복을 입은 한 명의 중년 사내가 수심에 가득한 얼굴로 내려왔다.

“여어, 자네로구먼. 연락도 없이 웬일인가?”

“그냥 선배님을 한 번 뵙고 싶어져서요.”

“공술 한 잔 얻어먹으려고 온 게 아니고?”

“사주신다면야 사양은 않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게. 화단 손질하던 중이었거든.”

노인은 손질하던 부분을 대충 마무리짓고는 손을 씻기 위해 건물로 들어갔다.


근처의 작은 포장마차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열심히 술잔을 기울였다. 후배가 평소와는 달리 말이 별로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노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따져 묻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순전히 내 주머니를 축내려고 먼길을 찾아온 것은 아닐 테지?”

“그냥 선배님과 한잔하고 싶어서요. 마지막으로 뵌 것도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니까 말입니다.”

“그런 소리 말게. 자넨 꼭 용건이 있어야 찾아오는 사람 아닌가. 전에 같이 일할 때에도 반드시 할 말이 있어야만 내 숙소로 찾아왔었지, 안 그래?  더군다나 이런 시절에 자네처럼 바쁜 사람이 별 용건도 없이 은퇴한 노인네를 찾아와서 옛 추억이나 더듬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군.”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같잖아서 말이지요. 아끼던 친구 하나가 몇 가지 문제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났고, 말아먹어도 시원찮을 괴수들은 계속해서 교통 규칙을 어기며 도시를 유린하고, 부하들은 점점 근무 태도가 불성실해지고, 시의회에서는 방위 예산을 깎으라며 계속 레슬링 매치를 벌이고 있질 않나, 윗자리에 계신 분들은 나잇값도 못하고 자존심 싸움이나 하질 않나, 게다가 국가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실업자는 늘어나고 그 때문에 화이트 핸드 같은 불한당들은 더욱 말을 안 들으니...”

재미있다는 얼굴로 그의 신세 한탄을 들어주던 노인이, 주름진 얼굴에 희미한 조소(嘲笑)의 빛을 띠고 그의 말을 막았다.

“정말로 그런 이유에서인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중년의 사나이는 술잔을 내려놓고 노인을 빤히 바라보며 되물었다.

“아무도 자네의 생일을 기억해 주질 않아서 약이 오른다는 얘기를 꼭 그런 식으로 표현해야 하느냔 말일세.”

중년의 사나이는 얼굴 가득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노인의 족집게 같은 진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선배님......”

“처음에는 생각이 잘 안 났지만, 자네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옛 기억이 떠오르더군. 생일이랍시고 동료들과 함께 방위군 헬기를 멋대로 끌고 나가서 도시 상공에 샴페인을 뿌려 대고 불꽃을 터뜨리다가 일주일간 영창 신세를 졌던 일 생각나나?”

“그건 벌써 몇십 년 전 일 아닙니까. 더구나 그때 허가를 내주신 분은...”

“바로 나였지. 알고 있네. 군규(軍規)라는 것에 너무 구애되지 않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방종한 사람이 되어서도 곤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약간은 고민했지만, 결국 허가를 내 주었던 것이네. 젊은 때의 실수는 귀한 경험이 되기도 하니까.”

“정말 그런 이유에서였습니까?”

“사실은, 자네가 난리치는 걸 보는게 재미있더라구.”

“.........(-_-;)”

익살스런 얼굴로 상대를 얼어붙게 만든 노인은 다시 진지한 얼굴로 돌아와서 충고를 한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애인이나 친구 생일은 귀신같이 챙기면서도 부모나 상사의 생일은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게 어디 한두 번인가. 그렇다고 해서 자네 쪽에서 드러내 놓고 축하를 받으려 해도 어색할 테고 말이야. 그러다 보니 답답해져서 날 찾아왔겠지. 그러나, 나만은, 나만은 말이지,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해도, 자네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네. 아마 찾아보면 나 말고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또 있을 게야. 그러니 실망하긴 아직 이르단 말일세. 어때, 기분이 좀 나아졌는가?”

중년의 사내는 눈에 띄지 않게 눈가를 살짝 훔치면서 태연한 목소리로 답한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귀빠진 날을 축하하네, 어메군.”

두 사람은 다시 서로의 술잔을 들고 말없이 들이켰다. 그들의 뒤에서는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자네 부하가 ANC-98을 방문했다지?”

“잘 알고 계시군요.”

“그곳에 있는 사람이 연락을 해 주었지. 그래, 안시는... 잘 있다던가?”

“물론입니다. 선배님이 현직에 계시던 그때와 다름없이...”

“그래... 다행이군.”

우레나 퇴역 중장은 술잔을 들고 감개무량한 얼굴로 점차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간 시절에 대한 애수(哀愁) 이상의 감정이 그 속에 깃들이어 있다는 것을, 어메 장관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어메장관이 차를 몰고 PETS본부로 돌아온 것은 밤 10시가 넘은 시각의 일이었다. 캐사모스톤의 거인 소동 이후로 거의 6주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본부 복구는 예상외로 빠르게 진행되어, 이제는 1층 부분이 완전히 복구되고 2층의 개축에 들어간 상태였다. 아쉬운 대로 1층 중앙의 대회의실 자리를 중앙통제실로 개조하여 긴급출동시의 사령탑으로 삼고 있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겨울날 찬바람이나 여름날 뙤약볕을 감수하면서 지휘를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당장은 우선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물론 본부의 복구에 별로 예산이 배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장관도 많은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전에 가지고 있던 조촐한 사택을 반납하고 본부의 중앙통제실에 매어 놓은 그물 침대를 잠자리로 삼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장관은 그 사실을 부하들에게 알리지 않고 매일 퇴근하는 척 하면서 본부를 떠난 다음, 본부가 텅 빈 뒤에야 다시 몰래 돌아와서 예비용의 열쇠로 뒷문을 열고 들어가 통제실에서 잠을 잤다. 물론 아침 시간에는 해가 뜨자마자 일어나서, 일착으로 출근해 있는 것처럼 짐짓 점잔빼고 부하들을 기다리는 것이 일과였다.

이 일은 숙직을 맡은 대원들이나 수위 아저씨조차도 알지 못했다. 장관의 발소리가 워낙 조용했고, 잠버릇도 그다지 시끄러운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장관은 본부로 퇴근했던 것이다.


장관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오른쪽 끝에 보이는 창문 저 너머에 뭔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히 어렴풋한 사람 그림자였다. 그러나 장관이 눈을 비비고 안경을 닦은 뒤 다시 그쪽을 바라보자 그 형체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아까 마신 술이 좀 과했나.

이상한 일은 복도에서도 일어났다. 통제실을 향하여 살금살금 걸어가는 장관의 눈에, 어둠침침한 복도 저편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언뜻 비쳤다. 누군가가 분명히 저 앞 교차로를 지나가고 있다. 흥분한 장관은 자기의 처지도 생각지 않고 그쪽을 향해 달려갔으나, 다음 순간 그 모습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 채 전진을 계속하던 장관은, 갑자기 뒤쪽에서 뭔가 싸늘한 기운을 느끼고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그가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명의 사람 그림자가 무기인 듯한 물건을 들고 공격을 해 왔다. 술이 확 깰 정도로 긴장한 장관은 비호같은 몸놀림으로 그들의 공격을 떨쳐 버리고 반격을 가하려다가 생각을 바꾸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2대 1은 아무래도 불리하고, 이곳은 지독하게 어둡다. 일단 내가 손바닥 안처럼 훤히 알고 있는 통제실로 끌어들인 다음에 반격을 하는 것이 낫겠다. 장관은 번개같은 속도로 계산을 마치고 통제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 명의 발소리가 등뒤에서 희미하게 들려 왔다. 아무래도 소리를 죽이기 위해서 스니커(고무 밑창을 댄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두운 벽을 더듬어 가며 전기 스위치를 찾는 것은 힘들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바짝 긴장해서 손이 덜덜 떨리는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어쨌거나 장관은 악전고투(惡戰苦鬪) 끝에 스위치를 찾아내고는 평소 때의 손놀림으로 가볍게 눌렀다.

그러나,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누군가 미리 알고 전선을 끊어 놓은 건가, 이런 젠장맞을.

두 불청객의 모습이 등뒤에 나타났다. 장관은 그들 쪽을 돌아보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된 바에야 계백 장군처럼 한 번 죽기살기로 해 보자꾸나.

그런데,

다음 순간, 거짓말같이 불이 들어오고, 요란한 환성이 터졌다.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장관님!!!”

“축하드려요!!!♡”

“아저씨 멋쟁이~!♡”

“저희가 잊어버린 줄 아셨죠?”

얼떨떨해진 장관이 방 중앙을 둘러보자, 그 쪽에서 쥐죽은듯이 숨어 있었던 피요대원, ‘소년’, 무휼박사, 동거녀, 그 외 의무실․통제실․정비반 및 개발반․급식반․보안실 등등, 본부의 거의 모든 요원들과, 식당 아주머니, 수위 아저씨, 그리고 심지어는 얼마 전에 한통 합중국으로 연수를 떠나서 내일이 되어서야 돌아올 예정이라던 유태대원까지 나타나, 화약과 폭죽을 터뜨리고 색종이와 꽃을 뿌려 대며 나팔과 트럼펫을 불어 대는 동시에, 어지럽게 이구동성으로 축하의 말을 건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의 앞에 놓여진 임시 테이블에는 보기만 해도 구미를 자극하는 커다란 스마일 뱃지 모양의 노랗고 둥그런 레몬케익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장관의 나이와 한치도 틀림없는 숫자만큼의 SD미소녀 촛불들이 파르스름한 광채를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온갖 빛깔의 아기자기한 선물 보따리들과 상해정에서 외상으로 시켜 놓은 것이 분명한 정통 중국요리들이 어서 먹어주시와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앙증맞게 진열되어 있었다. 게다가 자기의 잠자리였던 그물침대는 어느새 푹신한 매트릭스가 깔려 있는 조립식 침대로 바뀌어 있었다!

장관은 너무나도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혼이 달아날 지경이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싱글싱글하는 얼굴로 무휼박사가 약을 올려 댔다.

“뭘 그렇게 놀라시오? 장관님과 내 생일이 같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인데, 그래서 낮에는 간단하게 내 생일 파티를 하고, 이제 밤에는 장관님 생일상을 차려 드리기로 미리 약속을 했었다오. 거의 하루 종일 파티이니까 대원들만 살판난 거지 뭐. 안 그렇소?”

어메장관이 그날 말없이 외출을 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대원들이 자신의 생일은 잊어버린 채 무휼박사의 생일 파티만 열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바퀴벌레 모양의 팬시촛불이 활활 타오르는 컴배트 모양의 초컬릿케익을 앞에 놓고 함박웃음을 짓는 박사의 얼굴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기에, 쓰린 가슴을 안고 우레나 중장에게 신세타령이나 하러 간 것이었다.

그러나, 대원들은 그의 생일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보시는 바와 같이.

그는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뒤쪽을 돌아다보았다. 그를 뒤쫓아온 두 명의 정체는 바로 유성대장과 하라대원이었다. 그들은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국방색 전투복을 입고, 두 손에는 커다란 고무 뿅망치를 들고 있었다!

“.......(^^;) 장관님, 이제 생일빵을 받으셔야죠?”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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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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