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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6-23] 울트라하 : 본편 제10화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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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LUDE ◆





생각에 잠긴 채 자취방까지 다 왔을 무렵, 거녀는 자기 앞길에 어떤 사람이 하나 서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우수어린 젊은 여성이 우아한 포즈로 그녀를 바라보며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디선가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그녀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살며시 흩날리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라하.”

잠시 동안 어리둥절해 있던 거녀는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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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하 ― 별에서 온 여왕

ウルトラハ ― 星からの女王さま

(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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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OPENING  :  ECLIPSE  ★



갑자기 세상을 뒤덮는 검은 어둠

이리저리 무너지는 자연의 균형

사방을 둘러봐도 의지할 곳 없네

믿을 건 오직 나의 용기뿐! (Ultraha)


절대로 물러서지도 도망치지도 않아

여기서 돌아봐도 동정받을 수 없어

남들을 바라봐도 위로받을 수 없어

두려움만 퍼져나갈뿐! (Ultraha)


불타올라라 나의 용기 세상을 밝히는 등불

솟아올라라 나의 희망 사랑을 지키는 미소!

어둠 속에 남겨져서 홀로 싸운다 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아 (Never Give Up!)


부활하여라 나의 광채 어둠을 부수는 불꽃

뛰어넘어라 나의 한계 목숨을 걸고서 돌진!

절망 속에 방황하고 주저앉는다 해도

나는 다시 일어설 거야 (Just Carr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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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아름다운 라이벌

第10話 『美しいライバ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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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잠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다 보고 있었다. 마주보는 시선 사이로 뭔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다 큰 처녀들이 달밤에 할 일이 없어서 눈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긴장감은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거녀는 앞뒤 생각 없이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히메...... 히메!!! 히메!!!!!!!!!”

물론 싸우기 위해서 달려든 것은 아니었다. 거녀는 일순간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히메의 품으로 몸을 던졌고, 히메는 여전히 싸늘한 기운을 거두지 않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애로운 큰언니처럼 그녀의 응석을 받아 주었다.

“정말로... 정말로 히메가 맞죠? 이거 꿈 아니죠?”

“꿈인지 아닌지 확인해볼까.”

거녀는 마치 히메가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처럼 그녀의 몸 주위로 두 팔을 꽈악 두르고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상대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히메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살포시 띄우더니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거녀의 오른쪽 볼을 세게 꼬집었다. 그것만으로도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거녀는 두 팔을 풀고 눈물자국을 지운 뒤에 히메의 옆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샐쭉이 웃었다.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구나. 라하세르. 못본지도 꽤 오래 됐지?”

“이 행성 시간으로 3년 하고도 11개월 23일 4시간 58.725초만이에요.”

“..........별 쓸데없는 걸 다 계산하고 있었구나.”

“만나고 싶었어요. 이곳 생활이 괴로울 때면 언제나, 히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언니를 만나게 될 줄은......”

“그렇겠지. 규정상으로는 내가 이곳에 오면 안되니까.”

“정말, 괜찮아요? 여기에 멋대로 와 있어도?”

“원로원의 특별허가를 받고 온 거야. 한동안은 별문제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원로원까지? 무슨 일이 있나요?”

“너에게 꼭 할 말이 있어서야. 올린세스* 라하세르.”

지구에서는 평소에 들어보지 못했던 자기의 공식 호칭이 나오자 거녀는 잠시 당황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제게요? 무슨 말인데요?”

내심으로는 뭔가 ♥♥♥한 일이기를 기대했지만 히메의 답은 전혀 엉뚱했다.

“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라하세르․바스타젠․드․올트란 6세!”

히메는 과장된 포즈를 취해가며 오른팔로 반원을 그린 뒤에 거녀의, 아니 라하의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폭탄선언을 때리는 것이었다.




그때 우주에서는, 기괴하게 생긴 항주선(航宙船) 한 대가 우주의 깊고 깊은 심연을 빠져 나와 공간의 문을 비틀어 열고 지구 근처의 공역으로 이동해 오고 있었다. 그 물체의 조종석으로 짐작되는 부분에는, 커다란 집게발과 흉칙한 등딱지를 지닌 겹눈박이의 종족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복잡한 장치들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앞으로 14우주시간 후에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녀석의 생명 반응은 계속 체크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면 곧바로 캐치할 수 있습니다.//

//서두르도록.//

약간 덩치가 크고 겹눈의 수가 많은 인물이 그들의 선장인 듯 했다. 그는 보고를 다 듣고 나서는 깔고 앉은 이노시아겐* 3단 변신합체 안락의자를 창 쪽으로 빙 돌리며 묽은 타액이 흐르는 두 개의 입을 집게발로 어루만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드디어 복수의 날이 왔다... 기다리고 있거라, 라하세르. 흐흐흐흐흐하하!//




잠시동안 멍해져 있던 라하가 겨우 입을 연 것은 5분 48초 후였다.

“...............결혼이요? (0_0)”

“훗, 여전히 멍청함이 넘치는구나. 결혼이 아니고 결투.야.”

“...............그렇지만 저는 아직 너무 어린데요.♥”

“귀먹었니? 결혼이 아니고 결.투.라니까!!!”

“...............혼수 문제는 어떻게 하죠? 요즘 물가가 비싸서...♥”

“딴청피우지 말아. 결투라고 했어! 결.투.!!!”

“...............너무 화내면 태어날 애기한테 안 좋대요.♥”

“자꾸 그렇게 개그로 몰고 가면 나 그냥 돌아간다. (\_/)”

“그, 그건 안돼요!”

그제서야 정신을 약간 차린 라하는 히메의 옷자락에 와락 매달렸다.

“하지만, 잘 이해가 안돼요. 어째서 우리가 결투 따위를 해야 하죠?”

히메는 다시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상의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몇 장의 신문기사와 보고서들을 꺼내어 들이대는 것이었다.

“너의 그 멍청한 활약들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었어. 지금까지 네가 깨뜨린 금기가 몇이나 되는지 알아?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되지도 않는 광고문을 하늘에 새겨놓아서 원주민들을 놀라게 하더니, 수업시간에 배운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괴상한 기술을 멋대로 만들어내어 네 맘대로 써먹고, 괴물을 처치하느라 주변에 필요 이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하는 바람에 너를 둘러싸고 입방아를 찧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고, 게다가 여왕님께 올라온 보고를 보니까, 건물 안에서 멋대로 변신을 하는 바람에 첫 출근날에 직장을 부숴먹지를 않나, 난데없이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주어진 과제를 슬쩍 넘겨버리지를 않나, 처리된 위험생물은 그대로 내버려둔다는 규정을 어기고 본국의 에너지까지 끌어가서 네가 물리친 괴수를 불법적으로 되살려놓지를 않나, 일일이 열거하자니 내 입이 다 아플 정도야. 이대로 가다가는 네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종족의 명예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구. 그 때문에 원로원에서는 한동안 이 문제를 가지고 말이 많았고, 결국 나를 여기로 보내게 된 거야! 하필이면 너를 너무나도 잘 아는 나를!”

히메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떠맡게 되어서 곤란하다는 느낌이 짙게 배어나왔다. 그러나 또한 일은 일이니까, 라는 단호함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히메의 대단한 점이었다. 가끔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것만 빼면 하라대원하고도 닮은 점이 있었다.

“...그럴 수가, 나는, 나는......”

라하는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였지만 충격이 워낙 커서 별 의미없는 단어 몇 개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라하의 몸은 그 마음에 반응하여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변명할 말이 있다고 해도,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 이건 원로원의 결정이야. 누구도 번복할 수 없는.”

“...하지만 나는, 그저, 남들을 구하려고... 나름대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너에게나 나에게나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어. 나는 너와 결투를 하러 왔어. 만약 네가 나에게 이긴다면 이곳에서 계속 유학생으로 남아있을 수 있지만, 내가 너를 이긴다면, 너는 지구를 떠나서 본국으로 되돌아가야 해. 영원히!”

히메가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라하를 몰아붙이면서, 품 속에서 한 개의 부채를 꺼냈다. 레이스 장식이 달려 있는 분홍빛의 아담한 쥘부채였다. 결국 라하도 최면에 걸린 듯이 힘없는 얼굴로 그녀의 동작을 따라했다.

두 개의 부채가 동시에 무지개빛 오라에 둘러싸였다. 다음 순간, 분홍빛과 보랏빛, 두 개의 광구(光球)가 캐사모스톤 지구의 주택가 위로 날아올라 곧장 수직상승했다. 그 두 개의 빛은 계속해서 날아올라 대기권을 뚫고 하늘에 떠 있는 달까지 올라갔다.



토요일도 어김없이 야자를 마치고 돌아가던 해돌이는 그 빛줄기를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고, 귀에 꽂고 있던 라디오의 채널을 바꾸기 시작했다. 돌리던 도중에 지나친 뉴스 채널에서는 평소대로 여러 가지 뉴스가 나오고 있었지만 해돌이의 주의를 끄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최근에 번성하고 있는 이들 신흥종교에 대해서는 당국에서도 여러모로 주의를 기울이며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특히 파라핀교라고 알려진 최대 규모의 종교는 울트라하라는 정체불명의 거인을 우상으로 섬기며...”

해돌이는 채널을 바꾸었다. 한창 뜨는 DJ인 M.C.젤론=고고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 시작할 시간이었다.




달은 지구의 하나밖에 없는 위성으로, 그 중력은 지구의 1/6에 해당하며, 지구까지의 거리는 무려 38만 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 그동안 우주개발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룩해 온 인류는 지구궤도 주위에 여러 가지 용도의 인공위성과 우주 스테이션(ANC-98도 그중 하나)을 쏘아올렸고 달에서도 기존의 초보적인 탐사의 차원을 넘어선 반영구적인 기지 건설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공전과 자전의 신비한 조화 때문에 보통 지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은 아직 인류에게 있어서 미지의 영역이었다. 지구와의 전파 교신이 곤란하고, 그곳의 지형지물에 대한 조사도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지 건설은 훗날로 미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 달의 뒷면에, 두 명의 은빛 거인이 서로를 말없이 응시하며 전투자세로 서 있었다. 지구에서 곧바로 결투를 하다가는 지구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었고, 또한 지구 바깥에서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 제한시간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차가운 달의 표면으로 날아온 것이다.

//히메, 정말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나, 나는 히메와는... 히메와는 싸우고 싶지 않아요! 왜 하필 우리들이 싸워야 하죠? 왜!//

//내가 늘 말했었지? 명예는 소중한 것이라고. 자, 간다!!!//

히메는 재빠른 동작으로 라하의 정면을 향해 달려오더니 반격하려는 라하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 그녀의 이마를 짚고 공중을 한 바퀴 돌아서 라하의 뒤편으로 넘어간 뒤에, 그녀의 등에 격렬하고도 안타까운 ‘박찬호 킥’을 날렸다! (그들도 TV를 보았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예상외의 공격을 받은 라하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쓰러졌지만, 곧바로 두 다리를 몸 쪽으로 굽히고 팔로 다리를 감싼 채 몸을 둥글게 말아 몇 바퀴 구른 뒤에 그 탄력을 이용하여 히메와는 몇 미터 떨어진 곳에 가서 다시 일어서는 것이었다. 여전히 싸울 생각이 별로 없었던 라하는 전투자세를 취하는 대신에 히메 쪽을 향하여 한쪽 손을 부드럽게 내밀고 다시 설득을 시도한다.

//히메, 하지만 이건 말도 안돼요. 나도 하느라 했던 거라고요. 나 혼자만을 위해서 그랬던 게 아니에요.//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지금 네 처지를 잘 생각해봐. 넌 본국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게 아냐. 너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먼 타향에 와서 적을 앞에 두고 싸우고 있는거야! 사정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지금의 나는 너를 몰아내려는 적이야! 적을 앞에 두고 도망가려고만 든다면 여왕이 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히메를 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어요!!!!!! 나는... 나는...//

//내가 말했었지, 라하? 너는... 좋은 아이지만...//

히메는 순간적으로 광속주행모드에 들어가서 라하의 왼편으로 이동하여 멈춰선 다음에 어디선가 불러낸 크롬제 파초선을 양손에 들고는 한 쪽은 위에서, 한 쪽은 옆에서 라하를 목표로 강타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파초선이 서로 맞닿으면서 화려한 고압전류의 스파크가 피어올라, 라하의 몸을 태워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마음이 너무 약하다고!!!!!!!!!!!!!!!!!!!!!!!!!!!!!!!!!!!!!!!!!!!!!//

//아아아아악----------------------------!!!//

히메의 일방적인 공격 속에서 라하는 쩔쩔매고 있었다. 같은 울트라인끼리의 공격에 대해서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S/M모드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고, 그 규정을 지키기 위해 후보생은 엄격한 마인드컨트롤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라하가 히메로부터 받는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 에너지로 바꿀 수는 없었다. 게다가 누구보다도 친했던 히메가 공격을 가해왔다는 사실로 인해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 고통은 다른 고통의 수십 배는 더했다. 그렇게도, 그렇게도 나를 생각해 주었던 히메가,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몇분동안 계속해서 파초선 어택을 가한 히메는 잠시 한걸음 물러서서 그 자리에 엎어진 라하를 내려다보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이었다.

//벌써 끝이야? 실망인걸. 멍청하긴 해도 잔재주에는 능한 네가 아니었니? 지구파견시험에서 네 키의 두배나 되는 괴물을 날려버린 그 꾀주머니는 어디로 갔지? 네가 그러고도 여왕 후보라는 거야?//

//...히, 히메...... 나는 정말로 싸우고 싶지 않아요. 누가 뭐래도... 히메는 나의 가장 소중한......//

//그런 감정 따위는 버리지 않으면 안돼. 네 앞에 있는 적이 누구건 너는 평상심을 잃지 않고 싸워야만 이기는 거야. 설령 그 적이 나라고 해도!!!//

히메는 잠시동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고 몸 전체에 부착되어 있던 자주빛 쇠사슬을 풀어내더니 그것을 채찍처럼 사방으로 내리치며 라하를 압도해 왔다. 기운이 쇠약해진 라하는 월면의 먼지투성이 바닥 위를 뒹굴뒹굴 굴러다니면서 겨우겨우 그것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젠 멍청할뿐만 아니라 비겁해지기까지 하셨군. 그 괴물의 입 속에 플스톤*을 던져넣던 그 용감한 라하는 어디로 갔지? 내가 아는 라하는 결코 명예를 허술하게 여기는 그런 애는 아니었어! 혈통 따위에만 의존하다가 열등생이 되어버린 거야?//

//혈통이라뇨?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네가 현 여왕의 손녀라는 지위만 믿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니냔 말야!//

이 말과 동시에 히메가 위로 치켜올린 사슬이 라하의 가슴을 노리고 강하게 파고들어왔다. 라하는 본능적으로 두 손을 모아 그것을 막아세우고,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라하는 자신을 모멸하는 듯한 히메의 언동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그 무언가가 속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활활 불타오르는 그 무언가가!

//그건, 그건, 그렇지 않아요! 나는 할머니 덕만 보고 살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예요, 나는.... 나는 라하라고요!//

//그렇다면 그걸 내게 증명해 봐-------------------!!!//

히메는 사정없이 사슬로 라하를 내리치며 숨가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라하 또한 그 공격을 피해가면서도 히메의 말에서 화해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말해봐 라하세르. 너는 무엇 때문에 여왕이 되려고 하지?//

//무엇...때문에...라뇨? 그거야 여왕이 되는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명예롭고 고귀한 일이니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은하예절교범 4781장을 그대로 암송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

//다른 이유가... 또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럼 대답해봐. 여왕이 되고 나서는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이야?//

//그것까진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여왕이 되려는 거란 말야? 웃기는 애로군. 여왕이라는 칭호는 우리의 고향 SM78성운 전체의 문명을 좌우하는 중요하고 무게있는 지위야! 그러한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험성적만 우수해서는 곤란해! 그 지위에 걸맞는 책임을 질 각오와,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뚜렷하고도 명쾌한 철학, 그리고 그 지위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너만의 목표가 있어야 해! 우리가 아무런 원조도 받지 못하고 이런 미개행성까지 와서 경쟁하는 이유가 뭔지 알기나 해? 그건 바로 내일의 여왕을 맡을 만큼 강인하고 우아한 자로 거듭나기 위한 거란 말이야! 너처럼 아무 생각도 없이 점수따기에나 신경쓰고 실수나 저질러서 우리 종족을 망신시키는 아이에겐 여왕이 될 가망따위는 없.어.!!!//

//그럴 수가...... 나는..... 나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자, 받아랏!!!//

히메는 사슬을 한 손으로 조작하여 라하를 꽁꽁 옭아매게 만들고는, 공중에 치켜든 다른 손으로는 자기 키만한 거대양초를 소환하여 불을 붙이고 있었다. 시커먼 재를 들이마시며 타들어가는 심지가 흉칙하게 보였다. 히메는 달의 약한 중력을 이용, 사슬을 하늘로 띄워 라하를 공중에 거꾸로 매달리게 만들고 두 손으로 양초를 휘두르며 촛농을 사방에 흩뿌리고 그 열기로 자신을 무장하고 있었다. 라하는 아래 위가 뒤바뀌는 통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으나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히메가 오는 방향을 똑바로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은 분명 대위기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인 것이다. 우리의 울트라하에게 있어서는!




기괴하게 생긴 항주선(航宙船)이 달 근처 공역까지 와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지금 저 위성 위에 있다고?//

//그렇습니다. 다른 한 명과 함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격하기에는 적기(適期)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지구인놈들의 주의를 끌지 않고 조용히 처리할 수 있겠군. 예상외로 쉬워지겠는걸. 고열반응탄과 방사능포를 준비하고 조준을 맞춰!//

//옛!//

겹눈박이의 선장은 등껍질 아래쪽에 달려있는 포켓에서 자외선으로 새겨진 건판을 꺼내들고는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당연히 지구인은 봐도 모른다) 중얼거렸다.

//바리새... 이제 형이 너의 원한을 갚아주마. 카메시스* 신의 가호 아래, 편히 잠들거라...//

항주선(航宙船)은 달을 향하여 진로를 수정하고 포문을 열었다.




라하는 아직도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러잖아도 가냘픈 몸매를 사슬이 사정없이 조여들어오는 통에 고통이 말이 아니었다. 히메는 엄청난 크기의 거대양초를 들고 라하의 몸 여기저기에 촛농을 뿌리고 구석구석을 촛불로 지져대어 그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었다. 그러기에도 지쳤는지, 히메는 양초를 공중으로 던지더니 거기에다가 두 팔을 교차시킬 때 발생하는 에세무스트라 빔을 발사, 양초를 순식간에 커다란 촛농의 덩어리로 만들어서 여전히 묶여있던 라하의 전신을 잿빛의 촛농으로 코팅을 해 버리는 것이었다.

//오---------홋홋홋홋홋.♥ 어때, 라하세르? 오랜만에 나에게 당하는 맛도 괜찮지? 이정도에 나가떨어지다니 너도 이젠 한물 갔어, 안 그래?//

히메의 냉정함 속에 숨어있던 광기와 탐미의 정신이 바야흐로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긴 최고점수를 따낸 수재이니 그 정도는 기본일 것이다. 히메는 이제는 모습도 제대로 분별 못할 정도로 굳어져버린 라하의 촛농 데코레이션상(...)을 가시돋힌 쌍채찍으로 마구마구 내리치고 있었다. 라하는 이러한 수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매달려 있었다. 마치 촛농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누에고치 속에 은둔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누에고치가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갈라진 틈 사이로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영롱한 빛이 새어나왔다. 그 껍질을 뚫고 불꽃으로 휩싸인 손 하나가 빠져나와 껍질의 다른 부분들을 우악스럽게 떼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굳어진 촛농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엉뚱하게도 헤비메틀 스타일을 한 울트라하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목에는 요다의 해골이 달린 사슬 목걸이를 달고, 어깨에는 ‘Anakin Skywalker, Die, Die, Die!!!’라고 쓰여진 검붉은 레더 재킷을 걸치고, 발에는 은은한 붉은빛이 감도는 남색 부츠가 신겨져 있었다. 그리고 물론 손에는 보랏빛의 일렉기타를 멋지게 들고 있고, 몸 여기저기에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찔릴 듯한, 날카로운 스파이크들이 더덕더덕 돋아나 있었다. 히메는 너무나 놀라서 거의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

//어....어떻게? 분명히 에너지 전환 모드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을텐데! 어떻게 나의 공격을 모두 에너지로 바꾸어 저런 새 모드를 만들어냈지? 서...설마... 설마 그럴 리가...!!!//

//히메, 나의 노래를 들을래요?♥//

아까 두들겨맞을 때의 주저하는 태도와는 전혀 다르게, 라하는 우아하고도 고고한 몸놀림으로 천천히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나왔다. 부츠에 달린 스파이크는 공기가 없는 달표면에 반영구적으로 남을 묘한 구두자국을 선사했다. 라하는 손에 든 일렉기타를 비스듬히 고쳐쥐고서 공격자세에 들어갔다. 히메는 놀라움과 당황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설마... 자기의 잠재의식을 조절하여 마인드컨트롤을 배제하는 능력을 개발했단 말인가? 말도 안돼, 그건 전대(前代) 여왕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몇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인데! 저런 멍청한 아이가......!!!//

//히메, 아까의 기세는 다 어디로 갔죠? 떨고 있는 모습이 귀엽군요.♥//

//누, 누가 떨고 있다고 그래!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어머나, 그러세요? 무슨 생각인지 나도 같이 하면 안될까요?♥//

//시, 시끄러워, 용케도 이상한 차림을 만들어냈지만 아직은 내가 이길거야!//

//좋으실대로.♥//

히메는 쌍채찍을 고쳐잡고 상대방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여 결판을 내려고 했다. 그러나 라하는 히메의 러브어택(...)을 손쉽게 피한 다음 들고 있던 기타를 연주하려는 듯한 포즈를 취했으나,

//...................이거 어떻게 연주하는 거였지? (0_0)//

그러더니만 에라 모르겠다라는 식의 제스처와 함께 기타를 무식하게 치켜들고 사방으로 휘둘러서 히메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힌 다음, 기타의 손잡이를 히메의 가슴에 고정시키고는 몸체의 스위치를 조작하여 전기충격을 가하고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데프레퍼드와 송골매와 파이어봄버의 믹싱음악에 맞춰 격렬한 헤드뱅잉을 (히메의 머리에 대고!) 함으로써 상대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입힌 뒤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이건 히메에게 바치는 내 마음의 노래예요.♥//

아까의 흉악스런 공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애교만점의 대사와 함께, 라하는 레더자켓을 공중으로 벗어던지고 다 쓴 기타를 무릎 위에 대고 둘로 쪼갠 다음 가상의 청중에게 화려하게 인사를 하고 히메 쪽으로 쪼르르 달려와서 그녀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뜨아>//

//히메, 히메, 괜찮아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말 좀 해봐요!//

...네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서 뭔 소리를 하는거냐. -_-

//작가는 우리들 사이에 끼어들지 마!//

...알아모시겠사옵니다. -_-

하여간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월면에 뻗어 있던 히메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듯한 기미를 보이며 라하가 걱정스럽게 내민 손에 자기의 한 손을 포개고 말하기 시작했다.

//라하세...르, 도대체 어느 사이에 이정도로까지 황당무계한 짓을 하게 된 거니...? 나를 묵사발로 만든 사람은 힐더 교관 이래 네가...... 처음이었어.//

//히메, 히메! 정신차려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어서 일어나요!//

//라하세르...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다음 순간, 몽롱한 의식을 어느새 수습하고 있었던 히메는, 재빠른 동작으로 라하의 목을 한손으로 죄고 다른 한손으로는 몰래 소환해둔 광(光)채찍을 꺼내어 그녀의 가슴과 팔을 동여매기 시작했다!

//...역시 너는 마음이 너무 여려!//

//케, 케켁. 히메........?//

//끝까지 마무리를 하지 않고 적에게 빈틈을 보이다니! 너같은 멍청이가 여왕후보라니 정말 창피한 일이야! 지금 여기서 너의 끝을 보게 해주지!!!//

//히메, 제발 그만둬요... 이건 정말로 아무... 의미도 없...//

//힘이 다 빠졌으니 이제는 아까같은 꼼수는 못 쓰겠지? 그럴 새도 없이 편안하게 해주지! 눈을 뜨면 본국에 가 있을테니까 아무 걱정 안 해도 될거야.♥//

//히....메.......//

바로 그때였다. 달궤도에 정지해 있던 수상한 항주선(航宙船)이 그들을 향하여 전 포문을 열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사격을 무차별로 개시한 것은.

뭔가 알 수 없는 빛이 번쩍이는 것을 10.47나노세컨드만에 감지해 내고 그 뒤에서 누군가의 적의(敵意)가 빛나고 있다는 것을 추론해낸 라하는 희미해져가는 의식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히메의 팔과 채찍을 뿌리치고 일어나서, 어리둥절해하는 히메의 전신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다음 순간, 엄청난 열반응과 방사능의 방출이...!




//제1사격, 목표에 명중!//

//아직 목표는 살아있지 않은가. 보다 출력을 높여서 제2사격 개시!//

//알겠습니다. ...어, 어엇!!! 치아르베* 리사쿠!!!//

//무, 무슨 일이야! 이 진동은 뭔가!!!//

//목표물과 함께 있던 녀석이 공격을...!//

//뭐야! 어서 막아! 대함공격용 포메이션을 사용하란 말이다!//

//그것이... 너, 너무 빠릅... 으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히메의 분노에 찬 일격에 의해서 의문의 항주선(航宙船)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그 구성 요소는 흔하디흔한 플라즈마의 무더기로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또한 울트라하에게 살해당한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먼길을 찾아왔던 제오니스성인 ‘리사쿠’의 야망 또한 그 폭발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히메는 정신을 잃은 채로 안전한 우주공간에 놓아둔 라하에게로 돌아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도 상당한 부상을 입었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듯했다. 히메는 라하의 생기없는 몸을 안아올린 다음,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떻게 되어먹은 아이인 걸까? 정말로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까지 성장한 걸까? 어떻게 해서 그런 지경에 이르러서까지 나를 걱정해줄 수 있었던 걸까?

히메는 자신의 임무도 잊은 채 혼란에 빠져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음, 뭐라고...? 라하...?//

라하가 뭔가를 말하려 하는 것 같았다. 히메는 고개를 약간 기울여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 애썼다. 마치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라하는...

//음냐... 히메, 다 먹으면 안돼요. 내것도 좀 남겨놔요. 아앗, 안된다니까요 히메... 나도 먹을래요. 음냐...//

히메는 솟구쳐올라오는 살의(殺意)의 파동을 가까스로 억누를 수 있었다.




동거녀는 다음날 아침 자기의 자취방 이부자리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간밤에 누군가 아주 그리운 사람이 다녀간 것 같았는데, 왜 이렇게 기억이 희미할까...?

거녀의 옆에는 서툰 나우국어로 쓴 편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무승부였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너를 이겨 보이겠어.

  여왕이라는 자리의 명예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거녀는 억지로 일어나서 창가로 다가갔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바깥을 둘러보아도 주변에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없었다. 거녀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고 TV를 틀었다. 마침 아침 뉴스 시간이었다.

“...요즘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미소년․미소녀들의 실종사건에 대해서 앙끄시 경찰국의 아마노 준문 국장은...”

거녀는 채널을 돌려보았지만 별로 볼만한 것이 없었기에 그냥 TV를 꺼버리고는 이부자리 위에 다시 벌렁 드러누웠다.

‘히메, 확실히 언니의 말대로 나는 잘못된 길을 걸어온 걸지도 몰라요. 아니, 아마도 그게 사실이겠죠. 하지만... 하지만 나는 결코 나의 출신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한 적은 없어요. 그래요, 맹목적인 노력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안된다는거 나도 이제는 알겠어요. 그치만 아직 나에게도... 나에게도 나만의 목표를 찾아낼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기다려 주세요. 내가 왜 여왕이 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나만의 해답을 찾아낼 때까지!!!’

거녀는 새로운 각오를 불태우며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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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ENDING  :  NEXT  QUEEN ☆



고귀함과 우아함의 향기에 싸여

세상을 발 아래 굴복시킨 그대

하지만 두 뺨 위의 눈물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당당함과 청순함의 광휘를 펼쳐

자유의 노래를 전하는 그대

하지만 그 입술의 떨림은

무엇을 구하는 걸까요


이겨내요 버텨내요 그대의 시련

아무도 함께할수 없는 시간을

다가가요 마주봐요 그대의 약점

지금이 아니면 할수없는 일들을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말하겠죠 그대의 영광

거짓과 악의가 세상 가득 채워도

사람들은 믿고 있어요

그대의 전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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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央久プロ․NOW․ウルトラハ製作委員會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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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LUDE ◆





히메는 약간 지친 듯한 표정을 하고 앙끄시의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어떤 오피스텔에 새로 방을 잡았다. 그녀는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가지고 들어온 여행가방에서 묘하게 빛나는 수정구슬 하나를 꺼내더니 약간의 장치를 조작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저 별들의 바다 건너 머나먼 본국으로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여왕님? 산데스크리* 케로로피입니다. 계획에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라하의 처분은 다소 시간을 두고 다시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제 구역을 그리 오래 비워둘수는 없으니까, 일단 돌아갔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다시 오도록 하죠. 원로원 회의에서 이점에 대해 다시 토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뇨, 라하는 보고받은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뭐랄까...//

잠깐동안 이맛살을 찌푸리며 생각을 정리하던 히메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네 그렇습니다. 라하세르 3세 때와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그정도로 비슷할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모험심이 너무 지나쳐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타입이랄까요. 하지만 라하는... 우리의 라하는...//

히메는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이야기한다.

//...너무 마음이 약합니다. 그게 결점이 될지, 장점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한동안은 제 구역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까요.//

히메는 구슬을 치우고 짐을 대충 정리한 뒤에 방 창문을 열고 신선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셨다. 야만인들의 공기라고는 해도 시원한 것은 사실이었다.

‘라하세르... 어쩌면 나는, 너를...’

히메는 잡상을 그만두고 니프티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의 이름은 아스파샤였다.






END  OF  「HIME」  TRI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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