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기/숨기기 가능합니다^^
분류 전체보기 (326)
창작의 샘터 (88)
패러디 왕국 (85)
감상과 연구 (148)
일상의 기억 (5)
보이기/숨기기 가능합니다^^
[2000-09-02] 울트라하 : 본편 제15화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2:25
 




==========================================================================


울트라하 2000

ウルトラハ2000


==========================================================================




★  OPENING  :  LIGHT  OF  COURAGE 



Shining! 용기의 빛은

Flying!  결코 꺼지지 않아

Trying!  정의의 마음은

Rising!  모든 것을 뛰어넘는 힘


우리가 영원할거라 믿었던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허무하게 사라진다 해도

우리가 함께할거라 바랬던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곁을 떠난다 해도

다시한번 일어서자 푸른하늘 아래

상처따윈 잊어버려 너답지 않아


Shining! 기적의 힘은

Flying!  결코 거짓이 아니야

Trying!  사랑의 마음은

Rising!  모든 것을 비춰주는 빛


소녀는 세계를 품에 안고서-



==========================================================================


제15화 백수공중대결전

第15話 『白手空中大決戰』


==========================================================================




“아아~함, 오늘도 진짜로 힘들었네. 월차라도 받아서 어딘가 먼데로 떠났으면 좋으련만... 아? 이런!!!”

동거녀(東巨女)는 PETS본부에서의 피곤한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작지만 아늑한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어떤 아가씨와 살짝 부딪히는 바람에 들고 있던 찬거리가 쏟아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앞에 오시는 걸 미처 못 봐서...”

“괜찮아요. 밤길이 어두운 탓이죠 뭐.”

속으로는 난데없이 그렇게 달려나오다 사고나면 니가 책임질래 이것아! 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해해거리며 그렇게 좋게좋게 얼버무려 버리는 거녀였다. 거녀와 부딪힌 아가씨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돕는 걸 도와주고는 거듭 사과하며 밤거리 속으로 급히 뛰어갔다. 무슨 일인가 하고 걸어나온 집주인 천공주씨에게 거녀가 물어본다.

“그런데 우리 집에 저런 사람이 살고 있었나요?”

“아니. 그냥 아랫방 장정을 찾아온 손님인가봐. 그런데 그 녀석이 무슨 이상한 모임에 들어갔대나 어쨌대나 해서 말리러 가는 모양이야.”

“이상한 모임?”

“왜 그, 하이트 행주인가 하는 거기 있지?”



“우리 화이트 핸드야말로 전국, 전세계, 나아가서는 전우주 백수들의 권익을 대표한다는 거룩한 사명을 지고 이땅에 나타난 선택받은 자들의 집단인 것이다! 그대들은 밝은 광명을 볼 때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백수들의 진정한 힘을 세상에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고로 우리는...”

솔직히 실망이다. 라고 장장건은 생각했다.

화이트 핸드는 원래 순수하게 취업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여 절망에 빠져 있던 백수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세상에 널리 알림으로써 그들의 권익이 무시당하지 않고 어떻게든 생계를 꾸려나갈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진 일종의 자발적, 자생적인 이익단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몇해 전 앙끄시 중앙광장에서 벌어진 방위군과의 대충돌과 그 직후 벌어진 괴수습격사건 이후 화이트 핸드의 이미지는 완전히 돌변, 백수들의 원망과 한을 파괴적인 에너지로 분출시켜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아마추어 테러리스트들의 결사조직 비슷하게 변질되고 말았다. 초기의 순수한 의도를 간직하기에는 세상의 압력이 너무 컸던 탓도 있었지만, 집회 실패로 인해 단체 내부의 과격파가 세력을 잡게 되어, 그나마 주동자는 경찰과 방위군에 체포당하여 얼마 남지도 않았던 온건파를 몰아내고 자기들 멋대로 새로 판을 짠 것도 변질의 이유였다.

거의 KKK단을 방불케 하는 애매한 흰색 푸대자루를 뒤집어쓰고 한밤의 폐쇄된 경기장에 모여들어 횃불잔치를 벌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의 화이트 핸드라고는 할 수 없었다. 방년 이십칠세, 두주먹이 전재산인 실업경력 삼년의 아름다운 청년 장장건군은 이런 분위기에 말로는 표현 못할 강한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 오면 뭔가 희망을 찾을만한 계기가 될 줄 알았는데... 헉?!’

뒤에서 갑자기 어깨를 움켜쥐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살그머니 뒤를 돌아보니 하얀 두건 안에서 그를 바라보는 불안스러운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둘은 옆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귓속말로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지아 너, 여긴 어떻게 알...?”

“준병이가 ...로 알려줬지. 얘기는 나중에 ...고, 빨리 여기서 나가자, 오빠.”

그러잖아도 내가 나갈 참이었다. 라고 말하려던 장장건은 갑자기 이상한 오기에 휘말려 마음과는 전혀 반대의 말을 내뱉고 말았다.

“난 안가. 기왕에 ...게 된거 백수다운 ...가 되어서 세상과 싸우련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화이트 핸드는 더이상 ...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아냐. 그냥 두들겨 부수는게 좋아서 모이는 ...배들이란 말야. ..아직도 모르겠어?”

옆에서 열광하는 무리들의 목소리로 인해 몇몇 부분은 잘 들리지가 않는다.

“말조심... 넌 바로 그 ...트 핸드 한가운데 있는 ...라고.”

“그래도 지난번에 원서 넣어둔 ...은 비교적 희망이 있다며? 대기기간이 ...달 동안이라니 그동안만 기다리면 되잖...?”

“사나이 가는 길 막지 ...라.”

“정말 안갈거야?”

“......”

장장건은 대답하지 않고 들고 있던 화이트 핸드의 미니깃발을 열심히 흔들며 집단의 광란에 자기 몸을 맡겼다. 백수는 인간 중에서도 가장 진화된 존재다!

지아는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군중 뒤로 사라져 갔다.



‘더이상 안되겠어. 지아와 친구들을 볼 면목도 없고, 고향의 가족에게도 할말이 없어. 이제 남은 건 북망산 뿐이야. 그래, 그게 가장 깨끗한 결말일거야.’

화이트 핸드에 입단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매일 의미없는 시위와 폭력사태만이 거듭되었다. 동료들이 하나둘씩 닭장차나 병원으로 끌려가고, 남은 인원도 얼마 안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명수배를 당하게 된 지금 보통의 생활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수는 더더욱 안될 말이었다. 장장건은 얏코스 템플 앞에서 벌어진 대형 시위 도중에 무리를 이탈하여 옆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몇 블럭 앞으로 괴수가 다가온다는 뉴스를 듣고 미리 준비해둔 대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젠장 되게 멀구만 그래. 지난 일주일간 제대로 먹지도 못했으니 힘이 날리가 없지... 아아, 저 분수대만 지나가면...’

마침내 괴수가 눈에 보이는 곳까지 도착했다. 괴수학회에 의해서 트라메트론이라 명명된 이 괴수는 비대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재빠른 동작으로 건물들을 으깨가며 보곰3가에서 만음동 쪽으로 진격하는 중이었다. 장장건은 대피명령을 듣고 당황하여 안전지대로 몰려가는 군중들과는 정반대로 괴수가 있는 곳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시민들을 통제하다가 뒤늦게 그를 발견하고 말리러 달려오는 경찰관과 방위대원들도 왕년에 육상으로 단련된 그의 두 다리를 따라잡지 못했다.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저지선 안쪽으로 들어간 장장건의 눈 앞으로 괴수의 손톱을 피하여 저공비행을 하다가 땅에 닿을락말락 아슬아슬하게 하강하던 펫츠이글 β호가 엄청난 폭풍을 일으키며 스쳐지나갔다. 엔진의 뜨거운 열기와 기체의 운동으로 인한 기류의 심한 요동(搖動)이 장장건을 땅바닥에 구르게 했다.

‘...쳇, 시민의 세금으로 하늘을 나는 주제에...!’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미처 이해하지 못한 장장건은 비행기의 조종사가 서투른 탓이라고 멋대로 판단하고는 다시 힘겹게 일어서서 괴수가 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백화점 건물 쪽으로 비틀거리며 달려갔다. 젠장 뱃가죽이 오그라드는군.

‘그렇지만 여기서라면 어떻게든...’

그는 미처 폐쇄되지 않은 출입구를 찾아들어가 아직 전원이 남아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너무 급하게 대피하다가 전원을 모두 차단하는 것을 잊은 것이 틀림없었다. 이것이 내게 다행일까 불행일까, 장장건은 공기여과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탁한 공기로 가득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며 골똘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잖아?

‘자, 와라......! 나는 기꺼이 너의 먹이...... 헛!’

장장건은 옥상 물탱크 위에 올라서서 비틀비틀 균형을 잡으며 괴수가 이쪽으로 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두 팔을 좌우로 쫙 뻗고 괴수를 정면으로 똑바로 응시하며 목숨을 내던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오른쪽 발을 디딘 곳이 약간 미끄러워서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가까스로 다시 균형을 잡은 장장건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죽을 거면서 이놈의 발은... 본능, 이라는 거겠지...?’

괴수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장장건은 눈을 감았다. 거대한 콧구멍에서 뿜어나오는 메스껍고도 뜨거운 숨결이 바로 앞에...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뭐야...? 어이......! 내버려 둬...! 나를 지킬 필요 없어!!!’

어디에선가 빛의 거인 울트라하가 번개같이 나타나 괴수가 백화점을 덮치려는 순간 뒤쪽에서 목 부분을 세게 조이며 괴수를 뒤로 끌어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인이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펫츠이글 α호와 방위군 전투기 편대도 일부러 백화점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러나 끈질기게 집중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괴수가 비틀거리자 그때를 놓치지 않고 라하세르가 눈부신 청록색 빛의 칼날을 날려 녀석의 사지를 제압하고 마무리에 들어간다.

“바보야, 그만두라니까--------------------!!!”

괴수는 중력에 거역하는 방식으로, 풍선처럼 하늘로 떠올라 도망가려다 얼마 못 가서 필살기 레모나이트 광선을 맞고서는, 내부로부터 폭발하고 말았다. 그의 절규와 거의 동시에 눈부신 불꽃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괴수의 살점이 불에 타면서 백화점 지붕으로 한가득 떨어져내렸다. 장장건은 파편더미에 두들겨맞고는 물탱크 아래로 떨어질 뻔 했으나, 다시 본능적으로 손을 뻗쳐 철골의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제 그는 자기가 정말로 죽고 싶은건지 어떤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가까스로 옥상 위에 내려섰을 때,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 전신에서 빛을 발하며 그쪽을 쳐다보는 울트라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이성(理性)은 이미 출장간 지 오래였다.

“너 때문이야! 다 잘될 수 있었는데! 깨끗하게 끝낼 수 있었는데 네가...!”

“틀렸어, 오빠!”

놀란 장장건이 뒤를 돌아보자 옥상 입구에 남루한 옷차림의 지아가 서 있는게 그의 눈에 보였다. 그녀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불타오르는 듯이 느껴지는 다부진 열정을 담은 두 눈으로 그의 꼴사나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는 PETS엠블럼이 박힌 복장을 착용하고 있는 능글능글한 중년과 싱글싱글한 소년 하나가 영문을 몰라 어리벙벙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울트라하는 오빠를 지킨거야. 애초에 죽고 싶지도 않으면서 여기까지 와 버린 오빠의 그 꽁생원같은 고집이 잘못된 거라구. 아직도 모르겠어?”

아직도 모르겠어?

한 달 전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맥이 풀려버린 장장건은 그녀의 책망하는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야? 나같은 거 살아봤자 이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데. 잘난 대학 나와서 빈둥거리며 잘난 청춘을 쌈싸먹고, 남들의 행복은 커녕 내 행복도 못 찾아먹는 바보가, 살아서 뭐하냔 말야? 너도 내가 네 앞에서 없어져 주면 사실은 속 시원하겠지, 안그래?”

지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맞선다.

“그런 말이 어디있어? 정말로 오빠가 바보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오지 않은 수많은 날들이 가르쳐줄 거야. 이미 지나간 날들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말야! 오빠의 그런 비뚤어진 생각이 거슬려서 오히려 내가 오빠를 떠나보내지 못하겠다구, 알아?”

장장건은 마침내 해야 할 말과 안해야 할 말을 가리지 못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쳇, 너도 저 거인처럼 쓸데없는 일에 끼여드는 참견꾼인가보구나!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 이상한 녀석에게 우리의 안전을 맡기는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지 너 생각해 봤니? 너와 나의 관계도, 결국은 마찬가지야. 어떻게 하더라도 나는 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잖아. 어째서 내가 항상 네 도움만 받고 살아야 하는거지? 어째서 나는 너를 도울 수가 없는거지? 능력이 안된다면, 차라리 내가 사라져 주는게 너를 돕는게 될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내 말이 틀려?”

“......틀려. 확실하게 틀려.”

지아는 약간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지만 곧 평정을 회복하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그녀의 오른손은 울트라하의 빛나는 얼굴을 잠시동안 가리키다가 그 옆에서 태세를 정비하며 아직까지 맴돌고 있는 펫츠이글 α호와 방위군 전투편대로 그 대상을 옮긴다.

“울트라하는 우릴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게 아냐. 순전히 그녀 혼자서 우리를 지키는 것도 아냐. 저걸 봐. PETS가 있어! 방위군도 있어! 그리고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그녀에게 보호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그녀를 도와서 싸우고 있는 거야!!!”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장장건의 어깨가 움찔한다. 지아는 뭔가를 애타게 바라는 듯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얘기를 계속한다.

“마찬가지야. 나는 오빠를 지배하려는 게 아냐. 내가 언제나 오빠를 도우기만 하는 것도 아냐. 오빠는 모르지만, 내가 도움을 받는 때도 분명히 있어. 오빠는 결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나는 믿어. 그냥 나의 이런 마음만 알아주었으면 해. 그뿐이야.”

“............................”

장장건은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침내 지아가 서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완전히 파괴된 듯 했던 괴수의 파편 일부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옥상 전체를 뒤덮고 서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지아를 비롯한 옥상 위의 사람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흐름에 휩쓸려 나동그라졌다. 마치 만들다가 잘못된 가래떡처럼 파편들이 마구 뒤틀리며 흐느적거리고, 네 사람은 그 속에 싸여 거의 질식할 지경이었다. 장장건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살고 싶어! 이제는 살아서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 정말이야!

그때, 눈부신 수 천 개의 노란 빛들이 파편들을 감싸고 작은 폭발을 연쇄적으로 일으켰다. 꿈틀거리던 파편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서서히 기화(氣化)하여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장장건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두 손을 옥상 쪽으로 내밀고 문제의 노란 빛들을 조심스럽게 발사하여 그들을 구출하는 울트라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머리에 박힌 램프가 의미심장한 경고음과 점멸하기 시작했다. 파편은 아직 남은 세 사람을 포위하고 있지만 제한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나도 하겠어. 사나이고 뭐고 이젠 질렸으니까!”

거칠게 몸을 놀려 파편더미를 뚫고 빠져나온 장장건은 벽에 붙어있던 소화기와 소방용 도끼를 집어들고 다른 사람들이 잡혀있는 쪽으로 급히 달려가서, 소화액을 뿌려서 파편들을 얼리고 도끼로 그놈들을 사정없이 베어나갔다. 물론 안에 갇혀있는 세 명에게 위험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울트라하와 장장건이 남은 파편들을 다 처리하고 세명을 구출한 것은 그로부터 수십 초 뒤의 일이었다.



네 사람은 울트라하의 손바닥에 올라앉은 채로 백화점 옥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 및 비상계단은 아까의 격전으로 인해 심하게 파손되어 이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장장건은 지아의 어깨를 감싸고, 여전히 확신은 없지만 그러나 어딘가 전과는 다른 힘있는 눈빛으로 빛의 거인을 올려다보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울트라하 또한, 살며시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붉은 석양이 깔리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라 어딘가로 사라졌다.

옆에서는 중년남이 대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뭔가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다른 대원들은 그를 ‘장관’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아까 울트라하가 쓴 기술은 일정 시간 동안 그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가 지정된 물질에 접촉하면 순간적으로 폭발하여 그 물질만을 기화시키는 마이크로 광(光)폭탄 같은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걸 이용하면..”

둥근 안경을 낀 초롱초롱한 소녀의 설명에 장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도 우리는 큰 신세를 진 셈이군. 으응?”

어째 먹성이 좋게 생긴 우악스런 청년이 그 말에 딴지를 건다.

“신세라뇨? 어디까지나 팀 플레이 입니다. 내 말 맞죠, 대장님?”

대장이라고 불린 섬세한 인상의 남자가 헬멧으로 청년의 머리를 두드리며 익살스럽게 말한다.

“자넨 그 성질 안 고치면 오래 못살줄 알아. 고혈압 주의보 발령이야.”

그리고 폐허 속에서 한쪽 발을 절룩거리며 아까 추락한 펫츠이글 β호의 파일럿이 걸어나온다. 어딘가 쿨한 인상을 주는, 우아하고도 강렬한 느낌의 처녀였다. 안경의 소녀가 그녀를 부축하여 PETS로고가 붙은 소형차에 태운다. 그런데 선배는 대체 어딜 갔다가 이제 오는 거예요? 무슨 소릴 하는거야 새삼스럽게.

장장건은 이 애매한 사람들이 결코 시민의 세금만 축내는 밥충이들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가공할 만한 밥충이들임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지아와 그는 대원들을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내 말뜻 알겠어? 오빠의 문제가 뭔지?”

“글쎄다...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알도록 노력할게. 살려준 은혜를 봐서라도 앞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어... 진심으로.”

“울트라하를 위해서?”

“아니, 너를 위해서.”

두 사람은 손을 굳게 맞잡았다.

그 모습은 비이클의 뒷좌석에서 하라대원에게 응급처치를 해주던 동거녀의 눈에도 들어왔다.

“거녀양, 아까부터 웃는 얼굴인데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뇨, 그냥 한달전에 싸웠던 새 두마리가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서...”

하라대원은 미심쩍은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



☆  ENDING  :  BLUE  BILLBOARD  ☆



우주는 흔들리는 소용돌이

지구는 떠도는 작은 조약돌

많고 많은 별들 중에서

바로 이곳에서 너를 만난 이유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운명이란 것을 믿기에

함께 내일을 본다 (Ah Ah Ah)


하늘은 푸른색의 빌보드

바다는 흐르는 시간의 길목

지금 바로 이순간 바로 이순간

위기는 끝이 없지만

그래도 기적이란 것을 믿기에

함께 오늘을 달린다 (Hey Hey Hey!)



==========================================================================


(C)Studio Astronuts 2000


==========================================================================


:
위로
보이기/숨기기 가능합니다^^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보이기/숨기기 가능합니다^^
보이기/숨기기 가능합니다^^
보이기/숨기기 가능합니다^^
RSS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