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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7] 울트라하 명작극장 : 동의녀감
창작의 샘터/울트라하 | 2010. 7. 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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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이른 울트라하 신년 스페셜! ★

-옛날 옛적에 : 동의녀감[東醫女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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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동의녀[東醫女] / 동거녀

허윤성[虛尹成] 도령 / 유성대장

비요[秘妖]아씨 / 피요대원 (콘택트버전♥)

마당쇠 하라[河羅] / 하라대원 (남장버전♥)

소년방자 / ‘소년’

탐관오리 유태도[柳太刀] / 유태대원

최진사 / 어메장관 (간만에 등장. 그러나 하는일 없음)

만석군 리서민[李庶民] / 리가의 회장

리서민의 밀정[密偵] / 발도제

요괴 아롱롱[牙瀧瀧] / 宇宙怪猫(?) 아롱이

뒷산의 설녀[雪女] / 古代雪女(?) 겨니

마을 처녀들 / 선림, 미나, 수진, 선경 (엑스트라)

이방 / 조필성씨

도 지관 / 도모해 교수       (*특별출연)

3인의 무관[武官] / 운지천   (*특별출연)

3인의 검랑[劍娘] / 영비천   (*특별출연)

*Special Thanks to espearl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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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최진사의 집. 안방에 최진사가 홧병으로 누워있고 옆에서 외동딸 비요 아씨가 간호를 한다. 동의녀가 방 안으로 들어와 진맥을 하더니 보따리에서 뭔가를 꺼내어 처방을 한다. 마당쇠 하라가 옆에서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


비요아씨        어떠한가? 고칠 수 있겠는가?

동의녀          비록 보잘것없는 떠돌이 의녀이지만 이쯤이야 월매 춘향이 낳기보다 훠얼씬 쉽소이다. 부디 아무 말 말고 지켜보시오.

마당쇠 하라     요상한 술수를 써서 눈속임을 하였다간 경을 칠 줄 알게.

동의녀          속고만 살았나? 자 이제 병세는 대충 알았으니 이 약을 드시게 하면 직빵으로 나을 것이오. 어떻소이까? 혈색이 돌아오고 있지 않소?

최진사          .............;;;;-_-;;;; (괴로워하며 숨을 헐떡이고 있다)

비요아씨        더 나빠지지 않았는가? 대체 무슨 약을 처방한 겐가?

동의녀          어라 이상하구려. 분명 서역에서 들어온 귀한 약재를 썼는데. 그 뭐라더라 이름이 아마 비아구라[飛阿驅裸]라고 했던가.

마당쇠 하라     아씨, 제 선에서 처리해도 되겠사옵니까?

비요아씨        (한숨) 그리 하게.

동의녀          (끌려나가며) 아니 이거 왜 이러시오? 치료는 아직 시작도 안했단 말이오. 조금만 더 용태를 보고 후로작[侯魯雀]을 처방하면 틀림없이 나을... 우웁, 켁켁! 이거 놓아라! (퇴장)

비요아씨        (최진사 머리에 물수건을 갈아주며) 가엾으신 우리 아버님... 만석군 리가에게 엄청난 빚을 지시고 남은 재산마저 저 간악한 유태도에게 빼았겼으니 이제 어이하신단 말인고...

마당쇠 하라     (손을 툭툭 털며) 하필이면 걸린 게 저런 돌파리였다니 큰일 날 뻔 했습니다요. 집안이 영락했기로서니 저런 떨거지들마저 마님을 우습게 알아서야... (아차 싶어 말 끝을 흐린다)

비요아씨        괜찮네. 이미 다 아는 얘기야. 마음 쓰지 말게.

마당쇠 하라     죄송합니다요. 아씨에게 심려만 끼쳐드려서 면목이...

비요아씨        괜찮다 하지 않았는가. 자네가 곁에 있어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네. 앞으로도 계속 나를 도와주게.

최진사          ................ (증상이 가라앉아 겨우 잠이 든다)

도 지관         (들어오며) 아씨, 마음을 정하셨사옵니까?

비요아씨        묫자리 보라는 얘기라면 이미 말했네. 절대 안되네.

도 지관         하지만 저쪽 뒷산 기슭에 좋은 자리가 마침 하나 있는데... 지금 사두시지 않으면 웃돈이 붙어 한양의 알부자들에게나 넘어갈 겁니다요.

비요아씨        그대는 대체 풍수를 보는 자인가 땅투기를 하는 자인가? 아버님은 반드시 살아나실 것이고 묫자리는 필요 없네. 물러가게.

마당쇠 하라     아씨 말씀 못들었어? 이리 나와!

도 지관         (끌려나가며) 아씨! 한번만 더 생각해 봅쇼! 진사님의 병세가 아직까지 차도가 없다면... 푸헉! 콜록! 사람살류! (퇴장)



[제2막]


백년묵은 거적데기와 남루한 옷차림에 퀴퀴한 향내를 풍기며 허윤성과 소년방자가 마을 어귀의 우물가에 등장. 마침 그곳에서는 물을 긷거나 빨래를 하던 마을 아낙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떠들어대고 있다. 허윤성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접근하여 스리슬쩍 이야기를 엿듣는다.


선림어멈        아 글쎄 그래서 그 악독한 유태도놈이 결국 최진사댁을 완전히 들어먹을 속셈을 드러냈다지 않아?

미나어멈        웬걸. 어제 지나가보니까 꼴이 말이 아니더라고.

수진낭자        거기 횟가루 좀 빌려주우. 때가 영 안 지는구만.

선경낭자        여기 있수. 유사또 마음속의 때는 이걸로도 안되겠지?

미나어멈        쉿! 입을 조심하게. 어디에 사또의 밀정이 있을지도 몰라. 거기 걸인 양반. 뭘 그리 열심히 듣고 있는 게요? 어디서 왔소?

허윤성          나는~ 바람따라 구름따라 떠돌아다니는 나그네라고나 할까?

소년방자        에헤헤, 이해하십시오. 우리 도련님이 가끔 이렇게 실없는 소릴 하신다니까요. 우리들은 그냥 지나가는 여행자입니다요.

허윤성          밀정 따위는 아니니 안심하고 이야기 하시게.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듣고 싶을 뿐이라네.

미나어멈        우리 고을 이야기라면야 방금 들은대로요. 최진사 나으리는 병으로 드러눕고 만석군 리가와 탐관오리 유태도가 재산을 나눠먹을 궁리를 하고 있수. 게다가 외동딸인 비요 아씨는...

선림어멈        그래서 결국 아씨도 끌려간 겐가?

수진낭자        아니 왜요. 늘 하는 패턴대로 수청 들기를 거절해서요?

미나어멈        그러면 다행이게. 아녀자가 함부로 오랑캐의 책을 보고, 이상한 마술을 쓰고, 천문을 읽어 잡스런 예언을 했다는 죄목일세.

선림어멈        달리 말하면 아씨가 너무 머리가 좋아서 미움을 산 게로군.

선경낭자        그래도 아씨 덕에 고을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소? 수확도 늘어나고 일하기도 편해졌고... 표창을 못할망정 무당으로 몰아 잡아가둔다는게 될 말이오?

미나어멈        그려. 사실 저기 돌아가는 물레방아도 아씨가 다시 만들어서 더욱 잘 돌아가게 되었지. 우리집 물레나 상수네 수차[水車]는 말할 것도 없어야. 작년에 기갈을 면할 수 있었던 것도 아씨가 천문을 읽어 수확할 시기를 앞당긴 덕이 아니었던가.

허윤성          애석한 일이로다. 그래서 그 아씨는 지금 관아에 있소?

선경낭자        잡혀갔다면 아마 옥에 갇혀 있겠지요. 그건 왜 묻소?

소년방자        아하하, 우리 도련님은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요. 뇨호호호.

허윤성          예끼 이놈. 이상한 웃음소리 내지 마라. 그건 그렇고, 이보소 낭자, 사례를 할테니 우리 옷가지도 빠는 김에 같이 좀 빨아주지 않으려오?

선림어멈        심청이 용왕님 벗겨먹는 소리 하고 있구만. 여기는 세탁소가 아니라 공동 빨래터이니 빨래할게 있으면 우리가 다 한 뒤에 직접 하시오. 명색이 여행자라면서 그것도 혼자 못하오?

허윤성          노자돈은 약간 있으니 이걸 다 주리다.

소년방자        도련님, 그걸 줘버리면 저녁은 뭘로 먹습니까?

허윤성          다리밑에서 배운 비장의 기술로 꿀꿀이죽을 만들자꾸나.

미나어멈        하이구 궁상맞기도 해라. 이리 주시오. 그정도로 사정이 딱하다니 적선하는 셈 치고 딱 한번만 해주리다. 조금 기다리시오.

허윤성          마음이 정말로 하해[河海]같으시구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소년방자        도련님, 그걸 건네주시기 전에 미리 꺼낼 게 있지 않습니까?

미나어멈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게 무엇이오?

허윤성          (봇짐에서 뭔가를 꺼내어 번개같이 감추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님의 위패요. 집안이 망해서 모셔둘 곳이 없는지라 가지고 다니며 제사를 지내드리고 있소. 꺼이꺼이.

수진낭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려. 이제까지 보아온 걸인 중에서도 정말 상걸인이로세. 잠깐 기다리시오. 마침 끓여놓은 동짓날 팥죽이라도 드시고 가시오. (집에서 금간 뚝배기를 내어온다) 우리도 사또에게 다 털려서 이거밖에 남은 게 없소. 맛만 보시오.

허윤성          정말 감사할 따름이오. 선녀가 따로 없소이다. 우걱우걱.

소년방자        아니 도련님! 저한테는 주지도 않고 어찌 한술에 다 드십니까?

허윤성          다 먹고 나서 어떤 맛인지 내가 이야기해 줄테니 기다려라.

소년방자        그때쯤이면 저는 굶어죽은 귀신이 되어있을 겁니다요-!!!


투덜거리며 지나가던 동의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뭔가를 생각한다.


동의녀(off)     아까 그 아씨가....? 호오, 이거 어쩌면...



[제3막]


동헌. 사또 유태도가 기름이 좔좔 흐르는 얼굴로 꿈지럭거리며 사무를 보는둥마는둥 하다가 마침 찾아온 만석군 리서민과 면담을 갖는다. 풍채 좋은 호인[好人]으로 보이는 리서민은 고을에서 벌이는 사업에 대해서 사또와 이야기한다.


리서민          ...이렇게 하여 창[昌]나라와 벌이는 삼각무역[三角貿易]을 장악하면 한 해에 막대한 이문을 거두고도 남을 것이옵니다.

유태도          그래서 송상[宋商]과의 입찰 경쟁에서 이기게 뒤를 봐 달라?

리서민          그 대가로 사또께는 이득의 절반을 바치기로 하지요.

유태도          헷헷 나쁘지 않군. 하지만 일이 잘 안 되어 망하면 어떡할 셈인가? 전번에도 그 원백석[原百錫]이란 한양 부자하고 붙었다가 오만 냥이나 되는 비단을 날리지 않았던가.

리서민          그 때에도 사또께 돌아갈 이문은 지장이 없도록 따로 준비를 해 두도록 하겠나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유태도          좋다! 다만 이 일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단단히 주의하게.

리서민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유태도          송상의 임석우는 보통 인물이 아니라고 들었다. 비책은 있나?

리서민          그건 영업 비밀이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물론 있습지요.


만족해하는 사또를 뒤로 하고 물러나온 리서민은 초목이 우거진 어느 한적한 담벼락 옆을 지나가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서 별로 대수롭지 않은 투로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혼자말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리서민          그래서, 수상한 인물들이 오늘 고을에 들어왔단 말이지?

발도제(목소리)  저희 자객들의 첩보로는 암행어사일지도 모른다고...

리서민          알겠다.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니 따로 손을 쓸 필요는 없겠지. 한동안 그대로 내버려 두고 경계만 철저히 하게.

발도제(목소리)  옛. 그리고 또...

리서민          뭐가 또 있는가?

발도제(목소리)  젊은 의녀인데, 알아본 바로는 여러 고을에서 엉터리 처방으로 사람 목숨을 경각에 몰아넣어 방[訪]이 붙었다고 합니다.

리서민          그런 돌파리를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발도제(목소리)  그 약탕공[藥湯公] 무휼선사[撫恤禪師]의 수제자라는 소문이 있어서...

리서민          쾌도난마의 무휼 말인가? 그 이름을 들은지도 오래 되었군. 일단은 감시를 붙여두게. 단순한 돌파리가 아닐지도 모르지.

발도제(목소리)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바로 위의 나뭇가지를 헤치고 희끄무레한 사람의 형체가 쏜살같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리서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걸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리서민          라하공[羅夏公] 동의녀 인가...... 재미있군.



[제4막]


어두컴컴한 밤. 관가 마당에는 화로에 불을 피워놓고 몸을 녹이며 보초를 서는 포졸 두어명만 남고, 모두 퇴청하거나 잠자리에 든 시간.

꽤나 넓은 동헌을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을, 누군가가 몰래 타넘고 들어온다. 뒤편 담벼락을 날렵한 사람 그림자 하나가, 그리고 오른쪽 담벼락을 남루한 사람 그림자 둘이, 마지막으로 왼쪽 담벼락을 씩씩한 사람 그림자 하나가.

그림자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각각의 목적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가장 먼저 들어온 그림자가 보초들을 차례로 잠재우고 스윽 사라져버린다. 그 다음에 허윤성과 소년방자가 나타난다.


허윤성          하늘이 우리를 돕는건지 보초들이 몽땅 엎어져 자고 있구나.

소년방자        도련님, 이건 자는게 아니라 혈[穴]을 찔린 것 같은뎁쇼.

허윤성          (방자가 건네준 침을 들여다보며) 네 말대로구나.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의술에 정통한 자의 재주가 틀림없다.

소년방자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빨리 옥으로 가십시다요.


둘이 사라진 뒤, 마당쇠 하라가 어둠속에서 나타나 역시 보초들을 살피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옥문 쪽으로 달려간다. 옥문 앞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놀라는 허윤성 일행과 마당쇠 하라.


마당쇠 하라     웬놈들이냐?

허윤성          그러는 자네야말로 무얼하는 자인가? 우리는 지나가던 과객인데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 들어온 것뿐일세.

소년방자        어째 인상이 안 좋습니다요. 부딪히는건 피하십시오.

마당쇠 하라     어디서 굴러먹던 자들인지 모르겠지만 아씨는 내가 모시겠다. 거기서 당장에 물러나라.

허윤성          아씨? 그럼 자네는 최진사댁의 하인인가?

마당쇠 하라     군말은 필요없다. 물러서든가 덤비든가 좋을대로 골라라.

허윤성          성질이 급한 사람이로다. 내가 자네의 아씨를 아는 사람이라 해도 싸울 텐가?

마당쇠 하라     오늘은 허튼 수작을 부리는 녀석들이 많구나. 덤비어라!

비요아씨        (어둠속에서 나오며) 그만두게! 여기서 이러면 어떡하는가?

마당쇠 하라     아씨?

허윤성          비요낭자! 무사했구려!

비요아씨        허참판댁 자제 윤성 도령 아니시오? 그런 거지꼴을 하고 이런 데서 뭘 하시는게요?

허윤성          시절이 하 수상하여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 중일세.

마당쇠 하라     아시는 분이옵니까?

비요아씨        약간 혼담[婚談]이 오고 가던 그런 사이였네.


아씨가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 그 뒤편에서 동의녀가 나와 침통을 살랑살랑 흔든다. 그들은 서로의 목적이 같음을 납득하고 일단 동헌을 빠져나가기로 한다.


비요아씨        일단 뒷산을 넘어서 이웃의 고을로 피합시다. 그곳에 어머님과 먼 친척 뻘 되는 송 노사[松 老師]라는 분이 살고 계시니, 사정을 얘기하면 도움을 주실 것이오.

소년방자        저 험난하기로 소문난 장건산[壯健山]을 넘어가는 것이옵니까?

허윤성          오히려 험난하면 그쪽으로는 도망가지 않았으리라고 짐작하게 될 터이니 그쪽이 득책[得策]일 터. 한시바삐 서두릅시다.

비요아씨        단 하나 걱정인 것은 앓아누우신 아버님의 병환인데.....

마당쇠 하라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보아주기로 했사오니 안심하소서.

동의녀          뭣하다면 내가 다시 치료해 드릴 수도 있소이다. 물론 일이 다 끝난 뒤에 말이지만.

비요아씨        (고개를 돌리면서 단호히) 사양하겠네.

동의녀          쳇,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구했더니만 그냥 둘걸 그랬나.

마당쇠 하라     한번만 더 입을 놀리면 내가 이녁을 치료해 주리라.

동의녀          허이고야- 무서워 죽겠네그려.

소년방자        뒷문은 이쪽입니다요! 어서 어서!


그때 갑자기 휘파람 소리와 함께 사방을 둘러싸는 리가의 자객[忍者]들. 허윤성과 동의녀와 마당쇠 하라가 나서서 아씨와 방자를 보호하며 그들을 상대한다. 허윤성은 갖고 있던 대나무 지팡이를 칼처럼 휘두르며 날카로운 검기[劍技]로 자객들을 소탕하고, 동의녀는 경혈을 꿰뚫는 침과 환각을 일으키는 약재를 구사하며 자객들을 꿈나라로 보내며, 마당쇠 하라는 오로지 두 주먹과 두 발과 박치기로 유연하고도 힘차게 격투를 벌인다.

그러나 인해전술로 밀어부쳐 오는 적들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어, 점차 밀리기 시작하는 세 사람. 바로 그때, 어두운 하늘을 가르고 세 명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차례차례 자객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한다.


어조사지[漁朝師智]      물의 분노를 받아라! 해수파사검[海獸破邪劍]-!


엄청난 파도와 함께 온갖 종류의 해물들이 나타나 자객들을 집어삼킨다.


예소두[銳昭斗]          땅의 기운에 눈떠라! 절대지혜검[絶大智慧劍]-!!


굉장한 흙바람과 함께 수정으로 만들어진 동물들이 달려와 자객들을 밟는다.


알비래오[閼非來悟]      하늘의 힘을 하나로! 천둥번개검-!!!


엄청난 벼락과 함께 하늘로부터 불붙은 우박이 쏟아져내려 자객들을 덮친다.


허윤성          그대들은... 좌의정 하이아[何以我] 대감님의!

어조사지        (싸우며) 그렇소. 왕실 정일품 경호반 영비천[影飛泉]이오!

알비래오        (같이 싸우며) 도령에게 무슨 일이 없을까 염려되어 대감님께서 친히 보내신 것이오!

예소두          (역시 싸우며) 이곳은 우리에게 맡기고 어서 피하시오!

허윤성          (후다다닥) 은혜 잊지 않겠소! 살아서 다시 만납시다!


화려한 솜씨로 격투를 계속하는 영비천. 냅다 뒷산으로 뛰는 비요아씨 일행.

어느덧 밤이 지나가고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시각이 된다.



[제5막]


일행, 험준한 산길을 가던 중에, 목이 말라 샘을 찾던 중에 이상한 연못 발견. 그 연못 옆에는 ‘강태공 준군[準君] 왔다 감’이라는 비문이 남아있고, 연못 주변에는 드라이아이스로 피워올린 듯한 요사스런 안개가 감돌고 있다. 일행은 잠시 그 옆에서 쉬며 손으로 물을 떠 마시려고 하는데...


도 지관         (난데없이 나타나) 안되오~~~~~~~~~~~~~~~~~~~~!!!!!!!

비요아씨        자네는 고을의 지관이 아닌가? 뭐가 안된다는 것인가?

도 지관         이 연못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고을 공식 지정 ‘저주받은 연못’이오. 여기에서 함부로 물을 퍼마시거나 (중국산 대나무 바가지로 마구 퍼마신다) 헤엄을 치거나 (노인용 원피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을 튀겨가며 헤엄친다) 머리를 감거나 (창포 에센스까지 뿌려가면서 신나게 머리를 감는다) 낚시를 하거나 (미끼를 열나게 갈아대며 물고기를 마구마구 낚는다) 뱃놀이를 하거나 (‘雲地天呼 女王萬歲’이라는 글귀가 쓰여있는 거룻배를 타고 술을 마시며 소동파의 시를 읊는다) 소란을 떨어서는 (기생들과 풍악을 울리며 엄청스럽게 떠들며 놀아제낀다) 저.얼.대.로. 안.되.옵.니.다~!!!

허윤성          근데 방금 그걸 자네가 다 해버리지 않았는가? (황당한 표정)

도 지관         앗 그건 소생의 실수. 그럼 아씨도 도련님도 근하신년 만수무강~!!!!!!!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종적도 없이 사라진다)

소년방자        뭔가 경황[驚惶] 없는 노옹[老翁]이군요. 근데 정말로 저주란게 있는 걸깝쇼? 이미 일은 다 저질러버려 놓구선.

동의녀          마을에서 마을로 나루에서 나루로 떠돌아다닌 이몸의 경험으로 보건대 그런 저주라는 것들은 대개 귀담아들을 가치가 없는...


그때 연못물이 부글거리며 뭔가가 물속에서 쑤욱 하고 올라온다. 놀라서 한데 모여 그것을 지켜보는 일행. 비요아씨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그 옆에서 마당쇠 하라가 반사적으로 아씨의 어깨를 감싼다. 소년방자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도망갈 길이 없나 주위를 둘러보고 허윤성은 봇짐에서 곰방대를 꺼내어 한대 피워물고 그것을 관조[觀照]한다. 동의녀는 말허리가 잘린 탓에 영 마땅찮은 듯한 표정으로 우물거리며 연못을 바라본다.

이윽고 거품이 진정되면서 연못 한가운데에 나타난 것은, 커다란 연꽃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어린애만한 크기의 오렌지색 고양이 한 마리였다. 고양이는 초롱초롱한 초록색 눈동자로 사방을 돌아보며 누가 자기 잠을 깨웠는지 짜증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앞발을 할짝할짝 핥고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골골골 소리를 낸다.


동의녀          헉! 귀여웁지 않은가!

비요아씨        살다보니 저렇게 큰 나비는 처음이로세. 아름다운 자태로다.

허윤성          저게 저주받은 연못의 요괴란 말인가? 별로 무섭지도 않구만.

동의녀          아아~ 저 괭이랑 같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요아씨        어허, 넘보지 마시게. 저런 희귀한 영물[靈物]은 내가 데려가서 깊고 넓게 탐구[探究]하지 않으면 안되네.

마당쇠 하라     아씨, 이성을 찾으시오소서.;;;

아롱롱          .....................냐옹☆

소년방자        이거 뭔가 좀 요상하게 되어가는데요?

허윤성          자세히 뜯어보니 저 털가죽 참으로 폭신하게 생겼도다. 밤도 깊었고 춥기도 하니 저놈을 이불삼아 퍼질러 잤으면 좋겠구나. (진짜로 그 자리에 푹 퍼질러 자기 시작한다)

소년방자        도련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진짜로 주무시면 어떡합니까! 일어나시오 도련님! (방금까지 도령이 피우던 곰방대를 살펴보더니) 어라 이건 연초[煙草]가 아니라 잠못이룰때 피우는 수면초[隨眠草]가 아닌겨? 아이고 이거 큰일났구나~~~~~~

동의녀          난 아씨라고 봐주지 않소. 저 괭이는 내것이오. (보따리에서 편자[鞭刺]와 양초[洋醋]를 꺼내어 이리저리 휘두르며 위협)

비요아씨        해보겠다 이건가? 내게도 방법은 있네. 마당쇠야, 가거라!

마당쇠 하라     그러니까 아씨,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옵니다!

비요아씨        네가 안 나서겠다면 내가 하리라! (고쟁이에서 화약과 폭약을 수북하게 꺼내어 불을 붙이고 저글링하듯이 빙빙 돌린다)

동의녀          오~호호호, 마님이라고 불럿! (찰싹 찰싹)

비요아씨        웃기는군! 십리도 못가서 발병날줄 알거라! (콰과과과광)

아롱롱          .....................냐옹? (고개를 갸웃)

소년방자        도련님! 도련님! 일어나시란 말이오! 눈보라가 날리고 있소!

허윤성          드르렁 쿨쿨 퓨우우- 오! 낭자 댁이 어디요? (잠꼬대) 드르렁-

마당쇠 하라     이제야 알겠도다. 이제보니 저 괭이가 우리를 미혹[迷惑]시키는 게로구나.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나리라.


마당쇠 하라, 경쾌하게 연못가의 바위를 뛰어넘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고양이 요괴가 앉아있는 연꽃에 내려선다. 잠깐 기우뚱거리다 중심을 잡은 하라는 고양이에게 찰싹 달라붙어 목에 나 있는 털 부분을 살살살 가볍게 쓰다듬어준다. 고양이는 만족한 듯 푸르르르르 목젖을 울리더니 다시 거품과 함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마당쇠 하라, 위기일발의 순간에 물에 뛰어들어 헤엄쳐서 돌아온다. 불꽃 튀기는 격전을 벌이던 동의녀와 비요아씨, 제정신을 회복한다.

얼음장같은 찬물에 흠뻑 젖어 통나무처럼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마당쇠 하라와 그 곁으로 달려가는 비요아씨.


비요아씨        아니? 내가 이제까지 무슨 짓을... 아이고 마당쇠야!

동의녀          얼래? 괭이는 어디...... 난 왜 이런걸 들고...

소년방자        방금까지 잘만 싸우다가 무슨 말씀들이시오. 저사람 아니었으면 아침까지 여길 못 벗어났을게요. 그나저나 우리 도련님은 왜 이렇게도 못 일어나시누? 도련님! 아 제발 일어나시오!

허윤성          흥얼흥얼-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드렁드렁-

동의녀          아주 맛이 갔구만. 아무래도 맥을 짚어보아야 하겠소.

비요아씨        눈보라가 점점 심해지고 있소. 둘씩이나 쓰러지다니 이런 난감할 데가 있나. 빨리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봅시다.


비요아씨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고, 허윤성을 들쳐업은 소년방자와 마당쇠 하라를 부축한 동의녀가 그 뒤를 따른다. 연못가를 따라 돌아서 반대편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일행.

그러나 바로 그때, 그들 주위로 무기를 든 포졸들이 벌떼처럼 몰려나와 표적을 에워싼다. 깜짝 놀란 소년방자, 실수로 발을 헛디뎌서 허윤성과 함께 연못 속으로 빠지고 만다. 방자는 포졸 하나가 내민 장창[長槍]을 붙들고 겨우 올라오지만 허윤성은 그대로 가라앉고 마는데...


소년방자        아이고 이런 변이 있나! 도련님! 말좀 해보시오 도련님!

비요아씨        아뿔사. 우리가 지체하는 동안에 지름길로 따라온 겐가...

동의녀          이보시오 포졸나리. 난 지나가던 의녀일 뿐이오. 이사람들하곤 아직 통성명도 안한 사이라오. 난 그냥 보내주소.

비요아씨        (마당쇠 하라를 부축하며) 이런 금수[禽獸]만도 못한!

동의녀          (눈웃음치며)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도 칡덩굴처럼 한데 얽혀 백년해로하면 어떠하리 아앗싸~♬

소년방자        정말 못봐주겠소이다! 우리 도련님은 찬물 속에서 죽을동 살동 하는 판인데 자기 살 궁리나 하고 알아서 꼬리를 치는구려! 아이고- 어쩌다 이런 잡것하고 얽혀서 우리 좋으신 도련님이 이지경이 되었는고?

동의녀          어쭈 이거보게. 잡것은 네가 잡것이 아니더냐!

비요아씨        마당쇠야! 마당쇠야! 정신을 차리거라!


포졸들의 재촉을 받으며 끌려가는 일행.

그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 다시 연못 한가운데에서 거품이 일어나며 아까의 연꽃이 나타난다. 그 위에는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허윤성을 안아든 흰 옷의 설녀[雪女]가 있다. 그녀가 허윤성의 파리한 얼굴을 내려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차에, 하늘 저편으로부터 세 대의 날틀[飛車]이 활공해 와서 연못가에 내려앉는다.

설녀가 그쪽을 바라보니 날틀에 타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무관들이 달려와 무릎을 꿇고 예[禮]를 표한다. 세 무관들은 각각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의 화려한 도포를 입고, 머리에는 깃털 달린 초립을 쓰고, 길다란 칼과 조총을 옆에 차고 있다.


설녀            오늘은 어째 북적거리는군. 그대들은 이 선비의 일행인가?

청운[靑雲]      의금부 감사계 별반[別班] 운지천[雲地天], 인사드리오. 그 선비님은 저희들을 부리시는 분과 아주 각별한 사이이옵니다. 부디 돌려주시기를 간청하옵나이다.

설녀            예를 아는 자들이군. 이제까지 수백년 동안 고양이의 요괴로 모습을 바꾸어 이곳에서 지내왔지만 오늘같이 소란스런 날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찾아온 자들이 무례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적우[赤雨]      화가 나지 않으셨다니 다행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옵니다. 그럼 어서 그 선비님을 저희에게로.

설녀            어차피 나도 오래 가지고 있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대로 보내기는 좀 아깝군. 근래 보기 드물게 피부가 곱고 얼굴이 맑은 선비로다. 그 옛날 여기 왔었던 강태공 준군이 꼭 이랬었지.

흑풍[黑風]      외람된 말씀이옵니다만, 그 선비님은 내일 저 아랫마을에서 중대한 거사를 치르셔야 하기 때문에 저희들에게 꼭 넘겨주셨으면 하옵니다. 대가를 바라신다면 다른 어떤 것이라도...

설녀            그럼 한 가지만 부탁하도록 하지. 어려운 건 아닐세.



[제6막]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각. 동헌 앞마당에는 어제 잡혀온 비요아씨 일행이 동아줄로 꽁꽁 묶인 채 줄줄이 꿇어앉혀져 있다. 비요아씨는 힘없는 눈으로 앞만 바라보고, 마당쇠 하라는 아씨에게 누가 손이라도 댈세라 사방을 매섭게 쏘아본다. 소년방자는 울상이 다 되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동의녀는 무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옆의 포졸들에게 계속 난 아니야- 난 아니야- 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동헌의 대청마루 위에서는 유태도 사또와 귀빈들이 모여앉아 진수성찬[珍羞盛饌]에 주지육림[酒池肉林]을 펼쳐놓고 한바탕 주연[酒筵]을 벌이는 중이다. 막걸리 냄새와 갈비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고 멋드러진 풍악이 귀를 간지럽힌다. 담 밖에서는 고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웅성웅성거리고 있다.


이방            어제 도주하려 했던 최진사의 딸과 그 공모자들이옵니다.

유태도          비요 낭자, 오래 전부터 그대가 어줍잖은 오랑캐의 지식과 간사한 손재주로 순박한 우리 고을 사람들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뉘우친다면 관대한 처분을 내리려 하였도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파옥[破獄]을 하다니 이건 명백히 우리 관아와 나아가서 나라의 질서에 대한 발칙하기 짝이 없는 도발[挑發]일진저! 내 오늘 그대와 일당들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이 술을 다 비우리라.

비요아씨        맘대로 하시구려. 사또가 바라는 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오.

미나어멈 (밖)   아이고- 이 일을 어쩌면 좋을꼬?

선경낭자 (밖)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저렇게 명망있고 영특한 아씨를-

마당쇠 하라     아씨, 송구스럽습니다. 몸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이렇게 굴욕스런 처지에...

비요아씨        아무 말 말게. 아버님과 이웃들이 걱정이네만, 자네가 옆에 있어주니 죽음이 결코 두렵지는 않네.

동의녀          저 그러니까 존경하옵는 사또 어르신, 저는 진짜진짜 이들과 한패가 아니거들랑요? 제가 저지른 죄라고는 그저 최진사댁에 진맥하러 찾아갔다가 봉변 당한 거 밖에...

소년방자        아까부터 같은 소릴 대체 몇 번 하는거요! 그래봐야 사또는 듣지도 않는단 말요. 아이구- 내가 못살아, 도련님은 대체 어떻게 되셨을꼬~? 돌아가셨으면 시신이라도 거둬야 하는데~ 엉엉~

유태도          두말할 필요 없다. 망나니를 불러라! 술도 더 가져와라!

소년방자        이젠 진짜 죽었구나- 도련님, 극락에서 뵙겠사옵니다- 우앵앵-

허윤성(목소리)  그거 안됐도다. 난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데 어떡할꼬?

소년방자        (고개를 쳐들며) 으에?


유태도와 비요아씨 일행, 그밖에 그곳에 모인 손님들이나 경비를 서던 포졸들, 밖에서 들여다보던 주민들이 모두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동헌의 지붕 위 한가운데에 어제와 다름없이 남루한 차림의 허윤성이 천연덕스럽게 서 있다. 그는 다음 순간 ‘타앗!’하는 기합과 함께 앞마당 위로 뛰어내려, 한바퀴 빙글 돌아 사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우렁차게 외친다.


허윤성          앙구[央久] 현감 유태도는 들어라! 내가 들어본 바, 귀관은 부임한 다음날부터 마을의 세력가와 결탁하고 난전[亂廛]을 독점하여 막대한 이익을 빼돌리는 것은 물론, 힘없는 중인과 농민들로부터 고혈[膏血]을 짜내어 치부[致富]를 일삼고, 날이면 날마다 풍악과 주연으로 정신없이 보낼 뿐만 아니라, 영리하고 총명하여 주민들의 인망을 한몸에 모으고 있는 비요 아씨까지 꼬투리를 잡아 없애려 한다니, 상감마마가 윤허[允許]하셔도 내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음일지라! 지금 이 시간 부로 귀관의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삭탈관직[削奪官職]하리라!

유태도          뭐, 뭣이라고- 그럼 설마...?

소년방자        도련님! 살아계셨구려! 정말로 운도 좋소. 신령님이 살피셨소?

허윤성          (살짝 눈을 찡긋하며) 이놈아. 그건 운이 아니라 인덕이니라.

                (허리춤에서 숨겨둔 마패를 꺼내어 들고) 암행어사 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역졸들          암.행.어.사.출.도.야------------------------------!!!!!!!!


모여있던 주민들 중에 섞여있던 역졸들이 신호와 함께 관아로 몰려들어 엄청난 기세로 문을 부수고 담을 넘고 벽을 타고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산천초목이 진동하고 천지신명이 널을 뛴다! 유태도와 아전들, 귀빈들이 술상을 뒤엎고 서로를 밀치며 이리갔다 저리왔다 갈팡질팡 울렁울렁댄다. 육모방망이를 든 역졸들이 쏜살같이 달려와 묶여있던 비요아씨 일행을 풀어주고 대신 그 자리에 유태도 일당을 포박하여 꿇어앉힌다.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형세는 대역전! 소년방자 덩실덩실 춤을 추고, 비요아씨와 마당쇠 하라는 뜻밖의 사태에 놀라서 눈만 껌뻑이고, 동의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사람들을 붙들고 ‘내가 뭐랬어? 내가 그럴줄 알았지. 내 눈은 틀림없다니까’라고 자랑을 해 댄다.


유태도          아이구 어사또 나으리- 목숨만 살려줍쇼-

허윤성          이제 죄를 약간은 뉘우치겠느냐?

유태도          ---라고 할 줄 알았지? 이 누더기 발싸개야!!!

허윤성          뭣이라? 네가 정녕 하늘이 노한 것을 모르는구나!

유태도          나는 쉽게 넘어갈 지 몰라도, 만석군 리가는 보통이 넘는 인물이지. 내가 한양에 압송되어 불리한 고변[告變]을 하게 되면 그자도 큰일일테니 분명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걸? (비웃는다)

허윤성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여기 오기 전에 그자의 집에...

청운            (헐레벌떡 달려들어와서) 그 ‘리가 없다’라는 말씀대로요!

허윤성          뭬야? 그럼 벌써...

흑풍            (숨가쁘게 뛰어들어와서) 쥐새끼처럼 도망쳤소이다!

유태도          우하하하하하핫! ‘리가 없다’!!! 우핫핫핫핫핫핫!!!!!

적우            (뒤따라 끼어들어와서) 게다가... 또 다른 문제가 있소!

비요아씨        또 다른 문제라니요?

청운            리가의 자객[忍者]들이... 이쪽으로!

마당쇠 하라     아뿔사! 도망칠 동안 시간끌기를 하려고-!

허윤성          그말대로다.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우선 너희들은 여기 죄인들을 하옥[下獄]시키고 정예인원을 배치하여 물샐 틈 없이 지키도록 하여라!

적우            중간 파발에 급보[急報]를 보내어 지원을 요청해야겠소. (전서[轉書] 비둘기를 날린다)

유태도          헷, 나라님이 바로 ‘리가’인데 누가 그자를 건드리겠냐? 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너희들은 리가를 이기지 못해- 후회하기 전에 날 풀어주고 협상하는게 어때? 우힐힐힐힐-

비요아씨        (유태도를 힘껏 걷어차며) 협상은 염라대왕하고나 하려무나!

마당쇠 하라     아씨,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여기도 곧 개싸움판이...

흑풍            이놈들아, 어서 가자! (유태도 일당을 옥으로 끌고 간다)

비요아씨        허도령, 아니 어사또. 아까는 감사했소이다. 우린 이만 집으로 가봐야겠소. 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실 게요.

허윤성          알겠소 낭자. 부디 몸조심하시오. 곧 따라가리다.

동의녀          여어, 어사또 아재. 사례만 충분히 준다면 나도 도와주리다.“

소년방자        그랬다가 리가에서 더 많이 준다면 거기 가서 붙으려고!

동의녀          에이, 그렇게도 사람을 못 믿나? (^_^)

청운            (하늘을 가리키며) 온다-! 정신 바짝 차리시오!



[제7막]


리가의 자객들이 탄 검은색의 행구라이다[行鳩拏離多]가 하늘을 가득 메운다. 그로부터 수십명의 자객들이 칼이나 활, 창을 뽑아들고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강하하여 지상에 내려서자마자 전투에 돌입한다. 운지천의 지휘에 따라 역졸들도 용감히 그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청운의 물흐르는 듯한 봉술[棒術], 적우의 번갯불 번득이는 듯한 도술[刀術], 흑풍의 성난 파도가 밀려오는듯한 체술[體術]이 자객들을 차례대로 쓰러뜨린다. 때때로 그들은 허리춤의 조총을 일제히 빼들고 자로 잰듯한 타이밍으로 일제사격을 가하여 자객들을 장사지낸다.

허윤성은 대나무 지팡이를 반으로 갈라 진짜 칼날을 꺼내더니 본격적으로 검기[劍技]를 발휘하여 싸움에 뛰어든다. 그 반대편에서는 동의녀가 편자[鞭刺]와 양초[洋醋]를 휘두르며 자객들을 추풍낙엽처럼 마구 짓밟는다.


동의녀          마님이라고 부르랬잖아-!!! 타핫! 하압!

자객들          으아아악-!!! 마님-!!!!!!;;;;;;;;;;;;;;;;;;;;;;;;;;;;;;;

소년방자        (멀리서 보다가) 좋구만이라, 그렇다면 나도......


소년방자도 봇짐에서 윷과 자막대기와 공깃돌과 새총을 꺼내더니 새총으로 공깃돌을 발사하고 자막대기로 자객들을 흐드러지게 패고 덩치가 큰 적의 목에 몰라타서 윷으로 머리를 북치듯이 두들긴다. 관아 안팎을 무대로 한 대혼전이다.

소년방자가 약간 역부족인 듯한 적을 만나 구석에 몰리는데, 다음 순간 갑자기 적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자세히 보니 목 부근 경혈에 동의녀의 침이 꽂혀져 있다. 어느새 관아 뒤편으로 넘어가서 싸우고 있는 의녀를 보고 방자는 저도 모르게 웃는다.


허윤성          지원은 아직 멀었소? 한 식경[食頃]은 족히 지났을 법 한데!

청운            마침 저기 오는가봅니다. 보십시오. (하늘을 가리킨다)

동의녀          우와- 저게 다 날틀이란 말야? (두리번두리번)

적우            지난 왜란 때 정평구 어르신이 고안한 비거부대[飛車部隊]요.

허윤성          저번에 추진한다던 십만양병대계[十萬養兵大計]의 성과로군!

소년방자        기똥차다------! (환호하며 덩더꿍 꿍더꿍 춤을 춘다)


그쪽 하늘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목제[木製] 날틀들이 편대를 지어 완만하지만 끈기있게 날아오는 중이었다. 앙구[央久]관아 상공에 도착한 그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행구라이다[行鳩拏離多] 부대와 교전에 돌입하거나 지상에 몰려 있는 자객들 위로 돌과 모래와 기름과 폭약과 쇠공을 투하하여 적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날틀들은 열기구[熱器具]와 후로패라[後路貝羅]를 병용한 구조로 되어 있어, 안정적인 고도를 유지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빠른 속도로 선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조종하는 것은 근방 파발에서 긴급소집된 역졸들과 의금부 별반의 정예들이다.



[제8막]


최진사의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개울가. 밤 사이에 내린 눈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바람에 개울물이 불어 있다. 그 때문에 징검다리로는 건너기 힘들게 되어, 마당쇠 하라가 비요아씨를 등에 업고 물살을 가르며 건너가는 중이다. 좀 있으면 도착할 거라고 위로하는 하라에게 비요아씨가 뭔가 이야기한다.


마당쇠 하라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요?

비요아씨        아버님의 병세가 단순한 화병이라기엔 너무 심해서 드시던 약을 검사해 보았네. 비상[砒霜]이 나오더구먼.

마당쇠 하라     ..............................

비요아씨        이유를 들려줄 수 있겠는가?

마당쇠 하라     최진사 어르신께서 한양 조정에 계셨을 때, 어르신의 한 마디로 인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 집안을 알고 계시옵니까?

비요아씨        ......그럼 자네는......!

마당쇠 하라     효인공[孝忍公] 성시호[星矢好]의 여식[女息]이옵니다.

비요아씨        ........................


다시 관아.

감탄할 틈도 주지 않고, 또 치열한 전투가 계속된다. 허윤성은 자객들을 지휘하는 우두머리인 듯한 검은 복면의 남자와 일합[一合] 일합[一合]을 연속으로 주고받으며 동헌 지붕에 올라가서까지 계속 싸우고 있었다. 칼날과 칼날이 부딪히고 뜨거운 숨결이 교차된다. 땀으로 인해 눈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허윤성(off)     대단한 실력이다! 창[昌]나라 본국검법도 이정도는 아닌데!

발도제(off)     조선에도 이정도나 하는 자가 있었을 줄이야... 수고두란도[樹高斗亂島]의 막구라우도[幕拘喇雨逃]에 버금가는군!


지붕에서 다시 땅으로 내려와, 번개같이 서로 스치고 지나가는 두 사람. 다음 순간, 허윤성의 갓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다. 속으로 씨익 웃는 발도제. 그러나 바로 그 다음에, 그의 복면 반쪽이 앞으로 떨어져내린다. 얼굴에도 약하게나마 상처가 나 있다.


발도제          크윽-! (얼굴을 감싸쥐고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

허윤성          앗! 도망가는 거냐? 게 섯거라!

발도제          흥! 너같으면 서겠냐? (연막탄을 터뜨리고 도주)


잦아드는 연기 속에 홀로 서서 허탈해하는 허윤성.


허윤성          그렇다고는 해도 대단한 솜씨였다. 설마 왜인[倭人]...?

                (문득 정신을 차리고) 참! 저쪽의 본진[本陣]은?


재빨리 앞뜰로 달려나가는 허윤성. 그곳에서는 운지천이 날틀로부터 공수된 커다란 화포[火砲]를 조립하여 심지에 불을 댕기는 중이었다.


역졸                    준비 다 되었사옵니다!

적우, 청운, 흑풍        화가살법[火可殺法], 천지현황포[天地玄黃砲]!!!!!!!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웅!

화포에서 발사된 농구공만한 탄환은 미리 역졸들에 의해 한군데로 몰려서 우왕좌왕하고 있던 자객 잔당들의 머리 위로 날아가 대폭발을 일으키고, 자객 무리들은 순식간에 일소[一掃]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에 지켜보던 사람 모두가 감탄하며 모여든다.

화포를 분해하여 역졸들에게 맡기고, 운지천은 허윤성 쪽으로 걸어온다.


허윤성          앙구고을이 드디어 평화를 되찾았소. 모두 여러분의 덕택이오.

청운            저희는 그다지 큰 일을 한 것도 없습니다. 모두 우의정 천동주[天童珠] 대감님의 명에 따른 것 뿐이옵니다.

적우            어사또님을 제때 구출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흑풍            조금만 늦었어도 돌이키지 못할 뻔 했었거든요.

허윤성          이곳에서의 일이 끝나면 천대감님께 인사를 드리러 찾아뵙겠소. 여러분의 공로에 대해서도 조정에 상신[上申]할 것이오. 그전에 내가 뭔가 해줄 일은 없겠소?

청운            비바람따라 흘러다니는 저희에겐 말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적우            가시기 전에 이것을 받아주십시오. 액[厄]을 막아줄 겁니다.


적우, 허리춤에서 묘한 빛을 내는 표주박을 꺼내어 허윤성에게 건네준다.

흑풍, 잠시 뭔가에 놀란 듯 한쪽 눈썹을 치켜뜨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는다.

허윤성, 표주박을 받아들고 찬찬히 살펴본 뒤에 봇짐에 집어넣는다.


허윤성          청탁은 고사하고 오히려 내게 선물까지? 정말로 감사하오. 여러분들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소. 그럼 또다시 만납시다.

청운            그럼 저희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적우, 흑풍      며칠 이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를 마친 운지천 3인은 부하 역졸이 대기시켜놓은 날틀을 점검하며 떠날 채비를 한다. 허윤성은 그들과 헤어져 고을 업무를 처리하고 조정에 보고할 장계[狀啓]를 작성하러 방자와 함께 동헌으로 향한다. 치안을 담당하는 역졸들과 실무를 보는 아전들이 그들을 기다리며 정렬해 있다. 그 사이를 막아서서 파닥파닥거리며 주의를 끌려고 하는 동의녀.


동의녀          어이 어이 어사또 아재. 이제 신세 편해졌다고 은혜를 잊지는 않겠지? 쌀 백마지기는 못해도 노잣돈 삼백냥쯤은 줘야 쓰겠소. 아 시방 내 말이 안 들리오? 뭐라고 말 좀 하시오.

허윤성          자네를 잊을 뻔했군. 물론 응분[應分]의 보상이 있을 것이야.

소년방자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떠돌이에게 은혜는 무슨...

동의녀          아가, 주인어른이 말씀하시는데 토를 달면 못쓴데이~


이렇게 세사람이 티격태격하며 멀어져가는 동안, 운지천은 날틀의 점검을 끝내고 날아오를 준비를 갖춘다. 그런데 흑풍은 뭔가 아쉬운 듯한 눈치다.


흑풍            (허윤성의 뒤통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야, 적우야.

적우            (흑풍 쪽을 돌아보고) 왜 그러슈, 흑풍 형님?

흑풍            아까 어사또에게 준게 설마... 그거였냐?

적우            어쩔 수 없었수다. 이미 약속은 했고 어사또에게 큰 해는 끼치지 않는다고 그랬으니까 제발 아무 일 없길 빌 뿐이지요.

흑풍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파하하, 어사또가 과연 오늘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는지... 정말로 흥미진진하군. 확인하지 못하고 떠나는게 아쉬울 따름이야.

적우            형님, 천대감님께는 비밀로 합시다요. (눈웃음)

흑풍            그야 이를 말인가. (호탕하게 파안대소[破顔大笑])

청운            (날틀을 높이 띄우면서) 뭣들 해? 빨리 출발 안할거야?

적우, 흑풍      지금 간다구~!!!!!!


어느덧 석양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하늘을 배경으로 세 대의 날틀이 높이 떠올라 허공 저편으로 유유히 멀어져 간다. 그 아래, 고을 전역에는 탐관오리의 쇠락을 기뻐하는 양민들의 환호와 만세삼창이 시끌벅적하게 울려퍼진다.



[제9막]


며칠 후, 아직 이른 아침.

누더기 도포를 벗고 때깔이 좌르르 흐르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허윤성과 소년방자가 발걸음도 가볍게 최진사의 집 문간으로 들어선다. 지난 며칠 동안의 고생을 돌아보기라도 했는지 그들의 얼굴에는 감개무량한 빛이 떠올라 있다. 그들은 맞이하러 나온 하인에게 최진사를 뵈러 왔다고 알리고는 사랑채로 안내받아 들어간다.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소년방자가 도령을 쿡쿡 찔러댄다.


소년방자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와도 되는 겁니까요?

허윤성          뭐가 어때서 그러느냐? 진사 어른의 병환도 다 나았고, 고을도 새 사또를 맞이하여 평화로운 나날을 되찾았는데다, 우리가 다음 임지로 떠나려면 아직 나흘이나 남아 있지 않느냐. 게다가 비요 아씨는 전부터 집안끼리 혼담이 있던 사이이니,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무어가 갑작스럽단 말이더냐? (하품)

소년방자        문제는 아씨의 마음입죠. 혹시나 벌써 맘에 드는 상대가 있다던가 하면 어쩌실려우?

허윤성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아씨가 그리도 어렵고 힘들었을 때 어찌 도와주러 오지 않았겠느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서 함부로 그런 소리일랑 말거라. (하품)

소년방자        그나저나 도련님, 아까부터 웬 하품이 그리도 많소?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 거요?

허윤성          글쎄 모르겠구나. 밤마다 꿈에 웬 흰옷 입은 묘령[妙齡]의 여인이 괭이를 데리고 나타났던 것 같기도 한데... 그 다음은 통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요 며칠동안 가득 쌓인 두루마리를 보고 또 보느라 신경을 너무 많이 썼나 보다. 별일은 아닐게야. (하품)

소년방자        에이 도련님도~ 꿈에서 다른 여자 생각이나 하면서 청혼을 한다니 너무 얼굴이 두꺼운 거 아니우? 이제보니 이춘풍이를 능가하는 절세 난봉꾼이 되실 상[相]이구려.

허윤성          그 얘기는 그만 하자꾸나. 그나저나 진사 어르신이 왜 이리 늦으실꼬? 네가 좀 나가서 알아보거라.

소년방자        야. (하릴없이 일어서서 장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방자가 나간 사이, 밀려오는 하품을 달래가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던 허윤성은 도포 가슴팍에 뭔가 낯선 것이 두 가닥 붙어있음을 알고 그것을 떼내어 살펴본다. 하나는 주황빛을 띤 고양이의 털이고 다른 하나는 검고 긴 사람의 머리카락이다.


허윤성          .....................................???


그때, 바깥이 갑자기 북적북적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지더니 방자가 기겁을 한 얼굴로 달려들어와 외친다.


소년방자        아이고 도련님 큰일났소! 비요아씨가 감쪽같이 사라졌소~

허윤성          뭐라?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리가의 자객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나? 아니면 유태도의 수하[手下]가?

소년방자        사람들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그런건 아닌 모양이오. 하여튼 지금 안채에서는 최진사 어르신이 쓰러지셔서 난리도 아니오. 더더욱 놀라운 게 뭐냐면...... (귓속말로 뭔가 속삭인다)


벙찐 얼굴의 허윤성, 잠시동안 말을 잃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연다. (클로즈업)


허윤성          ............마당쇠와 줄행랑을 쳤다고????????????????????


앙구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숲 속. 시간은 대충 점심때.

인적도 드물고 동물들도 거의 지나가지 않는 숲길을 따라,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나귀 그림자가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두 사람 중 한명은 여염집 규수같은 차림새의 가인[佳人]인데 나귀의 등짝에 우아하게 앉아있고, 다른 한명은 바다처럼 새파랗게 물들인 색동 저고리를 입고 초립을 쓴 미동[美童]으로, 나귀를 끌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중이다. 두 사람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으나 두려워하는 듯한 기색은 전혀 없다. 이윽고 나귀에 앉아 있던 규수가 입을 연다.


하라아씨        아씨, 족히 오십리는 걸었습니다. 힘들지 않으십니까?

비요            이 정도는 거뜬하네. 간만에 이렇게 걷는 것도 좋구먼.

하라아씨        아무리 남들 눈을 속이기 위해서래도 역시 아씨에겐 무리입니다. 제가 고삐를 잡게 해 주십시오. 예? 아씨.

비요            그런 소리 말게. 이 정도는 이제까지 자네가 당해온 수모에 비하면 제비가 물어온 박씨만큼도 안되는 고생일세. 저녁까지 계속 걸어가면 송 노사 댁에 도착할테니 그 뒤에 머리를 맞대고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갈지 궁리해 보도록 하세.

하라아씨        정말로 댁으로는 돌아가지 않으실 작정이시옵니까? 그 허도령이란 분도 아씨를......

비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세. 허도령은 빼어난 인물이지만 나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네. 그보다도 이러고 있는 동안은 말투를 바꾸기로 했지 않은가? 남들이 이상하게 보겠네.

하라아씨        (얼굴을 붉히며) 제가 감히 어찌 아씨에게......

비요            (정색하고) 아씨, 그러시면 안 되옵니다. 이제부턴 저를 몸종으로 여기시고 마음대로 부려 주십시오. 이것은 저희 못난 부친의 죄 때문이 아니고, 단지 제가 그러고 싶기에 그러는 것이옵니다. 부디 이 미천한 것의 마음을 받아주소서.

하라아씨        .............................

비요            이제까지 아씨가 저를 위해 베풀어 주셨듯이 저도 아씨를 위해 살고 싶사옵니다. 그러니 부디......

하라아씨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며) ......알겠네. 내 받아들이지.

비요            (미소지으며) 보게, 하려고 하면 잘하지 않는가.

하라아씨        어허 무엄하구나. 주인에게 무슨 말버릇이 그러한가! (^_^)

비요            아이구, 예 예. 조심하겠사옵니다 아씨. 살려만 줍쇼. (^_^)


둘은 계속 길을 재촉하면서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한바탕 크게 웃어제낀다. 어둑어둑하던 숲길이 점점 밝아져 오고 머리 위에는 새하얀 구름이 갓 빨아 널은 양털 이불보처럼 폭신하게 펼쳐진 새파란 하늘이 눈이 시리게 펼쳐진다. 길 저편에 한 가닥 밥짓는 연기가 모락 모락 올라오고 있다.



[제10막]


또 다른 숲길. 시간은 대충 땅거미가 질 무렵.

얼굴에 텁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보부상 하나가 등에 커다란 괴나리 봇짐을 잔뜩 메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고 있다. 남루한 복색[服色]과는 달리, 어딘가 혈색이 좋은 얼굴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그가 평범한 보부상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쉴새없이 길을 걸어가면서도 그는 길가의 야위어빠진 나뭇가지들을 향해 뭔가를 지껄인다. 단순한 혼잣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리서민(보부상)  자네답지 않군. 그런 애송이 어사에게 쩔쩔 매다니...

발도제(목소리)  그자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저도 방심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게 된다면 절대 이대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리서민          그때가 기대되는군. 아무튼 자네와 부하들이 시간을 잘 끌어준 덕에 이렇게 무사히 빠져나올 수도 있었으니 그점은 감사해야겠지. 그쪽에 남겨두고 온 것은 없겠지?

발도제(목소리)  몇 가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부들빼고는 다 처분했습니다. 누룽지 긁듯 닥닥 긁어봐야 숭늉밖에는 안 나올 겁니다.

리서민          수고했네. 감시하던 인물들의 소식은?

발도제(목소리)  유태도는 한양으로 압송되었습니다. 아마도 의금부에서 엄중한 문초[問招]를 받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에 대한 얘기는 노출되지 않도록 이미 요소요소에 손을 써두었습니다.

리서민          이용해먹기는 좋았지만 별로 똑똑하지는 못했지. 우리 대신 어사또가 정리해주었으니 수고를 던 셈이군.

발도제(목소리)  최진사 댁 외동딸은 늘 같이 다니던 종자[從者]와 함께 행방을 감추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최진사는 다시 몸져 눕더니 최근에는 후유증이 너무 커서 몸이 가끔 둘로 나눠진다고 들었습니다. 마치 분신공[分身公] 식민지[植民地] 형제처럼 말이죠.

리서민          이제까지 내가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어이없는 이야기구만.

발도제(목소리)  어사는 원래 그 낭자에게 청혼하려 했지만 결국 그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 임지로 떠났다고 합니다. 바람맞은 고통을 어사출도로 승화[昇華]시키고 있다는군요. 그자를 옆에서 모시는 녀석은 아마 고생 좀 할 겁니다.

리서민          이해가 가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의녀는?

발도제(목소리)  사례금을 챙겨들고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마...

리서민          아니, 얘기 안해도 알겠네. 저기 오는군.


숲 속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잦아든다. 보부상이 정면을 바라보니 맞은편으로부터 동의녀가 햇살을 받아가며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다. 그 뒤로는 몇 명의 포졸과 양민들이 마구 고함을 질러가며 쫓아오는 중이다. 보부상은 황급히 길 옆으로 몸을 피하려고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던 동의녀는 그를 밀어내고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길바닥에 나동그라진 보부상이 일어서려고 버둥거리지만 짐이 무거워서 여의치가 않다.


추적자들        저년 잡아라~!!! 지랄병을 고친답시고 거름 한바가지를 먹여?!

                그건 약과지! 아니 글쎄 팔 부러진 애한테 불침을 놓더라니까!

                정신이 나간 할멈을 고친답시고 바퀴벌레탕 만든건 또 어떻고!

                잡히기만 해봐라! 아주 요절을 내줄테니!

동의녀          아아- 세상은 어이하여 이렇게도 참된 의술의 길을 몰라주는 것이뇨! 사상의학[四傷醫學]으로 일세를 풍미한 이저놈아 선생이 생전에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여 핍박에 시달렸다더니 꼭 내가 그 꼴이로구뇨. 그 누가 내 억울함을 알아줄꺼나!

추적자들        돌파리 주제에 무슨 헛소리냐! 얌전히 오라를 받아라~!!!


겨우 중심을 잡고 일어선 보부상이 점차 멀어져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중얼거린다.


리서민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일까......(-_-)

발도제(목소리)  당주[堂主]님, 무슨 말씀이신지?

리서민          아니, 됐네. 좀 그럴 일이 있지. 갈 길이나 가세.

발도제(목소리)  그럼, 먼저 가 있겠습니다. 천천히 오시길.

리서민          어르신들께 안부 전해 주게.


뒤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동의녀는 여전히 엄청난 기세로 숲을 가로질러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이윽고 하늘에 별이 뜨고 달이 뜨고 미리내[銀河水]가 보일 판인데도 쫓고 쫓기는 그들의 질주[疾走]는 끝날 줄을 모른다.


동의녀          헐떡 헐떡. 아이구 정말 끈질긴 치들이로세. 이만하면 포기할 때도 되었건만 이거 날샐 때까지 뛸 수도 없고... 어머니나?


마침 그 앞에는 들길을 서둘러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허윤성          그러니까 다음 고을의 사또인 이 김전욱[金田昱]이란 자가 그렇게나 개차반이다, 이 말이렷다?

소년방자        침투해 있는 역졸들의 보고에 따르면, 정사[政事]는 돌아보지도 않고 날이면 날마다 이상한 산문[散文]을 쓰느라 정신이 없다 하옵니다. 그 뭐라더라, 제목이 울도라하[蔚稻羅夏]라던가.

허윤성          웃기는 자로다. 그럴 거면 애초부터 초야에 묻혀 조용히 시나 지을 것이지 뭐하러 과거를 보았단 말인가?

소년방자        그러게 말입니다요. 아니 그런데 저기 누가 오는군입쇼.

허윤성          어두워서 잘 안 보인다만... 호오, 아녀자가 아닌가?

소년방자        역시 도련님의 눈은 그런 데 관해서는 매눈이시오.

동의녀          오오 어사또 아재. 이런데서 또 만나다니 인연이구려! 마침 잘 됐소. 나좀 도와주시오. 얼굴 잘나고 글도 잘짓는 어사또 아재라면 이런 일은 거절해서는 안되는 것이오.

소년방자        하필 너냐. 또 무슨 수작을 벌이려는 게냐?

허윤성          험험, 이미 계산은 끝난걸로 아는데 뭘 도와달라는 겐가?

동의녀          아주 간단하오. 잠시만 시간을 끌어주시오.

허윤성          이제보니 어사또를 아주 산다구로수[山茶鷗鷺獸]로 아는구만. 뭣 땜에 쫓기는지 몰라도, 우리 갈길도 바쁘니 도와줄수 없네.

동의녀          아니, 아재는 꼭 나를 돕게 될 것이오. 난 알고 있소♥


그러고는 후다닥닥 사라져가는 의녀. 그리고 허도령 일행은 본체만체하고 그녀를 막바로 쫓아가는 추적자들. 별 실없는 인간 다 보겠다 하는 표정으로 그것을 지켜보던 허윤성은 무심코 옷섶에 손을 넣어 보았다가 깜짝 놀란다.


허윤성          이런, 아까 그 말이 이런 뜻이었나!

소년방자        도련님, 갑자기 왜 그러시오? 물방개가 가마우지를 물었소?

허윤성          마패가 없어졌다. 아까 수작을 떠는 척 하며 빼내간 게로구나.

소년방자        에엑? 그러면 큰일 아니오. 그게 없으면 어사출도고 뭐고...

허윤성          그것만이 아니다. 만약에 아까 쫓아가던 무리에게 내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면 골치아프게 되리라. 그자들이 알고 마을로 돌아가서 이 일대에 소문을 내면 어찌 하겠느냐? 방자야, 어서 의녀를 쫓아가자꾸나. 그자들에게 잡히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년을 잡아야 하느니라! 어서!!!

소년방자        그러게 제가 뭐랬습니까요? 애초에 상종할 인간이 못 된다고..

허윤성          어디 잡히기만 해 봐라~~~~~~~~~~~~~~~~~~~~~~~~!!!!!!!


숲 위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둥글게 둥글게 서산으로 굴러가고 있다.

크레딧이 올라가고 주제가가 돌아간다. (실은 없지만)





성은[聖恩]이 망극[罔極]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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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US TRACK! 출연자 좌담회]


하라대원        아- 이제야 끝났다. 물에 빠지고 옥에 갇히고 나귀까지 탔더니 엄청 피곤해 죽겠네. 마당쇠라니 터무니없는 배역이라고 생각했더니만 끝으로 갈수록 더더욱 터무니없는 전개였어. 도대체 이런 각본을 쓴 놈이 누구야?

피요대원        그래도 마무리는 제법 마음에 들잖아요. 햇살 속에 펼쳐지는 선배와 나의 아름다운 사.랑.의. 도.피.♡ (반짝 반짝)

하라대원        한동안 다가오지 말아줘. 닭살 돋아... (절레절레)

동거녀          이게 뭐야! 돈만 밝히는 수전노에다 이리붙고 저리붙는 박쥐근성에 손버릇도 나쁘고 게다가 돌파리 의원이라니! 인격과 미모로 세상을 주름잡는 이 나하고는 정 반대잖아! 처음에 시작했을 때에는 이런 얘기는 한마디도 안했었는데! 나빴어!!!

하라대원        인격과 미모가 뭐 어쩌고 어째? 누가 얘 좀 병원에 보내라.

유태대원        그래도 거녀양은 나보단 나아요. 난 악당인데다 두 장면밖에 못 나오고 대사들도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었다구. 게다가 이런거한테 발길질까지 당하다니 미치겠더라니까~ (으르렁)

피요대원        이런거? 어쭈, 말 다 했어요?

유태대원        다했다! 어쩔래! 폭탄소녀 주제에!

피요대원        헤! 진짜 폭탄 맛을 아직 못 봤구만!

‘소년’          싸우지들 말아요. 나라고 뭐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구요. 하필이면 그모냥으로 철딱서니 없는 어사를 모시는 바람에 노심초사하느라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는지 알기나 해요? 지금도 심장이 다 떨립니다요, 정말...

유태대원        대장님도 기분 나쁘시죠, 예? 뭐라고 한마디 좀 해주십쇼.

동거녀          그래도 대장님은 주인공이었는데 우리보다는 기분 좋으시겠죠?

유성대장        출연거부다~! 결단코 출연거부다~! 이지경으로 바보 만들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 (화르르 활활 화르르륵)

하라대원        한동안 대장님 앞에서 이 얘기는 삼가도록 하지.

‘소년’          그나저나 장관님은 한장면 나오시더니 어디로 사라지셨는지?

하라대원        또 장기 휴가래.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냐?

유태대원        으흐흐 좋겠다~ 난 휴가 못가본지 반년이 넘었다구요~

피요대원        그점은 동감.

동거녀          아! 언니들, 돌아가는 거예요?

미나            그래, 간만에 나와서 어멈 역이라니 좀 구리구리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얘. 다음에 시간 나면 홍차나 들자구.

선림            거녀양, 부서 옮겼다고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해. 알았지?

동거녀          (글썽글썽) 네!

미나            그리고 가는 길에 의무실 쓰레기 좀 버려주고 가라.

동거녀          으에- 그게 뭐예요! 옮겼는데 여전히 부려먹잖아!

선림            그래서 네가 시방 싫다고 하는 것이냐 잉?

동거녀          할게요. (T.T)

겨니            (불쑥 나타나서) 야, 동거녀.

피요대원        (돌아보며) 거녀양 친구?

하라대원        아마도. 근데 어째서 저 아가씨가 나타나니 기온이 내려가지?

유태대원        마치 겨울이 그대로 사람이 되어 나타난 듯한 처자로군요.

‘소년’          아니, 유태씨가 그런 문학적인 표현을!

유태대원        나도 고등교육은 받았어... (-_-)

동거녀          아앗, 설녀양. 아직 안 갔었어?

겨니            좋은 알바가 있다고 불러서 먼길을 왔더니 고작 이런 뭣같은 연극이냐? 게다가 연못에서 고양이가 나와서 설녀로 변하다니 이런 무책임한 설정이 어디 있어? 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새하얀 눈보라를 뿌리며 멋~있게 등장하는 게 전공이라구!

동거녀          (비굴 비굴) 아하하 미안해 미안. 나도 이정도로 난감한 것일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작가가 다 능력이 모자란 탓이니 한번만 봐주라, 응?

겨니            백날 작가 탓만 하는 캐릭터에게 발전이 있겠어? 이번엔 그냥 돌아가지만 또 이런 걸로 날 놀렸다간 보바펫 한솔로 얼리듯이 꽁꽁 얼려버릴줄 알아. 아참 그리고.

동거녀          응?

겨니            네 고양이 귀엽던데 한 백년만 대여해 줘.

동거녀          ...;;;그건 안돼.;;;;... (T.T)

피요대원        거녀양, 그럼 나한테♡

동거녀          안된다니깐~ (T.T)

발도제          회장님, 대체 이 썰렁한 연극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리가 회장       (단호히) 없어. 이 작가가 의미있는 짓을 하는거 봤나?

도모해교수      운지천! ks단 괴인이 동주대교에 나타났다! 즉각 출동하게!

적우            교수님~ 팔자에도 없는 와이어액션 하느라 피곤해 죽겠다구요~

흑풍            이런 연극이 앙끄의 평화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지?

청운            그래도 너희들은 대사나 많았지. 내가 제일 비중이 적었어.

어조사지        자 여러분, 언제 시간 나시면 저희 횟집 ‘지사조어’를 찾아주세요. 여기 명함♥

예소두          근데 내가 언제부터 영비천이었던 거야?

알비래오        내게 묻지마. 나도 작가한테 속았으니까.

피요대원        잠깐만요 여러분. 작가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혹시 정월 대보름 특집으로 또 비슷한 거 해볼 생각 없냐고 하는데요. 이번엔 배비장전을 모티브로...

하라대원        절대 안해!

유태대원        차라리 날 죽여!

‘소년’          이하동문!

유성대장        (피요양이 가져온 팩스 용지를 말없이 가로채더니 단호히 두쪽으로 찢어버린다) ......제군, 내 대답은 이거다.

조필성씨        여보슈 이사람들아! 무대 뒷정리 해야 하니 빨리 나가욧 나가!

도모해교수      아니 이친구들이 어디간거야? 적우군- 흑풍군- 청운군-!!!

운지천          교수가 눈치채기 전에 빨리 고향으로 내려가자. 못살겠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올해의 마지막 밤은 깊어간다...


동거녀          (고양이를 안고) 새해에도 잘 부탁드려요. 까르륵.

아롱이          미야옹☆




진짜로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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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TUDIO ASTRONUTS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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